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01화>
천문석이 거대 괴수를 무너트린 곳에 가까워졌을 때.
쿠르르르르릉-
하늘을 긁는 듯한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엄청난 섬광과 폭음!
쾅, 쾅, 콰아아앙-
고개를 드는 순간.
섬광에 흩어진 안개 너머로 푸른 하늘 일부가 드러났다.
새파란 뇌전이 폭발하는 푸른 하늘에 그놈이 있었다!
잘려 나간 거대 괴수의 촉수가 새끼줄처럼 꼬여 만들어진 거대한 눈.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마신의 눈!
마신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영압이 느껴지고 정신을 오염시키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 순간 안개 속에서 모여들던 마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천문석은 재빨리 존재감을 지우고 마신의 시선이 향한 곳을 봤다.
새파란 뇌전과 구전광을 휘감은 사람!
이 사람의 정체는 모르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마신의 눈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남자의 두 손에 맺힌 만져질 듯 선명한 저 빛이 중요했다.
유형화된 강기, 수강(手罡)!
저 사람은 수강으로 마신의 힘이 담긴 그릇 촉수를 끊어 내고 있었다.
갑자기 튀어나와 마신의 눈과 싸우는 저 남자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초절정!
무림 던전에서도 주호와 이세기, 둘밖에 볼 수 없던 초절정의 고수가 지구에도 있었다.
각성으로 무공을 깨닫게 되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건 자신이 대한정통무당파의 수련을 보며 확인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지구에서 초절정이라니!
천문석은 가슴속에서 희망이 솟구쳤다.
기껏해야 마신의 눈 한 짝!
초절정의 무인이 아군에 가세하면 이길 가능성이 확 올라간다!
그게 중요했다!
최후의 방법을 쓰지 않아도 이길 가능성이 확 올라간다는 것!
이때 초절정의 무인이 움직였다!
콰아아앙-
섬광이 폭발하는 순간 단숨에 거리를 좁혀 뇌전이 담긴 수강을 쏟아붓는다!
쿠르르릉, 쾅, 쾅-
섬광이 터지고 굉음이 들려올 때.
천문석도 내력과 전의를 끌어올리며 달렸다.
초절정의 고수가 마신의 눈을 상대하는 동안 자신도 할 일이 있었다!
부족한 화력을 채우는 것!
천문석은 거대 괴수의 중추신경계에 구인창의 경력을 쏟아부어 염동력을 봉인했다.
이렇게 한 목적은 바다의 함대와 육지의 기갑 부대가 마탄을 쏟아부어 적을 끝장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염동력이 봉인됐는데도 함대와 기갑 부대는 여전히 마탄을 쏟아붓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항구 전체에 짙게 깔려 시계를 가린 이 안개 때문이다!
이 마력이 가득 담긴 안개를 해결해야 했다!
천문석은 봉을 앞세워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탁, 탁, 탁-
발걸음마다 점점 더 가벼워지고, 뛰어넘는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어느새 마신의 눈이 다시 가려지고 사방에서 해양 마수들이 몰려들었으나.
목표로 하던 게 멀리 저 앞에 보였다!
무너진 컨테이너 더미.
그리고 땅에 쓰러진 채 하늘로 뻗어 오른 거대한 타워 크레인!
천문석은 단숨에 무너진 컨테이너 위로 올라, 기울어진 타워 크레인 위를 달렸다.
탓, 탓, 탓, 탓-
존재감을 죽인 채 봉을 길게 더 길게 키워내며 달린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점점 더 빠르게 가속하는 천문석.
그리고 45도로 솟은 크레인 끝에 도착하는 순간.
쾅-
봉을 타워 크레인에 박아넣고 달렸다!
수십 미터 길이로 길어진 봉이 부러질 듯 휘어지고 엄청난 탄성에 손이 터질 듯 요동칠 때.
흐아아아아앗-
기합을 터트린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내력을 폭발시키며 타워 크레인을 밟고 도약했다.
쾅, 파아아아앙-
천문석은 투석기 탄환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휘이이이잉-
안개가 가득한 허공을 가로지르자, 어느 순간 안개가 모두 사라지고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공간에 가득한 금속 냄새가 입안에 감도는 순간.
보였다!
쿠르르릉, 쾅, 쾅, 쾅-
천둥 벼락을 휘감은 채 뇌전이 담긴 수강을 뿜어내는 초절정의 고수!
엄청난 영압으로 폭풍처럼 몰아치는 뇌전과 수강을 밀어내는 마신의 눈!
거대한 마신의 눈 한가운데 형광 체액으로 이뤄진 눈동자의 초점이 초절정의 고수에게 박혀 있었다.
천문석은 절정에 달한 모든 내력을 두 손에 끌어모았다.
그리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야, 마신!’
오래된 이명이 마음에 전해지는 순간 허신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 놈이 하늘로 날아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갑자기 부른 ‘마신’, 오래된 이명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전해지는 순간 정신에 드리워지는 거대한 그림자!
이 거대한 그림자에서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진다!
허신, 오래된 바다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문석과 눈이 마주쳤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시선과 시선이 얽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샤를 상대할 때도 여유 있던 허신의 눈동자가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경련했다.
상대가 너무 강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 정신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
이 그림자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을 느끼고 강적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나타난 것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천문석은 마신의 눈동자에 어린 어이없어하는 감정을 한눈에 알아봤다.
‘뭐야, 이 새끼 마신이란 놈이 뭐 이리 감정이 인간적이야!?’
보통 마신 놈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끝없이 토해 내거나, 인간의 칠정과는 궤를 달리하는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의 폭풍을 쏟아 내는 게 보통이다.
어이없어하기도 잠시, 천문석은 적이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이다!’
천문석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신의 눈동자를 향해 두 손에 끌어모은 내력을 쏘아 보냈다.
두 손에 모였던 음과 양의 내력이 허공을 지나 마신의 눈동자 앞에서 만났다.
이 순간 하늘을 놀라게 하는 일수(一手).
절정의 내력이 담긴 굉천수(轟天手)가 마신의 눈 바로 앞에서 터졌다!
콰아아아앙, 쾅, 쾅-
우레를 잡아먹는 굉음이 끝없이 터지고!
번쩍-
뇌전의 섬광을 지우는 엄청난 빛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명멸했다!
‘가짜‘뇌전 굉천수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초절정의 무인이 만들어 낸 ‘진짜‘뇌전보다 더 시끄럽고 더 밝은 빛을 쏟아 내며 명멸했다!
천문석이 그동안 수없이 때려 박은 굉천수의 눈뽕중 최고의 눈뽕이 터졌다!
이 순간 허신의 비웃음을 담은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흐흐흐흐흐흐
정신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놀란 게 어이없게도 아무 위력 없는 빛만 터트리다니!
이런 멍청한 녀석은 오래전…….
이때 허신의 진동을 단숨에 지워 버리는 내력이 실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캬카카카카캌-
아무 위력 없는 빛을 터트린 적이 안개 속으로 추락하며 미친 듯 웃고 있었다.
-……
허신의 눈동자가 추락하는 천문석을 바라볼 때.
바라카스 발도는 경악하고 있었다.
갑자기 안개를 뚫고 튀어나와, 낯익은 섬광과 굉음을 터트리고, 미친놈처럼 웃으며 추락하는 사람!
카캬카캬카카캌-
자신이 뇌전으로 지지던 거대 마물의 몸에서 튀어나와 아이를 구해서 도망쳤던 그 사람이다!
그리고 이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바라카스는 이 사람의 정체를 깨달았다.
마제사에서 단혈철검 주호와 상상 이하의 비무를 했던 무인!
천기가 기울 정도의 불운이 붙어 있어 얽히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던 그!
장가장의 금권 대협, 천문석 그다!
무림에서 만났던 금권 대협이 갑자기 떨어진 이 세계에 나타났다!
“금권……!”
바라카스가 자신도 모르게 천문석을 부르려는 순간.
돌연 천지를 울리던 웃음소리가 뚝 그치고 내력이 실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사선 확인!”
“사선 확인!”
“사선 확인!”
……
“사선 확이이이인! 피해에에에!”
금권 대협이 안개 속으로 떨어지며 자신에게 미친 듯이 외치고 있었다.
“사선 확인……?”
바라카스가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보는 순간.
육중한 진동을 담은 폭음이 바다와 육지 양쪽에서 터졌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그리고 대기를 찢어발기는 굉음이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졌다!
쐐애애애액-
쐐애애애액-
바다를 건너오며 몇 번이나 들었던 폭음!
바라카스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고 뇌전공을 끌어올렸다.
쾅-
번뜩이는 뇌전과 함께 바라카스가 사선에서 피하는 순간.
바다와 육지에서 쏟아부은 포탄이 마신의 눈앞에서 명멸하는 굉천수에 직격했다!
콰아아아앙, 쾅, 쾅, 쾅-
끝없이 터지는 포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명멸하는 굉천수의 빛.
명멸하는 굉천수의 빛을 향해 바다와 육지에서 기다렸다는 듯 포탄을 쏟아부었다!
쐐애애애액-
콰아앙, 쾅, 쾅-
당연한 일이었다.
천문석이 터트린 굉천수의 빛은 동심원을 그리는 거대한 원과 이 원을 십자로 가르는 직선으로 이뤄져 있었다.
누구나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건 빛으로 만들어진 사격 표적지였다.
* * *
굉천수로 만든 사격 표적지에 포탄이 다가오는 순간.
뇌전이 터지고 초절정 고수가 다급히 멀어지고 있다!
목이 터져라 ‘사선 확인’을 외치던 천문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인가? 사선 확인하라니까 왜 멍하니 있어! 큰일 날뻔했네!”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게 피했다.
천문석은 안개 속으로 추락하며 씨익 웃었다.
넓은 항구 전체에 깔린 마력이 실린 안개.
이걸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천문석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안개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시계를 가리는 안개 때문에 군함과 기갑 부대에서 표적 위치 확인이 안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안개 너머에서도 볼 수 있는 엄청나게 밝은 사격 표적지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천문석에겐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굉천수!
수많은 적에게 눈뽕을 먹인 허풍수가 절정의 경지에 오르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이제 천문석은 굉천수로 만든 섬광을 거대한 LED 간판처럼 하늘에서 명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안개를 뚫고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사격 표적지를 만들었다.
마신의 눈 바로 앞에!
이 사격 표적지에 사방에서 날아온 포탄이 박혔다.
콰아아아앙, 쾅, 쾅, 쾅-
마탄의 마력과 장약의 폭약이 터지며 쏟아지는 압력과 열기에 안개가 사라지고, 마신의 눈이 선명히 보였다!
쒜애애애액-
대기를 뚫고 날아온 포탄이 마신의 눈동자에 닿는 순간.
구우우우웅-
강력한 마력장이 포탄을 단숨에 미끄러트렸다!
수많은 포탄이 궤도가 비틀려 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 포탄, 하나하나가 마탄이었다.
포탄이 마력장과 닿을 때마다 포탄에 새겨진 마탄의 저주가 마력장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뇌전을 휘감은 초절정의 고수가 움직였다.
쾅-
섬광과 함께 마신의 눈을 이루는 거대 촉수에 달라붙어 폭풍처럼 수강과 뇌전을 쏟아붓는다!
펑, 퍼어엉, 펑-
마신의 눈을 담은 그릇, 거대 촉수가 폭발하고 곳곳에서 체액이 쏟아졌다.
모든 건 천문석의 계획대로였다.
바다와 육지에서 마력 포탄이 쏟아지고, 초절정 고수가 마신의 힘이 담긴 그릇을 박살 내고 있다!
카캬카-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대로라면 마신의 눈을 끝장내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을 해야 했다!
휘이이이잉-
안개 속으로 떨어지는 천문석의 눈에 ‘할 일‘이 얼핏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안개 사이로 보이는 꿈틀거리는 촉수!
이 꿈틀거리는 촉수 뒤에는 잘려 나간 거목처럼 땅에 쓰러진 거대 괴수가 있을 것이다.
이 ‘거대 괴수‘를 상대하는 게 자신이 할 일이었다!
초절정 고수와 군함, 전차가 마신의 눈을 처리할 때까지.
거대 괴수가 회복하지 못하도록 버티기만 하면 된다!
그때가 되면 천문석은 다시 한 번 사격 표적지를 만들 생각이었다.
바닥을 기고 있는 거대 괴수 몸통 위에!
그리고 군함과 전차가 마력 포탄을 쏟아부어 거대 괴수를 끝장내는 순간.
그때가 다시 한 번 움직일 때였다.
전투 보상!
천문석은 큰 욕심은 없었다.
거대 괴수, 사체에서 쏟아질 엄청난 양의 마석과 강대한 마력을 품은 부산물은 손도 대지 않을 생각이었다.
작은 거만 하나 챙기는 거다.
거대 괴수가 거대한 육체를 유지하고 염동력 계통의 각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원천이라는.
코어.
코어는 균열, 던전, 거대 괴수, 재앙급 마수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전략 물자였다.
천문석은 헌터면서도 코어가 어느 정도 가격대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건 육군 소총수가 구축함, 잠수함, 전투기 가격을 모르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략 물자라는 단어만으로도 감이 왔다.
코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쌀 거라는 감이!
카캬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그 어느 때보다 전의가 끓어올랐다.
거대 괴수의 코어!
막대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