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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05화 (30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05화>

천문석이 허탈해하는 순간에도 눈과 하나로 이어진 마신의 육체에 마력 포탄이 날아오고 있었다.

공기를 꿰뚫고 날아와 마신의 육체에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화염을 뿜어내는 마력 포탄들.

그러나 마신의 육체는 포탄에 박살 나고 으스러지고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재생하고 있었다.

마신의 재생력이 아군의 화력을 압도한다!

천문석의 시선이 마신이 딛고선 땅으로 향했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촉수 더미가 마신이 육체로 빨려 들 듯이 흡수되고 있었다.

“……하. 진짜 못해 먹겠네.”

천문석이 다시 한 번 탄식할 때.

뇌성과 새파란 섬광이 터졌다!

콰아아앙-

이 순간 뇌전과 구전광. 강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는 초절정 고수가 마신의 육체를 향해 내려꽂혔다!

퍼어엉-

단숨에 으스러지고 재가 되어 흩날리는 촉수 덩어리!

이걸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직 완전히 강림한 건 아니다!

“어, 이거 잘하면 잡을 수 있는 거 아냐!?”

천문석이 희망에 부푸는 순간.

마신의 육체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뻗어 나온 촉수는 비틀려 엮여서 기묘한 문양을 만들어 냈다.

촉수가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아내는 기묘한 문양을 그려내는 순간.

쿵, 쿵, 쿵-

문양에서 시작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호수에 생겨난 파문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는 충격파!

이 충격파가 몸을 훑는 순간.

이차원(異次元)의 존재 특유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마음속에서 스며들어왔다.

-흐흐흐흐흐흐흐

눈이 붉게 물들고, 살의가 끓어오르는 동시에, 엄청난 현기증에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천문석은 지권인(智拳印)의 수인을 짚어 마음에 스며든 광기를 단숨에 떨쳐 냈다.

마신의 정신파!

자신에게는 별것 아닌 잔재주다.

그러나 마신의 이 기술은 아군에겐 치명적이었다.

휭, 휭휭-

헬기는 빙글빙글 회전하며 추락하고.

콰아아아-

회피 기동하며 함포를 쏟아붓던 군함이 충돌해 뒤엉켰다.

그리고 항구 입구 언덕 위, 화력을 쏟아붓던 전차와 기갑 차량은 어느새 하나둘 침묵하고 있다.

방어용 마력장을 넘어 전해지는 마신의 정신파에, 군함과 헬기, 전차를 운용하던 아군이 하나둘 무력화되고 있다.

이제 마신의 육체와 제대로 싸우는 건, 위태롭게 싸우는 초절정 고수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초절정 고수 혼자서는 점점 존재감이 강해지는 마신의 강림체를 이기기는커녕 완전히 강림할 때까지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마신이 강림하면 대참사가 벌어진다.

지금 저 마신의 강림체를 처리하지 못하면 안전지대 제주도 전체가 마경이 될 것이다.

“…….”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처음 전투를 시작할 때의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는 걸.

결국, 이 순간이 왔다.

하늘의 저울, 인과를 속이고 전생의 경지를 훔쳐낼 순간이.

예전에 전생의 경지를 훔쳐낼 때와 지금의 천문석은 큰 차이가 있었다.

입문의 일기일원공은 절정에 닿았고.

이세계 배송의뢰, 무림 던전, 신동대문 난장판을 거친 실전 경험으로 무공을 가다듬었다.

지금의 천문석이라면 전생 천마의 힘을 2할. 아니 3할은 훔쳐낼 수 있을 거다.

아니 그렇게 많이 훔쳐낼 필요도 없다.

1할.

단지 1할이면 저 완전치 않은 마신의 강림체를 처리하는 데 충분하다.

그러나 전생 천마의 힘 1할이라니…….

생사팔문의 보법을 훔쳤다가 치른 대가를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비록 현대무기는 무력화됐지만, 초절정 고수가 아군으로 같이 싸운다.

초절정 고수의 보조 역할 만 한다면!

1할이 아닌 그 1/3, 0.333할이라도 충분하다!

당연히 하늘의 저울, 인과가 가져가는 대가도 확 줄어든다.

어쩌면 그동안 빡세게 구르며 쌓은 업으로 대가가 충분해서 추가적인 대가를 가져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만 되면 자신의 머리카락은 안전하다.

하늘의 저울이 아무리 뜬금없어도, 훔쳐 낸 것 이상의 대가를 가져가지는 않을 테니까…….

천문석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 검을 무장 벨트에 걸고 봉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수인을 짚었다.

전법륜인(轉法輪印).

마음과 마음을 이어 뜻을 전하는 수인을 짚어.

현생의 영육과 혼백에 새겨진 무혼(武魂)을 잇는다.

순간 무혼에 담긴 전생 천마의 존재감이,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서 몸을 일으켰다.

전생 천마의 존재감이 심상 공간에 나타나자, 현실 공간에 있는 천문석의 모습도 일순간에 변했다.

물결치듯 몸에 닿던 마신의 정신파가 닿기도 전에 일그러져 바스러지고, 마음속에 울려 퍼지던 광기 어린 속삭임이 하룻강아지의 울음소리로 변해 버린다.

두 눈에 번뜩이는 섬광이 머무는 순간 생겨나는 무의 극에 달한 자의 오연한 시선!

쿵-

천문석은 마신의 강림체를 향해 걸으며, 무혼에 새겨진 전생 천마의 경지를 훑었다.

경천동지할 무공.

물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무의 극에 달한 후 한 걸음 더 나아간 경지.

무혼의 무공과 기술, 경지를 훑어.

0.333할에 걸치는 하나의 무공을 고른다.

천주봉(天柱棒)!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 다섯별.

화·수·목·금·토, 오행의 힘을 담은 봉술(棒術)!

자유자재로 길이가 변하는 이 봉에 딱 맞는 봉술이다.

천문석이 천주봉의 봉술을 훔쳐 내려는 순간.

팟, 팟, 팟팟팟-

지금까지와는 다른 굉음이 터졌다.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보였다.

천문석이 마음의 결정을 하는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전황이 변했다!

마신의 강림체가 초절정 고수를 붙잡아 정신파 공격을 쏟아붓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사방에서 채찍처럼 날아오는 촉수들!

팟, 팟, 팟팟팟-

이 소리는 초절정 고수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촉수에 얻어터지는 소리였다!

마신의 강림체는 한참 동안 초절정 고수를 정신파로 지지고, 촉수로 두들겨 패다가 휙- 쓰레기 버리듯 집어던져졌다.

천문석에게로.

휘이이잉-

으아아악-

초절정 고수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올 때.

천문석은 이제 0.333할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초절정 고수를 보조하겠다는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했다.

그래서 천문석은 미리 작별 인사를 했다.

“안녕. 나의 머리카락…….”

* * *

으아악-

바라카스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는 순간.

마음속에서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광기 어린 웃음소리!

-흐흐흐흐흐흐흐

마신의 광기가 혼백을 물들이려 하고, 물결치듯 육체로 스며든 정신파는 영육을 타락시키려 한다!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이 흔들리는 순간.

바라카스 발도는 뇌전공을 끌어올렸다.

쿠르, 쿠르르-

그러나 우렛소리만 울릴 뿐 뇌전공의 뇌성이 터지지 않는다!

내력이 잠시 말라붙었고, 영육에 남겨진 정신파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다!

바라카스는 재빨리 혈통에 새겨진 힘, 사고 가속을 사용했다.

사고 가속에 들어가는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것처럼 몸이 천천히 날아가고, 영혼육백을 뒤흔드는 정신파와 광기 어린 외침이 빠르게 잦아들었다.

사고 가속 상태에서 전투를 복기한다.

분명 처음은 자신이 유리했다.

아군의 도움을 받은 후에는 더 유리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전황이 변했다!

저 허신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내공도 마력도 차원력도 아닌 제3의 힘!

허신은 이 제3의 힘을 마탑을 소유한 마도왕처럼 끝없이 사용했다.

한계가 있는 내력과 반쪽짜리 차원력을 지닌 자신.

강대한 마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제3의 힘을 가진 허신!

이대로는 허신에게 패배한다!

패배를 직감한 바라카스는 정지한 듯 서 있는 허신의 강림체를 바라봤다.

촉수로 만들어진 눈과 몸통을 가진 허신의 강림체.

아직은 이 강림체에 허신의 힘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강림체에 허신의 힘이 모두 담기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난다!

수많은 생명이 혼돈에서 태어난 존재, 허신에게 헛되이 죽을 것이다!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내시고, 세계의 나무로 삼천세계에 가득하도록 생명을 길러내신 상.

상을 모시는 샤로써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내 힘으로 안 된다면 타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막겠다!

차원 용병!

바라카스는 최후의 방법, 차원 용병을 부르는 계약의 수인을 짚었다!

수인에서 계약의 파문이 흘러나오는 순간.

바라카스는 차원 용병을 부르는 계약의 외침을 터트렸다.

“원대륙의 샤가 계약을 원한다. 케페니안…….”

띠이이이이-

그러나 이 순간 바라카스의 머릿속에서 돌연 이명이 쏘아지고 이해할 수 없는 울음이 들려왔다.

[킥키키킥킥키키킼키킼킼키…… ]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가 한참을 이어지더니 돌연 이해할 수 있는 사념으로 변했다.

[…… 용병 계약 도중 해지 상황이 감지 되었습니다. 의뢰비 선입금을 요청합니다. 최근 수많은 차원에서 계약 미이행 사고가 발생…….]

“뭐!?”

우선 고용하고 배를 쨀 생각이었던 바라카스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의뢰비가 얼만데!?’

마음으로 외치는 순간 사념이 대답이라도 하듯 변했다.

[…… 전사 1인 고용 시. 케페니안의 빛 10만 럭스당 요금. 위업 랭크 1등급 기준 정석 적당히, 떨어지지 않는 나뭇잎 조금, 허공에서 자라는 나뭇가지 약간, 물에 뜨는 돌 번쩍 들어 보여 주기, 하늘 고래의 념 아주 많이…….]

알아들을 수 없는 대가가 죽 이어지다가 마침내 바라카스도 아는 대가가 나왔다.

[…… 인과를 잇는 검은 동전…….]

인과를 잇는 검은 동전!?

사념이 전해진 순간 이 대가가 무엇인지 바로 깨달았다.

흑전!

‘이런 미친!’

바라카스가 경악하는 순간 사념은 흩어지고 계약의 파문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러나 그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라카스는 경악했다.

‘흑전을 대가로 받는다고!?’

어이가 없었다!

흑전이 없어서 차원 용병과 계약하려는 거다!

그런데 흑전을 대가로 지급해야 한다니!?

이런 병신 같은 상황이…….

‘아니지……!?’

순간 바라카스는 깨달았다.

분명 전사 1인 고용에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했다.

흑전이 몇 개인지는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만약에 1개라면?

순간 바라카스는 사고 가속 중임에도 섬뜩한 한기를 느꼈다.

자신은 천명의 차원 용병을 고용하려 했었다.

흑전 1000개!

이 아찔한 숫자에 정신마저 혼미해질 때.

바라카스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어차피 일어나지 않은 일,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허신의 강림체 저놈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누굴 불러야 한단 말인가?

-자신과 인과가 이어진 자.

-허신의 강림체를 이길 정도의 강자.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강자는 많다.

그러나 여기에 마지막 조건.

-대가 없이 싸워 줄 강자.

이 조건을 넣으면 부를 수 있는 이가 없다.

아니 한 명 부를 수 있는 이가 기억났다.

부르는 순간 자신을 박살 낼 존재.

일기일원문의 둘째 사형, 무사인 카이류.

순간 바라카스 발도는 결심했다.

그가 허신만 박살을 내준다면 기꺼이 몸을 바치리라!

바라카스가 샤의 힘으로 둘째 사형을 부르려는 순간.

번개같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반대라면 어떨까?’

이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절정 고수님 괜찮으세요?’

사고 가속 중인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경악한 바라카스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 깨달았다.

목소리가 들린 게 아니다.

마음과 마음을 잇고 뜻을 전한 거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높은 경지!

이 순간 천천히 움직이는 시선에 한 사람이 보였다.

이상한 옷을 입었지만, 눈에 익은 체형.

이때 이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으앗!’

그리고 투구로 손을 움직였다.

가속된 사고 속 천천히 움직이는 손에 투구가 벗겨지고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바라카스는 이 사람의 정체를 깨달았다.

허신과 싸우기 전 아이를 구해서 도망치고, 허신 앞에서 섬광을 터트리더니 미친놈처럼 웃으며 추락했던 사람.

무림 던전에서 만났던 그다!

사고 가속에서 벗어난 바라카스 발도와 헬멧을 벗은 천문석.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발도 스님!?”

“금권 대협!?”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이 제대로 봤다는 걸 깨달았다.

금권 대협!

자신을 그렇게 부를 사람은 무림 던전에서 만난 사람들밖에 없다!

그리고 뇌전의 섬광이 사라지고 가까워지니 더 정확하게 보였다.

흉악한 인상과 허름한 승복!

헤어졌을 때 모습 그대로 나타난 마제사의 주지 스님.

발도 스님!

마신의 강림체와 싸운 초절정의 고수는 무림 던전에서 만난 발도 스님이었다!

‘발도 스님이 초절정이라고!?’

천문석은 경악하는 순간 이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발도 스님이 여기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의미하는 게 중요했다!

천문석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경지를 훔칠 필요가 없어졌다!

아니 자신이 저 마신의 강림체와 싸울 필요자체가 없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발도 스님이 제주도에 있다면, 그 녀석도 제주도에 있을 것이다!

천하 십절의 검절(劍絶)!

하늘에 닿은 검, 천검(天劍)!

불세출의 천재.

그리고 내 제일 친한 친우!

천검, 이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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