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10화 (31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10화>

쾅, 콰아앙, 쿵, 쿵-

천문석은 다시 한 번 박살 나는 항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 항구를 박살 내는 건 마수나 몬스터, 거대 괴수가 아니라 100톤에 달하는 인간형 마도구 ‘나이트 아머‘였다.

천문석은 방금 전 분노어린 기계음을 터트린 나이트 아머를 떠올렸다.

===

[부가티 헌터 미니! 그 빌어먹을 차! 어디 있죠!?]

“넷? 아마 저기 자동차 경주장에…….”

===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특급 헌터가 임옥분 여사님과 간 곳을 가리켰다.

나이트 아머는 즉시 자동차 경주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항구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항구가 박살 났다.

100톤에 달하는 거체가 달린다는 것 자체가 질량 병기가 기동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운 좋게 살아남은 마수와 몬스터.

사방에 널려 있는 컨테이너와 어선, 자동차 같은 커다란 잔해들.

무엇이든 달려가는 나이트 아머에 스치면 아작이 났다.

대형 게 마수가 집게발을 철컹 이며 위협하는 순간.

나이트 아머에서 뻗어 나온 파장이 반발장을 중화시키고 게 마수의 몸이 엄청난 무게와 돌진력이 실린 나이트 아머의 몸에 걸렸다.

공격한 것도 아니다.

그냥 달리며 스친 것뿐이다.

그런데도 게 마수의 집게발이 날아가고 몸통이 으스러졌다!

콰아앙-

앞을 막는 컨테이너와 어선을 걷어차 밀어내고

휘이잉-

무너져 높게 쌓인 건물 잔해를 단숨에 뛰어넘는다.

나이트 아머는 이렇게 순식간에 항구를 가로질러 항구 입구 언덕으로 올라가더니 환호성을 보내는 헌터 부대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까마득히 높은 해안도로 절벽.

“설마, 저기도 뛰어넘는 거야?”

천문석이 말한 순간 나이트 아머는 가볍게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거대한 절벽을 수직으로 기어 올랐다.

‘S’자를 그리는 해안도로가 있는데도 얼마나 급한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절벽을 기어 오르는 나이트 아머.

이 나이트 아머에서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리고 절벽 위에 도착한 순간 나이트 아머는 다시 한 번 질주했다.

자신이 가리킨 ‘자동차 경주장’ 방향을 향해서.

“…….”

천문석은 왠지 모를 직감이 들었다.

저 나이트 아머 안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 타고 있을 것 같다는.

“하하하- 설마.”

그래 설마다.

히어로 코믹스의 주인공도 아니고, 대기업 회장이 나이트 아머 파일럿이라니!

게다가 강림체와의 전투를 보면 그냥 파일럿도 아닌 격전을 몇 번이나 치른 베테랑 파일럿이다!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천문석은 자신의 실없는 생각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러나 어째서일까…….

부가티 헌터 미니.

특급 헌터가 너무나 좋아하는 특급 쌩쌩이를 더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천문석은 오늘 하루 수많은 사람을 구해 낸 특급 쌩쌩이를 위해 기원했다.

R.I.P 부가티 헌터 미니.

안녕. 특급 쌩쌩이.

“…….”

그리고 오늘의 영웅을 위해서도 기원했다.

‘특급 헌터의 엉덩이가 무사하기를!’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카캬카-

천문석이 나쁜 어른처럼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멀리서 진동이 느껴졌다!

타다다다다-

헬기 소리!

천문석은 번쩍 정신이 들어 주위를 살폈다.

폐허로 변한 항구!

항구 입구 언덕 위 부서지고 불타는 수십 대의 전차와 기갑 차량들.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할 엄청난 피해다.

그러나 이건 다른 이들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천문석의 시선이 헬기 소리가 들려오는 바다로 향했다.

제주 함대와 해상 자위대의 군함들.

전투 흔적이 가득한 이십여 척의 군함들이 바다에 있었다.

특히 해역에 먼저 도착해 전투를 시작한 해상 자위대 함대의 피해가 컸다.

선미가 으스러지고 상부 구조물이 꺾여나가고 침수 중인지 반쯤 기울어진 군함도 있다.

이지스 구축함은 건조 비용이 조 단위라던데…… 해상 자위대 함선 중에는 멀쩡한 게 거의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리비와 마력 포탄 비용이 들 거다.

마신의 강림체가 그대로 있었다면 어떻게든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는데…….

그 마신의 강림체는 발도 스님과 함께 차원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와, 쟤들 어떡하냐? 남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자잘한 해양 마수와 몬스터 부산물을 모조리 수거해 봐야, 이지스 구축함 수리비는커녕, 더럽게 비싼 재금 중공 정품 마력 포탄값이나 겨우 나올거다.

거대 괴수와의 전투를 도와주러 왔는데, 마신의 강림체가 튀어나오다니!

해상 자위대는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쯧쯧쯧- 불쌍한 녀석들.”

역시 대한정통무당파 관장 할아버지 말이 맞았다.

마탄을 생각 없이 빵야, 빵야- 갈기다간 거지꼴을 면하지 못한다.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는 순간.

언덕의 헌터 부대 군인.

바다의 제주 함대와 해상 자위대 함대.

그리고 어느새 하늘에서 뜬 시호크 헬기까지.

이번 전투를 같이한 아군 전체가 항구를 향해 몰려 오기 시작했다.

“남은 마수 소탕하려는 건가?”

마신의 강림체는 사라졌지만, 항구에는 아직 남아 있는 해양 마수와 몬스터들이 있었다.

“와, 군인들 대단하네.”

천문석은 새삼 감탄했다.

역시 20년 가까이 마수와 몬스터와 실전을 겪은 군인들은 유능했다.

전투 피로가 엄청날 텐데 바로 움직이다니!

남은 마수와 몬스터들은 유능한 저들에게 맡겨도 될 것 같았다.

“전 이제 집에 갑니다. 모두 수고하세요.”

휘이이, 휘이-

가볍게 손을 흔든 천문석이 휘파람을 불며 몸을 돌릴 때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전투 보상!

거대 괴수 코어!

특급 헌터를 생각하다가 전투 보상을 잊고 있었다!

순간 고블린 평야 몬스터 웨이브 토벌전 때가 기억났다.

[전리품 수거 후 기여분에 의한 보상!]

기여분!

자신은 이번 전투에서 엄청난 기여를 했다.

-천둥벼락을 때려 박은 발도 스님.

-막타를 때린 것 같은 나이트 아머.

-엄청난 양의 마력 포탄을 쏟아부은 함대, 전차, 헬기.

이들 못지않은 전투를 치렀다.

거대 괴수와 강림체의 몸 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반발장에 밖에선 보이지 않았을 테니 기여분이 높게 나올 리가 없었다!

“하, 시바- 티가 확 나게! 싸웠어야 했는데!”

이대로 공식 기여분을 받으면 마석 한두 개 얻기도 힘들 지경이다!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콰드드득-

봉을 내려쳐 활처럼 휘게하고 이 탄성으로 몸을 날린다!

파아아앙-

화살처럼 날아가는 몸!

쾅, 쾅, 쾅-

천문석은 연속으로 봉을 내리쳐 방향을 전환, 그 누구보다도 빨리 거대 괴수 본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탁-

즉시 거대 괴수 본체에 새겨넣은 표식부터 찾았다.

다행히 뒤집히지 않고 하늘을 향해 표식이 드러나 있었다!

천문석은 바로 짧은 검을 뽑아 들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타다다다다-

이때 멀리서 들려오던 시호크 헬기 소리가 가까워진다.

군함에서 떠오른 헬기가 항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부산물을 확인하러 떴구나!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이 코어는 내가 날름 할 거니까!

고블린 평야 때와 같은 일은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카캬카-

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은 번개같이 움직였다.

재빨리 마스크를 끌어올리고 헌터용 헬멧을 밀폐한다.

그리고 끌어올린 일기일원공으로 짧은 검에 극음도의 경력을 일으켰다!

파스스스-

극음의 냉기에 대기 중 수분이 얼어붙을 때.

표식한 위치에 극음의 냉기가 뻗어 나오는 검을 박아 넣는다!

콰드드득-

마력장이 사라진 괴수의 육체가 단숨에 얼어붙는 순간.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담긴 주먹이 해머가 되어 검 손잡이를 내려쳤다!

콰아아앙, 후드득-

얼어붙은 육체가 얼음 조각이 되어 흩어지고 구멍이 뻥 뚫렸다!

천문석은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음도의 검을 꽂아 얼리고.

주먹을 내려쳐 얼어붙은 괴수의 육체를 때려 부쉈다.

쾅, 쾅, 쾅-

순식간에 뻥 뚫리는 구멍 속으로 천문석은 단숨에 파고 들어갔다.

* * *

호위대군 함대에서 몇 남지 않은 시호크 헬기가 날아올랐다.

이 헬기 안에는 내각정보실의 후세 케이코와 부하 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후세 케이코는 초조한 눈으로 항구를 확인하며 부하 직원에게 외쳤다.

“나찰승! 나찰승은 아직 발견 못했나!?”

“나이트 아머 등장 이후 위치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뒤이어 기함과 통신 중인 부하가 말했다.

“제주도의 064 헌터 부대에서 적극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항구와 인근 지대에 대한 직접 수색도 허용했습니다.”

064 헌터 부대는 함께 싸운 전우에 대한 예우를 해 줬다.

이번 나찰승 회유 작전의 정치적 후폭풍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나 후세 케이코는 이걸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초조한 상태였다.

“함대에 바로 협조요청을 한다! 반드시 나찰승을 찾아야 한다!”

호위대군 함대가 입은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

여기에 오늘 쏟아부은 마력 포탄까지 생각하면 일반적인 ‘비용‘이 아닌 특별 ‘예산‘을 편성할 정도의 피해가 생겼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찰승!

거대 괴수를 압도하던 그만 회유할 수 있다면 이 엄청난 피해조차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나이트 아머가 강하하고 거대 괴수 변이체와 격전을 펼칠 때 일이 꼬였다.

나이트 아머가 결정타를 치는 순간 갑자기 하늘에 생겨난 균열이 거대 괴수 변이체를 삼켜 버렸다.

그리고 항구 어디에도 나찰승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균열에 같이 삼켜진 건가!?

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나찰승 회유에 실패했다고!?

후세 케이코는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때 부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팀장님! 나찰승과 같이 싸운 것으로 추정되는 헌터가 확인됐습니다!”

“바로 이동한다!”

타다다다다-

후세 케이코와 내각정보실 요원들을 태운 시호크 헬기가 무너진 컨테이너 더미를 향해 움직였다.

시호크 헬기는 순식간에 바다와 항구를 지나 무너진 컨테이너 더미에 도착했다.

그러자 컨테이너 더미 사이에 있는 거대 괴수가 보였다!

변이하기 전의 괴수 본체다!

“저기! 저기 본체 중앙부. 그 헌터가 저기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후세 케이코는 곧 괴수 본체에 뻥 뚫린 구멍을 확인했다.

“바로 내려간다!”

사방에 널린 잔해 와 불타는 자동차, 무너진 컨테이너 더미로 헬기가 내려앉을 공간이 없는 상황.

로프가 내려지고 후세 케이코와 내각정보실 직원들이 강하했다.

촤아악-

탁, 탁, 탁-

거대 괴수 본체 위에 도착한 순간, 구멍 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찾았다!”

한국어 마력 각인을 받은 직원들의 시선이 후세 케이코에 모였다.

후세 케이코는 바로 대응 방침을 정했다.

이 헌터는 나찰승과 같이 싸울 정도의 엄청난 능력자.

게다가 지금으로서는 나찰승의 행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었다.

“정보 획득이 먼저다. 정중하게 대한다.”

내각정보실 직원들이 물러설 때, 후세 케이코는 능숙한 한국어로 구멍 안에 외쳤다.

“헌터님! 잠시 물을 게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멍 안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파아아앙-

이들이 깜짝 놀라 물러선 순간에는 이미 한 헌터가 구멍 앞에 서 있었다.

천문석이었다.

천문석은 헬멧을 폐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환한 미소를 들켰을 테니까!

‘카캬카카-.’

원하던 것을 얻은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삼키며 저음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한가지. 딱 하나만 대답해 주마.”

천문석이 거물처럼 말한 순간, 후세 케이코는 바로 질문했다.

“나찰승! 같이 싸운 각성자 나찰승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찰승!?

마신의 강림체를 찾을 거라던 예상이 깨져 버렸다.

‘아니, 나찰승은 또 누구야?’

의문을 품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바라카스 발도!

마제사 주시 스님을 나찰승이라고 부르는구나!

그 험상궂은 얼굴과 승복을 생각하면 어떻게 나찰승이란 이름이 붙게 됐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니, 발도 스님. 무림 던전에서 나와서 뭘 하고 다녔길래 딱 봐도 스파이 같은 사람이 찾아?’

천문석은 눈앞의 무장한 사람들을 은근슬쩍 살피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눈치를 보니 발도 스님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발도 스님의 정체는 수많은 사람이 이해관계가 얽힌 무림 던전과 관련되어 쉽게 말할 수가 없었다.

‘이거 뭐라고 대답하지?’

천문석이 고심할 때 멀리서 빠르게 가까워지는 장갑 차량이 보였다!

헌터 부대!

전리품을 확인하러 오고 있다!

천문석은 그냥 적당히 대답했다.

“나찰승은 스스로를 희생해서 마신의 강림체를 차원 너머에 봉인했다.”

“네!? 마신의 강림체!? 차원, 봉인이요!?”

대화 상대의 경악한 얼굴을 보며 천문석은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아까 열린 검은 공간. 그 안에 마신의 강림체를 봉인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나찰승이 희생했다! 희생!’

이 단어를 듣는 순간 후세 케이코는 아찔한 현기증에 비틀거리면서도 명령했다.

“항구! 항구 전체를 수색한다!”

이 헌터의 말만 믿고 수색을 멈출 수는 없다!

반드시 반드시 나찰승을 찾아야 한다!

부하들이 통신기를 들고 명령을 전하고 항구에 다가온 함대에서 쏟아진 병력이 수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후세 케이코가 더 자세한 내용을 묻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을 때.

나찰승의 행방을 말해 준 헌터는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자 보지 못한 게 보였다.

그 헌터가 서 있던 자리!

거대 괴수의 육체에 뚫린 얼어붙은 구멍 아래 칼로 새긴 것 같은 짧은 한국어 문장이 있었다.

헌터 관련 업무를 하는 이에게 한국어 능력은 필수, 후세 케이코는 이 한국어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

[이 괴수 코어는 내가 찜했다! 이세기.]

이세기!

후세 케이코는 직감했다.

나찰승과 싸운 헌터 그 헌터의 이름이 이세기다!

게다가 그는 한 의미심장한 단어 들!

‘마신의 강림체, 차원, 봉인! ’

그는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다!

나찰승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세기‘라는 이 헌터를 찾아야 한다!

후세 케이코는 바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바로 본사에 연락한다! ‘이세기’라는 헌터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은다! 그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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