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95화>
쒜애애애액-
거대 괴수의 염동포탄이 작열하는 섬광을 때리는 동시에.
나찰승, 바라카스 발도는 수인을 짚으며 주술력을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앙-
염동포탄에 실린 물리력이 폭발하고 거대 괴수의 마력이 침습해 들어오는 순간.
섬광이 터진다!
펑, 펑, 펑-
폭죽처럼 터진 섬광이 바다 위에 흩날려 다시 한 번 터질 때.
흩어진 섬광 수천 개, 하나하나에서 빛으로 이뤄진 사람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수천 개의 빛의 형상이 일제히 거대 괴수를 향해 달렸다.
파르르릉-
거대 괴수가 촉수를 세우고 마력 파동을 뿜어냈다.
쿵, 쿵, 쿵-
대기를 뒤흔드는 마력 파동!
마력 파동이 빛의 형상에 닿는 순간 빛의 형상 백여 개가 픽- 바람에 꺼지는 촛불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빛의 형상은 많았다.
쒜애애액-
빛의 형상에 초음속의 염동포탄이 쏟아졌다!
우그러진 컨테이너, 불타는 자동차, 육중한 지게차.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염동포탄에 실린 엄청난 물리력!
염동포탄에 실린 물리력이 폭발할 때마다, 거대 괴수의 마력이 뻗어 나가 빛의 형상을 지워 버렸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음속폭음과 대기를 뒤흔드는 마력 파동!
거대 괴수의 맹공에 사방에서 밀려 오던 수천 개의 빛의 형상은 태풍 앞의 촛불처럼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있었다.
파르르릉-
거대 괴수가 환희 어린 진동을 뿌릴 때,
거대 괴수의 머리 위로 구름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구름이 두껍게 깔려 햇빛을 가리고 항구 전체가 어두워지는 순간.
쿠르르릉-
구름 속에서 우레가 울었다!
“……!”
마력 파동을 쏘아내던 촉수가 다급히 하늘로 움직일 때.
콰아아앙-
두껍게 깔린 구름에서 한 줄기 벼락이 떨어져 거대 괴수의 촉수를 때렸다.
콰지지지직-
벼락의 엄청난 힘에 거대 괴수가 잠시 경직된 이 짧은 순간.
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사람.
바라카스 발도!
잔재주로 거대 괴수를 속인 바라카스 발도는 끌어모은 내력을 일시에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앙-
둥글게 퍼져 나가는 빛!
엄청난 빛에 거대 괴수의 반발장마저 밀려날 때.
탁-
바라카스는 거대 괴수 촉수 위에 올라섰다.
이 순간 바라카스의 두 주먹이 원을 그렸다.
왼손에 음(陰), 오른손에 양(陽).
두 주먹에 실린 서로 다른 내력에 대기 중에 가득한 뇌전의 힘이 모여들었다!
우르르르-
대기가 울부짖고 매캐한 냄새가 깔리는 순간.
바라카스의 두 주먹이 충돌했다.
콰아앙-
일순 시야를 새하얗게 지우는 빛의 폭풍이 터지고.
단숨에 끓어오른 공기가 대기를 북처럼 두들기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
이 순간 바라카스의 맞닿은 두 주먹이 비틀렸다.
콰르르르릉-
쾅, 쾅, 쾅, 쾅-
두 주먹이 맞닿아 비틀리는 매 순간 연속해서 터지는 우레!
우레가 터질 때마다 두 주먹에서 뇌전이 뿜어지고, 어느새 바라카스 발도의 전신은 작열하는 뇌전과 구전광에 휩싸였다!
바라카스 발도는 잠들어 있던 가문의 무공을 깨웠다!
이것이 발도 가문에 대대로 내려온 무공이다.
발도 가문의 선조, 데이몽 발도가 대사형을 찾아 세계의 나무를 헤매던 중 만난 시대의 강자.
마도의 극에 달한 마도왕 중의 마도왕.
뇌전과 우레 폭풍의 마도사.
마스터 메이지!
마스터 메이지에게서 얻은 뇌전(雷電)의 씨앗으로 데이몽 발도가 만들어 낸 무공.
삿된 것을 불사르는 하늘의 불벼락, 뇌전공(雷電功)!
바라카스 발도는 뇌전공의 수강(手罡)이 담긴 주먹을 거대 괴수를 향해 내려쳤다.
* * *
쿠르르르릉-
콰아아아앙-
우레가 폭발하고 엄청난 섬광에 대기가 울부짖는 순간.
뇌전공의 불벼락이 강기에 실려 거대 괴수의 육체로 쏟아져 들어갔다.
강기(罡氣)!
하늘 아래 가장 강한 힘이 거대 괴수의 육체를 부술 때.
뇌전(雷電)!
삿된 것을 불사르는 하늘의 불벼락이 거대 괴수의 육체에 담긴 마력을 태워 버리며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콰지지지직-
거대 괴수의 촉수에 솟은 섬모가 불타 버리고, 몸속을 흐르는 맹독성 형광 체액이 단숨에 끓어올랐다.
뇌전이 달리고 형광 체액이 끓어오르는 순간.
거대 괴수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이 진동이 되어 터져 나왔다.
파르르르릉-
힘없이 축 늘어져 끝없이 진동하는 촉수!
이때 거대 괴수의 육체 깊숙한 곳으로 뇌전이 파고들었다.
거대한 촉수 곳곳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고 끓어올라 팽창한 형광 체액이 솟구쳤다.
펑, 펑, 퍼엉, 끄억, 퍼엉-
끓어오르는 부식성 형광 체액이 솟구쳐 쏟아지며 자욱한 독 안 개가 깔리는 순간.
“어!?”
뇌전공을 쏟아붓던 바라카스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폭음 속에서 얼핏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엄청난 괴수 반발장으로 감각이 짓눌리는 상황.
바라카스는 뇌전공을 쏟아붓는 두 주먹에 기감을 집중했다.
쿵, 쿵, 쿵-
거대 괴수의 맥동과 거대한 마력을 헤집는 강기와 뇌전을 통해 느껴진다!
거대 괴수의 마력과 생명력과는 다른 무언가가 여기에 있는 것…….
바라카스가 이 무언가에 집중하려는 순간.
아무 전조 현상 없이 부서지던 거대 괴수의 육체가 재생하기 시작했다.
“뇌전공을 맞고도 재생한다고!?”
잘려 나간 거대 괴수의 촉수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끓어올라 쏟아진 체액이 육체로 다시 스며든다!
엄청난 재생력!
바라카스는 이 재생력의 정체를 바로 깨달았다.
허신의 힘!
허신의 가호가 그 사도에게 내리고 있다!
힘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상대할 방법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신적 존재가 힘을 쏟아부어도 그 힘을 담을 그릇 자체가 깨지면 소용이 없다!
그릇!
이 거대 괴수의 육체를 완전히 박살 내면 된다!
쿠르르릉-
바라카스는 다시 한 번 두 주먹에 음과 양 두 종류의 내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숯덩이가 될 때까지! 모조리 태워 주마!”
그리고 다시 한 번 바라카스의 뇌전공, 뇌전과 강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콰아아앙-
콰지지지직-
거대 괴수의 전신이 허신의 가호로 재생하는 순간마다.
뇌전공의 불벼락이 촉수를 끊고, 지지고, 불태우고 박살 냈다!
허신의 가호, 재생력.
뇌전공의 불벼락, 삿된 것을 불사르는 힘.
두 힘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곧 거대 괴수의 전신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펑, 퍼어엉, 끄억-
펑, 커억, 파아아앙-
* * *
천문석은 거대 괴수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존재감을 지우고, 강화 필드의 마력 필드까지 끈 채 거대 괴수의 촉수 속 깊은 곳 몸으로 파고들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소름 끼치는 섬모!
-꿈틀거리는 촉수 사이로 흐르는 부식성 형광 체액!
-더럽게 끈적거리는 녹색 진흙과 기름, 지독한 바다 비린내까지!
게다가 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괴수 반발장에 기감이 뻗어 나가지 않아 밖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
빛이 전혀 없는 좁은 동굴을 기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 모든 것을 버티며 기고 또 기었다!
“이건 맛없는 사탕이다!”
“이건 더럽게 맛없는 사탕이다!”
……
주문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며 꿈틀거리는 촉수의 중심으로 파고든 천문석.
천문석의 전신은 찐득한 진흙과 체액, 뽑혀 나온 섬모로 뒤엉켜 엉망이었다.
그러나 천문석의 얼굴은 점점 더 환해지고 몸에는 힘이 솟았다!
이게 곧 목표에 도달한다!
엄청난 괴수 반발장과 꿈틀거리는 촉수 사이를 기고 또 기며.
천문석은 손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감각을 집중해 이 거대 괴수의 중추신경계를 찾아냈다.
그렇게 찾은 중추신경계, 목표가 멀지 않았다!
이대로 이 거대 말미잘 괴수의 중추신경계까지 파고 들어가 공간 감각만 교란하면 된다!
염동력자 마혁진의 공간 감각을 뒤흔들자, 마혁진은 염동력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염동력은 공간 감각을 통한 좌표 설정이 필수!
마혁진과 거대 괴수, 둘이 가진 염동력의 위력은 천지 차이지만 원리는 똑같다!
공간 감각을 무너트리면 염동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당연히 염동포탄이라는 원거리 공격능력이 봉인된다!
아무리 이 거대 괴수가 터프하다고 해도, 염동력을 사용하지 못한 채 5인치 함포와 전차포, 기관총으로 쏘아낸 마탄을 두들겨 맞으면 박살 나는 건 시간문제다.
즉, 이 거대 괴수의 중추신경계만 흔들어 놓으면 제주도의 위기는 끝나는 거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여기에 딱 맞는 기술이 있었다.
구인창(蚯蚓槍).
감각을 교란하는 창술!
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 중추신경계에 바짝 달라붙어 구인창을 펼치면, 상대가 거대 괴수라도 공간 감각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렇게 거대 괴수의 염동력이 봉인됐을 때.
밖에 있는 함대와 기갑 부대, 헌터 부대가 마무리를 지으면 된다!
이게 천문석의 계획이었다.
파스스슥-
천문석은 회전하는 봉으로 촉수를 밀어내고 끈적한 녹색 진흙 위를 기어가며 소리 없이 웃었다.
‘이제 곧 끝이다! 카캬카-.’
이때 갑자기 촉수 사이로 작은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쿠르르-
“어? 날은 맑았는데? 갑자기 웬 우레야?”
이 순간 갑자기 터지는 뇌성!
콰아아앙-
그리고 촉수 위를 흐른 뇌전이 천문석에게 쏟아졌다!
“컥!”
뇌전에 단숨에 경직되는 몸과 터져 나오려는 비명!
흡-!
자신도 모르게 터질 뻔한 비명을 다급히 삼키는 순간.
콰지지지지직-
막대한 뇌전이 촉수 안을 달렸다!
이 엄청난 뇌전은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천문석의 마력 필드를 꺼둔 강화 전투복 위로 쏟아졌다.
“……!”
불시에 쏟아진 뇌전에 미친 듯이 경련하는 육체!
천문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촉수를 잡고 버텼다.
이때 촉수 곳곳이 터지며, 끓어오르는 형광 체액이 솟구쳤다!
펑, 펑, 퍼엉-
끓어오르는 형광 체액이 후두둑- 녹색 진흙이 가득한 강화 전투복 위로 떨어지는 순간.
마침내 천문석의 말문이 터졌다.
“끄억- 이게 뭐야!?”
비명을 터트리고 놀라기도 잠시.
곧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음이 비명을 지워 버렸다.
펑, 퍼펑, 퍼어엉-
막대한 뇌전에 끓어올라 팽창한 형광 체액이 촉수를 뚫고 나와 쏟아지고 있다!
치이이익-
끓어오른 부식성 체액이 녹색 진흙의 유기물을 태우고 단숨에 기화되어 독가스가 되어 깔린다.
여기에 촉수에서 뿜어지는 엄청난 뇌전까지!
펑, 퍼어엉-
“끄억!”
펑-
“커억!”
파아아앙-
폭음과 굉음이 터지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터진다.
천문석은 재빨리 강화 헬멧의 마스크를 올리고 강화 전투복의 마력 필드를 켰다.
마력 필드가 켜지자 강화 전투복에 달라붙은 녹색 진흙과 섬모가 밀려나고 부식성 체액이 닿기도 전에 흩어졌다.
콰아아앙-
콰지지지직-
그러나 뇌전이 얼마나 강력한지 강화 전투복의 마력 필드를 뚫고 들어온다!
“……!”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 말미잘 괴수 놈!
전기 말미잘 괴수였구나!
이제 속도전이다!
최대한 빨리 전기 말미잘 괴수 놈의 중추신경계를 아작내야 한다!
콰직-
“끄어억-.”
콰지직-
“커어어억-.”
강력한 뇌전에 감전된 순간 자신도 모르게 터지는 비명과 미친 듯 경련하는 육체!
그러나 천문석은 고난 속에서 오히려 더 뻗대는 성격이었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려 전력을 다해 기며 이를 갈았다.
으드득-
전기 말미잘 괴수 놈!
완전히 아작을 내주마!
* * *
작열하는 섬광!
보는 순간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는 섬광이 끝없이 터졌다!
그리고 하늘을 뒤흔드는 엄청난 뇌성까지!
콰르르릉-
쾅, 쾅, 쾅-
거대 괴수가 끊어진 촉수를 잇고 쏟아진 체액을 다시 흡수하는 매 순간.
작열하는 뇌전이 촉수를 불태우고 되돌아오는 체액을 단숨에 증발시켰다.
단신으로 거대 괴수를 압도하는 엄청난 힘!
거대 괴수와 작열하는 섬광을 뿜어내는 존재의 전투에 주위 모두는 움직임을 멈췄다.
염동포탄에 물러나던 064 기갑 부대가 멈추고, 시가지의 안전지대에서 빠져나가던 무장 병력과 민간인들도 멍하니 이 전투를 봤다.
모니터가 새하얗게 변한 헌터 부대 상황실의 사관들도 광학 장비로 이 전투를 보고 넋을 놨다.
이때 통신 사관이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저게 나찰승? 초월 각성자…….”
이 순간 064 헌터 부대의 부대장은 2호위대군 함대에서 보낸 전문에 담긴 단어의 의미를 깨달았다.
초월 각성자!
일본에 게이트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검은 폭풍 같은 각성자가 나타났구나!
나찰승의 위용을 보는 모두는 경악했다.
그러나 가장 놀란 것은 제주도의 064 헌터 부대도 시가지의 민간인과 헌터들도 아니었다.
긴급 회피기동 중이었던 4호위대군과 어느새 제주도 남부 항구에 도착한 2호위대군.
나찰승을 회유하기 움직이던 해상 자위대와 내각정보실 국내 3부 팀장, 후세 케이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