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13화 (31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13화>

“어떻게 이런 일이!”

바라카스가 경악하는 순간.

허신의 강림체에서 음산한 사념이 퍼져 나왔다.

-흐흐흐흐흐흐흐

사념이 정신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광기!

바라카스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 녀석이 이대로 풀려나면 끝장이다!

인과가 얽히고 업이 쌓여 하늘의 저울이 기울었다.

지금이라면 허신이 본체의 힘을 몇 배나 끌어 낼 수 있었다!

설령 자신이 죽는다 해도 분노한 허신을 세계에 풀어 놓을 수는 없다!

바라카스는 최후의 방법을 준비했다.

이때 하늘로 날아오는 물체들이 있었다.

쐐애애애액-

이 물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올라 터지는 순간.

파아아아앙-

붉은 섬광이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천천히 땅으로 떨어졌다.

곧 허신의 강림체가 주위 하늘이 환하게 밝혀지고, 그 바로 아래 호수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경계 지대의 호수에 정체불명의 괴수 출현!”

“반발장, 마력장 패턴이 거대 괴수와 사념체의 중합체!”

“어떻게 대응합니까!?”

……

바라카스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오는 곳을 본 순간 깨달았다.

강철의 마차와 폭발하는 마력탄!

바다와 섬에서 같이 싸운 사람들과 비슷한 장비와 복장의 사람들이 호수 주위에 가득 깔려 있다.

얼굴색과 언어, 복장과 장비는 조금씩 다르지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들과 같은 군인이다!

그러나 지금 허신은 분노한 상황, 전투가 시작되면 얼마나 큰 피해가 일어날지 모른다.

바라카스는 온 힘을 다해 이들에게 도망가라고 외치려 했다.

이때 천천히 떨어지던 허신의 강림체가 호수에 닿았다.

파아아아아아-

허신의 강림체가 호수에 닿는 순간 발생한 충격파.

거대한 충격파에 호숫물이 해일처럼 일어나 사방으로 밀려 나갔다.

바라카스는 쏟아지는 호숫물을 맞으며 재빨리 수인을 짚었다.

그리고 샤의 힘으로 무사인 카이류를 부르려는 순간 진동이 느껴졌다.

두드드드드드-

빠르게 가까워지는 익숙한 진동, 말이 달리는 소리!

곧 진동이 느껴지는 방향에서 20여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이 순간 호숫물을 뒤집어쓴 군인들이 다급히 외쳤다.

“이글 원 출현! 이글 원 출현!”

“왜 여기까지!? 경계 밖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데!?”

“모두 바로 빠진다!”

“총구 방향 주의, 포구 방향 주의!”

“사선이 향하게 해선! 절대 안 된다!”

……

부아아아앙-

장갑 차량에 탑승한 군인들이 다급히 외치며 도망치듯 사라지는 순간.

쿵-

바라카스의 심장이 크게 진동하고, 시선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이들에게 고정됐다.

말을 탄 20여 명의 사람!

갑옷과 검, 망토와 투구.

통일되지 않은 장비를 갖춘 이 사람들은 사냥을 나온 귀족 기사들처럼 보였다.

이들 중 한 명에게서 너무나 강렬한 인과의 얽힘이 느껴졌다!

발도는 깨달았다.

자신의 도약은 실패하지 않았다.

인과의 얽힘이 느껴지는 저 사람!

저 사람이 그였다.

오래전 바람 사막에서 만났고, 지금은 제국 군단과 천공탑을 오르고 있을 그.

“비제우 검공!”

바라카스가 외친 순간, 말을 타고 달려 오던 이가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순간 투구 너머에서 별처럼 빛나는 두 눈!

바라카스 눈과 비제우 검공의 눈이 마주쳤다.

“……!”

비제우는 바라카스를 바로 알아봤다.

오래전 천공탑을 찾아 바람 사막을 헤맬 때, 천공탑으로 가는 길을 인도해 준 신비한 인물.

바라카스!

비제우의 시선이 바라카스의 발아래, 호수에 처박힌 몸을 일으키는 촉수 덩어리로 향했다.

쿵, 쿵, 쿵-

-흐흐흐흐흐흐

순간 촉수 덩어리에서 쏟아지는 정신파와 사념!

비제우는 이 촉수 덩어리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혼백으로 스며들려는 정신파, 영혼을 타락시키려는 사념.

천공탑을 오르며 몇 번이나 상대한 적!

“허신의 강림체!”

비제우 검공이 외치는 순간, 같이 달리는 기사들도 외쳤다.

“허신의 사도!?”

“하- 이놈들 없는 곳이 없어!”

“악신의 찌꺼기가 또 나타났구나!”

그리고 뻗어 나오는 폭풍 같은 기세!

적의 정체를 알았음에도 이 기사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세와 전의를 끌어올리며 검에 손을 올렸다.

이 순간 바라카스의 가슴이 거세게 요동쳤다.

사방에서 몰려 오는 20여 명의 기사.

이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뻗어 나오는 폭풍 같은 기세!

이 기세에 파괴적인 빛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오로라처럼 대기를 물들이는 파괴적인 빛!

오러, 경지에 달한 기사의 힘.

이들은 제국 기사, 마도 황제의 제국 군단이다!

* * *

호숫가에 닿는 순간, 기사들은 검을 빼 든 채 일제히 몸을 날렸다!

오러의 폭풍을 휘감은 20여 명이 기사들이 외쳤다.

“비제우! 막내! 네가 소환해라!”

“그래! 우리는 사령관 오기 전에 간만에 손맛 좀 봐야겠다!”

“이놈들이! 어디서 소중한 신입 기사님한테 반말이야!”

“그럼 너만 존댓말 하던가?”

으하하하하-

기사들이 왁자한 웃음을 터트리며 돌진할 때.

로브를 걸친 기사가 다급히 말에서 내리며 외쳤다.

“야, 이 꼴통 새끼들아! 기다려! 전쟁 규범 몰라! 기소, 구형, 선고해야지!”

“야, 사법 기사! 네가 대충 알아서 해!”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전투가 시작됐다.

허신의 강림체 곳곳에 달라붙어 오러 가 실린 검으로 강림체를 공격하는 기사들!

으하하하-

미친 듯한 괴성이 터지고 오러의 빛이 움직일 때마다.

콰아앙-

촉수가 폭발하고 체액이 끓어올랐다.

파아아앙-

호수의 물이 파도치듯 휘몰아치고, 산산이 흩어져 비가 되어 쏟아졌다.

기사들은 오러 가 실린 검을 뿌리며 연신 감탄했다.

“이야! 이거 누가 완전히 다져 놨는데!?”

“와- 여기 상처 봐! 쉽게 회복하지 못하게 오러로 얼려 놨어!”

“여기는 뇌전으로 지져 놨어! 마법인가!? 어, 이 뇌전 뭔가 느낌이 익숙한데?”

“무식한 새끼 오러 가 아니라. 내력으로 한 거잖아!”

……

“기다리라니까! 이 꼴통 새끼들이!”

사법 기사는 소리치며 로브 안에서 책을 꺼내 펼쳤다.

순간 저절로 넘어가는 페이지.

촤라라라라락, 탁-

저절로 넘어가던 페이지가 멈추는 순간 텅 빈 페이지가 드러났다.

사법 기사는 재빨리 인증 수인을 짚고 인증 파문을 퍼트렸다.

웅, 웅, 웅, 웅-

수인을 짚은 손에서 퍼져 나가는 인증 파문과 허신의 마력장이 연결되는 동시에 빈 페이지에 빛이 스며들었다.

순간 빈 페이지 가득 떠오르는 문자들!

사법 기사는 페이지를 짚으며 재빨리 외쳤다.

“3급 허신. 오래된 바다.”

“해안 도시 12곳 파괴 행위, 어선 124척 침몰…… 폭풍해 관리 유배형 중. 본체의 68% 소멸 후 도망…….”

“어족 자원 보호에 이바지 한 점이 인정돼서…….”

“뭐? 어족 자원 보호? 아니, 뭔 판결이 이따위야!?”

사법 기사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다급히 외쳤다.

“야, 걔 죽이면, 아니 소멸시키면 안 돼! 적당히 연결 끊길 정도로만 때려!”

사법 기사가 선고 후 책을 덮는 순간.

탁-

인증 파문으로 연결된 마력장이 왜곡되고, 왜곡된 마력장이 강림체를 옭아맸다.

이 순간 오래된 바다는 갑자기 나타난 이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제국 기사!

마도 제국의 기사들이다!

생각지도 못한 적의 등장에 허신이 경악한 순간.

콰아아앙-

솟구친 파도를 뚫고 날아온 거대한 검이 강림체를 꿰뚫었다!

-크아아아아아

분노한 허신이 강대한 사념이 담긴 정신파를 터트리려 할 때.

두드드드드드드-

사방에서 말 달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허신, 오래된 바다는 느꼈다.

하나로 뭉쳐 대지와 하늘을 일그러뜨리는 강대한 힘!

새로 나타난 저 백여 명의 기사가 모두 경지에 달한 제국 기사들이다.

이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저주스러운 이름.

제국 군단.

이 제국 기사들은 마도 황제의 제국 군단이다!

‘어떻게 여기로!?’

경악한 허신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반쪽짜리 샤를 찾는 순간 사법 기사가 외쳤다.

“야, 장난 그만하고 빨리 끝내! 사령관님 오신다!”

이 순간 허신의 강림체 곳곳에 달라붙어 오러를 퍼붓던 기사들이 호수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아아아앙-

허신의 몸통에 20여 개의 거검이 틀어박혔다!

폭풍이 몰아치듯 요동치는 호수 안, 거대한 인간형 마도구 20여 기가 거검으로 허신의 전신을 꿰뚫고 있었다.

“…….”

어느새 호숫가에 내려선 바라카스 발도는 이 모든걸 말없이 바라봤다.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순식간에 허신을 박살 낸 이 엄청난 힘.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들은 제국 군단이다!

그러나 제국 군단은 승천한 마도 황제를 찾아 천공탑을 오르고 있어야 했다.

그것이 그들의 인과이자 업이다.

그런데 어째서 제국 군단이 천공탑이 아닌 이 세계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저들이 사용하는 저 거대한 인간형 마도구!

저 마도구는 도약하기 전 하늘에서 떨어져 허신과 싸운 병기와 느낌이 같았다.

바라카스는 자신도 모르게 하늘에 펼쳐진 천기를 바라봤다.

흐려진 천기는 여전히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 순간 바라카스는 읽히지 않는 천기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의도하지도 않게 갑자기 무림에서 굴러떨어진 세계.

흑전, 허신, 무림, 금권 대협, 이세기, 주호, 인간형 마도구, 제국 군단, 마도 황제…….

머릿속에서 두서없이 떠오르는 수많은 이름!

바라카스는 직감했다.

지금 이곳 이 세계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이때 폭음을 뚫는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미친 새끼들아 그만! 오러는 쏟아붓지 마! 죽이면 안 돼! 전쟁 규범 위반이야!”

사법 기사가 호수로 다급히 달려가는 순간, 그와 교차해서 바라카스에서 다가오는 한 기사가 보였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과 인과가 얽힌 비제우 검공이다!

비제우는 바라카스를 향해 직선으로 걸어와 고개를 절도있게 숙였다.

“바라카스 발도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기다렸다고?”

‘어, 내가 전에 성을 말했던가?’

바라카스가 의아해하는 순간.

비제우는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발도의 등 뒤를 바라봤다.

이 순간 발도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카스 발도.”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검성 데이몽 발도의 후손.”

“원대륙의 높으신 분을 찾아 세계의 나무를 헤매는 자. 그리고…….”

“……!”

전신에 전율이 흐른 바라카스 발도가 몸을 돌리는 순간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리를 황제 폐하께 인도할 원대륙의 샤!”

맨손 맨발, 검게 물든 거친 로브를 입은 노인.

그러나 허름한 옷과 달리, 이 노인의 두 눈은 빛이 끓어오르는 태양이다!

문득 노인이 손을 뻗는 순간.

터져 나오던 폭음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강림체에 박힌 거검이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깡, 깡, 깡-

파스스스슥-

그리고 분해되듯 산산이 흩어지는 촉수 덩어리!

허신의 사념이 비명을 지르며 멀어지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 압도적인 위용을 보는 순간.

바라카스 발도는 이 노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마탑의 지배자, 마도왕!

마도 제국의 마도왕마저 이 세계에 나타났다!

노인은 경악한 바라카스를 바라보며, 마력 파문이 흘러나오는 수인을 짚고 한 자 한 자 조심스레 말했다.

“천공탑에서 이 대지에 떨어진 순간 나타난 자. 인과를 잇는 마법사, 시간 오류의 수정자가 예언했습니다.”

“…….”

“바라카스 발도. 원대륙의 샤가 신입 기사 비제우 검공을 인도할 것이라고…….”

노인의 시선이 비제우 검공으로 움직였다.

“제가 비제우 검공을 누구한테 인도한다고요?”

바라카스가 멍한 얼굴로 반문하는 순간.

노인은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타대륙에 인간의 시대를 열고, 살아서 별의 길을 올라 승천하신 위대하신…….”

‘뭐야, 설마!?’

바라카스가 경악하는 순간 예상 그대로의 이름이 들려왔다.

“황제 폐하, 보석과 강철의 마도 황제께!”

이 순간 어느새 주위에 몰려든 수백의 기사와 십여 명의 마도사가 외쳤다.

“위대하고 위대하신! 마도 황제 폐하께 영광을!”

“……!”

외침을 듣는 순간 바라카스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제국 군단이 승천한 마도 황제를 찾아 천공탑을 오르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마도 황제 승천 이후 마도왕들의 마탑 전쟁으로 마도 제국이 멸망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승천한 마도 황제, 이미 멸망한 마도 제국.

그런데도 마도 제국의 군단이 천공탑을 오르는 하나였다.

제국 군단은 천공탑, 세계의 나무를 가로질러 자라나는 탑을 올라서.

승천하기 전 황제를 찾아 마도 제국이 멸망하지 않은 세계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세계의 나무는 가능성의 나무다.

그 가지 하나하나가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 인과를 이어 자라난다.

그렇기에 지금 눈앞의 제국 군단이 하려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바라카스는 열심히 하라고 이들을 응원할 수도 있었다.

단, 자신이 일이 아닐 때만!

누군가 자신에게 이 일을 같이하자고 말한다면, 당연히 죽탱이를 갈겨 줄 거다!

일기일원공의 대사형이나 개파조사도 아닌 제자 한 명 만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승천하기 전의 마도 황제를 찾겠다고?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마도 황제를 찾으려고!?

아니, 찾는다고 해도 어떻게 설득하려고!?

바라카스 발도는 환호성으로 하늘마저 뒤흔드는 제국 군단을 보며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런 미친놈들!?’

그리고 깨달았다.

허신의 강림체를 데리고 이곳으로 넘어오는 순간 자신도 이 미친놈들과 엮여 버렸음을!

이제 자신은 꼼짝없이 이 미친놈들을 인도해야 했다!

시간 오류 수정자라는 마법사가 예언한 대로.

마도 황제를 찾을 때까지!

바라카스 발도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세계의 나무를 헤매고 다닌 긴 세월 중에서도 최근은 유달리 힘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더욱 빡세질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 들었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만난 순간 느껴지는 흉흉한 천기에 절대 얽히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람.

금권 대협, 천문석!

‘설마, 이 모든 게!?’

그러나 바라카스 발도는 고개를 저어 의혹을 떨쳐버렸다.

갑자기 무림에서 이 세계로 떨어진 게 이 모든 고난의 시작이었다.

금권 대협, 천문석.

그 때문에 세계의 나무를 건너뛰는 일이 일어났을 리 없었다.

천문석이 흑전을 소유한 것도 아닐 테고 말이다.

“흑전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바라카스 발도는 끝없는 환호성을 울리는 제국 군단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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