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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09화 (31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09화>

“핵폭탄!?”

깜짝 놀라 다시 한 번 외치는 순간 부르던 전생의 경지가 산산이 흩어졌다.

그러나 천문석은 거기에는 신경도 쓰지 못했다.

구형의 물체, 폭탄이 자신이 있는 곳 강림체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미친놈들!”

고함을 지르는 천문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순간 천문석의 머리가 번개같이 회전했다.

바다의 함대, 언덕 위의 전차 부대.

아직 아군이 남아 있다.

아닐 거다! 아니겠지?

그러나 문득 떠오른다.

안전지대 제주도에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유력자가 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초소형 핵폭탄을 사용한다면!?

“핵폭탄? 그게 뭔가? 진천뢰 같은 건가?”

이때 발도 스님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저게 핵이든 그냥 폭탄이든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

“발도 스님! 도망쳐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구형의 물체가 특이한 파장을 뿜어냈다.

이 순간 천지간에 가득한 마력장이 파장을 향해 모여든다.

마치 물이 가득 찬 욕조 마개를 연 것처럼 마력장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천문석은 이 파장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헌터가 되기 전에 겪은 서울 사태 때, 학교에 마경을 만들어 내던 균열의 힘.

코어!

쿵, 쿵, 쿵-

이때 구형의 물체가 모여든 마력장을 타고 ‘S‘자를 그렸다.

“어? 저거 하늘을 나는데!?”

바라카스가 말하는 동시에, 구형의 물체에서 푸른 마력광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인공적인 마력광!

이 순간 천문석의 머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단서들.

코어, 마력장, 마력광.

초음속 폭격기에서 떨어진 구형의 물체.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

천문석이 마침내 떨어지는 물체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사이렌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강습 경보!]

[나찰승! 신원불명 헌터!]

[임팩트 위치에서 피해 주세요!]

“발도 스님! 당장 피해야 합니다!”

천문석은 발도에게 외치는 동시에 몸을 날렸다.

단숨에 마신의 강림체에서 뛰어내려 봉의 탄성을 이용해 몸을 쏘아 보낸다.

파아아앙-

천문석이 마신의 강림체에서 멀어지는 순간.

콰아앙-

바라카스도 뇌전공의 섬광과 함께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이 강림체에서 충분히 멀어진 순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던 구형의 물체가 강림체와 충돌했다.

아무 소리 없이 반발장을 뚫고 부드럽게 강림체에 닿는 순간.

구형의 물체가 분해되듯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파스스스슥-

강림체의 반발장과 분해된 구형 물체의 마력장이 뒤엉키며 섬광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고, 폭음이 연이어 터졌다.

콰아앙, 쾅, 쾅, 쾅-

지진이라도 난 듯 항구가 요동치고 잔해가 하늘로 치솟을 때.

섬광 속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검과 인간형 거체!

인간형 거체를 보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나이트 아머!

미국의 세계 패권을 상징하는 마도 기술의 총화!

나이트 아머는 강림체를 휘감은 섬광 속으로 돌진했다.

쿵, 쿵, 쿵-

체중을 실어 무겁게 전진하며 거검(巨劍)을 상단세로 들어 올린다!

우르르르르-

이 순간 대기가 요동치고 기둥처럼 솟은 거검에서 파동이 쏟아졌다.

그리고 다시 한걸음 전진하는 순간, 강림체와 나이트 아머 사이의 거리가 사라져 버렸다!

콰아앙-

땅을 짓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머리 위, 상단세로 들어 올린 거대한 검에 체중을 실어 단숨에 내려친다!

나이트 아머의 상단 내려치기!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려치는 너무나 간단한, 기술이랄 것도 없는 내려치기다.

그러나 길이 20미터 무게 5톤의 거검에, 100톤에 달하는 나이트 아머의 무게가 실렸다.

그리고 거검에서 쏟아지는 파동, 코어의 힘으로 모여든 마력장이 검신에서 응집됐다.

이건 더 평범한 내려치기가 아니다.

엄청난 무게와 속도, 검신에 응집된 마력장!

이 내려치기는 닿는 순간 모든걸 소멸시키는 일격이다.

이 일격이 반발장을 단숨에 태워 버리고 마신의 강림체를 직격했다!

파스스슥-

눈에서 몸통 끝까지, 마신의 강림체가 5미터 깊이로 잘려 나가는 순간.

촉수 더미가 폭발하듯 쏟아졌다!

파아아앙-

이 순간 나이트 아머는 오히려 왼손을 던져 쏟아지는 촉수 더미를 낚아챘다.

콰드드득-

엄청난 힘으로 촉수 더미를 잡고 땅을 박차고 돌진!

콰앙-

강림체 바로 앞, 영 거리에서 다시 한 번 거검을 뿌린다.

후우우웅-

좌우, 공기를 찢어발기는 일격이 다시 한 번 터졌다!

파스스스슥-

이 일격으로 강림체의 몸통에 거대한 십자 상처가 생겼다.

이 순간 강림체가 사념이 실린 정신파를 터트리려 했다.

-크아아…….

그러나 미쳐 정신파가 터지기도 전에 십자 상처 중심에 거검을 박아 넣는 나이트 아머!

날아오던 촉수가 경직되고, 형광 체액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파스스스슥-

나이트 아머는 땅을 짓밟고 밀어붙였다.

쿵, 쿵, 쿵-

사방에서 밀려 오는 촉수를 움켜잡아 강림체를 고정하고 강철 주먹을 해머 삼아, 십자 상처에 박힌 거검을 내려친다!

쾅, 쾅, 콰아앙-

굉음이 터지고 거검이 강림체의 몸통으로 쑥, 쑥- 박혀 들어가는 동시에 검 손잡이를 잡고 쪼개 버릴 듯 밀어붙이는 나이트 아머.

궁, 궁, 궁, 궁-

나이트 아머의 코어 파장과 강림체의 반발장이 뒤섞이는 순간 섬광과 폭음이 끊임없이 터졌다.

그러나 나이트 아머는 작두로 단단한 나무를 잘라 내듯 거검으로 강림체의 몸을 잘라 내며 밀어붙였다.

콰드드드드득-

생명체가 아닌 강철을 비틀어 끊어 내는 듯한 굉음이 터지고.

촤아, 촤아아악-

경직됐던 촉수가 다시 날아오고 부식성 체액이 비 오듯 쏟아졌다.

거검에 힘을 집중하느라 방어가 약해진 상태, 촉수에 맞은 나이트 아머 장갑이 우그러지고, 쏟아진 부식성 체액에 도장이 지워진다.

강림체를 밀어붙이는 나이트 아머는, 어른을 밀어붙이는 작은 아이 같았다.

그러나 나이트 아머는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쏟아지는 공격을 장갑으로 버티며 강림체에 박힌 거검을 잡고 땅을 발로 밀어낸다!

쿠웅-

어느 순간 어인 형상을 한 강림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게 시작이었다.

강림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나이트 아머는 폭발하듯 밀어붙였고.

쿵, 쿵, 쿵-

강림체는 미친 듯이 뒤로 밀려났다!

이 순간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뭐 저렇게 잘 싸워!?”

전투의 맥을 짚는 능력이 탁월하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처음의 과감한 일격으로 잡은 승기를 끈질기게 놓치지 않는다!

감이 왔다!

저 나이트 아머 파일럿은 개싸움과 난전의 달인, 수많은 격전을 헤쳐나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강림체를 완전히 끝장내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천문석은 하늘을 봤다.

쐐애애애애액-

음속폭음이 들려오는 하늘.

이곳에는 나이트 아머가 내려온 초음속 폭격기가 아직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이트 아머는 3기 1소대 운용이 기본이었다.

이제 곧 2기의 나이트 아머가 더 강하하고, 저 마신의 강림체는 나이트 아머 3기와 싸워야 한다.

아니지. 더 내려올 수도 있지.

나이트 아머는 코어의 힘으로 무게와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저 초음속 폭격기에서 한 개 대대, 10여 기의 나이트 아머가 강하한다면!?

천문석은 생각만으로도 터질 듯 웃음이 차올랐다!

그래서 수세에 몰린 강림체를 향해 외쳤다.

“현대 마도 기술 맛이 어떠냐! 비겁한 새끼야!?”

카캬카카캌-

어느새 씻은 듯 분노가 사라지고 하늘님의 공명정대함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역시 하늘님! 충성충성! 마신 새끼야! 너 거대 괴수 다시 소환해서 하늘님의 천벌을 받은 거야!”

카캬카캬카-

천문석은 오늘 하루의 개고생이 씻은 듯 사라지는 통쾌함에 끝없이 웃었다.

이때 뇌전공으로 발도의 전음이 들려왔다.

-금권 대협! 됐네! 이제 넘어갈 수 있어!

-카캬카- 네? 넘어가요? 뭘 넘어간다고…….

쿠으으으응-

이때 뒤로 밀려나던 강림체가 쓰러진 컨테이너선에 걸려 넘어지고.

넘어지는 강림체에 달라붙는 익숙한 모습의 사람이 보였다.

발도 스님!

“으앗!”

천문석은 발도가 뭘 하려는지 깨달았다!

-발도 스님! 잠시만, 잠시만 멈추세요!

발도 스님이 저 강림체를 차원 너머로 던지지 않아도 나이트 아머가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차원 너머로 던지면 ‘마신의 강림체‘이 엄청난 전리품이 사라진다!

오늘 전투로 항구가 박살 나고 어선, 자동차, 컨테이너, 군함, 전차, 헬기 등등등.

피해가 엄청나다!

피해복구를 위해서라도 이 엄청난 전리품이 꼭 필요했다!

천문석은 마신의 강림체를 향해 달리며 외치는 동시에 뇌전공의 전음을 보냈다.

“멈춰요! 발도 스님! 잠시만!?”

-멈추세요! 그만! 정지 안 돼요!

하지만 어느새 마신의 강림체는 빛에 휩싸인 채 하늘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다.

허공을 죽 찢어 낸 듯 검은 별빛이 가득한 균열!

균열이 파르르 진동하는 순간 강림체에 꽂힌 거검이 진동하며 저절로 밀려 나오고 나이트 아머가 땅으로 뛰어내렸다.

이때 천문석은 위화감을 느꼈다.

마신의 강림체를 차원 너머로 던져 버리겠다던 발도 스님.

그런데 발도 스님이 강림체와 같이 균열로 들어가고 있다!?

설마!?

-발도 스님! 지금 뭐 하세요!?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발도의 비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금권 시주 고마웠네! 걱정할 거 없어 이놈은 내가 반드시 처리할 테니까!

-아니, 그러니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니까요! 지금…….

발도는 천문석의 전음을 끊고 외쳤다.

-나는 걱정할 것 없네! 나한테 이건 희생이 아니니까.

-그게 아니라! 부산물! 강림체 부산물이!

천문석이 피 끓는 전음을 보내는 순간.

발도는 그 험상궂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마신의 강림체와 함께 균열에 삼켜졌다.

마지막 순간 바라카스 발도는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내가 중요한 걸 깜빡 잊었어! 천…….

그러나 전음이 전해지기도 전에 균열은 닫히고, 강림체에서 뽑혀 나온 거검이 항구 바닥에 꽂혔다.

쿵-

“발도 스님. 중요한 이야기면, 그걸 먼저 하셔야죠…….”

허탈하게 말한 천문석은 주위를 돌아봤다.

박살 난 항구.

우그러진 컨테이너가 널려 있고, 쓰러진 타워 크레인이 하늘로 솟아 있다.

곳곳에 불타는 지게차와 뒤집힌 어선, 쪼그라든 마수 사체가 널려 있다.

그리고 난장판에서 용케 살아남은 해양 마수와 몬스터들이 보였다.

문짝이 날아간 컨테이너에 몸을 욱여넣은 가재 마수, 무너진 잔해에 숨어 집게발로 머리를 가린 대형 게 마수.

겁먹은 얼굴로 폐허 곳곳에서 얼굴을 내미는 어인 몬스터들.

……

박살 나 폐허가 된 항구 그 어디에도 강림체의 흔적은 없었다.

그리고 끝없이 머릿속을 파고들던 마신의 사념과 대기를 흔들던 정신파도 느껴지지 않았다.

발도 스님이 장담한 대로 마신의 강림체, 그 가치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강림체가 통째로 사라졌다!

못해도 내 기여분이 5%는 될 텐데!

아찔한 현기증에 비틀거리는 순간.

번개같이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모든 게 사라진 건 아니다!

거대 괴수 본체!

염동력을 사용하던 거대 괴수, ‘코어’가 들어 있는 본체가 남아 있다!

천문석은 단숨에 무너진 건물 잔해 위로 뛰어올라 거대 괴수 본체를 찾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저건 뭐야!?”

거대 괴수 본체는 컨테이너 사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그 위에 녹색의 바닷물로 만들어진 정육면체가 떠 있었다!

“……저거 강림체가 소환하던 거 아냐? 강림체가 사라졌는데 저게 왜 그대로 있어!”

설마 또 싸워야 하는 건가!?

천문석이 말하기 무섭게 내륙에서 빛이 날아왔다.

별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는 작은 빛.

그러나 이 빛이 닿는 순간, 녹색의 바닷물 덩어리가 응집력을 잃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건 또 뭐야?”

천문석이 빛이 날아온 도심을 확인하려 할 때 땅이 무섭게 울렸다.

쿵쿵, 쿵쿵, 쿵-

문득 고개를 돌리자 거검을 챙긴 나이트 아머가 천문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 오고 있다.

엄청난 위압감과 박력!

단지 달려오는 것만인데도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와, 역시 엄청 비싼 마도구 답네!”

마신의 사념과 거대 괴수와의 이번 전투.

함대와 전차 부대, 헬기까지 달라붙어도 고전했다.

거대 괴수의 염동력, 강림체의 사념과 정신파.

안 좋은 상성이 겹쳐서 나온 결과였다.

아군의 화력은 엄청났는데 이 화력을 온전히 투사하게 적을 붙잡아줄 일종의 탱커가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 달려오는 것 같은 나이트 아머를 한 소대만 투입했으면 별다른 피해 없이 순식간에 전투가 끝났을 거다.

‘아니지, 저 파일럿 같은 베테랑이 많을 리 없나?’

나이트 아머 파일럿은 각성하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적합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재능과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게다가 나이트 아머의 연료는 최고등급 정제 마석이다.

지금 강림체와 싸우는 짧은 시간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었을 거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나이트 아머 진행로에서 비켜섰다.

이 순간 나이트 아머는 바로 방향을 바꿨다.

천문석에게로.

“뭐야, 왜 나한테 와?”

의아해하는 천문석 바로 앞에서 나이트 아머가 멈춰 섰다.

쿵-

그리고 나이트 아머 전성관에서 터질듯한 분노가 실린 외침이 들려왔다.

[부가티 헌터 미니! 그 빌어먹을 차! 어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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