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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18화 (31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18화>

“장민? 장민 대표님?”

김철수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특급 헌터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외쳤다!

“맞아! 장민! 엄청 무서운……!!”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내려놓고 말을 가로챘다.

“철수형! 어떻게 된 겁니까!?”

“민박집으로 갔는데…… 민박집이 어선에 맞아서 사라졌더라. 다행히 짐은 찾았는데 지금 제주도에선 숙소를 구할 수가 없어서…… 하하하-.”

김철수는 허탈하게 웃으며 배낭을 들어 올리고 자신이 타고 온 화물차를 가리켰다.

“그때 저 화물차 운전 기사분 만났거든. 혹시나 해서 ‘천문석‘너 아는지 물으니까. 화물차 운전자분이 여기로 데려다주셨어.”

“네? 류세연이 아니라. 제 이름을 댔다고요?”

천문석이 고개를 갸웃하자, 김철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너 아주 유명해. 천문석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흐흐흐-.”

방금 전 자신과 똑같은 웃음을 흘리며 류세연을 힐끗 바라보는 철수형!

천문석은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이 왔다!

임옥분 여사님이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 둔 거예요?!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질 때,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아니지!

지금 중요한 건 철수형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가 아니다!

호텔 21층에 매몰된 철수형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철수형! 호텔에 매몰됐다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어? 너 어떻게 알았어!?”

깜짝 놀란 김철수는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와! 장난 아니었어! 너 오늘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철수 오빠 이야기는 나중에. 우선 씻고 밥 먹으면서 이야기해.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지?”

“그럴까? 갈 데가 없어서 오긴 했는데 폐가 되는 거 아닐까?”

김철수가 민망한 듯 웃자, 류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김철수가 한 일을 알면 할머니는 오히려 큰 손님이 왔다고 좋아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와요.”

“그럼 그럴까?”

김철수가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그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스마트폰.

“전화번호 남기세요!”

눈이 발갛게 부어오른 강화영이 단호히 말했다.

“제 전화번호요? 그건 왜?”

“네, 그건…….”

생각도 하지 못한 대답에 당황하는 강화영.

류세연은 사촌 언니에게 가르쳐 주듯 슬쩍 말했다.

“옷에 회색 먼지.”

얼굴이 환해진 강화영이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옷! 제 옷에 회색 얼룩진 거 보이시죠? 이거 물어 주셔야죠!”

“네, 아니 그게 무슨. 혼자 달려오시다가 넘어지려는 걸 제가…… 앗!”

당황하던 김철수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재빨리 스마트폰을 받아 희희낙락 전화번호를 남겼다.

이 순간 천문석은 강화영과 김철수의 내심이 짐작 갔다.

담담한 강화영과 환하게 웃는 김철수.

겉으로 보기에는 맞선 상대의 변명을 담은 애프터 신청에 철수형이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철수형의 저 웃음은 다시 만날 설렘 같은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옷을 물어 달라는 강화영의 표정과 힐끗힐끗 김철수를 보는 행동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천문석은 지금 철수형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 형 지금 12개월 할부를 끊은 식대를 어떻게든 받아 낼 생각이다!

후배에겐 돈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맞선 상대한테선 어떻게든 식대를 받아 내려 하다니!

그것도 자신에게 호감을 품은 거의 준재벌이나 마찬가지인 맞선 상대에게!

개연성 없는 로맨스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다.

그러나 이게 바로 김철수, 철수형이었다!

수십 쌍의 커플을 탄생시켰음에도 정작 철수형 본인이 솔로인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흐흐흐흐흐-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웃는 순간.

쪼그려 앉아 괴로워하던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알바! 웃을 때가 아냐! 지금 우리 큰일 났단 말야! 장민! 장민이 오고 있어!!”

으으으으-

특급 헌터는 작은 손으로 머리를 잡은 채 두려움에 부르르 떨었다.

오늘의 영웅이 두려워하는 모습이라니, 안될 말!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목말 태우고 설득을 시작했다.

“야, 너 엄마 무서워할 거 없어.”

“뭐?! 장민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알바는 아직 장민의 무서움을 몰라서 그래!! 저번에 장민이…….”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말을 끊었다.

“너한테 일어날 최악의 상황이 뭐야? 특급 쌩쌩이 압수당하는 거 아냐?”

“그렇지……?”

특급 헌터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이어지는 물음.

“지금 특급 쌩쌩이 어디 있지?”

“……악당 로봇이 가져갔는데……?”

“그럼 엄마가 네 특급 쌩쌩이 압수할 수 있어 없어?”

“……!”

순간 특급 헌터는 번개라도 맞은 듯 굳어 버렸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특급 헌터가 천문석의 헬멧을 두들기며 외쳤다.

탁, 탁탁-

“맞아! 특급 쌩쌩이는 이미 잡혀갔어! 난 더는 장민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카캬캌카-

카캬카카-

특급 헌터가 웃음을 터트린 순간, 천문석도 똑같이 신나게 웃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알고 있었다.

특급 쌩쌩이가 없어도 장민 대표가 가할 페널티는 무궁무진했다.

엉덩이가 새빨개질 때까지 맞는 것, 다시 시작될 고등어 지옥과 고기 금지령…….

그러나 특급 헌터가 가장 괴로워할 페널티는 따로 있었다.

‘세발자전거!’

특급 헌터는 앙꼬 대장에게 이기기 위해서 여름 내내 세발자전거로 열심히 연습했다.

세발자전거를 압수당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엄청난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받을 고통이고 겪을 좌절이었다.

오늘의 영웅에겐 내일의 고통 이상의 훌륭한 보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천문석은 외쳤다.

“야, 그리고 너 지금 중요한 거 잊고 있어!”

“내가 중요한 거를 잊었다고?”

의아한 듯 되묻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한 자 한 자 힘을 줘서 말했다.

“흑돼지 구워 먹기!”

“……!”

이 순간 보지 않아도 특급 헌터의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두 눈이 별처럼 빛나고 입가에선 침이 뚝- 떨어질 거다.

그리고 생각 그대로의 외침이 들려왔다.

“쓰읍- 알바! 빨리빨리! 장민 오기 전에 얼른 고기 구워 먹어야 해!”

그리고 특급 헌터의 외침대로 됐다.

김철수의 전화번호를 받은 강화영이 운전기사와 함께 떠나가고.

천문석과 류세연, 특급 헌터, 김철수 네 사람은 마침내 집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저녁이지만, 네 사람의 길고 긴 하루가 끝나고 있었다.

* * *

대문을 지나 임옥분 여사의 저택에 들어가는 순간 김철수는 깜짝 놀라 외쳤다.

“와! 집이 뭐 이리 좋아. 어, 저기 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잖아!”

김철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류세연을 봤다.

“세연이 너! 그냥 부자가 아니라, 준재벌이구나?!”

세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외할머니 집인데 뭐. 아 화영 언니한테는 친할머니야. 오빠 잘해 봐.”

흐흐흐흨-

음흉하게 웃은 류세연이 눈을 반짝이며 김철수의 어깨를 툭 쳤다.

“하, 하하- 그래.”

김철수는 그냥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부터 사모님의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다.

상대가 호감을 품은 것은 자신도 느꼈지만, 서로 간에 집안 차이가 너무 컸다.

길게 만남을 이어 가면 결국 자신과 상대 모두 상처받게 된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지만, 때로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걸 시시콜콜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엉망이 된 강화 전투복을 입은 천문석, 흙이 말라붙은 방검복을 입은 류세연.

고기고기를 외치는 꼬맹이까지.

보는 순간 모두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힘든 하루를 잘 넘겼으니, 이제 마땅히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씻고 맛있는 고기를 먹고, 과장되게 웃으며 오늘 하루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삶에 감사하고.

과장되게 웃고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가슴에 내려앉은 후회와 슬픔을 날려 버린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평소처럼 열심히 삶을 살아가면 된다.

이게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방법이었다.

그래서 김철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씻으면…….”

이때 커다란 환호성이 터졌다.

“니케!!”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천문석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집으로 달려갔다.

“니케? 니케가 여기에 왜…….”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천문석은 봤다.

특급 헌터가 달려가는 곳!

그늘진 대청마루 위, 바람에 갈대 발이 흔들리는 그곳에 새끼 다람쥐가 있었다!

“……!”

경악한 천문석은 새끼 다람쥐를 자세히 살폈다.

배가 볼록 솟은 채 잠든 새끼 다람쥐!

눈에 익은 작은 몸, 황금빛 줄무늬.

새끼 다람쥐는 그늘에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새끼 다람쥐 주위에는 해바라기 껍질과 씨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깨진 구슬 같은 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마안!?’

서울 옥탑방에 놓고 온 마안이 굴러다니고 있다고?!

특급 헌터 친구 니케가 맞았다!

서울에서 여기 제주도까지 날아왔다고?

저 새끼 다람쥐 진짜 각성 동물이었던 거야!

“와! 니케가 진짜 왔어?!”

류세연이 감탄하고, 김철수가 의아해 하는 순간.

“니케? 니케가 누군데!”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마당을 가로질러 마루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탁-

“니케!”

크게 외치더니 한달음에 달려가는 특급 헌터!

다다다닥-

특급 헌터는 대청마루를 달려가며 다시 한번 외쳤다!

“니케! 잘 왔어!”

키익-?

새끼 다람쥐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다다다, 쿵-

특급 헌터의 발에 밟히는 꼬리!

키이이이잌-

니케는 엄청난 고통에 단숨에 깨어났다.

“앗! 니케 미안해!”

이 순간 특급 헌터가 깜짝 놀라 휙- 발을 뗐고 이 발에 니케의 몸이 걸렸다.

팡-

발에 채인 니케는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대청마루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킥, 키킥, 킼킼-

정신없이 데굴데굴 구르기도 잠시, 니케는 대청 기둥에 머리를 세게 들이박았다.

쿠우웅-

작은 새끼 다람쥐가 부딪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소리만큼 커다란 고통이 전해졌다.

니케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머리를 잡고 외쳤다!

킥, 키키키킼-!?

‘어떤 놈이야!?’

이때 깜짝 놀란 특급 헌터가 친구에게 달려갔다!

“니케! 괜찮아?!”

-……!

이 익숙한 목소리는!

번쩍 고개를 든 순간 니케는 봤다.

복수 대상, 이상한 꼬맹이!

그리고 꼬맹이의 발아래 산산이 흩날리는 씨앗!

니케가 흉포하게 울부짖었다!

키킼키킼킼-!

‘맛있는 씨앗을 미끼로 놔서 잠들게 하고!’

키키킼킼키-!

‘잠든 사이에 기습 공격을 했구나! 이 교활한 꼬맹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꼬맹이를 바라보며, 니케는 두 팔을 활짝 펼치고 무시무시한 울음을 토해 냈다.

키키키, 킼킼키킼-!

‘아주아주아주! 아프게 물어 주마!!’

파아앙-

니케는 엄청난 속도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으으윽-

순간 대청 기둥에 박혀 있는 못에 털이 뒤엉키고.

키이잌-!

발버둥 치며 간신히 빠져나와 기둥을 타고 다시 뛰는 순간.

쾅, 쿵, 쿵-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들보에 연신 머리를 들이박았다.

잇따른 불운과 연인은 충격에 하늘이 빙빙 돌아 비실비실 떨어지는 순간.

“앗! 니케 위험해!”

휘익, 탁-

특급 헌터의 번개 같은 손이 니케를 붙잡았다.

갑자기 얼굴 앞에 나타난 손!

‘지금이 기회다!’

해롱해롱 정신이 없었지만, 니케는 재빨리 특급 헌터의 손을 물었다!

꽈드득-

“우히히힛-.”

특급 헌터는 참을 수 없는 간지럼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기분이 좀 이상한데……?”

니케는 다시 한번 세게 물었다.

꽈드드득-

“우히히히힛- 간지러워!”

특급 헌터는 다시 웃음을 터트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이상한데?”

-……

“신나게 웃는데…… 왜 화가 나려고 하지?”

-……

마침내 이상을 깨달은 특급 헌터가 니케의 작은 눈을 바라봤다.

“…….”

-……

작은 아이와 그 아이보다 작은 새끼 다람쥐,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특급 헌터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니케를 바라보며 물었다.

“니케, 지금 혹시…… 나 아파하라고 문 거야?”

니케는 깨달았다.

이상한 꼬맹이한테는 안 통하는구나…….

순간 끓어오르던 분노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눈앞의 이상한 꼬맹이가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니케는 고개를 휙휙 젓고는 울었다.

뀨-

“…….”

뀨뀨-

“…….”

뀨규뀨-!

“…….”

그러나 아무리 니케가 착하고 예쁘게 울어도 특급 헌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대청마루에서 특급 헌터의 기합과 호두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계속 터져 나왔다.

얍, 아얍, 얍얍얍-

따악, 따악, 딱딱딱-!

그와 동시에 슬픈 울음소리와 어쩐지 즐거워하는 울음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키킼, 키키키-

구으, 구으응-

띠딛, 띠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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