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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94화 (29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94화>

해상 자위대 2호위대군 함대가 해양 마수, 몬스터와 싸우는 사이.

나찰승은 엄청난 속도로 제주도로 이동해 버렸다.

결국, 회유 대상은 사라졌는데 일본 앞바다도 아닌 제주도 근해의 마수, 몬스터와 싸우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2호위대군 함대는 분통을 터트리며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려 했다.

최초 목적인 나찰승 회유가 실패했으니 제주도 해역에서 이탈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 2호위대군 함대는 여전히 나찰승이 이동한 곳 제주도를 향해 항해 중이었고.

그 옆에는 어느새 제주도로 돌아가는 제주 함대까지 같이 이동 중이었다.

제주 함대는 당연히 제주도 남부에 나타난 거대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이동 중.

2호위대군 함대도 제주 함대와 같은 목적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제주도 남부에 나타난 거대 괴수 토벌!

2호위대군 함대가 계획대로 일본으로 회항하려는 순간.

국제사회의 압박과 국내 유력자들의 압력이 쏟아졌다.

거대 괴수와 싸우고 있는 4호위대군 함대와 같이 거대 괴수와 싸우라는!

결국, 해상 자위대의 2, 4호위대군 함대가 모두 거대 괴수와의 전투에 동원됐다.

일본도 아닌 한국 제주도에 나타난 거대 괴수와의 전투에!

‘뭐가 이렇게 꼬여!?’

후세 케이코, 2호위대군 함대 기함 함교에 자리한 내각정보실 팀장은 내심 분통이 터졌다.

이번 나찰승 회유 작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 봐야 나찰승 회유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맞닥뜨린 상황은 예상을 넘어섰다!

4호위대군 함대가 거대 괴수와의 전투에서 밀리고 있는데!

여기에 2호위대군 함대까지 밀어 넣으라니!

2, 4호위대군 함대면 해상 자위대 전력의 반이나 된다!

‘이놈들 제정신인 거야!?’

후세 케이코가 어이없어할 때 통신 장교가 외쳤다.

“함장님. 제주 함대에서 감사 전문이 왔습니다!”

“…….”

순간 함교에 가득한 장교들의 시선이 통신 장교에게 모였다.

“제주도 인근 해역의 마수와 몬스터를 정리해 주고, 제주도 항구에 나타난 거대 괴수와의 전투에 나서준 해상 자위대 2함대 장병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무운을 빈다. 그리고…….”

정중한 감사 전문이었다.

그러나 이 감사 전문을 듣는 순간 장교들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나찰승을 회유하러 움직였다가 제주도 인근 해역의 해양 마수, 몬스터와 격전을 치렀는데.

이제는 제주도에 나타난 거대 괴수와도 싸워야 한다.

그것도 2, 4 호위대군 함대, 해상 자위대 전력이 반 이상을 가지고!

“…….”

“…….”

함교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묘한 침묵이 흐를 때.

통신 장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비록 지금은 고전 중이지만, 7함대에서 초음속 폭격기가 곧 이륙한다. 곧 이번 사태가 끝날 거라고…….”

미 7함대!

초음속 폭격기!

두 단어를 듣는 순간 함교의 장교들이 술렁였다.

“뭐? 미 7함대!?”

“초음속 폭격기면……!”

……

이 순간 술렁이는 장교들 이상으로 어이없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각정보실의 후세 케이코.

후세 케이코의 가슴속에서 울분이 치솟았다.

미 7함대.

초음속 폭격기.

둘을 합치면 나올 건 하나뿐이다.

나이트 아머!

미국의 세계 패권을 상징하는 전술 등급 마도구!

가고시마 마경 사태 초기, 그렇게 출동을 요청해도 들은 척도 않던 나이트 아머 부대까지 출동하다니!

후세 케이코는 일본과 한국을 대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온도 차에 참담하기까지 했다.

제주도에 문제가 생기자 해상 자위대의 2, 4호위대군 함대에 압력을 넣더니!

애지중지 아끼던 미 7함대의 나이트 아머 강습 부대까지 출동시키고 있다!

후세 케이코는 깨달았다.

나찰승 회유는 실패.

4호위대군에서 마력 통신을 통해 전해진 거대 괴수와의 전황은 최악.

제주도의 거대 괴수는 일반적인 물리형 괴수가 아니라, 마력과 염동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괴수였다.

회유 작전 실패뿐 아니라 오히려 2, 4 호위대군 함대가 거대 괴수와의 전투로 큰 피해를 입게 될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압력과 미국의 대응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외교력과 영향력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는 실제보다 보이는 게 더 중요할 때가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사건을 본 국제사회의 모두는 깨닫게 되리라.

일본이 한국에 완전히 밀려 버렸다고…….

이제 곧 나찰승이 제주도에 도착하고, 거대 괴수와 싸우기 시작하면 그 승패와 상관없이 이번 작전은 완전한 실패로 끝난다.

참담함에 눈앞이 깜깜해질 때.

문득 한가지 생각이 후세 케이코의 머리에서 번뜩였다.

“……!”

어차피 이대로면 실패할 작전!

가능성은 작지만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함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후세 케이코는 함장에서 한 가지 요청을 했고, 함장은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그렇게 하지.”

잠시 후 제주도 064 헌터 부대 상황실에 2호위대군 함대의 마력 통신이 들어갔다.

“부대장님! 2호위대군 함대에서 마력통신문이 들어왔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거대 거북이와 염동포탄을 쏟아 내는 거대 괴수를 바라보던 064 헌터 부대 부대장.

부대장은 상황실 모니터를 보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고개만 까닥였다.

“말해라.”

“거대 괴수와 4호위대군 함대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지금. 일본의 초월 각성자, 나찰승이 제주도의 거대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나찰승과의 접촉 자제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통신 사관이 마력통신문을 읽자 바쁘게 돌아가던 상황실이 곳곳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월 각성자?”

“일본 헌터 등급에 초월 등급이 있었나?”

“나찰승이라고? 처음 듣는데?”

“일본에 나찰승이라는 각성자가 있어?”

“간곡히 접촉 자제는 또 무슨 말이야?”

“해자대에서 온 전문 맞아? 걔들이 이런 전문을 보냈다고?”

……

사관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로를 보다가 곧 자신의 임무로 돌아갔다.

이때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던 부대장은 방금 들은 통신문을 되새기고 있었다.

‘간곡히, 접촉 자제.’

속마음을 숨기고 더럽게 짜증 나게 말을 빙빙 돌리는 해상 자위대 녀석들이 너무나 직설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이 단어에서 일본 정부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지금 일본 헌터 업계의 최대 문제점은 옆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다.

자국 내 게이트가 하나도 없는 일본 옆에, 세계에서 헌터업 인프라가 가장 좋은 대한민국이 있다.

한국에선 일본 헌터 업계에선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 가능했다.

-헌터의 마석 거래 완전 비과세.

-게이트 안정화 권역이라는 안전지대.

-게이트 거점 도시의 안정된 사냥 인프라.

-헌터용 무기와 장비, 마탄의 수급 용이성.

-유능한 헌터 부대와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드 길드들.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의 게이트와 연결된 게이트 거점 도시들.

게다가 일본은 재금 그룹에 찍혀서 마탄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

한국과 일본.

헌터들이 어느 나라를 선택할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헌터 인력의 한국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064 헌터 부대 부대장은 2호위대군 함대의 마력통신문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야, 우리가 너네 도와주려고 함대도 보냈잖아! 우리 각성자 나찰승한테는 제발 접촉하지 마라!’

초월 등급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를 쓴 것만 봐도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064 헌터 부대는 대단하다는 일본의 각성자와 접촉할 정신이 없었다.

거대 괴수가 염동포탄을 사방으로 쏟아부으며 난리가 났다.

함대와 기갑 부대는 잘 버티고 있지만, 문제는 시가지와 도심지!

항구 옆 해수욕장 시가지에 포격이 쏟아지듯 염동포탄이 떨어지고, 제주 남부 도심지에도 하나둘 염동포탄이 날아가고 있다!

상황실 사방에 설치된 모니터에 박살 나는 건물과 빌딩, 폭발하는 자동차, 뒤집히는 도로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대부분 사람은 대피했지만, 아직 도심의 건물에 고립된 사람들도 많았다.

“소방 인력 한계에 달했습니다! 긴급 지원 요청 들어왔습니다!”

“국가 헌병대 인력 소방지원으로 돌린다!”

다급한 사관들의 외침이 상황실 곳곳에서 들려올 때마다 상급자들이 여분의 부대를 빼내 대응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의 원인, 거대 괴수를 처리하지 않으면 인명 피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부대장의 머릿속에서 지금 거대 괴수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의 면면이 떠올랐다.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

-해상 자위대 2, 4호위대군 함대.

-항구를 봉쇄한 064 헌터 부대 기갑 부대.

-미 7함대, 나이트 아머 강습 부대.

-육지에서 출발한 042 기갑 사단.

여기에 일본의 나찰승이라는 이름이 추가됐다.

‘누가 됐던 제발 빨리 움직여라!’

부대장이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신라 호텔! 염동포탄 직격! 곤돌라 파괴! 21층 일부가 붕괴했습니다!”

이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모니터로 향했다.

모니터 속 화면에는 신라 호텔에 갇혀 있던 사람을 구하던 곤돌라가 한 가닥 와이어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뒤 거대한 컨테이너가 박혀 무너진 층이 보였다.

“아…….”

“하, 젠장…….”

사방에서 안타까움이 담긴 침음성이 들려올 때.

한 장교가 다급히 물었다.

“저 곤돌라 탔던. 그 호텔 사람들 구하던 그 양복 입은 사람은 어떻게 됐냐!?”

“……붕괴한 21층. 저 안에 구조하러 들어갔을 때 염동포탄이 떨어졌습니다.”

“…….”

짧은 침묵 뒤 누군가 다급히 외쳤다.

“긴급 구조 인력 일부를 호텔로 돌리겠습니다!”

그러나 염동포탄에 맞아 붕괴한 층에 있었다면 살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각성자도 아닌 사람이 소방도끼 한 자루로 호텔에 갇힌 수많은 사람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구하는 사람, 게이트 전쟁 이래 한국에선 흔한 일이다.

그러나 흔하다고 하여 그 의미와 가치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

“…….”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의 희생에 상황실에 숙연함이 감돌고 하나둘 고개를 숙여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때 동쪽 바다를 비추던 상황실의 모니터 하나가 새하얗게 변했다.

“어, 이게 왜 이래!?”

새하얗게 변한 모니터를 탁, 탁 두들기는 순간 그 옆의 모니터도 마찬가지로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곧 동쪽 바다 방향을 비추던 모니터 전부가 새하얗게 변했을 때.

거대 괴수를 비추던 영상에 변화가 나타났다.

동쪽 바다에서 나타난 섬광!

섬광이 거대 괴수를 향해 날아오는 순간.

사방으로 염동포탄을 쏘아내던 거대 괴수의 공격이 이 섬광을 향해 집중됐다.

줄기줄기 날아가는 초음속의 염동포탄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영상이지만, 영상이 무너질 듯 흔들리는 순간 모두는 느꼈다.

엄청난 진동과 폭음이 터지고 있다!

초음속의 염동포탄이 대기를 꿰뚫고 바다에 떨어지는 매 순간.

거대한 파도가 솟구치고 산산조각이 난 바닷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작열하는 섬광이 쏟아지는 파도를 꿰뚫고 날아왔다!

모니터를 보던 사관이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나찰승?”

거대 괴수의 염동포탄이 날아오는 섬광을 때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면 전체가 폭발하는 빛으로 새하얗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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