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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92화 (29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92화>

거대 괴수의 공격을 직감한 순간.

바다와 육지의 모든 사람이 다급히 움직였다.

항구에 방어선을 펼친 064 헌터 부대가 사선을 피해 물러나고.

“물러난다!”

“당장 뒤로 빠져서 화망을 다시 구성한다!”

바다와 하늘에서 공격을 퍼붓던 4 호위대군 함대가 긴급 회피에 들어갔다.

“전 헬기 이탈!”

“전함 긴급 회피 기동한다!”

그리고 항구 옆 시가지에서 사람들을 구하던 헌터들도 재빨리 외쳤다.

“장갑 버스 안으로!”

“모두 당장! 장갑 버스에 탑승해!”

이렇게 거대 괴수 주위의 모든 사람이 몸을 피하고.

해양 마수와 몬스터들조차 괴성을 지르며 거대 괴수가 있는 항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을 때.

항구를 향해 달리는 레이싱 카트가 한 대 있었다.

도망치는 마수, 몬스터 무리와 거센 바람을 뚫고 달리는 부가티 헌터 미니!

부아아아아앙-

엔진이 터질 듯 질주하는 부가티 헌터 미니 운전석에서 다급한 울음소리가 터졌다.

구으, 구으으, 구으으응-!?

띧디딛, 띧딛딛디딛띠띠-!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급히 외쳤으나.

특급 헌터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괜찮아! 친구들! 난 할 수 있어!”

특급 헌터가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멀리 커다란 산처럼 우뚝 솟은 촉수 덩어리가 보였다.

거대한 지렁이가 산처럼 쌓인 듯한 거대 괴수!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에서 엄청 큰 소리가 들려왔다!

쐐애애액-

쾅, 쾅, 쾅-

거대 괴수 주위에 떠올라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자동차, 지게차, 컨테이너와 몬스터들!

특급 헌터는 직감했다.

저게 쏘아지면 엄청엄청 큰일이 난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순간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대답!

나는 특급 헌터다!

당연히 용감하게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특급 헌터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재빨리 퐁퐁검을 뽑아서 선언했다.

“내가 거대 괴수를 잡겠어!”

퐁, 퐁, 퐁-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퐁퐁검에서 물결치듯 파문이 퍼져 나왔다.

강한 소망에 감응하는 힘, 하늘 고래의 념(念)이 특급 헌터의 기원을 담아 사방으로 스며들었다.

부가티 미니에 어린 반전 결계가 강해지고,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의 바닥났던 스카라베의 힘, 금력(金力)이 다시 차올랐다.

두 채권 추심원은 깜짝놀랐다.

사라졌던 힘이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곧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어린 맹약자가 흔드는 하늘 고래의 힘이 담긴 나뭇가지!

이 나뭇가지에는 도토리 숲의 폭군 니케가 불어넣은 케페니안의 빛이 담겨 있었다!

케페니안의 빛이 하늘 고래의 힘을 강화해 사라진 금력을 되돌려주고 있다!

그러나 하늘 고래의 힘, 념을 움직이려면 어지간한 마법사의 구현력조차 뛰어넘는 ‘올곧은 기원’이 필요하다.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깨달았다.

‘이 어린 맹약자는 진짜로 저 거대 괴수와 싸울 생각이다!’

두 채권 추심원은 다급히 외쳤다.

구으으응-!

띠딛디딛-!

자신들이 처리하겠다는 친구들의 외침을 듣는 순간 특급 헌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을 친구들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아냐 친구들! 이건 특급 헌터가 해야 할 일이야!”

특급 헌터는 거대 괴수에게 퐁퐁검을 겨누고 액셀을 밟으며 외쳤다.

“특급 헌터가 간다!”

부아아아아앙-

* * *

쐐애애애액, 쾅, 쾅, 쾅, 쾅-

거센 바람과 몸마저 요동치는 폭음이 터지는 순간.

쨍, 콰르릉-

시가지 곳곳의 유리창이 박살 나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끼르르륵-

어인족 몬스터가 거센 바람에 도로 위를 데굴데굴 굴러 가고.

쿵, 쿵, 쿵, 쿵-

그 사이사이 거대한 해양 마수들조차 공포에 질려 맹목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하늘과 땅, 사방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굉음, 마수와 몬스터의 괴성에 다른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시가지.

이 시가지를 천문석은 달려가고 있었다.

천문석이 문득 폭음이 들려오는 하늘을 바라봤다.

쒜애애액-

쾅, 쾅, 쾅-

수많은 물체가 회전하며, 공기를 찢어발기는 폭음을 냈다!

신동대문에서 염동력자 마혁진과 깃발을 꽂았을 때.

마혁진은 염동력으로 탄환을 가속해서 발사했었다.

이 소리는 그때 들었던 위협적인 폭음과 같은 종류의 소리였다.

음속폭음!

그러나 마혁진이 잡동사니를 구겨 염동탄환을 만들었다면.

저 거대 괴수는 컨테이너와 지게차, 자동차.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뭉쳐서 염동탄환을 만들어 냈다.

크기와 무게, 속도 모두 비교도 되지 않는다.

무게와 속도는 곧 파괴력!

저 초음속 탄환이 쏘아진 순간 상상을 초월한 파멸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전에 특급 헌터를 구해야 했다.

“특급 꼬맹이! 너 어디 있냐!?”

천문석은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건물 옥상을 달리며 내력을 실어 외쳤다!

그러나 거센 바람 소리와 음속폭음에 내력이 실린 외침이 뻗어 나가지 않는다.

이때 아주 작은 외침이 음속폭음 사이로 얼핏 들려왔다.

“……헌터가 간다……!”

거기구나!

특급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항구 방향, 건물 위를 달려서는 갈 수 없는 곳이다.

천문석은 봉을 내려치며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쿵-

도로 위로 떨어져 내린 천문석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돌진했다.

파아아앙-

단숨에 3미터 길이로 길어지는 봉!

봉을 앞세운 채, 내력을 끌어올려 보법을 밟는다.

쿵, 쿵, 쿵-

발걸음마다 부서질 듯 도로가 울리고 몸이 쭉쭉 뻗어 나간다.

천문석은 물살을 거스르는 물고기처럼, 도망치는 마수와 몬스터 무리를 봉으로 가르며 도로를 거슬러 올랐다.

항구에 가까워질 수록 도망치는 마수와 몬스터 무리의 밀도가 순식간에 적어지고, 음속폭음 사이로 귀에 익은 엔진음이 들려왔다.

부아아아앙-

부가티 헌터 미니!

“특급 헌터! 기다려!”

천문석은 크게 외치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 건물로 뛰어올랐다.

건물 위에 오르자 보였다.

거대 괴수가 있는 항구로 쭉 뻗은 도로!

이 도로 위를 질주하는 부가티 헌터 미니!

천문석은 건물 위에서 뛰어내려 부가티 미니 뒤를 쫓으며 연신 외쳤다.

“나 왔어! 멈춰!”

“야, 그만 달려! 멈추라고!”

“꼬맹이! 특급 헌터! 야, 야!”

……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특급 헌터는 듣지 못하는지 계속 액셀을 밟았고, 부가티 미니의 낮고 날렵한 차체는 거센 바람을 속에서도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부아아아아앙-

“뭐가 이렇게 빨라!”

이대로는 놓친다!

직감하는 동시에 천문석은 봉을 휘둘러 길가에 떨어진 작은 돌을 때렸다.

파아앙-

작은 돌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부가티 미니를 때리려는 순간.

끼이익-

특급 헌터는 마치 보이는 것처럼 핸들을 꺾어 돌을 피해 버렸다.

아니, 이걸 어떻게 피해!?

“……쟤 뭐야? 진짜 각성한 거야!?”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뒤도 볼 수 있다! 카캬카캌캬- .”

특급 헌터가 신나게 웃으며 머리를 돌렸다.

“……!”

깜짝 놀란 특급 헌터의 얼굴.

그 놀란 얼굴이 곧 환한 웃음이 생겨났다.

“알바! 언제 온 거야!?”

“…….”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환호성 가득한 외침.

“앗!? 그렇구나!”

“알바도 나랑 같이 싸우러 온 거구나!”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야!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괜찮아! 난 지금 특급 쌩쌩이랑 퐁퐁검도 있거든!”

“저 거대 괴수는 나한테 맡겨 알바!”

카캬카카캌-

“…….”

신나게 웃음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를 보는 천문석은 어이가 없었다.

바로 앞 항구에는 어지간한 고층빌딩보다 커다란 거대 괴수가 있고.

하늘에는 음속폭음을 내며 무섭게 회전하는 컨테이너, 지게차들이 있다.

땅에선 엄청난 강풍이 불어오고 마수와 몬스터마저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중이다.

그런데도 특급 헌터, 최약체 몬스터 어인 한 마리조차 이기지 못할 꼬맹이가 거대 괴수를 상대하겠다고 외치다니!

‘이런 어이없는 녀석!’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혔다.

이때 들려오는 씩씩한 외침.

“그럼 알바! 이따가 봐!”

특급 헌터의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다!

천문석이 당황한 사이 어느새 항구로 들어가려는 부가티 미니가 보였다!

부가티 헌터 미니.

저 더럽게 빠른 차를 멈추게 하는 게 우선이다!

다행히 특급 헌터가 외치는 사이 부가티 미니와의 거리가 좁혀들었다!

천문석은 재빨리 내력을 실어 외쳤다.

“특급 헌터! 우선 멈춰봐!”

천문석이 외친 순간 특급 헌터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특급 헌터는 적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야, 난 적이 아니잖아! 알바잖아!”

“아…… 그렇지.”

특급 헌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끼이이익-

천문석은 경악했다.

가재 마수!

뻥 뚫린 항구 펜스에서 튀어나온 가재 마수가 커다란 주먹을 앞세워 브레이크를 밟은 부가티 미니로 돌진하고 있었다.

“야, 위험! 앞에, 앞에 봐!”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외치며 내력을 끌어올려 봉을 내리찍었다!

콰아앙-

내력이 실린 봉이 부서질 도로에 꽂히는 순간 내력을 터트리며 봉을 밀어낸다!

파아아앙-

탄성과 폭발력!

단숨에 길어지는 봉을 잡고 돌진하는 천문석!

천문석의 발이 닿는 순간.

쾅, 쾅, 쾅-

지진이라도 난 듯 도로가 깨져 나가고.

폭풍 같은 기세가 몰아치는 바람을 밀어낸다!

천문석은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그러나 직감했다.

‘늦다!’

자신이 닿기 전에 가재 마수의 음속 펀치가 부가티 미니를 때린다!

천문석은 절정에 달한 내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생사팔문의 보법을 역으로 밟아나갔다.

생문과 사문, 교차하는 생사의 간극을 밟아 죽음에서 생을 찾아 나가는 보법.

생사팔문(生死八門)의 보법!

생사팔문의 보법이 역으로 펼쳐지는 순간.

천문석의 몸이 생문에서 사문을 향해 나아갔다.

쿵, 쿵, 쿵, 쿵-

보법을 밟는 매 순간, 깜빡이듯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몸.

천문석은 공간을 넘어, 가재 마수에게 엄청난 속도로 다가갔다.

이 순간 천문석은 가재 마수에게 물리적 한계 이상으로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생문이 아닌 사문만을 밟아, 생사필멸 운명의 저울에 놓인 인과를 흔들고 있었다.

특급 헌터와 천문석, 둘의 생사가 놓인 운명의 저울이 흔들린다!

지금의 경지로는 알 수 없으나, 무의 극에 달했던 혼백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아래, 사문으로 떨어지는 순간.

특급 헌터는 위, 생문으로 움직이고 있다.

천칭은 좌우가 동시에 내려가거나 올라갈 수 없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사로(死路)에서 활로(活路)를 찾는 게 무인!

절정에 달한 지금의 자신이라면, 설령 칠문이 모두 사문으로 막혔더라도 그 속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다가오는 사문이라고 해 봐야 가재 마수의 음속 펀치!

이 정도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다!

그리고 천문석이 사문을 향해 마지막 한 걸음을 걷는 순간.

쿵-

천문석의 생문과 특급 헌터의 사문이 뒤바뀌고, 생사를 가르는 운명의 저울이 완전히 역전됐다.

핏-

천문석의 모습이 피식 꺼지듯 사라지고.

다음 순간 부가티 미니로 돌진하는 가재 마수 앞에 나타났다.

“특급 알바!”

특급 헌터의 다급한 외침이 터지고.

쐐애애애액-

가재 마수의 음속 펀치가 날아왔다!

사방이 사문으로 막힌 피할 수 없는 공격!

그러나 예상 대로다!

천문석은 단숨에 생사팔문의 보법을 마보로 변화시켰다.

쿵-

가재 마수에게 마보로 진각을 밟아 들어가며, 절정의 내력, 극에 달한 무리가 실린 봉을 뻗는다.

와류(渦流)!

손안에서 맹렬하게 회전하게 봉이 벼락같이 발사됐다.

콰르르릉-

마른하늘에 벼락처럼 대기를 떨어 울리는 봉!

천문석은 확신했다.

가재 마수의 음속 펀치를 일격에 박살 낼 수 있다!

이 순간 드리워지는 그늘과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콰아아앙-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러기야?”

거대 괴수의 염동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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