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08화>
봐선 안 된다!
우드드드득-
천문석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다.
당연히 고개를 돌렸어도 계속 일어났다.
끝없는 지혜로 삼생을 관(觀)하는 순간.
삼천세계 삼생에 걸친 인과가 올올히 풀려나와 업(業)이 소멸하고 있다!
젠장!
전생의 천문석은 마공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수련했다.
정사마의 무공과 주술공뿐 아니라, 유불선(儒佛仙)도 극에 달할 정도로 파고들었다.
그래서 지금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불제자보다도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상, 무명이 사라져 드러난 끝없는 지혜.
이 지혜로 삼천세계와 삼생에 걸친 인과를 한눈에 관한다.
인과가 풀어헤쳐 지고 업이 소멸하여 윤회의 고리를 벗어나고 있다!
아니, 지금 이 타이밍에?!
지금 눈앞에 적, 강림체가 있는데!?”
불제자들은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겠지만, 이미 한번 겪은 천문석은 단언할 수 있었다.
이미 한번 겪은 일!
천마신공의 극을 넘어 하늘과 땅을 잇는 천강의 불꽃으로 마업을 태우고 화끈하게 한 방에 훅 간 것!
그것과 지금 일어나는 일, 윤회의 고리를 벗어나는 것의 결과는 다르지 않다.
지금 자신은 전생의 마지막 순간처럼, 다시 한번 골로 가게 생긴 것이다!!
이런 젠장!!
으아아악-
천문석은 괴성을 지르며, 재빨리 지권인을 풀고, 아상에 집착했다!
그러나 머리 위에 뜬 지혜의 빛, 광륜(光輪)이 무명을 밝혀 흩어지는 아상과 업이 모이지 않는다!
천강흔(天罡痕)!
하도 존재감이 없어 평소에는 존재조차 잊고 사는 천강흔이 지혜의 륜이 되어 이 중요한 순간을 방해하고 있다!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의 내력으로 거대한 망치를 만들어 심상 공간의 천강흔을 내려쳤다!
그러나 천강, 마업조차 태워 버린 하늘의 불꽃에 닿는 순간 망치는 산산이 조각나고 업은 더 빨리 흩어진다.
천문석은 바로 방법을 바꿨다.
스스로 무명, 세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집착하고, 욕망한다!
전생의 격전을, 현생에서 구른 경험을.
그리고 끝없는 분노, 슬픔, 고통, 근심, 번뇌를 되새기고 되새긴다!
-한겨울 춥고 배고프던 그 날의 고통.
-인성을 잃은 마인을 때려잡을 때의 분노.
-무저갱의 마굴, 그 끝에 달했을 때의 허무.
-키즈 카페의 악마 꼬맹이들에게 괴롭힘당할 때의 번뇌!
수많은 감정이 들끓고 광륜의 빛이 사그라졌으나.
아직 모자라다!
이때 마음속에서 문득 한 단어가 생각났다.
현생 알바 천문석의 수많은 욕망과 집착을 하나로 표현하는 너무나 세속적인 단어!
건물주!
건물주의 꿈이 가능해진 지금, 이렇게 훅 걸 수는 없다!
천문석은 네이버 부동산에 즐겨찾기 해 둔 매물을 떠올렸다.
내 꿈.
내 빛.
내 욕망.
서울 안정화 권역의 바로 그 건물!
심상 공간의 천문석이 일심으로 집착하는 순간.
현실 공간의 잡낭에서 빛 그 자체를 먹어 버리는 어둠이 새어 나왔다.
흑전에 담긴 엄청난 업!
이 어둠이 심상 공간에도 영향을 끼쳤다.
순간적으로 광륜의 빛이 가려지고, 천문석이 어두운 무명 속으로 떨어졌다.
지혜로 빛나던 눈이 흐려지자, 이제야 삼생의 인과가 가려지고 심상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주가 먹혔구나!’
천문석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건물주라는 꿈이 아니었으면, 전생처럼 한 방에 훅 갈 뻔했다!
세속에서 잘 먹고 잘살길 원하는 천문석에겐 엄청난 위기의 순간이었다!
하아-
천문석은 안도하며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현실과 심상 모두 긴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아니, 시간이 지났다고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일어난 모든 것은 ‘찰나’에 일어났기에 직접 겪은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여전히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마신의 강림체를 던져 버리는 것!
어서 빨리 강림체의 힘을 깎아내야 한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천문석은 다시 전법륜인을 짚고 냉기 불꽃을 일으켰다.
그리고 칠정, 마음을 태우는 화로를 만들어 냈다.
이 천마 신공의 화로가 불법(佛法)의 극에 닿지 못하게 만드는 안전장치다!
냉기 불꽃이 태우면서 얼리는 동시에, 마음을 태우는 화로의 고통도 더해졌다.
몇 배는 강해진 듯한 통증!
으아아악-
천문석이 당장이라도 뒤질 것 같은 고통을 전하는 순간.
현실 공간과 심상 공간 모두에서 마신의 사념이 울려 퍼진다!
끄아아아아아아-
- 끄아아아아아아
감이 왔다!
이 녀석 지금 힘이 훅, 훅- 깎여나가고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뇌전공의 전음을 보냈다.
-발도 스님! 됐죠?! 이 정도면 된 거 맞죠?!!
절규하듯 묻는 순간 발도는 재빨리 답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깎으면 될 거 같아! 힘을 내게!!
“…….”
순간 천문석은 목이 컥-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뭐지, 이 보이스피싱 같은 대답은!?
약간이면 된다며?!
그런데 여기서 더 하라고!?
힘내다가 한 방에 훅 갈 뻔했는데?!
아니, 여기서 뭘 어떻게 더 힘을 내란 말야!!
그러나 지금까지 한 고생을 생각하면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뭐가 이따위야!!’
분통을 터트린 천문석은 다시 한번 영혼육백을 태우고 얼리는 동시에 마음을 화로로 지졌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을 받아들여 더욱 고통을 느끼도록 비명 질렀다.
으아아악-
* * *
으아아악-
마신의 강림체에서 들려오는 금권 대협의 비명!
뇌전공을 끌어올린 바라카스는 초조하게 외쳤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게! 금권 대협!”
쿠르, 쿠르르르, 쿠르르르르-
그러나 뇌전공은 여전히 터질락 말락 터지지 않는다!
“하, 시바. 이게 안 되네!”
금권 대협이 무엇을 했는지 마신의 사념이 울부짖고 강림체의 힘이 훅, 훅- 깎여나가고 있다.
당장이라도 뇌전공이 터지고 도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강림체에 알 수 없는 힘이 차오르며, 약간 아주 조금이 넘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아군은 모두 침묵한 상황.
금권 대협이 최후의 희망이다!
‘금권 대협! 힘을 내게! 자네가 유일한 희망이야!’
금권 대협을 응원한 바라카스는 별이 빛나는 검은 균열, 차원력으로 세계의 나무에 뚫은 통로를 살폈다.
차원력이 천천히 흩어진다.
계속 지체하다가 통로가 닫히면 끝장이다!
-금권 대협! 좀 더 빨리! 힘을 내! 자네는 할 수 있어!!
으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
이때 강림체의 촉수 속 금권 대협의 처절한 비명, 멀리 바다에서 강림체의 분노어린 사념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바다?”
바다에서 사념이 왜 느껴져!?
“……!”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바다를 본 순간.
경악한 바라카스는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금권!
-으악, 으아악! 하고 있습니다! 아직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빨리 나와! 바다에서…….
발도의 경악이 뇌전공의 전음을 통해서 전해졌다.
천문석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터졌다는 걸 깨달았다.
깨닫는 순간 심상 공간을 불태우며 얼리던 냉기 불꽃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현실 공간, 꿈틀거리는 촉수 속에서 수인을 짚고 가부좌 튼 천문석이 번쩍 눈을 떴다.
아직 남은 지혜의 빛이 두 눈에서 번쩍이고, 대오각성 당하며 생겨난 한 호흡의 현묘한 기운이 흩어지는 순간.
어느새 일어난 천문석은 흩어지는 한 호흡의 기운을 낚아채 걸었다.
둔보(鈍步).
무림에서 가장 느린 보법의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 내딛는 걸음에 걸리는 모든 게 바스러져 흩어졌다.
탁-
둔보의 한 걸음이 바닥에 닿았을 때, 천문석은 강림체의 육체를 뚫고 나와 그 위에 서 있었다.
천문석은 지혜의 빛이 남은 눈으로 바다를 보는 순간 발도 스님이 왜 빨리 나오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항구 앞바다 바닷물이 정육면체 형태로 떠오르고 있었다.
가로세로 100미터를 넘는 이 거대한 정육면체에서 마신의 사념이 느껴졌다.
-크아아아아아아
일렁이는 녹색의 바닷물 표면에 드러나는 수많은 형상.
촉수를 너울거리는 말미잘, 거대한 집게발을 철컹거리는 게.
검은 눈과 다리를 움직이는 오징어.
……
스크린에 투영되듯 해양 마수와 몬스터들의 모습이 바닷물 표면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사이 압도적인 크기의 존재가 하나 있었다.
파르스름한 전기를 휘감은 해파리, 거대 괴수.
지금 마신의 강림체는 다시 소환하고 있었다.
그 개고생을 하며 잡은 ‘거대 괴수’를!
하하하-
천문석은 웃었다.
웃을 수밖에는 없었다.
말미잘 거대 괴수, 염동력을 쓰던 이 더럽게 끈질긴 놈과의 전투.
마신의 눈, 마신의 몸통.
그리고 눈과 몸통이 합체한 마신의 강림체와의 전투.
더럽게 질척질척 끈질긴 놈들과 개고생을 하며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이 길고 긴 전투의 마무리를 지으려는 순간.
거대 괴수를 다시 소환한다고?
하하하하하-
천문석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릴 때.
바라카스 발도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금권 대협! 내가 어떻게든 여기서 저놈들 막아볼 테니까! 사람들 데리고 피하게!”
천문석은 웃음을 뚝 그쳤다.
그리고 바라카스 발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님. 이제 그럴 필요 없습니다.”
“뭐? 포기하면 안 돼! 사람들을 구해야지!”
깜짝 놀란 발도가 외칠 때.
천문석은 말없이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었다.
처음부터 머리 굴릴 필요가 없었다.
좋은 해답은 언제나 간단한 법이다.
이 순간 천문석은 가장 간단한 해답을 선택했다.
모조리 박살 내주마!
-0.5, 0.6, 하늘의 저울, 인과의 대가?!
그런 건 이제 아무 상관 없다!!
-거대 괴수를 소환한다고?!
나야말로 무저갱의 마굴을 박살 낸 천마를 강림시켜 주마!!
-마신의 사념이라 본체는 안전하다고?!
본체까지 박살 내 마안에 쑤셔 박은 후 우주로 던져 주마!!
머리끝까지 분노한 천문석은 전법륜인으로 전생에서 이어진 혼백과 현생의 영육을이었다.
가슴속에서 치솟는 천지를 태울듯한 열기!
전생 천마, 절대자의 오연한 시선이 현생 천문석의 눈에 닿는 순간.
천문석의 눈빛이 변했다.
가슴속에서 치솟는 열기가 섬광이 되어 눈에서 쏟아진다.
이제 재고 계산하는 건 끝이다!
바닥까지 모조리 긁어모아서!
전부 다 박살 내주마!
천문석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무혼(武魂)에 새겨진 전생 천마의 무업(武業)을 불렀다.
‘오라, 나의 업이여!’
이 순간 천문석의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에서 저릿저릿한 기운이 일어났다.
“이건? 이건 대체……!?”
경악한 바라카스가 비틀비틀 물러설 때.
쐐애애애애액-
하늘에서 음속 폭음이 터졌다.
무업을 부르던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치솟는 울화에 분통을 터트렸다.
“빌어먹을 염동포탄!”
“너 이 새끼! 딱 기다려라!”
“그놈의 염동포탄을 네 몸에다가 쑤셔 박아 주마!!”
이때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서울 사태 때 들었던 긴급상황 사이렌이다!
“어, 뭐야?!”
분통을 터트리던 천문석이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는 순간.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구름이 보였다.
비행운?
쐐애애애액-
음속 폭음은 비행운이 생겨나는 곳에서 들려왔다!
염동포탄이 아니다!
초음속 폭격기다!
순간 끓어오르던 분노가 씻은 듯 사라지고 머리가 번개같이 돌아갔다.
탄도탄, 정밀 유도 미사일은, 마력장의 전파 교란 때문에 정확도가 낮다.
초음속 폭격기가 떴다면 저기서 떨어질 것은 당연히…….
“항공 폭격?”
천문석이 말하는 동시에.
쐐애애애액-
초음속 폭격기에서 퉁- 구형의 물체가 튀어나왔다!
경악한 천문석의 머리에 수많은 폭탄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 하나,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한 글자 이름을 가진 폭탄 이름이 불쑥 입에서 튀어나왔다.
“핵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