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06화 (30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06화>

와, 이세기!

영화 주인공 같은 녀석!!

이 타이밍에 나타나다니!!

환희에 찬 천문석은 번개같이 머리를 굴렸다.

초절정 초입의 이세기가 마신의 강림체와 1:1로 싸워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세기 본인보다 천검(天劍) 이세기를 잘 아는 게 자신이다.

이세기만 여기에 있으면 당장이라도 저 마신의 강림체를 박살 낼 수 있게 ‘만들어 줄 수‘있다!

휘이이이잉-

이때 날아오는 발도 스님이 가까워졌다.

천문석은 재빨리 봉을 뻗어 발도 스님을 받았다.

탁-

봉에 걸려 빙글빙글 내려오는 바라카스 발도.

천문석이 승복을 낚아채 바라카스 발도를 땅에 내려 주는 순간.

바라카스와 천문석은 동시에 외쳤다.

“아니! 금권 대협! 시주가 여기는…….”

“이세기!!”

“어……?”

바라카스가 당황한 순간, 천문석은 움켜잡은 승복을 흔들며 다급히 외쳤다.

“발도 스님! 이세기?!”

“이세기 그 새끼 어디 있습니까?!”

“같이 있는 것 맞죠!? 근처에 있나요?!”

“이세기? 아, 그 금권 시주 친구…….”

‘뭐야? 이 반응은 설마!?’

천문석은 발도 스님의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에 정신이 아찔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세기 여기에 있죠!? 발도 스님! 이세기 여기에 있는 것 맞죠?!”

천문석이 절박한 얼굴로 외치는 순간.

바라카스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없어. 헤어진 지 오래…….”

“……!”

뒷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띠이이이-

눈앞이 깜깜해지고, 귓가에는 이명마저 들려온다.

환희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럴 줄 알았다!

이세기 그 녀석은 옛날부터 타이밍을 더럽게 못 맞췄다!

“이런 빌어먹을 젠장! 이세기 이 새끼! 이 중요한 순간에 뭘 하는 거야?!”

천문석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바라카스는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시주! 분명 거기서 헤어졌는데! 어떻게 여기에?! 혹시 시주도 허공도의 높으신 분을 모시는 사람이요?!”

“네? 허공도요?”

천문석이 반문하는 순간.

마신의 정신파가 다시 한번 쏟아졌다.

-흐흐흐흐흐흐흐

천문석과 바라카스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마신의 강림체를 봤다.

촉수를 너울거리며 정신파와 사념을 뿜어내는 강림체!

두 사람은 깨달았다.

지금은 한가하게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

저놈부터 처리해야 한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스님. 저 마신부터…….”

“시주. 허신부터 처리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두 사람은 재빨리 서로를 살폈다.

천문석의 시선이 발도 스님을 스쳤다.

내력을 많이 소모한 것 같지만 외상은 없다.

충분히 같이 싸울 수 있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아쉬움!

대환단!

옥탑방 침대 밑에 놓아둔 대환단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그걸로 발도 스님이 내력을 회복하면 위험도가 확 떨어지는데!!

‘젠장! 0.43? 좀 부족할 거 같은데?!’

천문석은 바라카스의 상태를 살피며 얼마나 전생의 경지를 훔쳐야 할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때 바라카스도 천문석을 살피며 사고 가속 중에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다.

허신의 강림체를 상대할 강자를 부르는 건 수많은 제약 때문에 안 된다.

‘그러나 반대라면 어떨까!’

부르는 게 아니라 자신이 허신의 강림체와 함께 세계의 나무를 뛰어넘는 거다!

그러나 허신과 사도의 연결은 차원을 넘어가도 유지되고, 반쪽짜리 샤인 자신은 인과가 이어진 곳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즉, 여기서는 처리할 수 없는 재앙, 마신의 강림체를 인과가 이어진 곳 중 처리할 수 있는 장소로 옮기는 거다.

순간 바라카스의 머리에 수많은 강자와 금지(禁地)들이 떠오른다.

-멈추지 않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폭풍해.

-무수한 마물이 불벼락에 타오르는 재의 전장.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거대한 늪지에 세워진 악의 제국.

-강철 몽둥이로 침입자를 두들겨 잡는 하누만의 복숭아 과수원.

……

그리고 무사인 카이류가가 있는 곳, 얼어붙은 대지!

자신도 빠져나오기 힘든 금지, 어디 한군데 맛이 간 강자, 상상을 초월하는 대가를 원할 이들만 떠오른다.

‘젠장!’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

‘강자가 한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이 생각과 동시에 바라카스의 뇌리에 오래전 만난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람 사막에서 만났던 무의 길을 걷는 조손(祖孫)!

두 사람은 가문의 시조에게 무공을 전한 스승을 찾기 위해, 세계의 나무를 가로질러 자라나는 바람 사막의 천공탑을 찾고 있었다.

바라카스는 우연히 만난 두 사람에게 천공탑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홀로 남은 할아버지는 말했다.

천공탑에서 선조에게 무공을 가르친 스승은 찾지 못했지만, 후손은 천공탑을 오르는 군단을 만나 스승을 찾기 위해 함께 떠나갔다고.

자신과 인과가 이어진 조손이 만난 군단!

그들이 있었다!

바라카스는 천공탑을 오르는 이 군단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들은 평범한 군인들이 아니다.

오러를 사용하는 수천의 기사.

마도사의 위에 달한 수백의 마도사.

악에 물든 허신을 수도 없이 박살 내고, 악신의 추종자가 모인 악의 제국을 멸망시켜 인간의 시대를 연.

마도 황제의 검, 제국 군단이다!

제국 군단은 이미 승천해 버린 마도 황제를 찾아서, 세계의 나무를 가로질러 자라나는 천공탑을 끝없이 오르고 있었다!

이 위대한 기사와 마도사들은 서원했다.

인간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그런 그들 앞에 허신의 강림체를 데려가면?!

대가는 필요 없다.

자신의 서원에 따라 허신의 강림체를 순식간에 박살 낼 거다!

이 순간 바라카스는 완벽한 해답을 찾아냈다.

허신의 강림체를 제국 군단.

더 정확히는 제국 군단과 함께 있을 자신과 인과가 이어진 그에게 데려간다!

이렇게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러나 작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라카스의 시선이 멀리 정신파를 뿜어내는 허신의 강림체로 향했다.

저 허신의 강림체를 그대로 데리고 세계의 나무를 도약하기에는 공덕을 쌓아 채운 차원력이 부족하다.

강림체의 힘을 깎아내야 한다.

그러나 도약을 준비하며 동시에 허신의 강림체와 싸울 수는 없다.

이 순간 바라카스의 시선이 다시 만난 금권 대협에게로 향했다.

“본체가 아니라 강림체니까…… 0.48, 0.49? 좀 부족한가? 0.59? 하- 시바. 위험할 거 같은데…….”

금권 대협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며 연신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정신 나간 듯한 금권 대협이 유일한 희망이다!

자신이 허신의 강림체와 함께 세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금권 대협이 허신의 강림체가 가진 힘을 깎아내야 한다!

탁-

바라카스 발도는 금권 대협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정직과 신뢰의 마제사 주지 스님이 되어 믿음과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금권 시주. 나한테 저 허신의 강림체를 처리할 완벽한 계획이 있네!”

* * *

“네?”

허신? 절에선 마신을 허신이라고 부르나?

아니, 이건 중요한 게 아니지!

분명 계획이라고 했다!?

“완벽한 계획이 있다고요!?”

천문석이 솔깃한 표정을 짓자 바라카스는 바로 대답했다.

“우선 저놈 움직이기 전에 이동부터 하세.”

천문석과 바라카스는 존재감을 지우고 강림체를 향해 달려갔다.

바라카스는 자신의 계획을 적당히 각색해서 설명했다.

“……이렇게 내가 저놈을 차원 너머로 던져 버릴 수 있네!”

발도의 설명이 끝난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강림체를 차원 너머로 던진다고!?

어쩐지 특이하다 했더니, 이 스님 주술공을 익혔구나!

주술공은 무공의 상리를 따르지 않아 경지 측정이 힘들었다.

무림 던전에서 만났을 때와 전혀 다른 엄청난 힘의 비밀은 주술공이었다!

그러나 발도 스님이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마신의 강림체를 해결할 계획이 있다는 것!

천문석은 발도 스님에게 들은 계획을 재빨리 요약했다.

-자신이 마신의 강림체가 가진 힘을 깎아낸다.

-발도 스님이 힘이 깎인 마신의 강림체를 다른 차원으로 던져 버린다.

-그리고 그 다른 차원에는 마신의 강림체를 상대할 강대한 존재들이 있다.

휴지(강림체)를 쓰레기통(다른 차원)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획이 아주 심플했다!

여기서 자신이 할 일은 마신의 강림체의 힘을 깎아내는 것뿐.

그리고 천문석에겐 이런 상황에 딱인 기술이 있었다.

마신의 강림체를 완전히 해치울 수는 없지만, 힘을 깎는 데는 최적인 기술이!

천문석은 우선 확인부터 했다.

“발도 스님. 진짜로 저놈 차원 너머로 던져 버릴 수 있습니까? 그리고 힘은 얼마나 깎아야 합니까!?”

“절대 실패할 리 없네. 시주가 저놈의 힘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빼주면 멀리 던져 버릴 수 있어!”

단호한 목소리와 확신 어린 눈빛!

정직과 신뢰의 마제사 주지 발도는 엄지와 검지로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 보이며 단언했다!

‘그래 우선 이걸 해 보고, 안 되면 전생의 경지를 훔치자!’

천문석은 바로 마음의 결정을 하고 대답했다.

“해 보겠습니다! 스님!”

“잘 생각했네. 시주! 잠시만.”

바라카스는 뇌전공으로 작은 섬광을 만들어 천문석에게 건넸다.

“뇌전공의 전음이네. 이걸 이용하면 전음으로 멀리서도 대화할 수 있네.”

‘역시, 주술공을 익혔구나!’

천문석은 작은 섬광을 바로 강화 전투복 안에 붙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정신파를 쏘아 보내는 마신의 강림체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이 너무나 인간적인 마신의 강림체는 자신의 힘에 도취해 사방으로 정신파만 퍼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반이 넘는 아군이 침묵한 상황!

천문석은 마신의 강림체를 보며 다짐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마신의 강림체가 움직이기 전에 차원 너머로 던져 버린다!

* * *

-시주. 나는 여기서 준비를 하겠네!

바라카스가 뒤집힌 어선 뒤에 숨어 차원력을 끌어올리며 뇌전공의 전음을 보냈다.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천문석은 강화 전투복 안에 붙여 둔 뇌전공의 섬광으로 전음을 보내며 봉을 땅에 박고 힘을 실었다.

콰드득-

파아앙-

봉의 탄성을 이용해 거대한 마신의 강림체로 몸을 쏘아 보낸 천문석.

탁-

꿈틀거리는 촉수 위에 내려서는 순간.

깊은 물 속으로 떨어진 듯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여러 종류의 힘이 뒤섞여 있다!

천문석은 마신의 강림체에서 느껴지는 여러 힘의 정체를 순식간에 알아챘다.

마력장, 반발장.

그리고 각성력!

무슨 마신이 각성력을 가지고 있어?!

각성력은 지구의 각성자만 가지는 힘인데!

천문석은 문득 드는 의문을 재빨리 지워 버렸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마신의 힘을 깎아내는 거다.

어차피 차원 너머로 던져 버리면 다시 얽힐 일은 없다!

천문석은 길게 자란 봉에 기감을 집중하고 촉수 위를 움직였다.

기감이 집중된 봉이 금속탐지기처럼 촉수 위를 훑었다.

강대한 반발장과 마력장에 노출되지 않고 봉에서 촉수로 바로 쏟아진 기감이 촉수 내부로 스며들었다.

쿵, 쿵-

영육의 맥동을 느끼며 천문석은 집중했다.

내공, 각성력, 주술력, 마력장, 반발장…….

어떤 힘이라도 그 힘의 흐르는 길과 고이는 맥은 있는 법!

그 맥, 일종의 혈도를 찾아야 했다.

천문석은 힘이 마신의 강림체의 힘이 고이는 맥을 찾기 위해 집중하고 집중했다.

순식간에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거대한 힘의 격류를 되짚어 나간다.

쿵, 쿵, 쿵-

점점 거세지고 빨라지는 영육의 맥동.

영체는 마신과 사도의 영체가 섞여 있고, 육체는 사도의 촉수를 각성력으로 이어붙였다.

‘어디냐, 어디에 있냐?!’

천문석이 금속탐지기처럼 봉으로 촉수를 훑으며 움직이던 어느 순간.

쿵, 쿡, 쿵, 쿵-

문득 다른 감각이 왔다!

‘여기구나!’

천문석은 단숨에 꿈틀거리는 촉수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