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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88화 (28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88화>

휘이, 휘휘휘-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며 느긋하게 해안도로를 운전해 내려갔다.

그런데 시가지가 가까워지자 마탄 총성 사이로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부으으으응-

어쩐지 익숙한 엔진음.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내력을 실어 살피니, 시가지 안을 종횡무진 달리는 눈에 익은 레이싱 카트가 보였다.

마수와 몬스터를 꼬리처럼 매달고, 좁은 골목과 건물 사이를 능숙하게 달리는 레이싱 카트는…….

“……저거 부가티 헌터 미니잖아?”

예전에 특급 헌터가 키즈 카페에 타고 온 지 3일 만에 박살 나 폐차한 부가티 헌터 미니였다.

“와- 저건 누구야? 운전 엄청 잘 하네. 프로인가?”

천문석은 마수와 몬스터를 끌고 시가지를 달리는 부가티 미니를 보고 감탄했다.

부가티 미니는 마수와 몬스터 사이를 휙- 대담하게 지나가고.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어인 몬스터들을 쾅, 쾅- 차체로 튕겨 내며 질주했다.

도로뿐만이 아니었다.

인도와 정원, 건물 틈, 광장과 계단.

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렸다.

질주하는 부가티 미니를 어그로가 끌린 마수와 몬스터 무리가 미친 듯이 뒤쫓고 있었다.

이렇게 부가티 미니가 종횡무진 시가지의 마수와 몬스터를 끌고 달리는 사이.

무장한 사람들이 건물 안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

부가티 미니를 운전하는 사람의 대담함과 기술이 감탄스러웠다.

“와- 진짜로 경주팀 레이서인가?”

감탄성을 터트린 순간.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두려움에 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부가티 미니로 랩터를 유인해 키즈 카페 아이들을 구한 아이.

특급 헌터.

그러나 천문석은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경호원들이 데려간 특급 헌터가 마수와 몬스터가 득실득실한 시가지를 달리고 있을 리 없었다.

경호원들이 아직 어린 특급 헌터가 그런 위험한 일을 하도록 놓아둘 리가 없었다.

특급 헌터는 안전 가옥에 경호원들과 있을 것이다.

랩터를 끌고 달리는 특급 헌터의 인상이 워낙 강하게 박혀 있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하-

천문석은 시가지를 질주하는 부가티 헌터 미니를 구경하며 해안도로를 느긋하게 운전해 내려갔다.

그리고 절반쯤 해안도로를 내려갔을 때, 도로 옆 경사지에 뒤집힌 장갑 SUV를 발견했다.

뒤집힌 장갑 SUV 주위에는 몰려드는 어인족 몬스터와 대형 게 마수와 싸우는 낯익은 경호원들이 있었다.

타다다다-

마탄 총성 사이로 외침이 들려왔다.

“잠시만! 잠시만 멈춰 주세요!”

“저기 해수욕장! 시가지로 당장 가야 합니다!”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경호원들은 천문석이 탄 장갑 SUV를 발견하자 다급히 달려 오며 외쳤다.

“…….”

천문석은 한눈에 이 경호원들을 알아봤다.

이 낯익은 경호원들은 제주도 지사에서 특급 헌터의 근접 경호원으로 나온 사람들이었다.

끼이이익-

장갑 SUV가 멈추고 천문석은 차에서 내렸다.

해안도로 경사 아래 넓게 펼쳐진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도로와 좁은 도로, 인도와 골목, 건물 틈을 가리지 않고, 마수와 몬스터가 가득한 시가지를 달리는 부가티 미니.

해안도로의 경사지에 뒤집힌 장갑 SUV와 그 주위의 경호원들.

-부가티 헌터 미니.

-제주도 지사의 경호원들.

천문석은 이 둘을 보는 순간 부가티 헌터 미니를 운전하는 사람의 정체를 깨달았다.

“……너였냐? 하아-.”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너무나 익숙한 우렁찬 외침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특급 헌터가 왔다!’

* * *

“특급 헌터가 왔다!”

부아아아앙-

부가티 미니가 건물 틈으로 쏙 들어가는 순간.

그 뒤를 바짝 쫓던 대형 게 마수가 몸을 옆으로 돌려 건물 틈으로 욱여넣었다.

콰아앙, 쿵-

충격에 외장재가 와르르 떨어질 때.

게 마수는 시멘트 외벽을 긁으며 빠르게 전진했다.

쿵쿵, 쿵쿵-

거친 진동과 함께 밀고 들어오는 게 마수!

이대로라면 건물 틈을 통과해 부가티 미니를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순간 지붕 위에서 들려오는 외침!

“사선 확인!”

“사선 확인!”

그리고 수직으로 마탄이 쏟아졌다.

타다다다-

좁은 건물 틈을 달리던 대형 게 마수의 위에서 마탄이 쏟아졌다.

게 마수는 반사적으로 집게발을 들어 얼굴을 가렸고 반발장이 치솟았다.

깡, 깡, 깡, 깡-

단단한 키틴질 갑각이 반발장에 약화한 마탄을 튕겨 냈다.

아무리 우산을 써도 폭우 속에서는 몸이 젖는 것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마탄에 결국 반발장이 뚫리고 키틴질 갑각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쿵, 쿵-

거대한 집게발이 으스러져 축 늘어지는 순간.

타다다다-

육체 내부로 쏟아지는 마탄에 대형 게 마수는 박살 났다.

“정지!”

“사격 정지!”

이 순간 마탄을 쏟아붓던 헌터들은 다급히 외치고 주위를 살폈다.

“레이싱 카트 어디 있어!?”

“저기! 이면 도로!”

“다음 블록으로 이동 중이야!”

“바로 이동한다!”

마탄을 쏟아 낸 헌터들과 지원들은 다급히 장비를 챙겨 레이싱 카트를 쫓아 달렸다.

레이싱 카트 뒤를 따라 달리는 마수들을 잡아야 했다.

모래사장에 고립된 사람들은 모두 구했고, 남은 것은 넓은 시가지 곳곳에 고립된 사람들!

그러나 시가지에는 해양 마수와 몬스터가 우글거렸다.

해양 몬스터 어인족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문제는 대형 게, 가재, 말미잘 같은 해양 마수들!

레이싱 카트가 이런 위협적인 해양 마수를 유인하면.

헌터들과 무장한 직원들이 마탄으로 해양 마수를 끝장내고, 이 사이 다른 팀원들이 시가지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

헌터들은 소총을 들고 지붕 위를 뛰어넘으며 아래쪽에 외쳤다.

“달려! 지금이다!”

“레이싱 카트! 다음 블록으로 넘어갔다!”

외침이 들려온 순간 창과 문이 활짝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졌다.

무장한 헌터들과 일반인들.

이들은 하나로 뭉쳐 텅 빈 도로를 달려 안전지대로 향했다.

시가지를 질주하는 레이싱 카트, 부가티 미니가 헌터와 무장한 직원들이 사람들을 구할 시간과 도망칠 공간을 열어 주고 있었다.

부으으으응-

안전지대로 달리는 사람들이 엔진음이 멀어지는 곳을 돌아보며 감탄했다.

“와- 도대체 뭐하던 사람이야!?”

“레이서 출신 각성 헌터인가?”

“저 차도 그냥 차가 아닌 거 같은데?”

“그러게 말야. 마수랑 몇 번을 충돌했는데 어떻게 버티는 거야?”

지붕을 뛰어넘는 베테랑 헌터와 무장한 직원들도 연신 감탄했다.

신기에 가까운 운전 솜씨.

대형 마수와 우글거리는 몬스터 사이를 달리는 대담함!

어지간한 경력의 베테랑 헌터라도 펼치기 힘든 활약이었다.

이렇게 베테랑 헌터와 일반인, 무장한 직원들이 모두 감탄하고 있을 때.

임옥분은 하얗게 질린 얼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시가지를 질주하는 부가티 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위험할까 봐 부르지도 못하고, 문제가 생길까 봐 멈추게 하지도 못했다.

임옥분이 할 수 있는 건, 직원들에게 레이싱 카트의 뒤를 쫓는 마수를 잡게 하는 것과.

작살을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움켜잡은 채 질주하는 부가티 미니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전력으로 달려가 저 아이를 구해야 했으니까!

부으으으응-

이때 부가티 미니는 굉음을 울리며 도로에서 인도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철컹, 철컹-

섬뜩한 쇳소리를 내며 달리는 대형 게와 대형 가재가 선두!

그 뒤로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가 이 뒤를 쫓았다.

특급 헌터는 핸들을 꼭 쥐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절묘하게 조절했다.

가속과 제동, 드리프트와 오버스티어.

특급 헌터가 운전하는 부가티 미니는 잡힐 듯 말듯 약 올리듯 인도 위를 달렸고.

몬스터 무리의 선두 대형 게와 대형 가재는 투우사의 붉은 천을 뒤쫓는 투우 소처럼 맹목적으로 달렸다.

끼이이익-

이때 갑자기 급제동하며 확 느려지는 부가티 미니!

이 순간 대형 게의 집게발과 대형 가재의 앞발이 동시에 날아왔다.

철컹-

쒜애애액-

섬뜩한 금속음을 울리는 집게발과 음속 폭음을 일으키는 앞발!

부으으응-

이 순간 부가티 미니는 핸들을 확 꺾으며 순간 가속.

대형 게의 집게발은 부가티 미니가 회전한 곳에 있던 가로등을 때렸다.

쾅, 콰드듣-

두꺼운 가로등이 집게발에 걸리고 대형 게의 몸이 멈추는 순간.

그 위로 대형 가재의 앞발이 음속 폭음을 내며 꽂혔다.

쒜애애액-

콰지지직-

단숨에 갑각이 으스러지고 게 마수의 체액이 확 튀어 올랐다.

대형 게 마수는 즉각 집게발을 휘둘렀고, 대형 가재 마수도 연신 주먹을 때려 박았다.

부가티 미니의 뒤를 쫓던 두 해양 마수는 어느새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두 마수를 싸움 붙인 부가티 미니는 어느새 골목을 나와 도로를 달렸다.

쿵, 쿠쿵-

부아아아앙-

특급 헌터는 타고 있는 쌩쌩이를 재빨리 살폈다.

반 정도 남은 연료.

범퍼와 문, 차체 곳곳이 찌그러졌다.

액셀과 브레이크의 탄탄한 느낌도 많이 풀렸다.

특급 쌩쌩이가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다.

“특급 쌩쌩이 힘을 내!”

특급 헌터가 핸들을 탁, 탁- 내려치며 외치는 순간.

구으으응-

대시보드의 특급 사슴이가 걱정스레 울고.

띠디디띧-

특급 헌터가 쓴 헬멧 위에 앉은 특급 반짝이도 빛을 반짝이며 울음소리를 냈다.

특급 헌터는 씩씩하게 외쳤다.

“괜찮아! 나 전에도 해 봤어! 우리는 할 수 있어!”

이상한 맹약자, 특급 헌터가 씩씩하게 외치는 순간.

스카라베 왕국의 채권 추심원 거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의 가슴속에서도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았다.

구으으으으으응-

작아진 사슴벌레가 톱니 집게를 하늘로 쳐들고 용기를 북돋는 전투 함성을 지르고!

띠디디디딛디디-

황금 풍뎅이가 더듬이를 펼치고 주위 정보를 스캔해 특급 헌터의 머리에 넣어 줬다!

빛의 질감.

공기의 흐름.

대지의 촉감.

소리와 진동.

눈으로 보는 것, 시각 정보 이상의 엄청난 정보량!

마력 각성자가 아닌 보통 인간이라면 인식하는 순간 뇌에 과부하가 걸려 기절할 정도의 정보량이 단숨에 쏟아졌다.

황금 풍뎅이가 아차 하는 순간.

우와아아아-

특급 헌터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거 뭐야! 안 봐도 막 보이잖아! 벽 뒤에도 보여! 우와- 땅속도 막 느껴져!”

띠딛디-?

“반짝이 잘했어! 엄청 잘했어!”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치고 지금까지 이상의 곡예에 가까운 주행을 시작했다.

최고 속도로 달려 트럭 아래를 지나가고, 도로 가장자리 연석 위에 바퀴를 걸치고 튀어 올라 낮은 벽을 넘어 달린다.

계단을 쿵, 쿵 거슬러 올라가 좁은 복도를 달려.

얇은 가벽을 뚫고 나와 어인 무리 위로 지나갔다.

끼르르르륵-

깜짝 놀라 괴성을 지르는 어인들을 차로 밀어 버리고.

부아아아앙-

다시 한 번 가속!

특급 헌터는 사방에 가득한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툭툭 차체로 때리며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 사이를 통과했다.

그리고 쾅- 허술한 펜스를 부수고 골목을 통과하는 순간.

끼르르르륵-

작은 어인들이 가시 검을 들고 창에서 뛰어내리는 게 느껴졌다!

캬아아악-

어인들의 목표는 수영복을 입은 채 도로를 도망치는 여자 셋!

띠딛디디-!

이 순간 황금 풍뎅이가 재빨리 울고.

“걱정 마!”

특급 헌터는 보기도 전에 핸들을 돌리며 가속했다.

이야얍!

부와아아앙-

특급 헌터의 기합과 함께 단숨에 급가속하는 부가티 미니!

끼이이이익-

급제동하며 핸들을 급회전!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고 차체가 빙글 회전하는 순간.

끼르륵-?

창에서 뛰어내리는 어인들이 회전하는 부가티 미니의 차체에 걸렸다.

마치 풀스윙을 갈기는 배트 앞에 공이 떨어진 듯한 상황이었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타아앙-

타아앙-

타아앙-

……

어인들은 회전하는 부가티 미니의 차체를 얻어맞고 건물 벽, 유리창, 도로, 대형 게의 집게 날에 날아가 박혔다!

순식간에 쏟아진 어인을 모두 해치운 순간.

“효리야!”

“지혜! 너 괜찮아!”

……

프라이팬과 식칼을 든 남자들이 어인들이 뛰어내린 카페 안에서 다급히 뛰어나왔다.

그리고 부가티 미니를 향해 감사 인사가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특급 헌터는 안전 헬멧 바이저를 척 올리고 외쳤다.

“누나! 형! 빨리 도망가! 저 건물로 커다란 게 오고 있어!”

“어, 너…….”

“아이잖아!?”

……

몰려든 남자와 감사 인사를 하던 여자들은 경악했다.

안전 헬멧 바이저 뒤에는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꼬맹이가 있었다!

자신들을 구해 준 레이싱 카트에 탄 건 너무나 어린아이였다!

“너 위험해! 같이 도망치자!”

한 남자가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부웅-

부가티 미니는 잽싸게 후진해서 남자의 손길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회전해서 멀어졌다.

부아아아앙-

커다란 엔진음 뒤로 씩씩한 외침이 들려왔다.

“특급 헌터는 적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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