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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82화 (28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82화>

채찍처럼 떨어지는 형광 촉수 무더기!

뒤늦게 아스팔트 위를 기어 온 대형 말미잘을 닮은 해양 마수의 공격이다.

공격 자체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무디고 느리다.

문제는 형광 촉수에서 뚝뚝- 떨어지는 끈적한 액체!

치이이이익-

이 액체가 아스팔트를 녹이고, 발아래 짓밟힌 대형 게의 단단한 키틴질 갑각마저 녹였다!

천문석은 대형 게를 끝장내는 걸 포기하고 도로 가장자리, 버려진 자동차 뒤로 달렸다.

형광 촉수가 달려가는 천문석을 향해 채찍처럼 쏘아졌다.

쾅, 쾅, 쾅-

움푹 패는 도로와 날아가는 간판과 잔해!

느리고 무디지만 강렬한 촉수 공격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이야압!

천문석을 기합을 지르며 도로 위를 좌우로 달려 자동차 뒤로 숨었다.

쿵, 쿵, 쿵-

대형 말미잘의 촉수 공격에 자동차가 뒤집힐 듯 요동치고.

후드득-

부식성 액체가 흩뿌려졌다!

천문석은 자동차를 방패 삼아 촉수 공격을 피했다.

치이이익-

자동차 위에 떨어진 부식성 액체가 도장을 녹이며 미끄러져 타이어 와 아스팔트까지 녹였다.

빵, 빵-

그리고 타이어 가 폭발하듯 터지는 순간 들려오는 쇳소리!

철컹, 철컹-

마무리 짓지 못한 대형 게가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다!

“하- 시바! 헌터 장비!”

마력이 충전된 헌터용 강화 전투복은 부식성 액체도 어느 정도는 견딘다.

그 약간의 시간이면 천문석이 부식성 액체를 뿜어내는 대형 말미잘을 처리하고 대형 게 마수까지 끝장내는 데 충분했다.

역시, 헌터는 장비빨이다.

천문석이 탄식하는 순간.

도로를 울리는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두두두두두-

문득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자욱한 검은 먼지!

어느새 멀리 따돌렸던 해양 마수와 몬스터 무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포위되면 끝장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버려진 자동차, 쓰러진 가로등, 박살 난 상가와 빈 건물들.

여름 한낮의 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 도로 너머, 물이 흐르는 수로와 드문드문 이어지는 카페와 별장들.

주위 환경을 살피는 순간.

어떤 식으로 저놈들과 싸우고 따돌릴지 머리에 그려졌다.

중요한 건 저놈들을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

진짜 목적은 특급 헌터와 임옥분 여사를 구하는 거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적당히 어그로를 끌어 농장으로 새어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특급 헌터와 임옥분 여사가 있는 경주장으로 달려가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까다로운 말미잘 마수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

콰지지직-

천문석은 내력을 실은 주먹으로 자동차 문짝을 떼어 냈다.

이게 방패이자 무기다!

천문석이 문고리를 잡고 단숨에 뛰어나가려는 순간.

농장 방향 도로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사선 확인!]

*   *   *

헌터가 된 그 순간부터 수없이 반복 학습해 조건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외침.

‘사선 확인!’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조건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쿵, 쿵, 쿵쿵-

쏟아지는 촉수 공격을 문짝 방패로 막으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 사선부터 확인한다!

화물차 10여 대와 장갑 SUV가 농장 방향 도로를 달려 오고 있다.

화물차 맨 앞 장갑 SUV 조수석에서 몸을 뺀 사람이 확성기를 든 게 보였다.

류세연!

“왜 돌아온 건데? 화물차는 또 뭐야……?”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류세연이 확성기를 들고 다시 한 번 외쳤다.

[사선 확인!]

끼이이이익-

장갑 SUV를 뒤따르던 화물차 10여대가 좌우로 펼쳐지며 급하게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화물칸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외침!

“사선 확인!”

“사선 확인!”

“사선 확인!”

……

그리고 10여대의 화물차에 가득 탄 사람들과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가 보였다.

백여 자루의 소총!

삼각대에 걸린 대물 저격총!

화물칸에 고정 거치된 중기관총!

수많은 총기가 겨눠지며 사선(射線)이 그어진다!

“……!”

천문석은 생각하기 전에 움직였다.

휘이익-

자동차 문 방패를 대형 말미잘에게 집어던지고, 전력을 다해 사선에서 벗어난다!

이 순간 사격 표적 확인용 신호탄이 날아왔다.

퉁-

유탄 발사기로 쏘아진 신호탄이 빙글빙글 날아와 대형 말미잘 위에서 터지는 순간.

파아앙-

폭음과 함께 쏟아지는 붉은색 점착 페인트!

“발사!”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마탄 일제 사격이 쏟아졌다.

타타다- 타타다-

3점 사로 쏟아지는 소총!

퉁퉁퉁- 퉁퉁퉁-

단단한 콘크리트마저 단숨에 박살 내는 대물 저격총!

타다다다다다-

화물칸에 고정된 채 탄피를 우수수 쏟아 내는 중기관총까지!

수많은 마탄의 푸른 마력광이 대형 말미잘 마수에게 집중됐다.

채찍처럼 휘두르던 형광 촉수가 단숨에 끊어져 후드득-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구른다.

거대한 몸통에서 잠시 반발장이 일어났지만, 마탄이 집중되자 곧 반발장이 사그라지고 몸통 전체가 벌집이 됐다.

파아아앙-

대형 말미잘 마수는 형광 체액을 쏟아 내며 단숨에 터져 버렸다.

이 순간 소총의 총구가 대형 게를 향해 이동했다.

타다다다다-

다리를 잃고 기동력이 확 죽은 대형 게 마수는 쏟아지는 마탄을 고스란히 얻어맞았다.

그러나 말미잘 마수보다는 잘 버텼다.

붉은 마수 반발장이 크게 일어나고, 몸을 돌려 강철보다 단단한 키틴질 등 갑각으로 반발장에서 약화된 마탄을 튕겨 냈다.

깡깡깡깡깡-

마탄이 튕겨 나가는 쇳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대물 저격총과 중기관총 사격이 집중되자 곧 상황은 변했다.

퉁, 퉁퉁-

타다다다다다-

대물 저격총의 대형 마탄에 단숨에 마수 반발장이 깎이고.

타다다다다-

끝없이 쏟아지는 중기관총 마탄의 충격량이 단단한 키틴질 갑각에 쌓였다.

단단한 키틴질 갑각에 금이 가고, 마탄에 실린 마력이 스며들었다.

깨진 휴대폰 화면처럼 단단한 갑각 전체에 실금이 그어지더니.

어느 순간.

콰지지직-

갑각은 단숨에 으스러져 깨지고, 대형 게의 거대한 집게발과 팔다리가 사방으로 떨어져 나갔다!

도로 위에 쓰러진 대형 게 마수가 잠시 버둥거렸으나 소총탄 일제 사격에 곧 움직임이 멈췄다.

이걸로 가까이 있던 해양 마수 셋은 모두 처리됐다.

이 순간 들려오는 외침.

“대기! 대기! 대기!”

“대기! 대기! 대기!”

……

곧 마탄 사격이 멈추고, 총구가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화물차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버려진 자동차와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화망을 구성하는 사람들.

“모두 빨리 움직여!”

“총구 방향 주의해! 실전은 훈련이랑 달라!”

“조정간 안전에 놔라! 사고 날 수 있다!

“표적 지시용 페인트 위치, 사선 항상 확인해라!”

천문석은 이들의 생각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검은 먼지!

멀리서 밀려 오는 해양 마수와 몬스터 무리를 상대할 생각이다.

이때 화물칸에 거치된 중기관총을 잡은 아주머니가 외쳤다.

“사거리에 들어온 순간! 일제 사격으로 단숨에 끝장낸다! 겁먹고 미리 사격하면 안 돼!”

얼룩진 청바지에 두꺼운 티셔츠, 작업복에 방검 방탄조끼를 걸친 아주머니는 중기관총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이 아주머니뿐만이 아니었다.

화물차에서 내려서 흩어지는 사람들.

갑자기 나타나 수백 발의 마탄을 쏟아부어 해양 마수를 끝장낸 사람들은, 오래된 군복과 작업복 위에 방검 방탄조끼를 걸친 농장 일꾼 차림이었다.

그리고 이분들 가까이서 보니 낯이 익었다.

화물차 운전석의 아저씨는 감귤 상자를 실은 화물차를 운전했던 분이고, 중기관총을 잡은 아주머니는 어제저녁 요리를 해 주셨던 분이다.

저 옆에는 수로를 확인했던 관리인이 있고.

임옥분 여사님을 찾아왔던 인근 농장과 목장의 일꾼들도 보였다.

제주도는 헌터가 아니라 일꾼들이 이렇게 중무장하는 건가?

무슨 일꾼들이 저렇게 중기관총을 잘 다뤄!?

게다가 저 대물 저격총!

대형 마탄 가격이 더럽게 비싸서, 중급 마수 이하를 사냥할 때 사용하면 적자가 난다는 총이다.

바렛(Barrett M82)!

저 바렛의 대형 마탄 한두 발이면 어지간한 사람 한 달 치 월급이 날아간다고 했다.

그런 마탄을 쏟아붓다니!

임옥분 여사님 설마 헌터 길드 길드장이었던 거야? 비밀 헌터 길드!?

천문석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류세연이 장갑 SUV 조수석에서 내려서 뛰어왔다.

“오빠!”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천문석의 물음에 류세연은 넓게 펼쳐져 은폐 엄폐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웃었다.

“모두 할머니 농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야.”

세연의 외침에 중기관총을 잡은 아주머니가 천문석에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어제저녁에 봤죠? 여사님. 귀한 손님!”

“여사님. 귀한 손님이라고?”

“아, 그 여사님이 은갈치 준비하라던!”

“귀한 손님이면…… 설마……?”

“저기! 여사님 손님이라는데!”

“뭐? 여사님 손님이면 인사를 드려야지!”

사방에 흩어진 사람들이 몸을 돌려 천문석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다.

방검 방탄조끼와 안전 헬멧, 장갑을 낀 채, 마탄이 장전된 소총을 흔드는 사람들.

강화 전투복만 제외하면 베테랑 헌터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제주도는 안전지대 아니었어? 어떻게 된 게 마수 사냥터 옆에 있는 거점도시보다 무장이 좋냐……?”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무장!?’

“어? 여기 제주도는 총기 휴대 완전 금지잖아!? 저 무기 다 뭐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무장 한 거야?”

세연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긴급상황이잖아?”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총기로 빠르게 무장한 것도 이상하지만, 중기관총, 대물 저격총을 다루는 솜씨, 사격 표적을 지정하고 은폐 엄폐하는 걸 보면 하루 이틀 훈련한 게 아니다.

“아니, 이거 척 봐도 평소에도 엄청나게 훈련한 거 같은데…….”

류세연이 끼어들어 말을 끊었다.

“그보다 중요한 게 있어! 아저씨 준비한 것 꺼내 주세요!”

류세연은 장갑 SUV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빠르게 말을 이었다.

“위로 올라가면서 연락받았는데! 지금 할머니랑 특급 헌터 자동차 경주장에 없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지금 어디에 있는데!?”

류세연은 손을 들어 멀리 보이는 백사장을 가리켰다.

“할머니 저기 해수욕장에 사람들 구하러 갔대! 특급 헌터는 경호원들이 데려갔고.”

그렇다면 특급 헌터는 걱정할 게 없었다.

천문석은 재빨리 백사장을 살폈다.

새하얀 모래가 쌓인 해수욕장.

내력을 실어 해수욕장을 살피니 보였다.

다급히 도망치는 사람들.

바다에서 하나둘 나타나는 어인 몬스터!

신장 1미터도 안 되는 작은 어인 몬스터는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백사장 바로 옆에는 헌터 부대가 저지선을 펼친 항구가 있었다.

‘거대 괴수’가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풀어 놓는 그 항구!

헌터 부대가 뚫리면 육지에서 해양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지고!

혹시라도 거대 괴수가 바다를 돌아 육지로 오르려 하면 저 백사장이 육지로 올라오기 가장 좋은 자리였다!

“하필이면 저기야…….”

천문석이 탄식하는 순간 도로를 울리는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아가씨. 안전상자 가져왔습니다! 바로 다음 상자도 가져오겠습니다!”

두 일꾼이 안전상자를 내려놓고 장갑 SUV로 달려갔다.

류세연은 안전상자에 달라붙으며 말했다.

“오빠 준비해! 바로 갈아입어야지!”

“뭘 갈아입으라고?”

“이 안에 헌터용 장비 있어!”

류세연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 인식해 안전상자 잠금을 풀었다.

딸깍, 딸깍-

안전상자가 활짝 열리는 순간.

층층이 나누어진 안전상자가 내부가 좌우로 펼쳐졌다.

안전상자 안에는 헌터용 장비가 들어 있었다.

강화 전투복, 방검 방탄조끼, 안전 장갑, 헬멧, 군화…….

“이게 다 뭐야?”

“오빠! 빨리! 이거부터 입어!”

류세연은 강화 전투복을 천문석에게 던지고, 헌터용 벨트에 잡낭과 구급백을 연결하며 백안의 포션을 확인했다.

천문석은 재빨리 겉옷을 벗어 던지고 강화 전투복을 입으며 물었다.

“야, 이게 뭐야? 헌터용 장비가 왜 있어!? 혹시 임옥분 여사님 각성자야?”

장구류를 점검하던 류세연이 번쩍 고개를 들어 천문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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