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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17화 (31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17화>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특이한 힘은 신성력도 자신이 경계하는 그 빛도 아니었다.

“희한하네. 이 힘은 뭐지? 힘의 연결과 발동이 특이한데?”

“각성하는 순간 지정된 계통에 있는 힘을 쓸 수 있다고?”

“혈인 마법, 선천 마력과도 다른데…….”

“누가 이런 힘을 만든 거지? 이렇게 만들 이유가 있나?”

“그냥 차원 속성 같은 건가?”

마법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잇달아 말하는 순간.

-흐흐흐흐흐흐흐흐

허신의 사념이 다시 한 번 밀려 왔다.

가볍게 손을 휘젓는 마법사.

밀려 오던 허신의 사념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마법사를 건너뛰어 뻗어 나갔다.

고개를 갸웃하던 마법사는 허신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쯧- 멍청한 녀석! 도망자의 기본이 안 됐네!”

도망쳤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숨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저 허신 놈은 천지 사방으로 사념을 뿌려 대고 있다!

저놈 저러다가 재수 없게 사념이 강자들에게 닿으면 아작이 난다.

시끄럽다고 허수 공간에 던져지거나, 혼백을 태우는 화로에 갇혀 장작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

허신(虛神)이라고 불린다고 자기가 진짜 신이라도 됐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건 경지에 오른 마도사와 기사.

제국의 마도왕, 군단장이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언제나 겸손하게 눈치를 잘 살피고 조심조심 살아야 하는 법이다.

언제나 위는 있는 법이고.

천공탑이 연결하는 수많은 차원에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정말로 많았다!

자신은 그것을 너무 늦게 천공탑으로 도망친 후에야 깨달았다!

순간 가슴속 화인처럼 남겨진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수십 개의 마탑을 먹고 황제 폐하 다음으로 별의 길을 오르는 것은 자신이라고 의기양양했을 때, 두 놈에게 동시에 뒤통수를 맞았다!

새로운 대마법을 준비하던 시기,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진 뒤통수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자신은 우연히 연 게이트에서 발견한 경이로운 마력 생명체를 떠올렸다.

무수히 많은 선천 마력회로가 겹쳐진 이 마력 생명체는.

그 어떤 차원, 결계 안에서도 숨 쉬듯 자연스럽게 빛이라 불리는 그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엄청난 대가를 요구했지만, 당장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정 안 되면 나중에 게이트를 닫아버리고 배를째면 된다!

자신은 살아남기 위해 이 마력 생명체와 계약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

마력 생명체는 마탑의 빛으로 구현한 대마법 공격조차 산산조각냈다!

마력 생명체의 도움을 받아 오히려 역공을 가해서 완벽히 승리했다!

그리고 자신은 완벽하게 파산했다…….

“빌어먹을! 젠장! 계약하지 않고 그냥 몸으로 때우는 건데!”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뼈저린 후회가 밀려 왔다.

계약 전에 계약 조건뿐만 아니라 계약 상대가 누군지를 정확히 파악했어야 했는데!

전투가 끝난 후 받게 된 무시무시한 청구서!

은근슬쩍 게이트를 닫아버리고 배를째는 순간, 계약한 마력 생명체들이 스스로 차원을 넘어 찾아와 진짜로 배를 쨌다.

마탑을 모조리 해체해서 통째로 들고 가고, 이 미친놈들이 엄청난 지연 이자와 마탑 해체 비용까지 청구해서 결국 천공탑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수십 년, 마법사는 천공탑을 오르며 이미 승천한 마도 황제 폐하를 찾았다.

이제는 정확한 이름을 아는 마력 생명체,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

그 차원 깡패 놈들한테 진 막대한 ‘부채를 탕감’해 주고, 자신에게 걸린 ‘차원 수배’를 풀어 줄 분은 마도 황제 폐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수십 년을 헤맸으나 황제 폐하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

“……젠장. 그런데 여긴 왜 이어진 거야?”

이제는 너무나 겸손하고 조심스러워진 마법사는 다시 한 번 은폐 마법장을 펼치며 고개를 갸웃했다.

“천공탑에 정식 입장한 게 아니라서. 인과가 이어진 차원에만 문이 열릴 텐데?”

자신이 온 이 차원은 특이했다.

마력장과 허신이 있지만, 마탑도 없고 신성력도 없다.

멀리서 허신과 싸우는 존재는 원대륙의 무공을 쓰고 있고, 이 거대한 건물과 강철의 배와 마차 모두 기억에 없는 문명이다.

이곳 차원에는 자신과 엮일 게 없어 보였다.

이때 문득 뇌리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왔다!

마법사의 시선이 북쪽으로 향하는 순간.

높은 산과 넓은 바다가 가로막고 있지만, 느껴졌다.

광역 스캔을 해야 정확할 테지만, 이 느낌은 분명히…….

“게이트?”

마법사는 바다 너머 거의 100여km 거리 육지에 있는 게이트를 느끼고 경악했다.

“뭐야? 게이트가 여기 왜 있어? 원대륙 무공이 있는데 게이트라고?”

“마탑이 없는데 게이트를 어떻게 열었어!? 뭐가 이렇게 뒤죽박죽이야!?”

순간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천공탑을 올라 도착한 그 어떤 차원보다 이곳은 엉망진창이었다!

“설마, 여기 계신 거 아냐!?”

마법사의 두 눈이 반짝였다.

이런 개판인 상황은 신마(神魔), 요마괴이, 옛 신과 이름 잃은 자, 이차원의 존재, 원대륙의 샤 등등으로 난장판이던 오래전 타대륙과 비슷했다!

이런 난장판이야말로 마도 패왕! 황제 폐하께 어울리는 차원!

순간 마법사의 가슴이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자신에겐 다른 마법사들과 다르게.

한 방에 이곳 차원에 마도 황제 폐하가 계신지 확인할 비법이 있었다!

‘바로 확인한다!’

마법사는 재빨리 인증 수인을 짚고, 짧은 지팡이를 꺼내 가볍게 움직였다.

파스스스스-

지팡이 안에서 모래가 흐를 때.

천지간에 가득한 마력장에 지팡이를 담갔다.

궁, 궁, 궁-

지팡이에서 마력장의 떨림이 느껴지는 순간.

마법사는 지팡이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너무 강해도 안 되고.

너무 약해도 안 된다.

재수 없으면 한 방에 훅 간다!

닿을 듯 말 듯, 있는 듯 없는 듯.

슬그머니 세계의 본질에 닿은 마력장에 낚싯대를 드리우듯 지팡이를 조심스레 담근다.

그리고 당장 터질듯한 폭탄을 다루듯 모든 정신력을 모아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조심 지팡이로 의념을 흘려 넣었다.

“마. 도. 황. 제. 개…….”

미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법사의 귀에 흐느끼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주세요. 사람이 깔렸어요.”

“제발, 누구라도 좀 도와주세요…….”

* * *

[…… 그렇게 그 사람은 스스로 21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모자이크된 얼굴, 변조된 음성이었다.

하지만 회색 시멘트 먼지로 덮인 몸과 음성에 담긴 떨림에서 그 긴박한 상황이 느껴졌다.

천문석이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호텔에서 구조된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끝났다.

화면에 다시 나타난 기자는 강철 와이어로 호텔 외벽에 매달린 곤돌라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곤돌라로 이곳 신라 호텔에서 수백 명의 고립된 투숙객을 구한 의인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재난 당국에서는 전문 구조인력과 응급대원을 파견해 의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색하고 있습니다. 신원불명 의인의 신원에 대해 아시는 게 있는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영상이 끝난 순간 강화영은 왈칵 울음을 터트렸고, 류세연은 당황한 얼굴로 천문석을 봤다.

“오빠. 설마 아니겠지? 철수 오빠가 그럴 리가 없잖아?”

“…….”

그래 그럴 리가 없었다!

철수 형의 지론은 야생연휴살타(我生然後殺他)!

남을 죽이건 살리건 ‘내가 안전한 게 우선이다.’이다!

철수 형은 때때로 위험을 무릅썼지만, 그 어떤 때에도 웃으며 집에 돌아올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철수 형이 구조작업 중에 매몰됐다고!?

“……!”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할 때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일 때였다!

천문석의 눈빛이 변한 순간, 류세연이 집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오빠! 잠시만 기다려! 자동차 바로 준비할게!”

“바이크 없어!? 지금 도로 사정 안 좋을 거야! 가능하면 바이크로……!”

천문석이 류세연을 따라 달리려 할 때.

쿠르릉-

언덕을 올라와 감귤 농장 앞에 멈춰 서는 화물차가 있었다.

그리고 화물차 조수석에서 누군가 내렸다!

“어, 잠깐만!”

얼핏 본모습에 천문석이 다급히 외친 순간.

화물차 반대쪽에서 남자가 꾸벅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안하게 왔네요. 저 이거 좌석이 엉망인데 청소비에 좀 보태서…….”

이 순간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

“어허허- 어르신, 손녀분 찾아온 손님에게 돈 받으면 큰일 나! 넣어 둬.”

“아니, 정확히는 그 손녀의 아는 오빠, 아니, 삼촌이 제 후배입니다.”

“몇 다리 건너 아는 사이라 이거지?”

“네 그렇긴 한데…….”

“됐으니 넣어 둬.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지. 난 저기 사람들 집으로 실어가야 해서 먼저 가 볼게.”

부으응-

화물차가 출발하자 차체에 가려졌던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와이셔츠, 양복바지와 구두.

이 위에 하네스와 구급함이 달린 벨트, 안전 헬멧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등에는 가방을 멨다.

이 모든 것이 회색 시멘트 먼지로 덮여 있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 남자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이때 남자의 시선이 강화 전투복을 입은 천문석에게 향하고 두 눈에 생겨나는 반가움.

마스크를 벗는 순간, 회색 먼지 가득한 얼굴에 생겨난 웃음.

김철수!

뉴스에서 매몰됐다고 했던 철수 형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철수는 손을 번쩍 들고 천문석에게 외쳤다.

“와, 문석아! 너 내가 오늘 무슨 일 겪었는지 상상도 못할 거다!”

* * *

김철수는 터벅터벅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와! 나 완전 끝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누굴 만났는지 들으면 깜짝 놀랄거야! 각성자! 그것도 그냥 각성자가 아니라…….”

그러나 김철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구두와 모노톤 원피스, 맞선 복장을 그대로 입은 채 다급히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화영씨? 어 화영씨가 여긴 왜?”

다시 만나지 못할 거로 생각한 사람의 등장.

김철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환하게 웃었다.

“화영씨!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꼭 할 말이 있었어요! 저 정말 죄송한데…….”

“철수씨!”

이때 강화영이 울음기 섞인 외침을 터트리며 몸을 던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꺄아아-

강화영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지는 순간.

“어, 어엇!?”

김철수는 반사적으로 강화영을 안으려다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어깨를 받쳤다.

꺄야아야-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다가 멈추는 순간.

강화영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이 비처럼 쏟아지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일 때.

김철수는 어느새 은근슬쩍 강화영을 잡았던 손을 놓고 멀어지고 있었다!

역시 철수 형!

저 엄청난 위기 감지 능력!

천문석이 감탄하는 순간.

어느새 김철수 뒤에 나타난 류세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철수 오빠…….”

“어, 류세연!”

김철수가 반가워할 때 류세연은 김철수의 등을 철썩 내리치며 앞으로 밀었다.

“오빠! 쫌!”

“앗 따거! 세연아 왜!?”

김철수가 등 떠밀려 강화영 앞에 서는 순간 옷깃을 잡아 오는 손.

“어떻게,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걱정시켜요!”

툭, 툭, 툭-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강화영이 힘없는 주먹으로 김철수의 가슴을 연신 두들겼다.

풀썩, 풀썩-

짙은 회색 시멘트 먼지가 솟구칠 때마다.

강화영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은 점점 더 굵어졌다.

“…….”

김철수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문석에게 눈으로 물었다.

‘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척하면 척.

듣지 않아도 김철수의 질문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천문석은 대답 대신 아까부터 쪼그려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올렸다.

“……큰일이야! 큰일이야! 엄청 큰일이야!”

“특급 쌩쌩이도 없고 세발자전거도 없어!?”

“알바! 세연! 우리 모두 엄청엄청엄청! 큰일 났어!”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말을 빌려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철수 형. 특급 헌터 말대로 엄청엄청 큰일 난 상황입니다. 흐흐흐-.”

“큰일 났다고? 그게 무슨……?”

천문석이 음흉하게 웃고, 김철수가 자신도 모르게 반문하는 순간.

특급 헌터가 손목에 찬 시계를 번쩍 들고 외쳤다!

“장민이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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