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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11화 (31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11화>

격전이 일어난 항구 북쪽에 있는 자동차 경주장.

이 자동차 경주장은 산과 산이 만나는 곳에 있어서 거대 괴수의 염동포탄 공격에서 안전했다.

그래서 임옥분 여사는 자동차 경주장을 안전지대로 설정했고, 구조한 사람들을 여기로 이동시켰다.

지금 자동차 경주장에는 해수욕장에서 구조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들은 관중석과 트랙 곳곳에 모여 불안한 얼굴로 음식과 물을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무슨 일이 난건 아니겠죠?”

누군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남쪽 항구 방향으로 향했다.

천둥벼락이 터지고 거대한 포성이 끊임없이 들려오던 항구.

갑자기 나타난 비행기가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잠시 후.

이곳까지 들려오던 폭음과 천둥벼락 소리가 어느 순간 뚝 그쳤다.

어느새 전투소음이 모두 사라졌지만, 태풍 전의 고요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곳에 대피한 모두는 더욱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자동차 경주장의 트랙 위, 부가티 헌터 미니 운전석에 앉아 크게 입을 벌리는 아이.

아아아-

입안에 쏙 들어오는 숟가락에 놓인 밥을 먹은 특급 헌터는 외쳤다.

“할머니. 나 다 먹었어!”

“아이구, 잘했다! 우리 강아지는 밥도 잘 먹네!”

임옥분 여사의 칭찬에 특급 헌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외쳤다.

“나는 원래 뭐든지 잘해!”

구으으-

띠딛디-

대시 보드 위의 사슴벌레와 풍뎅이가 아부하듯 우는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너 괜찮아?”

“뭐가?”

특급 헌터가 얼굴을 돌린 곳, 류세연이 심각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너 엄마한테 엄청 혼나는 거 아냐?”

순간 특급 헌터는 환하게 웃으며 핸들을 탁, 탁- 내려쳤다.

“특급 쌩쌩이랑 있으면 난 무적이야! 장민이 아무리 쫓아와도 난 절대 잡히지 않아!”

카캬캌캌-

특급 헌터는 신나게 웃음을 터트리며 부가티 미니를 급가속시켜 빙글 커다란 원을 그렸다.

부아아앙-

끼이이익-

이 모습을 본 경호원들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안전지대 자동차 경주장으로 들어온 후 특급 헌터를 부가티 미니에서 꺼내려던 경호원들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저 차를 탄 악마 꼬맹이는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이때 임옥분 여사와 류세연의 눈이 마주쳤다.

‘장민이 엄마니?’

‘네, 맞아요.’

두 사람이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순간.

특급 헌터는 멀찍이 떨어져 통신 중인 제임스를 향해 외쳤다.

“제임스! 특급 알바 아직이야!? 이상하네, 알바가 금방 끝내고 온다고 했는데?”

제임스는 헌터용 통신기에 말했다.

“전투가 끝났다고? VIP 안전하다는 건 알렸나?”

-……

“그래 알았다. 바로 철수해라.”

통신을 끝낸 제임스는 부가티 미니로 다가와 임옥분 여사에게 말했다.

“전투가 끝났습니다.”

순간 이 대화에 이목을 집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전투가 끝났다!”

“이제 안전해!”

이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외칠 때.

특급 헌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알바! 특급 알바가 이긴 거야!? 이제 알바는 특급특급특급! 알바가 된 거야!?”

제임스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무리는 다른 분이 했다.”

“뭐, 그럴 리가 없어! 알바는 특급특급 알바란 말야!”

특급 헌터가 강하게 주장하는 순간.

쿵, 쿵, 쿵-

자동차 경주장 바닥이 울렸다.

“어!”

“이건 뭐야?”

“마수, 마수 나타난 거 아냐!?”

사람들의 불안한 외침이 곳곳에서 터지고 마탄 소총으로 무장한 직원들과 헌터들이 바짝 긴장할 때.

항구 방향에서 불쑥 나타나는 거대한 머리.

경계 중인 무장한 직원과 헌터들은 바로 알아봤다.

나이트 아머!

나이트 아머가 자동차 경주장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 오고 있었다!

“나이트 아머가 온다!”

무장한 직원이 외친 순간.

깜짝 놀란 관중석의 사람들이 관중석 높은 곳, 밖이 보이는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외침대로였다.

커다란 건물 같은 인간형 거체가 도로 위를 달려 오고 있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너무나 유명한 이 모습을 못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짜 나이트 아머잖아!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창에 달라붙은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나이트 아머다!”

“나이트 아머가 나타났다!”

“우리는 살았어! 하하하하-.”

관중석 높은 곳에서 시작된 환호성이 순식간에 자동차 경주장 전체로 번졌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불안해하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우르르 인파가 몰려가는 순간.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이트 아머?”

“뭐야, 너 나이트 아머 몰라? 엄청 커다란 로봇이잖아.”

세연의 이야기를 들은 특급 헌터는 경악했다.

“커다란 로봇!? 세연 진짜야? 커다란 로봇이라고!? 이거보다 더 커?”

두 팔을 좌우로 활짝 벌리는 특급 헌터.

“당연하지. 그거 한 백배는 될걸.”

“으앗!”

이 순간 절대 부가티 헌터 미니에서 내리지 않던 특급 헌터의 엉덩이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로봇! 엄청 커다란 로봇이라고!?”

특급 헌터는 옆자리의 할머니와 눈을 반짝이는 경호원들, 류세연을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상기된 얼굴과 갈등 어린 표정만 봐도 특급 헌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쿵, 쿵, 쿵, 쿵, 쿵-

이때 진동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도로를 비추던 경주장 전광판에 금속질감 얼굴이 나타났다.

나이트 아머!

이 순간 사람들의 환호성이 다시 한 번 터지고, 특급 헌터도 상기된 얼굴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우와아아아아-

“진짜 로봇이잖아!”

“완전완전! 멋지잖아!?”

“진짜로진짜로! 엄청 커다래!”

벌떡 일어난 특급 헌터가 주먹을 꼭 쥐고 연신 외칠 때.

쿵쿵, 쿵쿵쿵-

엄청난 속도로 달려온 나이트 아머가 단숨에 관중석을 뛰어넘었다!

파아아앙-

거센 바람이 불고 거대한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관중석과 트랙에 드리워졌다.

꺄아아-

으아악-

깜짝 놀란 사람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쿵-

나이트 아머가 자동차 경주장 중앙에 가볍게 내려섰다!

얼마나 다급하게 달려왔는지 전신에 진흙과 먼지가 가득한 거대한 인간형 병기.

나이트 아머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폭발하듯 터지는 환호성.

우와아아아아아-

자동차 경주장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외쳤다.

“나이트 아머다!”

“우리를 지켜 주러 왔다!”

“우리는 이제 안전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 순간 절대로 부가티 헌터 미니에서 내리지 않던 특급 헌터가 할머니의 손을 놓고 재빨리 뛰어내렸다.

경호원들이 특급 헌터를 잡으려 했으나, 이를 제지하는 제임스 팀장.

우와아아아-

“특급특급! 로봇이야!”

“훌륭해! 최고야! 너무 멋져!”

……

특급 헌터는 손을 번쩍 든 채로 연신 외치며 자동차 경주장 중앙, 나이트 아머를 향해 달려갔다.

이 모습을 본 임옥분 여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 해서 얼마나 걱정이 컸던가?

다행히 로봇이 나타나서 아이가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

임옥분 여사는 경기장 중앙으로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를 보며 웃었다.

위험한 일을 했으니 혼내줘야 하는데, ‘할머니! 할머니!’ 신나게 외치는 모습에 차마 혼낼 수가 없었다.

이때 류세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어, 저 나이트 아머 좀 이상한데? 전투 중도 아닌데 왜 코어 파동을 켜놨지?”

* * *

타다닥, 타다닥-

특급 헌터는 짧은 팔다리를 열심히 흔들며 달렸다.

커다란 로봇은 빠르게 가까워져 이제 특급 헌터는 고개를 하늘로 한껏 젖히고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로봇 앞에 도착해서 외치는 순간.

“특급 로봇님! 저도! 저도 한 번만 태워 주세요!”

파아아앙-

나이트 아머는 단숨에 하늘로 솟구쳐 특급 헌터를 뛰어넘었다.

“앗! 어디 가세요!”

특급 헌터가 깜짝 놀라 몸을 돌릴 때 들려오는 진동!

쿵-

“어……?”

특급 헌터는 멍해진 얼굴로 입을 크게 벌렸다.

자신이 뛰어온 곳에 내려선 커다란 로봇.

커다란 로봇은 몸을 숙이더니 손을 쭉 뻗어서 마침내 다시 만난 친구를 잡았다!

특급 쌩쌩이!

그리고 천천히 일어선다.

쿠우우웅-

특급 쌩쌩이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특급 헌터가 경악한 순간.

커다란 로봇은 특급 쌩쌩이를 든 채로 특급 헌터를 바라봤다.

“…….”

특급 헌터는 머리가 하얗게 변해 돌처럼 굳어 버렸다.

나이트 아머는 한참 동안 특급 헌터를 바라보다가 부가티 헌터 미니를 든 채 빙글 몸을 돌렸다.

이 순간 특급 헌터는 깨달았다!

특급 쌩쌩이가 사라진다!

“내 특급 쌩쌩이!”

돌처럼 굳었던 특급 헌터는 모든 힘을 끌어내 달렸다.

“로봇 안 돼! 멈춰! 그만! 정지!”

“특급 쌩쌩이! 돌려주세요!”

“로봇 누나, 형, 언니!”

“이러시면 안 돼요!”

……

특급 헌터가 절박하게 외쳤지만, 나이트 아머는 오히려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쿵쿵, 쿵쿵-

으아아악-

특급 헌터는 기합을 터트리고 팔다리를 흔들며 다다닥- 열심히 달렸지만.

짧은 팔다리로는 커다란 나이트 아머를 쫓아갈 수가 없었다.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이대로면 특급 쌩쌩이와는 영영 안녕이다!

이때 문득 생각나는 운전석에 앉은 친구들!

머리가 하얗게 변한 특급 헌터는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다.

“사슴이! 반짝이! 당장 막아! 너희가 쌩쌩이를 지켜야 해!”

이 순간 스카라베 왕국의 두 채권 추심원이 눈을 빛냈다!

드디어 명령이 떨어졌다!

구으으으-!

띧디디딛-!

무시무시한 전투 함성과 고유 마법 영창이 시작됐다!

그러나 다음 순간 거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촉수를 갸웃했다.

구으, 구으으-?

띠딛, 띠디디-?

그리고 커다란 금속 인간과 열심히 달려오는 맹약자를 번갈아 봤다.

구으으-

띠디디-

몇 번이고 두 존재를 번갈아 본 채권 추심원은 힘없이 울었다.

그리고 부가티 헌터 미니에서 뛰어내려 맹약자에게로 날아갔다.

“앗, 아앗, 뭐 하는 거야!? 특급 쌩쌩이를 지키라니까!”

경악한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파아아앙-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고, 나이트 아머는 관중석을 뛰어넘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가티 헌터 미니를 가지고.

“…….”

특급 헌터는 우뚝 멈춰 서서 특급 쌩쌩이가 서 있던 트랙과 나이트 아머가 사라진 곳을 번갈아 바라봤다.

없다.

없었다.

아무것도 없다!

믿기지 않는 듯 두 손으로 눈을 쓱쓱- 비비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진짜야? 꿈 아냐!?”

그러나 아무리 눈을 쓱쓱, 쓱쓱- 비비고 경주장 곳곳을 살펴봐도…….

부가티 헌터 미니.

마침내 다시 만난 바퀴 네 개 달린 친구, 특급 쌩쌩이는 없었다.

특급 헌터는 마침내 깨달았다.

진짜다.

이건 꿈이 아닌 현실이다.

특급 헌터는 허망한 얼굴로 터벅터벅 돌아왔다.

흐흡-

다급히 웃음을 삼키는 경호원을 지나고.

“…….”

말없이 서 있는 제임스를 지나쳤다.

“너 괜찮은거야?”

“우리 강아지 괜찮아?”

그리고 걱정하는 류세연과 할머니도 지나쳤다.

허망하게 걷던 특급 헌터는 특급 쌩쌩이가 서 있던 위치에서 멈췄다.

“…….”

특급 헌터는 한동안 텅 빈 트랙 위를 물끄러미 보다가.

대자로 팔을 펼치고 특급 쌩쌩이가 있던 트랙 위에 반듯하게 엎드렸다.

“특급 쌩쌩이 미안해. 이번에도 지켜 주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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