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89화>
“특급 헌터는 적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커다랗게 외친 특급 헌터는 다시 시가지를 달렸다.
부아아아앙-
특급 헌터는 정말 잘 도망쳤다.
콰드드득-
시가지와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달려 커다란 마수의 몸이 끼게 하고.
쾅, 쾅, 쿵-
가로수와 가로등을 타고 돌아 돌진하는 어인과 마수가 제풀에 넘어지게 한다!
철컹, 철컹-
연석을 밟고 튀어 올라 대형 게의 집게발을 피하고.
쐐애애액, 콰지직-
대형 가재의 음속 주먹을 유도해 다른 마수와 어인을 때리게 했다!
황금 풍뎅이가 전해 주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으며 달리는 지금.
특급 헌터는 무적이었다!
빛, 공기, 바람, 진동, 소리의 변화.
뜨근뜨근 열이 오르는 머리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면 단숨에 기절하고, 마력 각성자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뇌에 과부하가 걸릴 정보량이었다.
그러나 특급 헌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쳤다.
엄청난 정보량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처리되어 거대한 입체지도를 만들어 냈다.
이 넓은 시가지 전체에 퍼진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의 움직임이 내려다보듯 머릿속에 그려지고 특급 쌩쌩이가 달려나갈 수많은 경로가 눈에 보였다.
“오늘 운전 엄청 잘 되잖아! 앙꼬 대장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카캬캬카캌-.”
특급 헌터가 환호성을 터트릴 때.
구으으, 구으으응-
띠디딛, 띧디디디-
특급 사슴이와 특급 반짝이도 즐겁게 울었다.
수많은 적 사이를 종횡무진 용맹하게 달리는 맹약자!
그러나 채권 추심원들은 맹약자의 신나는 웃음, 환호성, 씩씩한 외침 너머 깊숙한 곳에 숨겨진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두려움!
맹약자는 용감하게 질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어린 맹약자는 두려움에 지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강제로 맺게 된 맹약이지만, 지금 이 순간 두 채권 추심원은 이 이상한 꼬맹이가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정신이 고양되는 걸 느꼈다.
그래서 두 채권 추심원도 전력을 다했다.
띠딛띠딛띠디-
황금 풍뎅이는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반전 결계를 펼쳐 차체와 맹약자를 보호했고.
구으으, 구으으으응-
사슴벌레는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남은 힘을 모두 모으며 열심히 용기를 북돋는 전투 함성을 질렀다.
스카라베 왕국은 수많은 차원의 강대한 존재들과 거래를 했고.
채권 추심원들은 이런 강대한 존재들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는 일을 했다.
당연히 2인조로 움직이는 채권 추심원들은 강력했다.
고유 마법을 펼치는 스카라베 마법사 ‘황금 풍뎅이‘.
엄청난 육체 스펙으로 군단조차 갈아 버리는 전사 ‘거대 사슴벌레‘.
2인조 채권 추심원들은 케페니안의 일족 같은 이상한 종족만 아니면 강대한 존재들에게서도 쉽게 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다.
당연히 두려움을 몰랐고, 그렇기에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스카레베의 힘 금력(金力) 대부분을 잃고, 어린 맹약자와 교감하며 위험한 전장을 달리는 이 순간.
두 채권 추심원은 마침내 진정한 용기를 깨닫고 외쳤다.
띠디디딛디-
구으으, 구으으으응-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용맹하게 우는 이 순간.
특급 헌터는 힐끗 하늘을 봤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오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장민…….”
그러나 특급 헌터는 곧 환하게 웃었다.
장민은 제주도에 없었다!
즉, 이번에는 위험한 일을 했다고,
엉덩이를 마구마구 때리고!
고등어를 맨날맨날 먹이고!
키즈 카페를 금지하고!
무엇보다 자동차를 압수해갈 사람이 없는 것이다!
“특급 쌩쌩이 이번에는 내가 꼭 지켜 줄게!”
특급 헌터는 신나게 웃으며 돌아온 특급 쌩쌩이와 함께 시가지를 질주했다.
카캬카카캌-
* * *
‘S‘자로 크게 휘어지며 해수욕장까지 급경사를 그리는 해안도로.
구으으으응-
이 해안도로 위를 장갑 SUV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런 젠장! 네가 거기 왜 있어!?”
운전자는 어이없어하는 천문석.
으엇-
꺄아-
좌석에 앉아 비명을 지르면서도 무전을 하는 건 특급 헌터의 경호원들이었다.
“악마 꼬맹이 위치 확인했습니다!”
“해수욕장! 제주 남부 해수욕장의 시가지를 달리고 있습니다!”
“코드네임 알바와 지금 같이 있습니다!”
“적은 해양 마수와 어인족 몬스터들!”
“해안도로로 인력을 보내 주십시오!”
“탈출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
경호원들이 증원을 요청할 때.
끼이이익-
구으으으응-
천문석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아 해안도로를 질주하며 기감을 퍼트렸다.
시가지에 바글바글한 마수와 몬스터!
그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특급 헌터가 탄 차량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당장이라도 차가 뒤집히고 특급 헌터가 크게 다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
게다가 시가지 앞 모래사장에는 바닷속에서 쏟아지는 해양 마수와 몬스터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서쪽, 거대 괴수가 있는 항구 방향에서는 헌터 부대의 화망 사이로 새어 나온 마수가 시가지로 유입되고 있다.
전면은 바다.
오른쪽, 서쪽은 거대 괴수.
왼쪽, 동쪽은 깎아지른 절벽과 좁은 해안 사이가 마수로 막혔다.
빠져나갈 곳은 이곳 어인족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해안도로밖에 없었다!
천문석은 시가지의 건물과 지형을 살피며 재빨리 계획을 세웠다.
장갑 SUV로 시가지에 들어가는 즉시.
특급 헌터를 부가티 미니에서 빼내 안전지대에 있는 임옥분 여사의 무장 병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임옥분 여사의 무장 병력과 함께.
무전을 받은 경호원들이 확보한 해안도로를 통해 빠져나가면 된다!
다행히 고등급의 각성 헌터용 장비를 모두 갖춰 입은 상태.
지금의 자신이라면 대형 말미잘 같은 까다로운 해양 마수라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천문석은 계획을 세우고 마음의 결심을 하는 순간 크게 핸들을 돌렸다.
끼이이익-
구으으응-
다시 한 번 장갑 SUV가 크게 회전하며 치고 나가고.
해수욕장이 바로 앞으로 다가온 순간 운전석 정면으로 항구가 보였다.
이 순간 경호원들이 외쳤다.
“거대 괴수가!”
“거대 괴수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항구에 우뚝 서서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쏟아 내던 거대 괴수가 움직이고 있다!
“왜 지금!?”
천문석이 비명 같은 외침을 토하는 동시에.
거대 괴수의 수많은 촉수가 하늘로 솟아 올라갔다.
그리고 마치 바닷속인 것처럼 촉수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순간.
파르르르릉-
거대한 울림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공기가 물결치듯 흔들리고, 기괴한 진동이 담긴 소리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간다.
이 순간 바다와 모래, 산과 나무, 건물과 차량, 마수와 몬스터, 인간까지 모든 것이 뒤흔들었다.
부르르릉-
장갑 SUV의 강화 유리창이 미친 듯 진동할 때.
마음속에서 본능적인 공포와 혐오감이 치솟고,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천문석은 깨달았다.
아직 영안을 뜨지 못해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바람이 부는 것을 알 수 있듯, 천지에 가득한 기가 움직이는 걸 느낀 순간 알 수 있었다.
마력이 움직이고 있다!
파르르르릉-
이때 다시 한 번 거대 괴수의 울림이 퍼져 나가고.
하늘거리던 거대 괴수의 촉수에 마력광이 어렸다.
‘무언가 일어나려 한다!’
천문석이 직감하는 순간.
쾅, 쾅, 콰아앙-
공기를 찢어발기는 폭음이 터졌다.
폭음이 들려오고 충격파에 장갑 SUV 차체가 부서질 듯 요동칠 때.
거대 괴수의 본체에서 반발장이 치솟았다.
엄청난 괴수 반발장을 태우며 전진하는 마력 섬광!
마력 섬광이 점점 사그라지고 느려지면서 거대한 포탄이 멈추는 게 보였다.
‘포탄!?’
반사적으로 굉음이 들려온 곳 바다를 확인하자 보였다.
동쪽 바다에서 몰려 오는 함대!
빠르게 가까워지는 군함들이 함포를 겨누고 있었다!
경호원들은 외쳤다.
“함대!? 제주 함대가 돌아왔다!”
“어? 저거 제주 함대가 아닌데?”
이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진동!
타다다다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헬기를 본 순간 군 출신 경호원들은 경악했다.
SH-60!
“저거 시호크 헬기잖아!”
“해상 자위대!?”
파라라랑-
이 순간 전기 모터 소리와 함께 마탄 섬광이 줄기줄기 쏘아졌다.
쒜애애애액-
그리고 화염을 뿜으며 내려꽂히는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이 순간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군함에서도 함포가 쏟아졌다.
갑자기 나타난 해상 자위대 함대와 헬기가 바다와 하늘에서 거대 괴수에게 공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쾅, 쾅, 콰아앙-
다시 한 번 폭음이 터진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지만, 바뀐 건 없다!
자신은 시가지에서 특급 헌터를 구해 경호원들에게 넘기면 된다.
이때 해안도로 끝 시가지 방향을 막은 장갑 버스가 보였다.
천문석은 액셀을 밟아 가속했다.
구으으으응-
미친 듯이 질주하는 장갑 SUV!
“어, 어어!?”
“위험합니다!”
“저 앞에 막혔어요! 속도 줄여요!”
……
경호원들의 다급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창문을 내리고 조수석 안전벨트로 손을 뻗었다.
“전 바로 시가지로 가겠습니다! 운전 부탁드려요!?”
“네? 그게 무슨……!?”
경호원이 당황해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의 몸을 당겼다.
“엇! 이게 무슨!?”
경호원은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창문 밖으로 빠져나간 천문석은 장갑 SUV 지붕 위에 올라 첨단이 부러진 봉을 들었다.
쑤우우욱-
봉이 길게 자라나는 동시에, 눈앞에 벽처럼 다가온 장갑 버스!
“위험해!”
“속도 줄여!”
“길 열어 줘! 위험하다!”
장갑 버스 위에서 다급한 외침이 쏟아지고.
끼이이이익-
경호원이 반사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관성이 실리는 순간.
천문석은 지붕을 박차고 하늘로 뛰었다.
휘이이잉-
단숨에 장갑 버스를 위로 날아가는 천문석!
으아악-
꺄아아-
지상에서 깜짝 놀란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장갑 버스 위 헌터용 강화 전투복을 입은 임옥분 여사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여사님!?”
뭐야, 진짜로 각성하셨던 거야!?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임옥분 여사도 천문석을 알아보고 외쳤다.
“문석아! 저기 아이……!”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안전히 데려오겠습니다!”
천문석은 재빨리 대답하고.
탓-
3층 건물 높이로 자라난 봉을 장갑 버스 지붕에 찍었다.
부드럽게 휘어지다가 강력한 탄성으로 다시 뻗는 봉!
휘이이잉-
천문석은 단숨에 5층 건물 지붕에 올라가 달리기 시작했다.
거대 괴수는 마력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려 하고.
갑자기 나타난 자위대 함대와 헬기가 거대 괴수와 교전을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해상 자위대 함대와 거대 괴수의 전투라니!
생각도 못한 상황이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자신의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마수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시가지를 달리는 부가티 헌터 미니에 탄 ‘특급 헌터’를 구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법!
거대 괴수가 마력으로 뭔가를 하기 전에 재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천문석은 경사진 지붕을 순식간에 가로질러, 길어진 봉을 지붕에 찍고 단숨에 골목 너머 건물 옥상으로 넘어갔다.
하앗-!
탓, 탓, 탓-
순식간에 짧아지고 길어지는 봉으로 지붕과 옥상, 창턱과 베란다를 짚는 매 순간 엄청난 속도로 쏘아지는 몸!
천문석은 말 그대로 날듯이 특급 헌터를 향해 달려갔다.
부으으으응-
부가티 헌터 미니의 엔진음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