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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15화 (31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15화>

“잠시만 기다리세요!”

김철수는 다급히 외친 후,

두꺼운 방수포를 깨진 유리가 깔린 객실 안으로 던졌다.

풀썩-

방수포가 깔리자 아이를 안은 부부가 달려와 부인이 다급히 아이를 내밀었다.

“이 아이, 아이부터 받아주세요!”

그러나 김철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남편분부터 넘어오세요!”

“네!? 아니, 이 아이부터…….”

남편이 반문하는 순간 김철수는 남편의 손을 잡고 단숨에 곤돌라 위로 끌어올렸다.

“앗!”

남편이 넘어온 순간.

손을 내밀고 외치는 김철수.

“다음! 그 아이. 넘겨주세요!”

김철수는 울고 있는 5살 아이를 단단히 움켜잡아 건네받은 후 곤돌라에 올라선 남편에게 넘겼다.

“아이 받으세요!”

“괜찮아! 괜찮아…… 울지마! 엄마 바로 올 거야.”

당황한 표정의 남편이 아이를 건네받아서 달랠 때.

김철수는 바로 부인을 곤돌라 위 남편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가급적 움직이지 마시고! 한 손은 반드시 난간을 잡고 계셔야 합니다!”

김철수는 잇달아 태울 사람을 지목했다.

“다음! 거기 노인분! 남편분부터!”

“거기 커플분 남자분부터 넘어오세요!”

……

위급한 상황 김철수는 감정을 배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가족 커플 부부 단위,

혼자서도 균형을 잡고 버틸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을 먼저 곤돌라 위로 올리고,

아이, 여자, 고령자를 나중에 올려 다른 가족 구성원의 도움을 받게 한다.

커다란 대형 곤돌라 좌우에 골고루 사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원의 70% 정도가 찼을 때,

김철수는 창문 너머 객실을 향해 외쳤다.

“이분들 내려 주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공간도 많은데! 우리까지는 태워 줘!”

50대 장년인이 다급히 달려오는 순간.

휘익, 쿵-

소방 도끼가 섬뜩한 굉음을 울리며 객실 바닥을 내려치는 동시에 곤돌라가 내려갔다.

기이이이잉-

김철수는 커다란 소방 도끼를 들어 올리며 단호히 끊었다.

“절대 안 됩니다!”

정장에 하네스, 안전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방 도끼까지든 김철수의 위압적인 모습에 사람들이 움찔하는 순간.

기이이이잉-

대형 곤돌라는 21층 창에서 사라졌다.

빠르게 호텔 외벽을 타고 내려가는 대형 곤돌라.

휘이이잉, 쿵, 쿵-

거센 바람이 불고 곤돌라가 흔들릴 때마다 비명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꺄아아-

으아앙-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애가 무서워해요!”

“아이와 난간을 단단히 잡으세요! 달랜다고 난간 잡은 손 놓지 마세요!”

김철수는 같은 말만 할 뿐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기이이이잉-

그리고 곤돌라가 지상에 도착한 순간 사람들을 지목했다.

“거기 남편분, 청년분, 아저씨. 먼저 내리세요!”

위압적인 모습에 기가 질린 사람들이 내린 순간,

이들에게 건네지는 아이와 여자, 사람들.

엉엉 울고, 무서워하고, 당황했지만,

김철수는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달래 주지도 어르거나 안심시키지도 않았다.

“내려갑니다!”

“입 열지 마세요!”

“단단히 잡으세요!”

위기 상황 김철수는 냉정하고 효율적으로 필요한 말만 하며 짐을 내리듯 순식간에 사람들을 모두 내렸다.

으아, 으아아-

“땅, 땅이야!”

“살았어, 살았다!”

긴장이 풀린 사람들이 주저앉고 감격에 겨워 외치는 순간.

기이이이잉-

대형 곤돌라는 어느새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름이 뭔가요!? 꼭! 사례하겠습니다!”

곤돌라에 처음 탄 남편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김철수는 소방 도끼로 도로를 가리키며 외쳤다.

“마수나 몬스터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대피부터 하세요!”

기이이이잉-

사람들을 내려놓은 대형 곤돌라는 순식간에 21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10여 명의 사람을 태우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지상과 21층을 4번 왕복했을 때.

김철수는 마지막으로 곤돌라에 탄 사람들에게 확인했다.

“모두 타신 거 맞나요? 남은 사람 없습니까.”

곤돌라에 주저앉은 10여 명의 남녀가 서로를 봤다.

안면 있는 일행인 듯 시선을 교환하더니 하나둘 입을 열었다.

“……다 탔어요!”

“바로 내려가요!”

“급해요! 빨리 내려 주세요!”

회색 먼지로 뒤덮인 사람들이 불안한 얼굴로 소리쳤다.

김철수는 바로 곤돌라 하강 버튼을 눌렀다.

기이이이잉-

대형 곤돌라가 내려가는 순간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들.

하아, 하아아-

주저앉은 여자들이 한숨을 쉬며 파르르 몸을 떠는 순간 한 남자가 방수포를 집어서 건넸다.

“이거라도 덮어.”

김철수는 바로 제지했다.

“위험합니다. 곧 내려가니까. 난간에서 손 떼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그냥 참으세요!”

단호한 말투에 기가 질린 남자가 고개 숙일 때,

김철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수와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 호텔 안에 고립된 사람들을 모두 구했다.

게다가 거대 괴수와의 전투도 아군의 압도적인 우세다.

하지만 항구에서 새어 나온 마수와 몬스터가 도로를 타고 시가지로 하나둘 스며들고 있었다.

이제는 헌터 부대가 거대 괴수를 처리하고 시가지로 스며든 마수와 몬스터를 정리할 때까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했다.

이때 문득 저 난장판으로 달려간 대학 후배가 생각났다.

천문석.

‘너 괜찮냐?’

난장판을 바라보며 생각한 동시에 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많은 알바를 같이한 동지이자,

김철수 사무실의 부사장 겸 헌터 천문석.

자신이 아는 천문석은 이상할 정도로 운이 없지만,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귀신같이 빠져나올 녀석이었다.

아마도 엉망이 된 모습으로 나타나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와! 철수형! 제가 오늘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도 못할 겁니다!’

김철수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을 때.

비명 섞인 작은 외침이 들려왔다.

“여기 사람 있어요!”

“가지 마세요!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깜짝 놀라 고개를 든 순간 얼굴에 떨어지는 핏방울!

까마득한 위, 21층!

자신이 뚫어 놓은 21층 창밖으로 한 여자가 피투성이 팔과 얼굴을 내민 채 외치고 있었다!

김철수의 시선이 곤돌라에 주저앉은 사람들을 훑었다.

흠칫 놀라 몸을 덜덜- 떠는 사람들.

“나는, 나는…….”

“아니에요…… 정말 몰랐어요!?”

“어서, 어서 우리부터 내려 주세요! 제발요!”

……

변명을 쏟아 내면서도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차마 고개 들어 위를 보지도 못한다.

김철수가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았을 때,

“……기다려 주세요…….”

외침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지고 창밖으로 뻗은 손이 힘없이 툭 내려졌다.

이때 곤돌라는 7층을 지나 내려가고 있었다.

“…….”

“…….”

기이이이잉-

질식할 것 같은 침묵 속에서 곤돌라를 움직이는 전기 모터음만 들려왔다.

사람들의 두려움 가득한 시선이 소방 도끼를 든 김철수에게 모였다.

그러나 김철수는 이들을 질책할 마음도,

여기서 다시 곤돌라를 위로 올릴 생각도 없었다.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평범하게 이기적이고, 평범하게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에게 이들을 비난할 권리 같은 건 없었다.

“…….”

헬멧과 마스크를 써 표정을 알 수 없는 김철수는 말없이 서 있었고 곤돌라는 계속 지상으로 내려갔다.

지상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두려움 가득한 시선이 누그러지고 파르르 떨리던 몸도 점차 진정됐다.

그리고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복잡한 표정과 두 눈에서 줄줄 흐르는 눈물.

“으아- 드디어!”

“이제 집에 간다!”

“젠장, 젠장. 으아아-.”

……

곤돌라에 탄 사람들이 억눌린 감정을 터트리는 이 순간.

덜컹-

2층을 지나 지상으로 내려가던 곤돌라가 멈췄다.

“어……?”

“저기 왜 지금?”

“아저씨. 아직 지상이 아닌데요?”

……

의아한 시선이 모이는 순간,

김철수는 소방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뛰어, 새끼들아.”

자신에게 이들을 비난할 권리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똑같이 좆 같이 대해 줄 수는 있었다.

* * *

으아악-

꺄아아-

꺼어억-

흑, 흐으윽-

……

비명과 울음을 뒤로하고 빠르게 상승하는 곤돌라.

곤돌라는 순식간에 21층에 도착했고,

김철수는 뚫어 놓은 창문 안 바스러진 유리 위에 기절한 여자를 발견했다.

김철수는 바로 곤돌라에서 객실로 뛰어들어갔다.

기절한 여자를 침대로 옮기고,

먼지와 피가 말라 굳은 얼굴에 물을 떨어뜨렸다.

뚝, 두둑-

“정신 차려 봐요! 여기 혼자입니까!? 남은 사람 더 있어요!?”

으, 으으으-

여자가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릴 때,

김철수는 재빨리 여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과 팔다리 옷에 가득한 회색 먼지,

머리에서 흐르다 굳은 피와 손에 남겨진 찰과상, 맨발에 남은 자상!

이 모든걸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이 회색 먼지는 시멘트 먼지다!

붕괴사고로 머리에 무언가를 맞고 기절했다가,

곤돌라 소리를 듣고 정신없이 맨발로 달려왔다.

그러고 보니 곤돌라에 마지막에 탄 사람들의 옷에도 회색의 시멘트 먼지 흔적이 있었다.

비슷한 나잇대의 젊은 남녀.

붕괴사고로 친구가 깔리자 구할 엄두를 내지 못한 건가?

문제는 붕괴사고로 깔린 게 이 여자 한 명뿐이냐는 것!

김철수의 시선이 신음을 흘리는 여자의 손으로 향했다.

각종 노가다 일을 한 김철수는 여자의 손에 남겨진 찰과상 흔적을 바로 알아봤다.

이 상처는 밀어낸 게 아니라 당겨서 난 상처였다.

감이 왔다.

무너진 잔해를 들어 올리다가 난 상처다!

“으으으- 여기가 어디? 언니! 언니는!?”

이때 여자가 정신을 차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직 호텔 21층입니다. 언니분, 어디 있습니까?”

“2101호. 제발 언니……!”

후두둑-

김철수는 구급함에서 붕대와 외상약을 꺼내 침대 위에 떨어뜨리고 바로 움직였다.

“우선 상처 치료하고 기다리세요!”

“잠시, 잠시만…… 같이!”

단숨에 객실 밖으로 나와 2101호를 찾아 달리는 김철수.

통로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핏방울을 따라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2101호를 찾았다.

바로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거실이 보였다.

북쪽 한라산이 한눈에 보이는 통짜 유리창.

흑단목 책상과 의자, 책이 가득 꽂힌 책장.

호텔 객실이라기보다는 사무실 같은 방 전체에 회색 먼지가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 먼지 가득한 거실을 가로지르는 핏방울!

핏방울은 거실 오른쪽 방으로 이어졌다!

‘저기구나!’

김철수는 핏방울이 이어진 방으로 달려갔다.

천장이 무너져 내려 침대와 가구를 덮친 상황.

침대와 가구, 집기가 지지대가 되어 커다란 시멘트 덩어리들을 받치고 있었다.

커다란 시멘트 덩어리 사이로 핏자국이 쓸린 흔적이 보였다.

‘여기서 나왔다!’

김철수는 플래시를 꺼내 구멍 안을 비췄다.

순간 힘없이 고개를 드는 얼굴 보였다!

“누구……?”

“구조하러 왔습니다! 크게 움직이지 마시고. 공간 있는지 확인 가능하십니까?”

“팔이랑, 몸은 움직이는데. 발이 어딘가에 낀 것 같아요.”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답하던 여자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깜짝 놀라 외쳤다.

“동생! 동생이 같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아요!?”

“진정하세요. 동생분은 안전합니다! 우선 이걸로 다리 쪽 확인해 보세요.”

김철수는 플래시를 구멍 안으로 던져 넣었다.

타탁-

플래시를 받는 순간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다리를 비추는 여자.

‘위험한 상황인데도 신중하고 침착하다.’

내심 안심한 김철수는 여자가 다리를 확인하는 동안 방안을 다시 확인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위치를 무너진 잔해 아래에 그려 보자,

발이 있을 위치, 잔해 사이로 튀어나온 침대 모퉁이가 보였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언니! 언니!”

어느새 절뚝이며 달려와 무작정 구멍 안으로 몸을 밀어 넣는 여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김철수는 바로 여자를 구멍에서 빼내고 안을 확인했다.

“발목이 침대 아래 깔렸어요. 이제 기억이 나요! 집기가 쏟아져서 동생이랑 침대 아래로 들어가는데 천장이 무너졌어요!”

“다리 말고 다른 몸은 움직일 수 있나요? 기어 나오실 수 있을까요?”

김철수는 여자의 위치와 무너진 잔해를 번갈아 살피며 물었다.

“네! 공간도 있고. 움직일 수도 있어요! 발목만 빠지면 혼자서도 나갈 수 있어요!”

김철수는 머리를 굴렸다.

위험한 붕괴사고 현장,

평소라면 지지대를 세우고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낫다.

그러나 지금은 거대 괴수가 나타난 위급상황.

언제 구조대가 올지, 그리고 언제 다시 거대 괴수의 공격이 시작될지 몰랐다.

가능한 한 빨리 빼내는 게 낫다.

마음의 결정을 한 김철수는 구급함에서 로프를 꺼내 고리 매듭을 만들어 구멍 안으로 던져 넣었다.

“고리 안에 어깨와 상체를 넣으세요!”

“알았어요!”

“동생분!”

“네, 네!”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여자에게 반대쪽 로프를 건네고 두 자매에게 설명했다.

“제가 신호하면 언니분이 앞으로 기면서 동생분에게 신호하세요! 동생분 언니가 신호하면 전력으로 당겨야 합니다!”

“알겠어요!”

“네, 네!”

두 사람이 대답하는 순간,

김철수는 방 가장자리로 빙 둘러 침대 모서리가 튀어나온 부위로 이동했다.

주저앉은 침대 위 시멘트 덩어리가 가득 쌓여 있다.

커다란 덩어리들이 서로 맞물려 힘이 분산된 상태.

혹시라도 무너지면 엄청난 무게가 내리누르게 된다!

모두 치우고 빼낼 수는 없었다.

김철수는 침대를 내리누르는 자잘한 시멘트 덩어리들만 조심스레 빼냈다.

곧 모습을 드러낸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

다행히 철과 나무를 같이 사용한 프레임이다.

김철수는 프레임을 잡고 지그시 힘을 줬다.

꽈드드득-

손끝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순간.

감이 왔다.

‘할 수 있다!’

이때 무너진 잔해 아래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준비 끝났어요!”

“제가 드는 순간 바로 나와야 합니다! 오래 못 버텨요! 길어야 10초에서 20초입니다!”

“네. 준비됐어요! 할 수 있어요!”

“동생분 준비되셨나요!?”

“네, 신호 오면 바로 당길게요!”

두 사람이 대답하자,

김철수는 바로 외쳤다.

“하나에 당기세요! 셋, 둘, 하나!”

으아아아악-

이를 악물고 힘을 줘 프레임을 들어 올리는 순간.

쿠르르-

콘크리트 잔해가 비틀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전신에 터질듯한 무게가 걸렸다.

순간 툭-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오고 정신없이 끈을 잡아당기는 여자가 보였다.

콰드드득-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당장이라도 부러질듯한 엄청난 무게!

복압에 허리띠가 찢어질 듯 허리를 조이고,

몸에 채워진 하네스가 전신을 파고들었다.

핑-

현기증이 도는 순간.

후드득-

쏟아지는 코피!

그러나 침대 프레임을 들어 올린 김철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힘든 건 익숙하고,

참는 것도 익숙했다.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이 순간 김철수는 힘들 때면 하던 말을 외쳤다.

“할 만하다!”

으아아악-

김철수가 악을 쓰는 동시에,

구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머리!

곧 목과 등, 다리가 나오고 축 늘어진 발이 완전히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김철수는 들고 있던 침대 프레임을 놨다.

콰아아앙-

이 순간 층 전체를 울리는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무슨!?”

“어, 어어!?”

구멍에서 빠져나온 자매가 넋 나간 얼굴로 주위를 볼 때,

김철수는 몸을 날리며 외쳤다.

“거실! 창문 앞! 책상 밑으로 달려! 거대 괴수 염동포탄! 북쪽 거실 창문이 사각지대…….”

콰아아아아-

이 순간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지고, 와르르- 남은 천장이 무너졌다.

쿵-

안전 헬멧을 대리석 덩어리가 때리고,

후드드득-

자잘한 콘크리트 조각들이 전신을 두들길 때.

김철수는 잔해를 밟고 문을 향해 몸을 날리며 외쳤다.

“할 만하다!”

콰아아앙-

이 순간 문에서 회색 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쿠우웅, 쾅, 쾅-

그리고 21층 천장 곳곳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두 자매는 흑단목 책상 아래로 간신히 몸을 던졌다.

그리고 시멘트 먼지를 토해 내는 문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무너진 자재로 순식간에 막혀가는 문.

“어서! 어서 나오세요!”

“제발, 제발, 제발……!”

두 사람이 간절히 기원했으나, 문이 완전히 막힐 때까지 김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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