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00화>
으드득-
제주도 지사 경호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가는 순간.
제임스는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전략적 후퇴’한다. 1차 목적지는…….”
이때 임옥분 여사가 끼어들었다.
“지금 자동차 경주장에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제임스는 정중히 고개 숙이고 말을 이었다.
“1차 목적지는 자동차 경주장의 안전지대다!”
곧 차 안의 경호원들이 헌터용 통신기를 잡고 VIP를 찾기 위해 흩어진 경호원들에게 연락했다.
제임스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민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VIP 확보가 끝났다!
천문석은 위치를 확인했고, 류세연 곁에는 이미 경호팀이 붙었다.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VIP, 코드네임 악마 꼬맹이는 장갑 SUV 옆을 달리고 있었다.
부가티 헌터 미니를 운전해서!
부아아아앙-
특유의 엔진 소리를 내며 달리는 부가티 헌터 미니.
장철 헌터가 조카에게 선물했던 이 차는 장민 대표가 서울 사태 때 폐차 처리하고, 딜러사를 압박해서 한국에는 더는 정식 수입이 안 되는 차다.
그런 차가 다시 악마 꼬맹이의 손에 들어와 서울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마수와 몬스터가 가득한 제주도의 시가지를 달렸다.
서울 사태, 제주도 사태 두 번의 사건 모두 이 부가티 헌터 미니와 엮였다.
제임스가 어이없어 할때.
제주 지사의 경호원들은 불안한 눈으로 부가티 미니를 운전하는 VIP를 힐끔거렸다.
지금이라도 VIP를 장갑 SUV 안에 모시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렇게 VIP가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하는 게 낫다.
저 차를 탄 VIP가 도망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두 사람, 아니 세 사람뿐이었으니까.
장민 대표, 장철 헌터.
그리고 알바라 불리는 천문석.
또 다른 VIP 천문석을 떠올린 순간 제임스는 천문석이 달려간 항구를 봤다.
항구에는 어느새 엄청난 안개가 생겨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게다가 하늘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떠 있는데 안개라니!
심상치 않은 상황에 제임스의 얼굴이 굳는 순간 창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알바가 준, 특급 임무 전략적 후퇴야! 사슴이! 반짝이! 우린 할 수 있어!”
구으으-
띠딛디-
대시보드의 커다란 사슴벌레와 풍뎅이가 마치 대답하듯이 울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각성자라고 생각할 상황이지만, 벌써 2년째 VIP를 경호한 제임스는 그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VIP는 그냥 곤충, 동물이랑 이상할 정도로 빨리 친해지는 이상한 꼬맹이일 뿐이었다.
“…….”
제임스는 잠시 이상한 꼬맹이를 바라봤다.
옆에 앉은 임 회장님의 손을 꼭 잡은 채, 신나게 부가티 미니를 운전하는 VIP.
제임스는 오늘 하루 수많은 사고를 친 VIP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경호원과 대표님의 아들이라는 입장 차이 때문이 아니라 그 업적 때문이었다.
장민 대표와 장철 헌터의 재력과 인맥, 영향력을 생각하면 VIP는 유럽의 헌터 귀족 가문 이상의 신분이었다.
그런 신분의 아이가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엄청난 일을 해냈다.
거대 괴수가 나타나고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진 위험한 상황.
VIP는 저 레이싱 카트로 해수욕장과 시가지를 달리며 수많은 사람을 구한 것이다.
어지간한 각성 헌터도 하지 못할 일을, VIP,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가 해냈다!
이 순간 제임스는 VIP, 악마 꼬맹이라 불리는 이 아이가 장민 대표와 장철 헌터의 가족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평범한 동네 아이처럼 보이는 VIP.
하지만 VIP는 돈보다 더 대단한 것을 엄마와 삼촌에게 받았다.
가슴속에 가득한 용기와 행동력!
제임스는 VIP가 이대로 자라나면 정말 대단한 인물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날아오고 계시는 대표님의 분노에서 살아남아야겠지만 말이다.
선글라스로 가려진 제임스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휘어질 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뭘 저렇게 신나게 웃고 있어?”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철없는 꼬맹이 같으니라고!”
……
제주 지사 경호원들의 불만에 제임스는 어이가 없었다.
경호 업무를 맡은 놈들이 경호 대상을 놓치고는 오히려 불만을 터트리다니!
게다가 아직 어린아이고 악마 꼬맹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려도 VIP는 VIP다.
이런 멍청한 녀석들!
장강 유통의 경호원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 회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얻는 무형의 이득까지 받고 있었다.
넘치는 대우와 호의를 계속 받다 보면 착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모든 게 당연히 받아야 할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만 그 모든 건 장민 대표와 장철 헌터가 먼저 보인 호의다.
VIP 경호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의미에서 먼저 보인 최고 수준의 대우와 무형의 이득!
그리고 모든 계약은 상호적이다.
이렇게 받았으면 당연히 최선의 결과를 보여 줘야 한다.
그런데 VIP 경호에 실패한 녀석들이 아이라고 우습게 보고 불만까지 토하다니!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멍청한 녀석들이 경호팀에 이렇게 많다니!
제임스는 제주도 지사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경호팀과 보안팀을 갈아엎을 마음을 먹었다.
그것이 자신과 가족을 전부 구해 준, 장민 대표와 장철 헌터에게 받은 호의에 대한 대가.
자신의 임무였다!
쿠르르르르릉-
이때 거대한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어!?”
“갑자기 무슨 우레가!?”
장갑 SUV에 탄 경호원들, 화물차의 헌터와 병력의 시선이 우렛소리가 들려온 항구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항구는 자욱하게 깔린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이 엄청난 안개 속에서 다시 한 번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쿠르르르르릉-
“이 소리 저 안개에서 나는 거 같은데!?”
“어, 그러네? 안개에서 무슨 우렛소리가 나.”
“이거 벼락도 떨어지는 거 아냐?”
누군가 농담처럼 말한 순간.
그 말대로 엄청난 섬광과 굉음이 터졌다!
쾅, 쾅, 콰아아앙-
연속해서 떨어지는 벼락에 새하얗게 물드는 시야와 단숨에 마비되는 청각!
섬광과 굉음에서 전해진 충격파가 해안 도로를 달리는 차량 행렬에 쏟아졌다.
쿵, 쿵, 쿠우웅-
육중한 장갑 SUV와 화물차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쳤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지고 경악한 사람들이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으아악-
꺄아악-
끼이이이익-
쿵, 쿵, 쾅-
장갑 SUV와 화물차가 서로 충돌하며 멈춰 섰다.
잠시 후 시야가 되살아나자 큰 피해는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르막에 급회전 구간이라 속도를 줄인 게 다행이었다.
이때 누군가의 경악한 외침이 터졌다.
“저기, 저 항구!”
항구를 향해 시선을 돌린 모두는 경악했다.
엄청난 안개 일부가 사라지고 그 속에서 촉수로 이뤄진 거대한 물체가 얼핏 보였다.
일부였지만 이 물체를 보는 순간 전체의 형상이 머리에 그려진다.
거대한 눈!
그리고 그 가운데 악의가 번뜩이는 눈동자가 나타났다!
이 거대한 눈을 향해 빛으로 이뤄진 사람이 엄청난 뇌전을 쏟아부었다!
쾅, 쾅, 콰아아앙-
폭발하는 섬광과 공기를 찢어발기는 굉음!
헌터, 경호원, 무장한 병력.
해안 도로 위에 멈춰 선 모두는 직감했다!
엄청난 강자가 싸우고 있다!
이때 특급 헌터가 눈과 귀를 가린 손 사이로 거대한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알바가 왜 안 보이지? 저 눈알이랑 싸운다고 했는데?”
* * *
천문석은 안개가 가득 깔린 항구를 달리고 있었다.
분통을 터트리면서.
“이러기야? 진짜로 이러기야!? 염동력을 봉인하니까. 마수가 나타난다고!?”
하늘, 땅 할 것 없이 마력을 품은 안개가 가득한 항구!
콰아앙, 쾅, 쾅-
안개 낀 하늘에선 섬광과 폭음이 터지고.
쿵, 쿵, 쿵-
안개 낀 땅에선 무거운 마수의 진동이 울려 퍼진다!
거대 괴수의 염동력을 봉인하니.
갑자기 마력을 품은 안개가 생겨나고, 그 속에서 해양 마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마력을 품은 안개와 해양 마수!
거대 괴수 이 녀석 다중 능력자인 건가!?
아니 원래 감각이 아작나면 다른 것도 못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시금 분통을 터트릴 때, 짙은 안개 속에서 훅 다가오는 진동!
파바바밧-
천문석은 재빨리 뒤로 뛰며 들고 있던 봉을 찔렀다!
파아앙-
엄청난 속도로 길어지는 봉!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집게발이 봉을 잘라 버리려는 순간 번개같이 봉을 빼낸다.
철컹-
거대한 집게발이 허공을 가를 때.
하앗-
기합을 터트리며 전진!
내력을 실어 폭풍처럼 찔렀다!
파앙-
찌르기에 실린 엄청난 기세에 짙은 안개가 단숨에 흩어졌다.
파아아앙-
그러나 봉이 반발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천문석은 봉에 실린 속도와 기세를 확 죽였다!
휘이이-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봉이 반발장을 통과해 갑각에 닿는 순간.
탓, 탓, 탓, 탓, 탓-
아무 위력 없는 밋밋한 타격음이 연속으로 터졌다.
그러나 결과는 밋밋한 타격음과는 완전히 달렸다.
휘청, 다리가 접히더니 좌우로 비틀거리는 게 마수!
철컹, 철컹-
집게발을 거칠게 휘두르지만 엉뚱한 곳만 때리고 있다.
봉으로 펼친 구인창에 맞아 순간적으로 감각이 무너진 것!
이 순간 천문석은 돌진했다!
으아악-
괴성을 지르면 돌진!
파스슥-
전신을 억누르는 반발장을 지나!
콰아앙-
비틀거리는 게 마수의 몸과 충돌한다!
균형 감각을 잃은 게 마수는 뒤로 넘어가 무력화됐다.
길어야 10초!
그러나 절정의 무인에게 10초는 이런 마수를 3번은 죽일 시간이었다!
쿵, 쿵, 쿵-
만근 태산의 무게가 실린 마종권의 보법으로 게 마수의 배를 으스러뜨리면 전진!
콰직, 콰직, 콰지지직-
갑각이 으스러지고 체액이 솟구치는 순간.
쐐애애액-
안개 속에서 음속폭음을 일으키는 대형 가재의 음속 주먹이 날아왔다!
파아앙-
짧게 끊어치는 순간 전신으로 쏟아지는 충격파!
강화 전투복에서 마력 필드가 솟아나 충격파를 감쇄했지만, 남은 충격파에 시야가 붉게 물들고 전신이 덜덜 떨렸다.
그러나 정신줄을 놓으면 죽는다.
이를 악물고 앞으로 뛰어 대형 가재의 몸 옆으로 구르고.
파아앙-
길어진 봉으로 땅을 때려 안개 속으로 날아오른다!
가재 마수가 재빨리 몸을 돌려 적을 찾지만, 천문석은 이미 짙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가재 마수가 자신을 놓친 이 짧은 시간.
공중에서 떨어지며 봉으로 극음도를 펼친다!
안개 속에서 불쑥 솟아난 봉이 가재 마수의 전신을 때렸다!
탓, 탓, 탓-
극음도의 경력이 실린 봉이 가재 마수의 관절을 때릴 때마다, 자욱한 안개가 단숨에 얼어붙어 관절 위에 두꺼운 얼음이 생겨났다.
콰득, 콰드득-
가재 마수는 엄청난 힘으로 얼음을 부쉈다.
그러나 관절에 침투한 극음의 내력이 곧 마수의 내부마저 차갑게 굳게 했다.
콰드드드득-
관절이 얼어붙은 가재 마수가 잠시 멈추는 순간.
쿵-
안개 속에서 떨어진 천문석이 바닥에 착지하고, 현기증이 훅 올라와 다리가 비틀거렸다.
하아앗-
이 순간 내력을 끌어올리며 스치듯 전진.
진각을 밟으며 전사경을 봉에 담는다!
천문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수많은 허점이 드러난 순간.
비틀린 경력, 전사경이 봉에 실렸다!
파르르-
미친 듯 진동하는 봉에 실린 엄청난 힘!
파스스스슥
실전 상황, 적 앞에서는 펼칠 수 없는 허점투성이 일격이 마수의 반발장을 천천히 뚫는 순간.
콰아아앙-
얼어붙은 거대 가재의 갑각이 단숨에 꿰뚫었다!
콰지지직-
갑각이 산산이 조각나고, 극음의 냉기로 차갑게 얼어붙은 체액이 쏟아질 때!
파아아앙-
천문석은 봉을 후려쳐 체액을 털어 내고 돌진했다!
쿵, 쿵, 쿵-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무리 지은 마수를 피하고, 마종권의 보법으로 봉에 무게를 실어 땅을 때리고 훌쩍 뛰어넘는다!
이렇게 피해서 달리는데도 안개 속에서 불쑥불쑥 마수가 튀어나왔다.
휘이이, 팟, 팟, 팟-
이때 깃털처럼 가벼운 찌르기로 밋밋한 타격음을 터트린다!
휘이이-
깃털처럼 가벼운, 아무런 힘이 실리지 않은 찌르기와 타격!
겉으로 보기에는 초식도 절도도 없이 장난치듯 봉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봉을 잡은 이는 천문석이었다.
무의 극에 달했었고, 다시 한 번 절정 인간의 한계에 달한 무인!
천문석이 움직이는 이 가벼운 봉이 반발장을 뚫고 마수의 육체가 닿는 순간.
봉에 심지처럼 숨겨진 내력이 폭발한다!
극음도의 냉기.
마종권의 무게.
구인창의 감각 교란.
……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마수들은 냉기에 얼어붙고, 갑자기 실린 무게에 넘어지고, 균형 감각을 잃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았다!
그러나 결정타를 가할 시간은 없다.
잠시 무력화된 마수를 지나 마력이 담긴 안개 속으로 달려가는 천문석.
천문석의 목표는 마신의 힘이 담긴 거대한 눈, 마신의 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