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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20화 (32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20화>

“그보다 철수 형 어떻게 된 거예요? 호텔에서 매몰됐다면서요? .”

천문석은 문득 든 생각에 김철수를 봤다.

“아, 맞다! 그 이야기해야지. 그런데 어떻게 안 거야? 아까 보니까 화영씨도 아는 거 같던데?”

류세연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포털 뉴스 기사를 띄웠다.

“철수 오빠. 완전 유명해. 여기 기사도 나왔어.”

“뭐? 기사까지 났다고?”

김철수는 쓱쓱 스마트폰 화면의 기사를 내려다보더니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뭔 과장을 이렇게 해놨냐? 이건 뭐, 내가 완전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써놨잖아?”

“사람 구하다가 천장 무너져서 깔린 거 아냐?”

류세연의 물음에 김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와!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고 거기 깔려서 의식까지 흐려지는 거야. 진짜 끝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철수는 말을 끊고 의미심장한 눈으로 눈앞의 세 사람을 봤다.

집중한 천문석.

흥미로워하는 류세연.

고기, 고기, 고기…….

여전히 고기만 먹는 꼬맹이.

뭐 이렇게 고기를 잘 먹어!?

고기를 흡입하는 특급 헌터를 보고, 김철수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할 때.

류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철수 오빠! 누가 나타났는데!?”

김철수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너희들 놀라지 마라! 각성자가 나타났다!”

“각성자!?”

“맞아. 각성자! 그것도 그냥 각성자가 아닌 마력 각성자! 의식이 흐려지고 정신을 잃었는데. 정신을 차리니까 바로 앞에 마력 각성자들이 입고 다니는 로브가 보이더라고. 진짜 운이 좋았어! 어떻게 그 타이밍에 마력 각성자가 나타나냐!?”

김철수는 지금 생각해도 감탄스럽다는 듯 연신 탄성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긴데. 마지막에 21층에서 찾은 두 사람이 목이 터져라 살려 달라고 외치면서 손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잔해를 치웠더라고. 마력 각성자가 그 외침을 듣고 21층에 와서 나랑 그 두 사람까지 한 번에 다른 빌딩 옥상으로 건물로 빼내 줬다.”

천문석은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힐끗 본 스마트폰 화면.

뉴스 헤드라인에는 21층 수색이 끝났지만, 매몰자가 발견되지 않았단 속보가 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매몰자가 나올 리는 없었다.

이미 21층에 있던 사람들은 마력 각성자가 빼냈으니까.

이때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사람 그냥 마력 각성자가 아니었다.”

“그냥 마력 각성자가 아니면. 뭐, 특급 마력 각성자라도 됩니까?”

천문석이 농담하듯 말하자 김철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흐흐흐- 맞아! 특급 마력 각성자야!”

“매몰됐으니 당연히 전신이 아작났을 거 아냐!?”

“그런데 멀쩡해! 전신이 완전 멀쩡한 거야!?”

“깜짝 놀라는데 21층에서 찾은 사람이 말하는 거야.”

“그 로브 입은 마력 각성자가 지팡이를 쓱 움직이니까! 순식간에 치료가 됐다고!”

천문석은 김철수가 하는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지팡이와 치료!

마력 계통 치유 능력자다!

헌터 중에서도 귀족인 마력 각성자.

그러나 마력 각성자도 마력의 양, 사용 가능한 마법 계통에 따라 대우가 크게 갈린다.

랭커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보통 최고의 대우를 받는 마법 계통은 정해져 있었다.

치유 능력!

마력을 이용한 치유 능력은 일반적인 각성 능력과는 달리 정밀한 컨트롤, 다양한 응용이 가능했다.

포션 쇼크 없는 회복, 압도적인 수술 성공률도 유명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특수 용액을 이용한 회춘 수술이다!

특수 용액을 제외한 수술비만 최소 100억원대!

당연히 마력 계통 치유 능력자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했고, 달리 귀족 중의 귀족, 헌터 귀족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철수 형을 구해 준 마력 각성자가 치유 능력자라고!?

‘뭐가 이렇게 공교로워!?’

천문석은 매몰됐던 사람치고는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김철수의 몸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이게 무슨 이태성 길드장한테 방패 빌리는 소립니까!?”

천문석이 감탄한 순간, 류세연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치료 능력자가 철수 오빠를 치료해 줬다고? 그냥? 아무 대가 없이!?”

김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희들 알지? 치유 능력은 건강보험도 안 돼서 한방에 최소 몇백에서 몇천이잖아!? 그런데 그걸 내가 기절한 동안 그냥 공짜로 해 줬더라니까! 와, 역시! 치유 능력자는 우리 같은 일반인이랑은 클래스가 다르더라! 내가 보답하겠다니까 자기는 귀찮은 게 딱 질색이라고 구해 준 것도 알리지 말아달래!”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천문석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철수 형이 이렇게 운이 좋을 리가 없는데!? 철수 형 혹시 120개월 할부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니면 뭐 옥장판 같은 걸 사기로 했다거나?”

“그러게 좀 이상한데. 철수 오빠. 운 없기로는 삼촌 바로 아래잖아?”

“뭐!? 내가 철수 형보다 운이 없다고! 세연이 너 내가 오늘 뭘 얻었는지 보면 완전 깜짝 놀랄걸! 난 이제 완전 재수 좋아!”

“또? 그 완전 깜짝 놀라는 건, 도대체 언제 놀라는 거야? 놀랄 준비 오래전에 끝났으니까. 제발 좀 놀라게 해 줘. 하아아-.”

류세연이 한숨 쉬고, 천문석이 발끈하는 순간.

김철수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크흐흐흐- 이런 고만고만한 녀석들! 너희들 내 손에 이게 뭔지 아냐?”

김철수의 손에는 잘 접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종이?”

“메모지?”

천문석과 류세연이 말하는 순간.

김철수는 탁- 종이를 상 위에 내려놓으며 외쳤다.

“그 치유 능력자가 나한테 연락처 남겼다! 과묵해서 말은 없었는데, 분위기를 보니까! 잘하면 인맥 틀 수 있을 거 같다! 으허허-.”

헌터 귀족, 치료 능력자와의 인맥이라고!?

“와! 철수 형! 어떻게 치료 능력자를 낚아요! 그것도 붕괴현장에서!”

깜짝 놀란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김철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 사실 나도 믿기지 않는다! 천장 무너지고 뒤지는 줄 알았는데 이런 행운이라니! 앞으로 불운은 끝이다! 앞으로 행운의 사나이 김철수라고 불러라!”

천문석은 즉시 경례를 하며 외쳤다.

“행운의 김철수 사장님! 충성충성!”

“삼촌 뭐야? 무슨 태세 전환에 1초도 안 걸려?”

“치유 능력자잖아! 그것도 대형길드에도 1, 2명이면 많은 마력 계통 치유 능력자! 이제 우리 사무실은 치유 능력자 인맥까지 생긴 거야!”

“그렇지! 문석이 네가 뭘 좀 아는구나! 이제 우리 사무실은 엄청 잘나가게 될 거다!”

“철수 형! 우리 막 대형길드 되고 그런 거 아닙니까!?”

순간 천문석과 김철수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카캬카-

으하하-

이 모습을 본 류세연마저 어이없다는 듯 웃을 때.

특급 헌터는 잘 구워진 고기를 꼭꼭 씹으며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훌륭해! 이 흑돼지 목살은 93점이야.”

그리고 다시 젓가락을 움직여 고기를 집으려 할 때, 이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임옥분 여사의 저택이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히 높은 곳.

한라산 정상 부근.

로브를 입고 짧은 지팡이를 든 한 사람이 연신 침을 삼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고기!”

“구운 고기!”

“뜨거운 구운 고기라니!”

쓰읍-

“너무 맛있어 보이잖아!”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은 김철수를 구해 준 마법사였다.

* * *

커다란 바위아래로 땅을 파고 들어가 몸을 숨기고, 은폐 마력장과 마법 디코이까지 주위에 깔아 놓은 마법사.

마법사는 마법 거울과 렌즈를 이용한 원경 마법으로 한 사람을 살피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우연이 겹쳐 만난 사람, 마도 황제와 인과가 이어졌을지도 모르는 세 남녀 중 한 사람!

김철수!

김철수라는 남자를 마력으로 치료를 해 주고, 마도 황제와 인과가 이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종이를 연락처라고 건네줬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아주 멀리서 확인하고 있는데…….

마법 술식이 새겨진 종이를 흔들기만 할 뿐, 막상 펼치지를 않는다!

“빨리! 빨리 좀 펼치란 말야!”

마법사는 초조하게 외쳤다.

바로 앞에서 펼쳤다가 혹시라도 진짜 마도 황제와 인과가 이어졌으면 도저히 뒷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당장 연락처를 확인하려는 걸 제지하고, 뒤를 은밀히 쫓았는데…….

연락처를 몇 번 흔들더니 정작 펼쳐 보지는 않고 고기만 맛있게 구워 먹고 있다!

그것도 보기만 해도 시원한 마당 그늘에 앉아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수북하게 쌓아서!

자신이 극한의 냉기 지대를 헤맨 지 12년 7개월 12일 5시간!

냉기 지대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얼어붙은 곰고기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된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자.

쓰읍, 쓰읍-

자신도 모르게 침이 흐르고.

치이이익-

귀에는 고기 익는 소리가, 코에는 잘 익은 고기 냄새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젠장!”

자신도 모르게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배에서 들려오는 소리!

꾸르르르륵-

아, 그냥 같이 고기를 먹으면서 확인할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우연히 만난 것처럼 다가가서 같이 고기를 먹을까?

너무나 강렬한 충동이 들었으나 마법사는 곧 고개를 저었다.

바로 옆에서 확인했다가, 혹시라도 마도 황제가 나타나면!?

아무리 생각해도 마도 황제는 자신의 ‘마도 황제 탐색 기술‘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마법사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기록에 따르면 마도 황제에게 자비, 봐주기, 그런 건 없었다.

마도 제국의 수많은 규범(code)!

규범을 어기는 순간 상대가 이차원의 존재, 신격에 도달한 이라도 차별 없이 아작이 났다!

허수 공간에 던져진 수많은 허신과 위상 차원의 침략자들!

세계 그 자체에 새겨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금기까지!

마도 황제, 살아 있는 마도의 신은.

엄격한 법과 규칙, 철권으로 타대륙을 통치했다.

허신이 괜히 차원을 넘어서까지 도망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안전장치를 수없이 하고 멀리서 조심조심, 직접적인 방법조차 사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살피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뭐지? 뭐가 이상한 거지!?”

한참을 혼잣말하던 순간, 마법사는 무엇이 이상한지 깨달았다.

마도 황제와 인과가 이어졌다고 짐작한, 어쩌면 마도 황제 본인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 사람이 웃고 있었다!

철혈의 마도 황제가 웃는다고!?

마법사는 웃는 모습을 뚫어질 듯 바라보며 몇 시간 전에 있던 일을 회상했다.

마도 황제 폐하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고도의 마법 의식 중 들려온 생경한 언어로 된 외침!

“……사람 살려 주세요……!”

외침을 듣는 순간 영체에 각인된 천공탑의 고유 마법이 움직였다.

세계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기록하는 근원과 순간적으로 이어졌다.

외침의 의미가 바로 이해되고, 언어구조와 발음이 뇌리에 새겨진다.

천공탑의 고유 마법으로 단숨에 이곳 세계의 언어를 깨우친 순간.

마법사는 전율했다.

오랜 시간 천공탑을 오른 마법사는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우연이란 그 인과의 이어짐을 헤아릴 수 없을 때 임시로 붙이는 명칭일 뿐이다.

고도의 마법 의식 중 들려온 외침이 사람 살려 달라는 외침이라니!

너무나 의미심장했다!

마법사는 바로 은폐장의 수준을 확 올렸다.

시야뿐 아니라, 냄새, 기척, 존재감을 모조리 지우고, 인식 저해 마력 파장을 쏘아내는 마법 디코이까지 만들어 냈다.

그리고 단숨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파아아-

공기를 가르고 떨어져 뻥 뚫린 유리창으로 들어가는 순간 소리도 없이 천장에 거꾸로 섰다.

마법사의 눈에 엉망이 된 방안의 모습이 한눈에 드러났다.

천장이 무너진 넓은 방, 집기가 사방으로 나뒹굴고, 엄청난 회색 먼지가 흩날리고 있다.

그리고 무너진 잔해로 완전히 막힌 문 앞.

두 여자가 잔해를 치우며 목이 터질 듯 외치고 있었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회색 먼지로 엉망인 몸 곳곳에 난 상처 자국.

으아아-

으아악-

두 여자가 악을 쓰며 잔해를 옮길 때마다, 손과 발, 몸에서 흐른 피가 잔해에 묻어난다.

두 여자는 목이 잠기고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쉴 새 없이 무너진 잔해를 파헤치고 있었다.

마법사는 바로 상황을 짐작했다.

잔해로 막힌 문 뒤에 누군가 매몰됐다!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두 여자는 정신없이 소리치며 잔해를 옮기고 있다.

이 순간 마법사는 깊은 인과의 울림을 느꼈다.

12년 동안 헤맨 극한의 냉기 지대.

수많은 사람과 노움이 나타나고 다시 떠나갔지만, 자신에게만은 출구가 열리지 않았다.

그랬던 냉기 지대에 생겨난 출구를 나온 순간.

생경한 문명.

타대륙의 허신.

원대륙의 무공.

그리고 도움을 구하는 사람이 잇달아 나타났다.

마치 운명이 자신을 인도하듯이!

그렇다면 기꺼이 그 길을 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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