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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87화 (28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87화>

쏴아아아-

파르르르-

성게 마수는 독 가시를 모래 위로 뻗은 채 촉수를 거세게 진동하며 달렸다.

다른 놈들은 레이싱 카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지만, 이 성게 마수는 달랐다.

어인, 대형 게, 가재, 말미잘.

앞을 가리는 자잘한 몬스터는 촉수로 튕겨 내고, 거치적거리는 커다란 마수는 촉수로 잡아채 모래 위로 솟은 독 가시에 내려쳤다!

어인 몬스터는 전신이 팅팅 불어올라 비명을 지르고, 대형 게는 단단한 갑각이 궤 뚫려 집게발을 휘두르며 발광했다.

대형 말미잘은 형광 촉수를 미친 듯 흔들며 부식성 액체를 사방으로 찍, 찍- 쏘아 댔다.

좀 전보다 몇 배는 더한 난장판이 모래사장 위에 만들어졌다.

“……!”

임옥분은 정신이 아찔해져 작살을 부러질 듯 움켜잡았다.

저 난장판에서 어떻게 아이를 구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바리케이드 치워!”

“저 레이싱 카트 들어오게 길 열어 줘!”

임옥분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명령했다.

“뒤에 붙은 놈부터 떼어 낸다! 부가티 미니가 들어올 수 있게 뒤에 마수, 몬스터 떼어 내라!”

베테랑 헌터들은 재빨리 명령했다.

“견제사격! 준비!”

“화망을 만들어 저지한다!”

“몬스터랑 거리 벌려야 한다!”

“표적 지시용 점착탄 발사해라!”

통, 통, 통-

곧 지붕 위에 자리한 마탄 사수들이 표적 지시용 점착탄을 발사했다.

빙글빙글 하늘을 날아가 공중에서 폭발!

파아아앙-

넓게 흩어진 점착탄이 마수와 몬스터의 몸을 붉게 물들였다.

마수와 몬스터 무리 곳곳이 붉게 물드는 순간.

베테랑 헌터들이 외쳤다.

“사선 확인!”

“사선 확인!”

“사선 확인!”

……

고층 건물 베란다, 건물 옥상, 장갑 버스 지붕, 바리케이드 뒤, 곳곳에서 복창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 순간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일제 사격! 시작!”

타다다-

퉁, 퉁, 퉁-

타다다다다-

점착탄을 뒤집어쓴 마수와 몬스터 무리 곳곳에 쏟아지는 일제 사격!

마탄이 쏟아지는 순간 마수와 몬스터 반발장이 크게 일어나 마탄의 위력을 죽였다.

그러나 마탄을 맞고 마수와 몬스터가 움찔 속도가 죽는 순간, 뒤에서 밀려오는 다른 마수와 몬스터에게 밀려 넘어졌다.

한 놈이 넘어지는 순간 뒤따라 달리는 마수와 몬스터가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이렇게 각기 다른 마수와 몬스터가 뒤엉키는 순간 반발장 또한 뒤엉켜 급속히 약해졌다.

이 위를 육중한 마수와 몬스터가 짓밟고 달리며 괴성이 터지고, 괴성을 지르는 마수에게 대형 마탄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마수와 몬스터가 쓰러지고, 하나로 뭉쳐 돌진하던 놈들이 뒤엉켜 속도가 확 죽었다.

그러나 아직도 부가티 미니를 쫓아 달리는 마수와 몬스터는 많다.

임옥분은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모두! 저 차가 들어올 수 있게 준비해라!”

질주하는 부가티 미니를 조마조마하게 보던 사람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골목길을 막은 바리케이드가 치워지고, 수많은 사람이 창과 베란다 밖으로 몸을 내밀어 커튼과 이불, 수건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여기야! 이쪽으로 들어와!”

“이곳에 길 있어요!”

베테랑 헌터들도 준비를 시작했다.

“들어오는 순간 마수에게 집중사격한다!”

“바리케이드 준비! 바로 설치할 준비 해라!”

부가티 미니가 안전지대를 향해 빠르게 가까워지고.

헌터, 마탄 사수, 무장한 직원들은 다급히 움직였다.

타다다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리기 위해 마탄을 쏟아붓고.

쾅, 쾅, 쾅-

들어오는 순간 뒤를 막기 위해 방패를 두들기며 준비했다.

100미터, 80미터, 50미터…….

빠르게 가까워지는 부가티 미니!

사람들이 조마조마 바라보고, 헌터들이 무기를 움켜쥐고 긴장했다.

그리고 10미터 앞!

바리케이드가 열린 골목으로 달려오던 부가티 미니가 급회전했다!

촤아아악-

하얀 모래가 솟구치고 접지력을 잃고 차체가 빙글 회전하는 동시에 급가속!

부아아앙-

부가티 미니는 바리케이드가 치워진 골목으로 들어오지 않고 시가지와 모래사장 경계를 따라 달렸다.

“아니, 왜?!”

누군가 얼빠진 소리를 내는 순간.

파아아앗-

골목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끝이 잘린 촉수가 치솟았다.

성게 마수는 어느새 모래 아래를 달려 골목 입구에서 매복하고 있었다!

“어엇!?”

깜짝 놀라 마탄을 갈겼으나 마탄은 모래에 막히고, 어느새 성게 마수는 부가티 미니를 쫓아 달려갔다!

*   *   *

부아아아앙-

시가지와 모래사장의 경계를 질주하는 부가티 미니.

부가티 미니를 운전하는 특급 헌터는 풍뎅이를 마구마구 칭찬하고 있었다.

“반짝이 훌륭해! 엄청 대단해!! 어떻게 거기 있는 걸 안 거야!?”

띠디딛-

황금 풍뎅이는 칭찬을 받고 신나게 울었다.

이 이상한 맹약자의 칭찬을 받는 순간 정신이 고양되고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훌륭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때 사슴벌레가 다시 한번 강하게 주장했다.

구으, 구으으-!

그러나 특급 헌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한테 계획이 있어! 특급 사슴이는 다음번에 부탁할게.”

이때 모래사장에서 시가지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보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 1미터 조금 넘는 좁은 통로!

특급 헌터는 재빨리 물었다.

“반짝아 저긴 어때?!”

띠디딛-

“없다고 알았어!”

부아아앙-

부가티 미니는 모래사장을 벗어나 안전지대 바깥쪽 시가지 건물을 향해 달렸다.

파아아앙-

이 순간 모래가 치솟고 모래 속을 달리던 성게 마수가 모래 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독 가시가 가득 솟은 지름 2미터가 넘는 성게가 촉수로 바닥을 때려 가속했다.

콰르르르르-

빠르게 가까워지는 성게 마수!

충돌 직전!

부가티 미니는 건물 사이 좁은 통로로 간신히 들어갔다.

부아아앙-

이 뒤를 따라 성게 마수가 좁은 건물 틈으로 밀고 들어갔다.

콰드드드득-

삐죽삐죽 솟은 독 가시가 단단한 외장재를 박살 내고, 끝이 잘린 촉수가 채찍처럼 뻗어 나가 부가티 미니를 때리려 했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부가티 미니가 골목을 빠져나가 차체를 틀어 촉수 공격을 피했다.

콰아아앙-

촉수가 단단한 도로를 박살 낸 순간.

성게 마수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부가티 미니를 뒤쫓기 위해 건물 틈을 전진했다.

콰득, 콰드드득-

건물 외장재가 산산조각나고, 단단한 콘크리트가 가루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나 1미터 남짓한 건물 사이를 지나가기에는 성게 마수가 너무 컸다.

본체 자체는 통과할 수 있지만, 가득 솟은 독 가시가 문제였다.

길게 뻗은 독 가시가 우드득 꺾여 겹쳐지면서 점점 두꺼워졌다.

결국, 성게 마수의 전진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건물 틈을 반쯤 통과했을 때는 완전히 멈춰 버렸다.

쿵, 쿵, 쿵-

촉수로 땅을 밀었지만, 완전히 끼어 버린 본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성게 마수는 빠져나가기 위해 촉수를 휘둘러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순식간에 콘크리트 벽이 움푹움푹 파이고, 단단히 고정된 본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곧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 성게 마수가 끼어 버린 건물 위에서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시바- 중급? 상급? 뭔 마수가 이렇게 멍청해? 내가 은퇴하니까 마수가 멍청해진 건가?”

어이없어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은퇴한 헌터.

사격각이 나오지 않자 대물 저격총을 들고 안전지대 밖으로 뛰어갔던 마탄 각성자였다.

자신이 자리 잡은 건물 아래에 성게 마수가 달려와 끼어 버린 상황.

이 어이없는 상황에 마탄 각성자는 성게 마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 순간 촉수가 번개처럼 위로 쏘아졌다.

파아아-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쏘아진 촉수에 마탄 사수가 경악한 순간!

파앙, 팡-

끝이 잘린 촉수가 마탄 사수에게 닿기도 전에 멈췄다.

꿈틀, 꿈틀-

안간힘을 쓰며 촉수를 늘여 보지만, 마탄 사수에게 닿기에는 딱 1미터가 부족했다.

휘이이이이-

마탄 사수는 휘파람을 불며 시가지를 달리는 부가티 미니를 봤다.

부가티 미니 후방 견인 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가는 잘린 촉수!

저게 그대로 달려 있었으면 마수의 공격에 당했다!

하하하하하-

순간 미친 듯한 웃음이 터졌다.

“와! 이런 미친 새끼!!”

누가 저 부가티 미니에 탔는지 몰라도 정말 미치도록 마음에 들었다!

마탄 사수는 멀어지는 부가티 미니를 향해 각성력을 담아 외쳤다.

“야! 거기 헌터! 이번 일 끝나면! 내가 화끈하게 쏜다! 꼭 찾아와라!!

그리고 각성력을 끌어올려 M82A1 바렛을 고정하고 바로 당겼다.

퉁, 퉁, 퉁, 퉁, 퉁-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꿰뚫고, 장갑 차량의 엔진마저 폭발시키는 12.7x99mm 마탄 10발이 쏟아졌다!

그러나 마수 반발장이 크게 일어나 충격량을 죽이고 억센 독 가시가 탄두를 튕겨 냈다.

“뭐가 이리 단단해!?”

대형 마탄을 아무렇지도 않게 튕겨 내는 마수라니, 이놈 상급이구나!

평소라면 혼자서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마수다.

그러나 마탄 각성자는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등 뒤 배낭에 손을 넣었다 뺀 순간.

그 손에는 마탄이 가득 채워진 새 탄창이 들려 있었다.

‘뚫릴 때까지 쏘면 되니까!’

하하하하하-

마탄 사수는 통쾌하게 웃으며 옴짝달싹 못하는 성게 마수가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바렛을 갈겼다.

퉁, 퉁, 퉁, 퉁, 퉁-

*   *   *

퉁, 퉁, 퉁, 퉁, 퉁-

장갑 SUV가 해안 도로로 들어가는 순간, 귀에 익은 총성이 하늘을 울렸다.

운전석의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총성이 울리는 방향을 봤다.

‘S‘자를 그리며 내려가는 해안 도로 아래, 시가지 방향!

귀에 익은 총성은 해수욕장 뒤쪽 시가지에서 울리고 있었다.

천문석은 총성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50 BMG.

12.7x99mm 마탄.

방금 전 농장 앞 도로에서 농장의 일꾼분들이 사용했던 대물 저격총 바렛의 마탄이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제대로 찾았구나.

저 시가지에 임옥분 여사님이 있다.

순간 바짝 긴장했던 신경이 누그러들고 초조했던 마음이 안심됐다.

역시, 임옥분 여사는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아까 세연이 함께 움직인 일꾼분들과 마찬가지로 무장한 병력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하긴 임옥분 여사가 특급 헌터도 아니고,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무모하게 혼자 움직일 리는 없었다.

“이거 내가 갈 필요 없는 거 아냐?”

천문석은 문득 지금 구하겠다고 가는 게 괜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옥분 여사는 무장한 병력과 같이 움직이고, 특급 헌터는 경호원들이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해수욕장의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도 혼자인 자신보다 수가 많은 임옥분 여사님과 무장한 병력이 구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이때 멀리 항구 방향에 우뚝 솟은 거체가 보였다.

거대 괴수!

마치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임옥분 여사와 특급 헌터가 안전하고, 사람들도 이미 구조하고 있으니 네가 할 일은 저 거대 괴수와 싸우는 거라고.

하-

이 순간 천문석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거대 괴수는 개인이 상대할 수 있는 마수나 몬스터와는 달랐다.

-완벽하게 준비된 대형 길드 레이드 팀.

-헌터 부대의 함대와 기갑 부대.

-나이트 아머 부대.

-등급외 각성자.

이런 존재가 상대하는 게 거대 괴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이 모든 게 다 있었다.

-이태성 길드장의 태성 길드를 필두로 단독으로 레이드 팀을 만들 수 있는 대형 길드만 십여 개.

-헌터 부대의 긴급 대응 기갑 사단과 함대는 한국 내 어디든 하루 내에 출동할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W.S. 인더스트리의 전술 등급 ‘나이트 아머’가 공식적으로 운용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게다가 등급 외 각성자로 들어가면 이태성, 강철 해머 같은 인간 헌터뿐만 아니라.

국민대의 뽀미, 서해의 용용이, 어린이 대공원의 콩콩이, 제주도의 거대 거북이까지.

등급외 각성 동물이 수두룩하게 존재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저 거대 괴수와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 순간 천문석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지금까지 터진 사건·사고와 이번 사건은 완전히 달랐다.

류세연, 특급 헌터, 임옥분 여사 모두 안전하고, 고립된 사람들은 이미 무장한 병력이 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보스라고 할 거대 괴수는 자신이 상대할 일이 없었다.

유능한 헌터 부대가 벌써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그냥 호텔로 가서 철수형이나 도와줄 걸 그랬냐?”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장갑 SUV를 운전해 누군가 몬스터를 끌고 내려간 듯 탁 트인 해안 도로를 내려갔다.

휘이, 휘휘휘-

천문석은 어느새 휘파람까지 불며 생각했다.

어쩐지 이번 제주도 사건에서는 자신이 구를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 전혀 아쉽지 않았다!

카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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