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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21화 (32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21화>

드디어 뭐가 좀 돼가는구나!

마법사는 바로 모습을 드러내려다가 흠칫 놀라 다시 한번 주위를 확인했다.

도망자는 항상 주의해야 하는 법!

차원 깡패 놈들은 없어 보이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자신의 뒤를 쫓는 케페니안 놈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들이다.

그놈들은 도대체 누구의 가호를 받았는지 인과의 저울마저 무시하는 괴물들이었다!

마법사는 재빨리 로브 안에서 열매를 하나 꺼냈다.

갈색의 반짝반짝한 열매, 몇 번이나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소중한 나무 열매였다.

마법사는 나무열매를 마법 디코이에게 넘기고 던지게 했다.

휘익, 탁-

도르르르르-

나무 열매가 벽을 맞고 바닥을 구르는 순간.

마법사는 초집중 상태로 주위의 변화를 확인했다.

도르르르르-

케페니안 황금 일족의 본능에 각인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나무 열매 구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림자, 공간의 틈새, 시야의 사각, 부서진 잔해.

그 어디에서도 변화가 없었다.

이제야 안심한 마법사는 바로 움직였다.

재빨리 소중한 나무열매를 회수하고, 깜짝 놀라는 여자들을 지나, 부서진 잔해를 치우고, 한 사람을 구해 냈다.

무너진 잔해에 깔려 있던 건 평범해 보이는 남자였다.

“괜찮으세요! 정신 좀 차리세요!”

“포션! 포션을 가져올게. 언니!”

두 자매가 다급히 포션을 가져올 때, 마법사는 기절한 남자의 본질을 확인했다.

혹시 그분이라면, 확인의 반동만으로도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할 듯 말듯 간을 보는 것이야말로 12년 동안 무사히 도망친 자신의 장기!

마법사는 짧은 마법 지팡이를 들어 닿을 듯 말듯, 영체와 육체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를 훑었다.

파스스스슥-

지팡이 속 모래알갱이가 흘러내리는 순간, 영체와 육체의 간섭으로 지팡이의 무게가 미세하게 변한다.

‘아니, 이게 뭐야!?’

마법사는 경악했다.

평생에 걸쳐 처음 보는 완벽한 마법 무적성(無適性)!

마법 적성이 ‘0.0000001‘이하다!

이런 적성으론 설령 백 년이 지난다고 해도 간단한 빛 마법조차 익히는 게 불가능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적성이 없어!? 사람한테 이게 가능한 거였어!’

마도 황제가 사람의 시대를 열기 위해 만든 ‘마법‘은 의지가 있는 생명체는 그 누구라도 익힐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 마법 적성이 절망적일 정도로 낮았다.

마법은 상호 것.

마법 적성이 절망적으로 낮은 이 남자는 그림자를 훑는 간접적인 탐지 마법조차 먹히지 않았다!

마법사가 경악으로 굳어진 순간, 포션을 찾으러 달려갔던 여자가 달려와 다급히 포션을 먹이려 했다.

기절 상태에서 포션을 먹이면 쇼크로 훅 갈 수도 있었다.

“위험!”

탁-

지팡이로 막는 순간 툭- 떨어지는 포션.

마법사는 떨어지는 포션을 잡는 순간 얼어붙었다.

포션 병에 인쇄된 눈에 익은 황금색 문자!

너무나 눈에 익은 이 문자는 원래는 읽을 수 없는 문자였다.

그런데 이 순간 마법사는 이 문자를 읽고 있었다!

[재금 제약]

순간 머리를 스치는 방금 전 기억.

천공탑의 고유 마법으로 이곳 세계의 언어를 하나 깨우쳤다!

설마, 그것 때문에 이 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건가!?

“……!”

마법사의 전신이 격동으로 덜덜 떨렸다.

마법사는 떨리는 손을 로브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두꺼운 책을 꺼내 그 안에 소중히 끼워둔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수많은 보호 마법을 걸어 둔 종이는 무언가를 탁본한 것처럼 잉크가 넓게 뿌려져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친 순간, 마법사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종이는 마도 엔진 시제기 표면의 탁본이었다.

이 탁본에는 마도 황제가 직접 만든 마도 엔진 시제기에 낙서처럼 새겨진 해독 불가능한 문자가 찍혀 있었다.

마법사는 번쩍 눈을 떠서 펼쳐진 종이를 봤다.

그리고 수백 수천 번 봤으나 해독할 수 없던 문자를 마침내 읽었다!

해독 불가능한 문자가 읽히는 순간.

마법사는 마도 엔진 시제기에 새겨진 문자의 의미를 깨달았다!

긴 세월 마탑 12지파가 격론을 벌인 해독 불가능한 문자의 내용은 허탈할 정도로 간단했다.

[김밥 먹고 싶다.]

‘김밥이라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별 의미 없는 낙서.’

그러나 이 순간 마법사는 허탈하지도 허무하지도 않았다.

이곳 세계의 언어를 습득한 순간, 황제 폐하가 직접 남긴 문장이 읽혔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제국 규범(code) 첫 장에 적힌 문장.

‘이세계에서 태어난 황제께서 타대륙에 강림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은 그 ‘이세계‘, 마도 황제가 태어난 세계였다!

* * *

마도 황제가 태어난 세계에 왔다!

위대한 마도의 신을 탄생시킨 문명에 자신이 온 것이다!

마법사가 격동에 몸을 부르르 떠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쐐애애액-

쿵, 쿵, 쿵-

굉음에 뒤이은 진동에 회색 먼지가 확 일어난 순간.

깨진 유리창이 다시 한번 박살 나고 집기와 천장이 무너졌다.

콰르르르, 쿵, 콰앙-

꺄아아-

으아악-

두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남자를 몸으로 가리는 동시에.

마법사는 지팡이를 움직였다.

다음 순간 영화 장면이 전환되듯 네 사람은 다른 빌딩 옥상으로 옮겨졌다.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순간 섬광이 폭발한다.

콰아앙, 쾅, 쾅, 쾅-

그리고 섬광 속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검과 인간형 거체!

쿵, 쿵, 쿵-

거검을 든 인간형 마도구가 허신의 강림체와 격전을 펼치고 있다.

우르르르르-

거검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파동!

하하하아하-

인간형 마도구를 본 마법사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본 것과는 모습이 다르다.

마도 엔진의 출력도 1/12도 안 된다.

그러나 파동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느낌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타이탄!

마도 황제께서 만드신 마도 제국의 검!

마탑 12지파의 모든 마법사가 시동을 거는 데 실패했고, 자신조차 27개 마탑을 이용해 시동을 걸다가 뒤통수를 맞은 타이탄!

그 타이탄이 바로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타이탄에 시동을 걸었다고!?’

마도 황제께서 승천하시고, 마도 제국 최악의 수배범 일곱 재앙의 테러로 전능 옥좌가 추락한 후.

모든 타이탄의 마도 엔진이 멈췄다!

그 이후 마탑마저 힘을 잃은 후에는 그 누구도 마도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게 된 차원에 제대로 작동하는 타이탄이 있다니!

하하하하하-

마법사는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 세계가 마도 황제가 태어난 차원이라는 증거가 다시 한번 나왔다!

이 순간 마법사의 머릿속에서 마도 제국의 사라진 신비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탑 전쟁을 예견하고 천공탑으로 사라진 하이브리온 군단장과 제국 군단!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누구도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황제의 궁전!

-마력장 지대와 영맥의 힘으로 행성조차 움직이는 전능 옥좌!

……

“설마, 이것도 나오는 거 아냐?”

마법사는 이 순간 환희와 절망,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마도 황제의 고향을 찾았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폭풍처럼 몰아칠 때.

마법사는 너무나 분명한 천공탑의 의지를 느꼈다.

마도 황제가 만든 신비 천공탑이 자신을 이 세계로 인도했다.

바로 여기, 이 세계, 이 차원, 이 나뭇가지 위다!

위대한 마도의 신, 강철과 보석의 황제, 살아서 별의 길을 올라 승천하신 황제.

이 세계에 위대한 마도 황제가 있다!

마법사가 격동에 빠져 있을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언니! 통화가 안 돼! 어떡하지!?”

“마력 각성자시죠? 무엇이든 사례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이분을 꼭 구해야 합니다.”

이 순간 마법사는 결정했다.

두 여자와 정신을 잃은 남자 한 명.

이 세 사람은 실뭉치에서 뻗어 나온 실자락이다.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신이라 할지라도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인과에서 튀어나온 실마리.

이 실마리를 붙잡고 이 엉망진창인 차원의 비밀을 풀어내리라!

그리고 그 비밀의 끝에는 그분이 계실 것이다.

위대한 마도의 신이!

* * *

……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마법사는 상처 입은 세 사람을 치료하고 사례하겠다는 이들에게 고도의 마법 술식이 담긴 종이를 연락처라고 남겼다.

그 종이에 적힌 마법 술식은 대륙어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아까 전 두 여자가 마법 술식이 담긴 종이를 펼치고 황당한 표정으로 짓는 걸 이미 확인했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장에 장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마도 황제와 인과가 얽힌 사람이 읽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제 남은 건 마법 적성 ‘0‘의 남자뿐이었다.

“배고프다…… 빨리, 빨리 좀 읽어라!”

마법사가 다시 한번 초조하게 말할 때, 마법으로 만들어 낸 원경 렌즈에 나타나는 작은 생명체!

황금빛 줄무늬의 작은 다람쥐!

‘케페니안 차원 용병!?’

마법사가 경악한 순간, 다람쥐가 잽싸게 자신이 만든 연락처를 물고 도망치는 게 보였다!

‘안 돼!’

마법사가 소리 없는 비명을 터트릴 때 다급히 다람쥐를 쫓는 사람들!

그러나 다람쥐는 순식간에 나무를 달려 하늘로 날아올랐고, 사람들은 허망한 얼굴로 빠르게 멀어지는 다람쥐를 바라봤다.

“아, 젠장! 이게 뭐야!?”

마법사가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휙- 갑자기 날아온 나뭇가지가 도망치는 다람쥐를 때렸다.

땅에 뚝 떨어지는 다람쥐.

이 순간 고기를 맛있게 먹던 꼬맹이가 번개같이 달려와 쓰러진 다람쥐를 잡았다.

그리고 물고 도망친 종이를 찾아 그 남자에게 전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마침내 종이를 펼치는 남자!

순간 마법사는 바짝 긴장했다.

몇 겹의 안전장치를 해뒀지만, 그분이라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남자는 읽을 수 없는 문자를 살피듯 종이를 가로 세로로 몇 번이나 돌려보더니, 허망한 얼굴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자신이 걸어 둔 탐지 마법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인과가 이어지지 않았네.”

마법사는 숨어 있던 구덩이에서 나와 툭, 툭-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세 명 다 꽝이었지만 마법사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찾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자신이 찾는 그분은 마도 황제인 거다!

중요한 건 이 세계에 마도 황제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마도 황제를 찾는 건 시간문제다!

시작은 상처를 치료해 준 두 여자, 이 세계에서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기반을 만드는 거다.

마법사는 원경 마법으로 본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입은 옷의 이미지를 로브에 투영하며 걸었다.

물결치듯 로브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사가 열 걸음 걸었을 때, 흐르는 모래로 만들어진 마법사 로브는 류세연이 입고 있던 청바지, 티셔츠와 똑같이 변했다.

로브가 짧은 옷으로 변하자 오랜 시간 길게 자라난 머리카락이 물결치듯 쏟아지고, 뜨거운 태양 아래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

냉정하고 차가운 인상의 마법사.

“움직이기도 편하고, 나쁘지 않네?”

옷을 살핀 마법사는 쏟아진 머리카락을 적당히 묶어 올려 마법봉을 비녀처럼 꽂아 고정했다.

“이름은 어떻게 할까?”

마법사에게 이름은 세계와 맺는 약속의 주체다.

그렇기에 진명을 쓰는 것과 가명을 쓰는 것은 천지 차이다.

하지만 자신의 원래 이름은 케페니안 깡패 놈들의 차원 수배 명단에 오른 상황.

혹시라도 진명을 쓰다가 그 울림이 깡패 놈들에게 전해지면 끝장이다!

깡패 놈들이 차원을 찢고 이곳으로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예 가명을 사용하면 마법의 위력이 확 깎인다.

최선은 다른 마법사의 이름을 빌려 사용하는 것인데, 재수 없으면 그 마법사가 깡패 놈들의 방문을 받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마법사는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허공을 휘저었다.

그리고 손을 펼치자 그 손에 작은 반지가 쥐어져 있었다.

풀꽃 반지.

12년 동안 냉기 지대를 헤맸음에도 조금도 시들지 않은 풀꽃 반지.

이 풀꽃 반지는 극한의 냉기 지대에서 만난 노움 발굴대와의 거래로 얻은 마법 유물이었다.

이 풀꽃 반지 주인의 이름.

세 사람에게 준 마법 술식에 적은 이름, 마도 황제의 분노를 가리려던 마법사의 이름을 쓰는 거다.

혹시라도 케페니안 깡패 놈들이 찾아가도, 그라면 절대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마법사는 혼자서 군단급 몬스터 무리를 잿더미로 만드는.

천둥벼락과 우레 폭풍의 마도왕, 마스터 메이지니까.

그리고 마스터 메이지의 뒤에는 너무나 든든한 그의 형도 있었다!

크킄크크킄-

마스터 메이지의 형을 생각하는 순간, 마법사는 웃음을 터트렸다.

[케페니안 차원 깡패 VS 마스터 메이지의 형]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진흙탕 개싸움이 펼쳐질 거다!

마스터 메이지의 형은 케페니안 차원 깡패와 비교해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마도 제국의 칠대 재앙이자, 타이탄의 뼈대를 만든 마도 공학자.

그리고 마침내 전능 옥좌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 테러리스트!

그가 바로 마스터 메이지의 형이었다!

“그냥 마스터 메이지 형 이름을 쓸까?”

잠시 고민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마법 사용 중 혹시라도 그 이름이 차원 너머로 울려 퍼지면,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들의 방문을 받게 될 거다.

마스터 메이지의 형과 비교하면 자신에게 걸린 차원 수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크킄크크큭-

마법사는 음흉하게 웃으면 두 여자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마법사의 모습이 물속 깊이 들어가듯 일렁였다.

휘이이잉-

그리고 거센 바람이 불어왔을 때 마법사는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렇게 마법사가 한라산에서 사라졌을 때.

방금까지 마법사가 살피던 임옥분 여사의 저택 마당에서 특급 헌터가 움직였다.

특급 헌터는 평상 구석에 떨어진 종이를 집어 들고, 대륙어로 아주 작게 적힌 문장을 더듬더듬 읽었다.

“마. 도. 황. 제. 개. 새……?”

한참 동안 종이를 요리조리 돌려보던 특급 헌터가 분통을 터트렸다.

“글자가 너무 작아서 안 보이잖아! 밑에는 편지 쓴 사람 이름인 건가?”

너무나 작게 적혀 읽을 수 없던 문장과 달리 그 아래 이름은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특급 헌터는 종이 아래 꼭 봐달라는 듯 아주 크고 또박또박 쓰인 이름을 읽었다.

“마스터 메이지, 레이 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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