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96화>
“나찰승의 힘이 저 정도였나……!”
2호위대군 함대 사령관은 탄식했다.
각성자 한 명 회유하기 위해 2개 호위대군 함대에 내각정보실까지 움직였을 때.
함대 사령관은 과한 대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유 대상의 힘을 직접 보는 이 순간 과한 대응이라는 생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대기를 떨어 울리는 우렛소리!
작열하는 섬광 속에서 쏟아지는 뇌전!
한 인간이 거대 괴수를 압도하고 있다!
수많은 각성자를 봤지만, 이런 위용을 떨치는 각성자는 처음이다.
한국의 1세대 헌터들, 그 전설적인 헌터들이라 해도 이런 위용을 펼치지는 못했으리라!
사령관은 힐끗 내각정보실에서 나온 후세 팀장을 봤다.
후세 팀장이 마지막 순간, 나찰승이 일본의 각성자라고 통신 전문을 보낸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엄청난 능력자라면 최후의 순간까지 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했다.
나찰승을 회유할 수만 있다면 일본에 엄청난 힘이 될 테니까.
그러나 이 순간 후세 케이코도 경악하고 있었다.
정보 집약센터의 예상을 몇 배나 웃도는 힘!
나찰승은 강조하기 위해 통신 전문에 쓴 단어 ‘초월 각성자‘라는 말에 진정 어울리는 엄청난 각성자였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천검!
남중국에 홀연히 나타나, 거대 괴수와 재앙급 마수를 밀어내고 마경을 정리하는 천외천의 각성자!
나찰승도 천검 못지않은 각성자라는 직감이 들었다!
헌터 군벌로 엉망이던 남중국은 지금 천검을 중심으로 모든 게 재편되고 있었다.
나찰승만 회유하면 일본도 가능하다!
가고시마 마경뿐만 아니라 과부하가 걸린 헌터 업계 전체를 재조정하고 일본에도 안전지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후세 케이코의 가슴속에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함교 창밖의 섬광을 보는 순간 이 희망은 곧 절망으로 변해 버렸다.
항구 위 육지.
나찰승은 이미 일본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제주도 위에 올랐다.
이 순간 후세 케이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 제주도의 거대 괴수와 싸우게 된 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원래대로라면 접근도 하지 못할 제주도 바로 앞에 호위대군 함대가 전개됐다.
게다가 거대 괴수와 이미 격전을 치른 만큼 한국 헌터 부대에서도 편의를 봐줄 거다.
저 전투가 끝나는 즉시.
나찰승 주위에 인의 장막을 치고 그가 일본의 각성자라는 걸 기정사실로 만든다!
전투가 끝난 후 나찰승은 하늘을 나는 고래를 찾아 떠날 것이다.
그때 일본 정부가 나찰승과 타국 사이를 중재하는 그림을 만든다.
실제보다 보이는 게 중요할 때도 있는 법!
나찰승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그가 일본의 각성자라고 보이게 만들면 된다!
후세 케이코는 재빨리 부하들에게 명령하고 함대 사령관에게 협조 요청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긴급 회피 기동 중이던 4호위대군 함대와 2호위대군 함대는 거대 괴수가 있는 제주도의 항구로 이동했다.
이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나찰승을 회유할 결심을 굳혔다.
* * *
모든 힘을 깨운 바라카스 발도는 거대 괴수를 압도했다.
뇌전공의 강기와 뇌전이 거대 괴수의 강인한 육체를 불사르며 엄청난 재생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쿵, 쿵, 쿵-
불타고 잘린 촉수가 뚝, 뚝- 잘려 나가 떨어지고.
쏴아아아-
터지고 뚫린 몸 곳곳에서 형광 체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촉수와 체액은 거대 괴수의 몸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바닥으로 쏟아졌다.
어느새 거대 괴수 주위에는 잘려 나가 꿈틀거리는 촉수와 형광 체액이 가득 고였다.
거대 괴수와의 전투는 바라카스의 승리로 끝날 것만 같았다.
항구 앞바다로 모여든 해상자위대 함대, 전진 배치된 기갑사단과 시가지의 무장병력까지.
이 전투를 지켜보는 모두가 승리를 직감할 때.
바라카스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어느새 재생력이 뚝 떨어진 거대 괴수.
뇌전공의 뇌전이 마력을 불태우고, 강기가 육체를 쉽게 꿰뚫는다.
거대 괴수는 재생조차 못한 채 박살 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괴수 반발장은 강대하고, 거대 괴수 주위를 엄청난 기세로 도는 물체들도 여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압(靈壓)!
바라카스는 문득 고개를 들어 허공을 봤다.
허신의 존재감, 영압이 허공에서 느껴진다!
자신의 사도가 박살 나는데도 허신은 어느새 가호를 거두고 바라보고만 있다!
‘무슨 생각인 거지!?’
바라카스는 의혹 어린 시선으로 주위를 살폈다.
이때 항구에 가득 쌓인 촉수가 눈에 들어왔다.
잘려 나간 촉수!
거대 괴수 주위에 가득한 잘려 나간 촉수가 여전히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다!
이 꿈틀거리는 촉수가 거대한 새끼줄을 꼬듯 뒤엉켜 이어지고, 하나로 이어진 거대한 촉수가 쏟아진 형광 체액을 흡수하고 있다!
“……!”
불길한 직감에 이 거대한 촉수를 향해 뇌전을 쏟아 내려는 순간.
쒜애애액-
엄청난 속도로 염동포탄이 쏘아졌다!
바라카스는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염동포탄을 피했다.
콰아아앙-
그러자 염동포탄이 거대 괴수의 촉수를 박살 내고 박혔다!
단숨에 으스러져 끊어지는 촉수와 쏟아지는 형광 체액!
쿵, 쿵, 쿵-
쏴아아아-
끊어진 촉수와 형광 체액이 대지에서 꿈틀거리는 촉수 덩어리로 스며들었다.
“……!”
바라카스는 깨달았다.
허신의 가호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잠시 옮겨 간 것뿐이었다.
저 잘려 나간 촉수 더미로!
바라카스는 지상에서 뒤엉키는 촉수 더미로 몸을 날렸다.
허신의 가호가 내린 저 촉수 더미를 끝장내야 한다!
순간 사방에서 몰려드는 염동포탄!
바라카스가 뇌전공을 끌어올려 염동포탄을 피하는 순간.
쾅, 콰지직, 콰아앙-
염동포탄이 거대 괴수의 몸에 박히고.
쿵, 쿵-
쏴아아-
촉수가 후두둑 무더기로 끊어져 떨어지고 쏟아진 체액이 대지에서 뒤엉키는 촉수 더미로 흡수됐다.
거대 괴수는 자신의 육체를 부숴서 제물로 바치고 있다!
바라카스는 전신에 끌어올린 뇌전공을 이 촉수 더미로 쏟아부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뇌전을 쏟아 내는 순간.
촉수 더미에서 뿜어지는 영압(靈壓)이 뇌전을 밀어냈다!
‘어느새!?’
바라카스가 경악하는 순간.
콰지지직-
밀려난 뇌전이 허공으로 흩어지고, 뇌전을 막아 낸 촉수 더미가 하늘 높이 떠오른다.
끝없이 꿈틀거리는 잘려 나간 촉수가 하나로 이어져 만들어진 거대한 촉수 덩어리!
이 촉수 덩어리가 길게 늘어지더니.
엄청난 영압이 느껴지는 허공에서 거대한 타원을 만들었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눈!
순간 하늘에서 울리는 진동.
쿵, 쿵, 쿵-
이 진동을 따라 바라카스의 전신이 요동쳤다.
그리고 느껴졌다.
이 눈 안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촉수로 이뤄진 거대한 눈 너머로 보이던 푸른 하늘이 어느새 사라지고, 짙은 암녹색 물결이 차오르고 있다.
으아아악-
바라카스는 영압을 떨치고 일어나 뇌전공의 힘이 담긴 수강을 쏟아부었다.
콰아앙-
콰지지직-
줄기줄기 뻗어 나가는 엄청난 뇌전이 촉수로 이뤄진 눈을 때렸다.
펑, 퍼벙, 펑-
길게 이어진 촉수 더미 곳곳이 폭발하고 부서졌지만, 다음 순간 재생한다!
쾅, 쾅, 쾅-
바라카스의 뇌전공이 연이어 쏟아졌으나.
타원 속에 차오른 암녹색 물결은 점점 짙어졌다!
이 순간 촉수에서 쏟아진 형광 체액이 이 암녹색 물결로 스며들었다.
형광 체액은 물 위에 떨어진 기름처럼 소용돌이치며 암녹색 물결 가운데로 모였다.
그리고 암녹색의 눈자위와 수천까지 색으로 번쩍이는 형광 동공을 만들어 냈다.
거대한 눈동자가 하늘에 생겨나고 있었다!
이 거대한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감각!
이 순간 바라카스는 깨달았다.
허신(虛神), 오래된 바다가 사도의 육체를 빌려 이곳에 강림하고 있다!
바라카스는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돌아봤다.
수많은 생명!
바다와 육지, 하늘.
그리고 멀리 섬 안쪽까지 수많은 생명이 가득하다.
지금 강림을 막지 못하면 이 섬과 바다의 모든 생명이 끝장난다!
바라카스는 거대 괴수의 육체를 박차고 뛰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콰지지직-
바라카스는 엄청난 뇌전과 구전광에 휩싸여 빛이 되어 돌진했다.
그러나 바라카스가 허신의 눈동자에 닿기 직전.
쐐애애액-
사방에서 날아온 염동포탄이 바라카스의 몸을 때렸다.
바라카스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단지 시간이 약간 지체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 약간의 시간 동안
형광 체액으로 만들어진 눈동자가 완성됐다.
“……!”
바라카스는 다급히 뇌전공을 쏟아부었다.
콰아아앙-
순간 촉수로 만들어진 거대한 눈이 깜빡였다.
눈 근처에도 다가가지도 못하고 사방으로 밀려나는 뇌전공의 번개와 강기!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거대한 눈이 다시 떠진 순간.
형광 체액으로 이뤄진 섬뜩한 눈동자가 바라카스를 바라봤다!
영육이 짓눌리는 엄청난 영압(靈壓)!
으아아악-!
바라카스는 뇌전공을 끌어올려 영압을 떨쳐 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돌진하려는 순간.
쾅, 콰아앙, 쾅-
거대 괴수의 염동포탄이 바라카스에게 집중됐다.
이 정도 염동포탄은 뇌전공을 일으킨 바라카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바라카스가 염동포탄을 막느라 지체한 찰나의 시간.
또렷이 초점이 맞은 눈동자와 바라카스의 눈이 마주쳤다.
시선과 시선이 마주 닿고, 시선에 실린 감정과 사념이 섞여 들어간 순간.
하늘로 돌진하던 바라카스의 육체는 그대로 반전해 거대 괴수의 육체로 떨어졌다.
휘이이이잉-
바람을 가로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바라카스.
바라카스의 머릿속으로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울리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반쪽짜리 샤. 어리석은 정원사여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가?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혼돈에서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자는 이미 너희를 버리고 혼돈 너머로 떠나가 버렸다.
-허공도!? 그렇구나! 허공도를 찾아가는구나! 그러나 허공도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제사상은 가면을 벗고 힘을 잃었다.
-이 세계에 남은 샤는 오직 너 혼자뿐이다! 경계를 넘어 혼돈에 물들어 미친 요마괴이와 함께 넌 미쳐 가리라. 나에게 오라. 엄청난 힘과 갈망을 이루는 진정한 힘을 내가 줄 것이니……!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허신의 속삭임이 바라카스의 정신으로 스며들어 기억이 왜곡되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이차원(異次元) 존재, 허신의 속삭임이 바라카스의 정신을 오염시키려 하고 있었다!
바라카스는 재빨리 정신에 단단한 빗장을 세웠다.
쿵, 데구루루-
이때 바라카스는 거대 괴수의 촉수 위로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이때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음산한 웃음!
-흐흐흐흐흐
허신의 웃음이 전신을 뒤흔드는 순간.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열기와 냉기, 촉각과 청각, 시각 모든 감각이 뒤섞여 버린다.
소리가 보이고, 열기가 들려오고, 촉각이 냄새를 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뒤엉켜 무너져 내리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지워 버렸다.
모든 감각이 뒤섞여 무너진 바라카스는 한점 빛도 없는 어둠 속에 갇힌 듯.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생각과 말뿐!
그래서 바라카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 사고를 수천 배로 가속 시키고 분통을 터트렸다.
‘뭐가 이렇게 강해!’
바라카스는 세계의 나무를 넘는 여행 중 허신을 몇 번이나 봤다.
그러나 그 어떤 허신도 본체도 아닌 사도의 힘을 빌린 강림으로 이 정도 힘을 내지는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타대륙의 허신 대부분과 그 추종자들은 제국 군단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고.
그 사실은 마도 황제, 위대한 마도의 신이 세계에 새겨넣어 확정했으니까.
패배가 확정된 순간 허신의 신격은 떨어지고 그 힘은 급격히 약해진다.
시간을 거스르고 차원을 넘는다고 하여도 세계에 새겨넣은 허신의 패배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세계에 새겨진 확정된 사실을 지우려면 타대륙의 마도 황제를 이기거나 세계의 나무를 키워내신 상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원대륙의 상이 어디 계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도 황제.
바라카스는 마도 황제를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원대륙의 상과 비견 되는 것은 타대륙의 마도 황제 뿐이기에 선조가 남긴 책에 있는 마도 황제의 기록을 몇 번이나 읽었다.
-이세계에서 타대륙으로 떨어진 차원 이동자.
-세계와 별의 비의를 깨우쳐 마법을 만들어 낸 인간.
-신을 죽이는 신살자(神殺者)이자, 세계에 금기를 새기는 초월자.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몸으로 별의 길을 올라 승천한 마도의 신.
마도 황제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허신은 뭐지!?’
‘오래된 바다’는 분명 제국 군단과 싸워 패배한 후 도망친 허신이다.
신격이 떨어진 허신이 다른 차원으로 도망까지 쳤는데, 이 정도의 힘을 끌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 불가능한 일이 지금 일어나는 일이고, 그 불가능한 일 때문에 바라카스는 당장에 아작이 나게 생겼다!
마제사 주지로 공덕을 쌓으며 차근차근 흔적을 쫓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계의 나무에서 뚝 떨어지더니, 하늘 고래가 나타나고, 마물이 몰려 오고 허신까지 나왔다!
뭐가 이렇게 꼬인단 말인가!?
‘이런 젠장!’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불호가 아닌 분통이 터진다!
그러나 분통을 터트리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었다.
지금 해야 할 건 이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거다!
바라카스는 재빨리 가속된 사고로 기억을 더듬어 이번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바라카스의 생명을 몇 번이나 구해 준 선조 데이몽 발도의 책.
선조의 책에 적힌 수많은 강자와 위기상황의 꼼수들이 머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세계의 나무 위를 이동하는 샤의 힘을 이용하면 일정 수준의 강자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엄청난 힘을 지닌 허신이다. 어지간한 강자로는 안 된다.
이때 바라카스의 뇌리에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둘째 사형!
선조의 책에 수도 없이 등장해서 이제는 자신의 사형처럼 친숙한 인물.
선조 데이몽 발도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둘째 사형!
무사인 카이류!
선조의 사형, 무사인 카이류는 단 한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아무 대가 없이 몇 번이나 부름에 응해 무엇이든 도움을 준다고 했다.
선조가 농담처럼 써둔 말이 문득 기억났다.
‘불러서 돈 좀 빌려 달라고 했더니 와- 역시 둘째 사형! 쫌생이 대사형과는 달리 턱 하니 금덩이를 내줬다니까!’
그러나 선조는 거듭 강조했다.
그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그를 부를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무사인 카이류.
이 절대자는 그가 원하는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그 어떤 대가를 치른다고 하여도 부름에 응하지 않는다.
아니 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영혼육백을 부수는 팔각봉으로 부른 이가 그 누구라도 박살을 내놓는다고 했다.
이 순간 가속된 사고 속에서 바라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 가지 조건이 너무나 충족하기 힘들었다.
‘일기일원공을 익힌 일기일원문의 제자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