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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75화 (27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75화>

제주도의 마수와 몬스터 방어를 총괄하는 064 헌터 부대.

064 헌터 부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가한 헌터 부대로 생각됐다.

제주도는 20년 동안 한 번도 뚫린 적 없는 안전지대,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064 헌터 부대는 한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주도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한·중·일 3국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해양 마수와 몬스터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064 헌터 부대에 해양 마수 주의 경보가 떨어졌다.

해양 레이더 기지에서 제주도 동쪽 해역으로 접근 중인 해상 자위대 함대와 해양 마수, 몬스터 무리를 발견한 것이다.

관측 사관은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일본 제2 호위대군 함대가 해양 마수와 몬스터와 싸우며 계속 접근 중입니다. 곧 100km 안으로 들어옵니다.”

“부대장님. 호위대군 함대에 경고 방송을 해야 할까요?”

부하의 질문에 레이더 기지 부대장은 생각에 잠겼다.

일본 해상 자위대가 함대가 해양 마수, 몬스터와 싸우다가 제주도로 접근하는 건 간혹 있던 일이었다.

해양 마수와 몬스터는 육상의 마수와 몬스터보다 보통 더 크고 터프하다.

게다가 육지에서의 전투와 달리 바다에서는 헌터들의 능력보다 함선의 크기와 화력 같은 장비와 해양 각성 동물의 힘이 더 중요했다.

일본의 해양 전력은 상당했다.

그러나 일본은 게이트 안정화 권역이라는 안전지대 없이 바다에 둘러싸였다.

일본이 세계 수위의 경제 대국이 아니었다면 망해도 진작에 망했을 정도로 해양 마수와 몬스터의 위협이 컸다.

당연히 일본은 바다에서 튀어나오는 해양 마수와 몬스터, 괴수의 위협을 막아 내는데 국가의 사활을 걸고 있었다.

일본에도 몇몇 각성 동물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섬나라인 일본은 해안선이 너무 길었다.

해상 자위대는 항상 과부하가 걸린 상황.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제주도 인근 해역으로 접근해 각성 동물의 힘을 빌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유가 이해가 간다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부대장은 바로 명령했다.

“바로 일본 함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라.”

“내륙에도 대피 방송을 해야 할까요?”

이 정도 일로 안전지대 제주도에 대피 방송을 할 수는 없었다.

“우선 해안 부대에 경계 태세로 전환하고, 함대 출동해서 상황을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곧 사관이 움직여 각급 부대에 명령을 전파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해양 마수와 몬스터의 접근, 해상 자위대 함대의 출현.

이런 상황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안전지대 제주도는 게이트가 처음 열린 2000년 1월 1일 이후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었다.

치열했던 게이트 전쟁 때도 뚫리지 않은 안전지대가 제주도였다.

서해 와 한국 근해를 돌아다니는 용용이,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

두 각성 동물이 제주도의 바다를 지켜 주고 있었다.

용용이는 마수와 몬스터뿐만이 아니라 아군 함선에도 재앙인 양날의 검이지만.

거대 거북이는 그야말로 제주도의 수호신이었다.

평소에는 해안가의 너른 바위 위나 인근 바다에서 작은 언덕, 작은 섬처럼 햇볕을 쬐는 거대 거북이는.

제주도 근해에 해양 마수나 몬스터가 나타나면 가장 먼저 알아채고 출동해 적이 접근하기도 전에 끝장냈다.

거대 거북이는 마치 자기 영역이라고 주장하듯 제주도의 해안선 전체를 지켰다.

그리고 제주도의 땅은 완도의 게이트 안정화 권역에 포함됐기에 무작위 균열과 던전이 열리지 않는다.

안전지대 제주도는 완도의 게이트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거대 거북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안전했다.

부대장은 거대 거북이의 위치를 가리키는 모니터를 확인했다.

지금 거대 거북이는 제주도 근해에서 섬처럼 떠다니고 있는 중.

‘잠든 건가? 이번에는 좀 오래 떠다니고 있는데…….’

이 순간 부대장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동대문 게이트 소멸로 일어난 서울 사태!

“혹시 모르니 완도 게이트 관리 부대에 이상 현상 없는지 연락하도록.”

“알겠습니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064 헌터 부대의 사관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리 해상에서 접근하는 해상 자위대 함대와 해양 마수, 몬스터.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육상의 위협.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가한 부대라고 말해지는 064 헌터 부대의 사관들은 먼바다와 육상의 모든 위협을 철통같이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었다.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가 철통같이 지키는 제주도 인근 바다였다.

지금 이 바다 위에 엄청난 양의 녹색의 거품이 생겨나고 있었다.

부그르르륵-

거대한 기름띠처럼 빠르게 커지는 녹색 거품.

파아, 파아아-

녹색 거품이 터질 때마다 짙은 녹색의 가스가 안개처럼 퍼져 나갔다.

거대한 해조류 무덤처럼 녹색 안개와 녹색 거품이 넓게 깔리는 바다 아래 까마득히 깊은 곳.

이곳에서 거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부으으으으으-

이 진동을 퍼트리는 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촉수를 너울거리는 거대 괴수였다!

갑자기 연결이 끊긴 바다 일족의 거대 문어가 보낸 적의 마지막 이미지.

이글거리는 태양 같은 빛을 품은 괴수!

적을 찾기 위해 보내진 거대 괴수가 녹색 거품이 가득한 바다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 거대 괴수가 향하는 곳은 제주도의 근해.

064 헌터 부대의 제주도 방어선 안쪽이었다.

*   *   *

부으으응-

끼이익, 탁-

빠르게 질주하던 스포츠카가 빙글 회전하여 관중석 아래에 착 멈춰 섰다!

그리고 스포츠카의 윙 도어가 위로 열리는 순간.

가죽 재킷을 걸친 특급 헌터가 뛰어내리며 외쳤다.

“할머니! 여기야?!”

운전석에서 마찬가지로 레이싱복을 입은 임옥분 여사가 내려 대답했다.

“맞아. 여기야. 어때 맘에 드냐?”

특급 헌터가 고개를 번쩍 들어 주위를 살폈다.

검은 아스팔트 트랙이 장애물 하나 없이 길게 뻗어 있고 그 주위를 관중석이 감싼 이곳은.

자동차 경주장이었다!

“우와아아- 할머니 엄청 커다래! 여기선 쌩쌩 달릴 수 있겠어!”

특급 헌터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를 때.

다다다닥-

트랙 한쪽에서 미리 대기 중인 사람들이 달려와 임옥분 여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말씀하신 건 모두 준비가 끝났습니다.”

임옥분 여사는 특급 헌터의 어깨를 툭 치고 한쪽을 가리켰다.

“가자. 자동차 타야지.”

“드디어! 드디어!!”

끼요오오옷-

특급 헌터는 괴성을 지르며 임옥분 여사가 가리킨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준비된 자동차를 보는 순간 굳어 버렸다.

할머니가 말했던 대로 자동차가 있었다.

그것도 그냥 자동차가 아니라 너무나 익숙한 어린이 자동차가 있었다!

삼촌이 장민 몰래 사줬던 자동차!

어디를 가던 타고 다니던 자동차!!

맨날맨날 반짝반짝 열심히 닦았는데.

엄청 많은 도마뱀 사이로 달리다가 부서져 버린 내 자동차!!

으아, 으아아아-

특급 헌터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한달음에 달려가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이 자동차를 껴안고 외쳤다!

“쌩쌩이! 정말 정말 오랜만에야!!”

그리고 재빨리 운전석 아래를 살폈다.

장민이 자전거 페달을 달아놔서, 처음에는 그 페달을 돌려서 타고 다녔다!

없다!

이 쌩쌩이에는 자전거 페달이 안 달려 있었다!

“넌 특급 쌩쌩이구나!”

특급 헌터는 환호성을 지르며, 다시 만난 쌩쌩이, 부가티 헌터 미니를 쓱쓱 매 만졌다.

“어때 맘에 들어?”

임옥분 여사의 말에 특급 헌터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거면 앙꼬 대장도 이길 수…… 있으려나?”

“응? 앙꼬 대장?”

“내가 꼭 이겨야 하는 사람이야! 지금 이거 타봐도 될까?”

임옥분 여사는 스탭들을 봤다.

“바로 운전할 수 있도록 정비 끝내 놨습니다.”

“조심조심해서 타야 한다. 알았지?”

스탭의 말을 들은 임옥분 여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알았어! 나, 이런 거 운전 엄청 잘해!”

특급 헌터는 크게 외치고 능숙하게 부가티 미니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안전벨트를 매고, 안전 헬멧을 착용하고, 가죽 장갑까지 낀다.

그리고 핸들을 잡는 순간.

삼촌이 사준 부가티 헌터 미니가 부서진 이후 오랫동안 봉인됐던 특급 헌터의 질주 본능이 깨어났다!

엔진 점화!

그리고 급속 출발!

부으으으으, 파아앙-

특급 헌터가 운전하는 부가티 미니는 폭발적인 가속도로 치고 나갔다!

부가티 미니는 사실 어린이 자동차가 아니었다.

프랑스의 부가티사에서 레이싱 카트용 차체에 스포츠카 외장을 씌워 만든 카트 경주용 차량이었다.

부아아아아앙-

단숨에 가속에 트랙 위를 질주하는 부가티 미니!

“저거 너무 빠른 거 아냐!?”

한 스탭이 걱정스레 말하는 순간 코너가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는 부가티 미니!

“어, 어어!”

“야 위험해!”

“꼬마야! 속도 줄여!!”

스탭들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특급 헌터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었다!

끼이이익-

타이어 가 아스팔트 위로 마찰하며 올라오는 새하얀 연기!

뒷바퀴가 슬라이드 하면서 코너로 진입하고!

끼이이이이익-

다음 순간 차체 전체가 코너를 타고 미끄러진다!

그리고 코너를 벗어나는 순간,

부가티 미니는 단숨에 치고 나갔다!

부으으으으응-

능숙한 파워 슬라이드 진입에 오버스티어 코너링!

스탭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와- 저 꼬맹이 뭐야!?”

“어지간한 선수보다 나은데?!”

“TaG 주니어 선수 아냐?”

“그렇다기엔 나이가 너무 어리잖아?”

스탭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때,

어느새 특급 헌터는 트랙 한 바퀴 돌아 출발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부으으으응-

감속 없이 단숨에 달려와 20미터 전방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끼이이이익-

빙글빙글빙글 빠르게 회전하며 다가오는 부가티 미니!

“야! 조심조심!!”

“으아앗! 피해!”

깜짝 놀란 스텝들이 다급히 피하는 순간.

탁-

거짓말처럼 부가티 미니가 임옥분 여사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특급 헌터는 단숨에 차에서 뛰어내려 외쳤다.

“할머니! 최고야! 엄청 빨라! 카카캌-“

“그렇게 좋아?”

“응! 자전거 페달 없는 게! 너무 좋아!”

이때 스탭중 하나가 슬쩍 질문했다.

“너 이 부가티 미니 타본 적 있냐?”

“맨날맨날 타고 다녔는데! 내 거는 부서졌어!”

꼬맹이의 말을 듣는 순간 스탭 모두는 생각했다.

역시 선수 출신이구나!

부가티 미니는 차량 가격만 억대다.

게다가 안정적인 질주와 과감한 코너링, 능숙한 운전 솜씨는 경주용 차를 처음 타는 꼬맹이의 솜씨라고 보기 힘들었다.

한 스탭이 슬쩍 물었다.

“꼬마야. 너 어디 소속이냐? 혹시 TaG 주니어 대회 나가는 팀이야?”

“난 알바랑 한팀이야!”

“알바? 제인 알바? 미국 W.S. 팀? 훈련은 어디서 하는데?”

“내 개인 트랙이 있어! 가끔 세연이랑 경주해!”

“세연? 코치도 따로 있구나. 훈련할 때 쓰는 차는 뭔데?”

“원래는 특급 쌩쌩이 타고 다녔는데. 부서져서 장민이 다운그레이드시켰어. 이제 바퀴 세 개짜리 타고 다녀. 그건 많이 느려.”

“바퀴 셋? 모터바이크? 모터바이크가 주니어 대회가 있었나?

“모터바이크는 주니어 대회 없지 않냐?”

“바퀴 셋이면 모터바이크도 아닌 거 같은데?”

……

스탭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임옥분 여사는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우리 강아지 할머니랑 경주해 볼까?”

순간 특급 헌터의 눈빛이 변했다!

“난 승부에선 절대 안 봐줘!”

“당연하지!”

카카캌-

흐흐흐-

특급 헌터와 임옥분 여사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카트 레이싱을 시작했다.

부으으으으-

엄청난 속도로 트랙 위를 달리는 부가티 미니와 레이싱 카트!

특급 헌터는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세발자전거로 옥상 트랙을 달리며 연습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특급 헌터는 임옥분 여사와 막상막하의 레이싱을 펼쳤다.

“역시 바퀴 네 개짜리가 최고야! 카캬카카캌-“

이렇게 특급 헌터가 가슴이 뻥 뚫릴 듯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을 때.

제주도의 하늘에서도 새끼 다람쥐의 환호성이 터졌다.

키킼,키키킼-

제주도에 도착해 하늘 위를 몇 시간 동안이나 날던 새끼 다람쥐 니케!

니케가 마침내 특급 헌터의 흔적을 찾았다!

바닥에 그려진 꼬불꼬불한 글자!

니케는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상한 꼬맹이가 그려놓은 글자다!

그러나 곧 니케는 분통을 터트렸다.

키킼, 키키킼키킼킼-!

‘뭐라고 썼는지 알아볼 수가 없잖아!’

휘이이잉-

니케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수십 번이나 돌고서야 간신히 몇 글자를 알아봤다.

[여기. 나. 니케. ส้ม.วัน.]

‘ส้ม? 저건 무슨 글자지?’

니케는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하다가 번쩍 깨달았다.

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저 글자를 적은 사람의 정체다!

이상한 꼬맹이!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 이상한 꼬맹이!’

니케는 글자가 적힌 곳, 임옥분 여사의 대농장으로 활강하며 무시무시하게 외쳤다!

키킼키키키킼-

‘복수의 시간이다! 이상한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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