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14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선 한여름 투명한 햇빛이 쏟아지고.
휘이이이잉-
도로 주위 숲에선 풀 내음 가득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속도감!
파아아아앙-
묵직한 철제 자전거가 바람을 가르고 쏜살같이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와아아- 바람 시원해!”
“엄청 빨라! 알바! 더 빨리빨리! 얍, 얍-.”
류세연과 특급 헌터가 환호성을 터트릴 때.
천문석도 두 팔 벌려 이 순간을 즐겼다.
탁 트인 도로를 내려가는 지금.
가슴 가득 차오르는 바람이 시릴 정도로 시원하다!
이 순간 천문석도 탄성을 터트렸다.
이야호-
뒤이어 들려오는 짐칸 꼬맹이들의 탄성.
우와아아-
이야압, 얍, 압-
그러나 인생이 그러하듯 기쁨의 순간은 언제나 짧은 법.
내리막은 금세 끝나고 감귤 농장이 있는 산 중턱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아찔하고 장대한 오르막길이!
으아아악-
천문석은 괴성을 지르며 폭발적인 힘을 끌어냈다!
“특급 알바! 힘을 내! 우린 할 수 있어!”
“삼촌! 힘을 내! 이 언덕만 넘으면 집이야!”
‘어이없는 녀석들! 힘내라고 하지 말고! 짐칸에서 좀 내려!’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애써 끌어올린 힘이 연기처럼 흩어질 것만 같았다!
특급 헌터와 류세연.
진짜 꼬맹이와 정신연령 꼬맹이의 어이없는 격려를 들으며,
천문석은 마지막 내력을 끌어올려 페달을 밟았다!
휘이익, 휘이이익-
무거운 철제 자전거가 다시 한 번 가속해 언덕을 치고 올라갔다!
휘잉, 휘잉, 휘잉-
헉, 헉, 허억-
바퀴가 회전하는 순간 효과음 들어가듯 입에서 터져 나오는 가쁜 숨!
호텔, 도로, 해수욕장, 항구로 이어진 격전,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와 마신의 강림체와의 전투로 혹사당한 몸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난 알바 천문석이다!
100포대가 넘는 20kg 소독 모래를 순식간에 키즈 카페 3층까지 옮긴 알바의 달인!
“으아악- 난 할 수 있다!”
천문석이 외친 순간.
우와아아-
“할 수 있어요!”
“힘을 내요! 화이팅!”
“이야! 셋이나 태우고 여길 올라와!?”
……
언덕을 내려오는 자동차와 화물차, 버스에 가득 탄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감귤 농장으로 대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들 중 몇몇이 짐칸에 탄 류세연을 알아봤다.
“임 어르신 댁. 세연 아씨!?”
“뭐, 회장님 손녀분이라고!?”
“앗! 아까 그분! 구해 주신 거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사방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회장님께 꼭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세연 아씨 덕에 손녀가 무사해요.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임옥분 감귤만 먹을게요! 꼭 할머님께 전해 주세요!”
……
박수와 환호성, 사람들의 즐거운 함성이 쏟아지는 순간.
짐칸에서 벌떡 일어선 특급 헌터는 양손을 번쩍 들고 사방을 향해 외쳤다.
“안녕하세요! 특급 헌터입니다! 감사합니다!”
“부가티 헌터 미니는 훌륭한 특급 쌩쌩이에요!”
“얘들은 특급 사슴이! 특급 반짝이입니다!”
구으으-
띠디딛-
이렇게 차량 행렬을 지나치는 순간.
특급 헌터의 환호성이 터졌다!
“감뀰! 흑돼지! 흑돼지가 저기 있어!”
그리고 마침내 보였다.
임옥분 여사님의 감귤 농장이!
이야아아압-
천문석은 기합을 지르며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휘잉, 휘잉, 휘잉-
미친 듯이 질주하는 철제 자전거가 단숨에 감귤 농장으로 들어갔다!
차아아악-
철제 자전거가 멈춘 순간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짐칸에서 펄쩍 뛰어내리며 외쳤다.
“알바는 역시 특급 알바야! 엄청 재밌었어! 우히힛-.”
“삼촌은 역시 특급 삼촌이야! 엄청 재밌었어! 크크큭-.”
“헉, 허억- 와, 이런! 특급 꼬맹이 놈들!”
천문석이 숨을 몰아쉬며 어이없음과 분노를 터트린 순간.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친한 오누이처럼 신나게 달려갔다.
“크크킄크- 이 자전거는 내가 가져다 놓을게. 삼촌 얼른 씻고 와!”
“카캬캌카- 알바! 빨리 와! 우리 폭포 들어가야지!”
으아앗-
이때 들려오는 특급 헌터의 다급한 외침.
수많은 화물차와 버스, 장갑 SUV가 운행하며 바닥이 패여 자잘한 돌부리가 드러나 있었다.
특급 헌터가 돌부리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이야아압-
그러나 기합을 지르는 순간, 특급 헌터는 빙글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해 내려섰다!
쿵-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 꼬맹이 장난 아닌데!?”
“우와- 그게 어떻게 되냐?”
“저걸 저렇게 넘어가네!?”
그리고 특급 헌터에게 모인 시선이 곧 류세연에게로 움직였다.
“앗 세연 아가씨!”
누군가 외친 순간.
감귤 농장으로 대피한 사람들, 무장한 병력과 헌터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와아아-
“세연 아가씨가 왔다!”
“우리 구해 주신 분!?”
“아까는 감사합니다!”
……
이 순간 류세연은 특급 헌터를 번쩍 안아 들었고,
특급 헌터는 유세하는 정치인처럼 쏟아지는 사방에서 전해지는 환호성을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이때 멀리 임옥분 여사의 저택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초조한 얼굴로 달려 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세연아!”
“어, 화영 언니?”
류세연은 사촌 언니 강화영을 보고 의아해했다.
“화영 언니? 아직 집에 안 간 거야?”
강화영은 류세연의 옷깃을 움켜잡고 외쳤다.
“세연아! 철수, 철수씨랑 같이 안 왔어!? 문석씨. 철수씨! 철수씨는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다급한 강화영.
천문석은 재빨리 강화영에게 다가가 안심시켰다.
“걱정하실 거 없어요. 철수형. 재수가 좀 없어서 그렇지. 어디 가서건 다치고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기다리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타나서는…….”
흠, 흠-
천문석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김철수를 흉내 냈다.
“‘와, 문석아! 너 내가 오늘 무슨 일 겪었는지 상상도 못할 거다!’ 이렇게 말할 사람입니다. 철수형을 몇 년이나 겪은 제 직감이 말하고 있어요. 99% 확실합니다!”
그러나 천문석의 단언에도 강화영은 발을 동동 구르며 스마트폰을 연신 두들겼다.
“아니에요! 지금 큰일. 정말 큰 일 났단 말이에요! 아까 잠깐 연결됐을 때 봤어요! 왜 인터넷 연결이 안 돼!?”
류세연은 사촌 언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지금 마력장 교란 현상 때문에 무선 통신 연결 간헐적으로만 돼. 언니, 진정해. 철수 오빠 다치고 그럴 사람이…….”
이때 특급 헌터가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내가 연결해 줄 수 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특급 헌터는 강화영의 휴대폰을 받아 차고 있던 시계와 접촉했다.
그리고 시계에 손가락을 올리고 외치는 순간.
“켜져라! 얍!”
띠디디디디디-
특급 헌터의 시계에서 미수신 통화 알림음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앗, 아앗! 큰일이야! 큰일 났어! 특급 쌩쌩이가 없는데! 어떡하지!?”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특급 헌터가 안절부절못할 때.
강화영의 스마트폰이 무선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됐다.
강화영은 재빨리 포탈 메인에 뜬 기사로 들어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신라 호텔 21층 붕괴!]
류세연이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철수형. 곤돌라 타고 이동했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21층에서…….”
순간 강화영은 기사를 스크롤 해서 사진을 확대했다.
한 가닥 와이어로 공중에 매달린 눈에 익은 곤돌라.
이 곤돌라 구석에 정장 상의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기사에 첨부된 구조된 사람의 인터뷰 영상이 재생됐다.
[,헬멧과 마스크를 써서 얼굴은 보지 못했어요. 소방 도끼로 창문을 깨고 곤돌라로 구해 주셨어요. 그분 덕에 빠져나온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에요. 그렇게 지상에 내려왔는데. 갑자기 컨테이너가 날아와서…….]
소방 도끼!
곤돌라로 구조!
……
천문석과 류세연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을 생각했다.
철수형!
철수 오빠!
이때 영상에서 들려오는 기자의 목소리.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처음부터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엘리베이터도 막히고 비상계단도 열리지 않아서…… 21층에 고립된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어요.]
[남편이 사람들이랑 비상계단 문을 뚫을 때, 저와 다른 몇 명이 커튼과 이불을 모아서 끈을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21층 창밖에서 생각지도 않은 진동이 느껴졌어요.]
* * *
쿵, 쿵, 쿵-
김철수는 안전 유리창을 두들기며 외쳤다.
“창문 뚫겠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유리가 튀면 위험합니다!”
21층은 완전 밀폐형 객실이었다.
갑자기 들려온 진동과 창밖에 나타난 사람.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만들던 이들은 김철수를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창으로 달려왔다.
“ㅁㅁㅁㅁ ㅁㅁ!”
“ㅁㅁ ㅁㅁㅁ!’
……
무언의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고 서로 부둥켜안는 사람들.
이들의 손에는 이불과 커튼을 엮어 만든 긴 로프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21층이다.
이 정도 높이면 완강기를 타고 내려가기도 쉽지 않았다.
저런 간이 로프를 잡고 내려가는 건 불가능했다.
김철수는 재빨리 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을 훑으며 계산을 했다.
창 바로 앞에 5명,
침대 위에 아이들 7명,
그리고 넓은 거실 너머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21층 이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고립됐구나!
감을 잡은 김철수는 사람들을 어떻게 빼낼지 계산했다.
변수가 많은 아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를 우선.
혹시 모르니 10명 내외만 태워 왕복하는 거로 한다.
끄으으, 끄으으으-
김철수는 소방 도끼로 유리창에 금을 넣으며 힐끗 해안 방향을 살폈다.
쿵, 쿵, 쿵-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마력 포탄의 육중한 굉음이 울리는 순간.
콰아앙, 쾅, 쾅-
촉수를 늘어트린 거대 괴수의 육체에서 폭음과 불꽃이 터진다.
군함과 전차, 헬기.
아군이 거대 괴수를 압도하는 상황!
염동포탄을 날리던 거대 괴수는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김철수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당장이라도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고,
한시라도 빨리 이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예감이 들었다.
끄으으윽-
이때 안전 유리창에 직사각형으로 새겨넣은 금이 끝났다.
“뒤로 물러나세요! 이 유리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해서! 안으로 멀어 넣어야 합니다!”
김철수는 창문에 붙은 사람들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며 연신 외쳤다.
한참을 외치자 손짓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김철수는 바로 움직였다.
이야얍-
쿵, 쿠쿵, 쿵-
기합과 함께 소방 도끼 자루로 밀듯이 내리찍는 순간,
와그작 깨져나간 안전유리가 직사각형 금을 따라 객실 안으로 넘어갔다.
촤아아앙-
필름이 붙은 안전유리가 객실 바닥에 쏟아지는 순간 터져 나온 외침!
“열렸다!”
“모두 빨리 움직여요!”
“아이! 우리 아이부터!”
……
21층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뚫린 창문 앞에 있는 대형 곤돌라를 향해 일제히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