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71화 (27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71화>

니케가 서울에서 출발한 지 다섯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하늘에 환한 달이 떴을 때,

니케는 육지를 지나 밤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휘이, 휘이이이잉-

거센 바닷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던 니케가 고개를 갸웃했다.

콰아아아-

바람에 실려 오는 폭음과 울부짖음.

멀리 동쪽에서 저릿저릿한 힘의 파동이 느껴졌다.

누군가 싸우고 있었다.

킥, 키킥-

‘잠깐 구경하고 갈까? ‘

문득 생각한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인간의 얼굴!

아니다!

지금 자신은 복수하러 가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니케는 마음을 다잡고 계속 남쪽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폭음과 진동, 힘의 파동이 점점 가까워졌다.

파아-

파아아-

파아아앙-

그리고 갑자기 몰려드는 먹구름과 쏟아지는 비!

어느새 니케는 폭풍우 속을 날고 있고, 눈앞에 거대 거북이와 문어가 나타났다!

거대 괴수!

갑자기 나타난 폭풍우 속, 거대 괴수 둘이 싸우고 있었다!

섬 같은 크기의 거대 거북이 목을 커다란 건물 크기의 문어가 휘감고 있었다.

거대 문어는 거대 거북이 목을 부러트릴 듯 조였다.

끼르르륵-

거북이가 울부짖을 때마다.

파아아앙-

압축공기가 폭발하고.

촤아아악-

바닷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러나 거대 문어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거북이 목을 조이며 다리로 전격을 쏟아 냈다.

콰지지직-

푸른 전격이 흐를 때마다 솟구치는 붉은 반발장!

거대 거북이와 거대 문어.

두 거대 괴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이 위를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휘이이이-

니케는 힐끗 두 거대 괴수를 봤다.

킥, 킼키-

‘열심히 싸우네.’

자신이 나타났는데 인사도 하지 않고 싸우는 거대 괴수들.

평소라면 건방진 놈들을 한 번씩 물어 주고 갔을 거다.

그러나 지금 니케는 아주 바빴다.

정말 오랜만에 복수하러 가고 있었으니까.

킥-

‘봐줬다!’

니케는 거만하게 한번 울고는 둘을 지나 폭풍 너머로 날아갔다.

이때 거대 거북이의 모으고 모은 각성력이 폭발했다.

파아아아아앙-

엄청난 압축공기가 폭발하는 순간 목을 칭칭 휘감은 거대 문어 다리 하나가 단숨에 풀려 휙 하늘로 날아갔다.

거대 문어 다리는 정확히 니케를 향해 날아왔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던 니케.

킥, 킼-!

니케가 날개를 접어 여유롭게 문어 다리를 피하고 당당히 우는 순간!

촤아아악-

하늘로 튀어 오른 바닷물이 니케를 덮치고.

거대 문어 다리에서 쏟아진 전격이 이 바닷물 위로 흘렸다.

콰지지지직-

문어 다리를 피한 후에 안심하다가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전격 공격까지 받게 된 니케!

키킼키키기키기긱-

니케는 엄청난 전격에 감전돼 작은 몸을 파르르 떨다가.

툭-

거대 거북이와 거대 문어가 뒤엉킨 곳으로 떨어져 구르기 시작했다!

데굴데굴-

니케가 섬 같이 거대한 거북이 등껍질 위를 구르는 순간.

파아앙, 파아아앙-

거대 거북이의 압축공기가 연속으로 폭발하고.

콰지지직-

거대 문어의 엄청난 전격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니케는 압축공기 폭발에 통, 통- 튀어 오르며 전격에 연속으로 감전됐다.

순식간에 털이 삐죽삐죽 모조리 곤두서고 팔다리가 쫙 펴진 채 파르르 끊임없이 경련한다.

키키기키킼키킼-

니케가 자신도 모르게 외쳤으나.

섬 같고 건물 같은 크기의 거대 거북과 거대 문어는 작은 다람쥐가 구르는 것은 알지도 못했다.

파아아앙-

콰지지직-

거대 거북과 거대 문어는 엄청난 힘으로 서로의 반발장을 깎아내며 격전을 펼쳤다!

그리고 거대 거북이 괴수가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체력으로 승기를 잡아갔다.

콰아앙, 콰아아앙-

거대 거북의 등껍질에서 쏟아진 압축공기가 폭발할 때마다.

거대 문어의 반발장이 위축되고 어느새 강철같던 다리가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 문어의 다리가 후드득- 풀리는 순간.

키르르르르륵-

거대 거북이.

제주도의 수호신은 울부짖으며 단숨에 거대 문어를 끝장내기 위해 입을 벌렸다.

거대한 바위조차 산산조각내고 강철조차 끊어 버리는 물기 공격이 작렬하려 했다.

그러나 이 순간 거대 문어의 다리가 거대 거북이 입안으로 쏘아졌다.

깜짝 놀란 거대 거북이가 다급히 물어 끊어 버리려 했으나.

거대 문어가 한발 빨랐다.

콰지지지지직-

몸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전격!

거대 거북이는 단숨에 마비돼 경련했다.

끼르르르륵-

단숨에 승패가 역전된 상황.

수십 년 동안 제주도의 바다를 지켜 온 수호신 거대 거북이가 패배할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때 데굴데굴 구르던 작은 다람쥐가 하늘로 튀어 올라가 거대 문어 머리 위로 떨어졌다.

툭-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

심해에서 올라온 바다 일족 거대 문어.

둘 다 존재조차 몰랐던 작은 다람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니케는 말없이 자신의 몸을 살폈다.

바닷물로 푹 적신 후,

압축공기로 말리고,

전격으로 지졌다.

삐죽삐죽 솟은 털 곳곳에 끼어 있는 하얀 소금과 몸에서 올라오는 노릇노릇한 냄새!

니케는 스스로 물었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고민할 것도 없었다!!

킼-!

니케의 눈에 섬뜩한 섬광이 번뜩인 순간.

꽈드득-

니케의 작은 이빨이 거대 문어의 머리를 물었다!

*   *   *

-……!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춰 버린 거대 문어!

거대 문어의 전신이 돌처럼 딱딱히 굳고 쏟아 내던 전격이 단숨에 끊겼다.

각성하며 얻게 된 영성조차 날아가 버리는 고통!

바다 일족의 신과의 연결이 끊기고 개성과 자아가 확장된다!

이 확장된 개성과 자아로 느껴지는 것은,

몸을 말리는 증오스러운 태양처럼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는 황금빛!!

거대 문어가 적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천천히 비틀었다.

우드드득-

쥐어짜듯이 천천히 거대 문어의 머리가 움직일 때.

쾅, 콰드드득-

단숨에 끊어져 나가는 강철 같은 다리들!

전격에 마비됐던 거대 거북이가 깨어나 입에 박혀 있던 문어 다리를 물어뜯었다!

그러나 거대 문어는 전신을 달리는 엄청난 고통에 모든 감각이 잡아 먹힌 상태.

다리가 끊어지는 감각은 느끼지조차 못했다!

그리고 지금 할 일은 황금빛, 적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우드드득-

거대 문어는 끊어질 듯 머리를 비틀며 적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니케는 거대 문어의 정수리에 있었고.

어떤 생명체도 자신의 정수리를 자기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거대 문어가 니케를 찾으려 머리를 비트는 동안,

힘을 되찾은 거대 거북이는 거대 문어의 몸통을 물어뜯었다.

거대 문어는 단숨에 몸통이 두 조각이 나서 쓰러졌다.

키르르르르륵-

거대 거북이, 제주도의 수호신은 승리의 포효를 퍼트렸다.

포효에 담긴 진동이 하늘을 뒤흔들고 바다를 출렁이게 했다.

이 순간 거대 거북이의 머리가 동쪽으로 향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심해에서 올라온 적이 불러 모은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

이놈들이 동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자신이 지키는 아름다운 섬을 향해서!

키르르르륵-

거대 거북이는 커다란 포효를 터트리고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파앙, 파아앙. 파아아앙-

압축공기가 폭발할 때마다 빠르게 가속하는 거대 거북!

거대 거북은 그 어떤 선박도 낼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이때 등에 무언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툭-

깜짝 놀란 거대 거북은 재빨리 머리를 돌렸고 보았다.

작은 물고기보다 더 작은,

처음 보는 복슬복슬한 털의 동물.

이 작은 동물이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거대 거북을 보면서 작게 울었다.

뀨-

처음 듣는 기이한 울림이 담긴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이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거대 거북은 마음속으로 퍼져 나가는 기이한 파문을 느꼈다.

“……!”

거대 거북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이 작은 동물에게 쓰윽 다가가는 순간.

뀨, 뀨-

겁먹은 듯 작게 울면서 조심조심 다가오는 복슬복슬한 털의 동물, 니케.

툭-

그리고 마침내 거대 거북의 머리와 니케가 닿는 순간.

꽈드득-

니케는 번개같이 달려들어 거대 거북의 머리를 물어 버렸다.

“……!”

거대 거북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고통에 단숨에 픽 쓰러져 버렸다.

이 순간 착한 다람쥐처럼 울어서 적을 낚은 니케는 신나게 울었다.

키킼킼, 키키킥-

‘적 앞에서 방심하다니! 멍청한 녀석!’

타다다닥-

작은 복수를 끝낸 니케는 기절한 거대 거북 등 위를 달려 펄쩍 날아올랐다.

휘이잉-

거센 바닷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어느새 폭풍우가 그친 바다 위에 떠 있는 두 거대 괴수가 보였다.

몸통이 두 조각난 거대 문어,

기절한 채 둥둥 떠 있는 거대 거북.

둘 다 자신이 해낸 일이었다!

킥, 키기깈킼-

이 순간 니케의 가슴속에서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렇다!

이게 정상이었다!

누구든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인 자신에게 걸리면 아작이 나는 거다!!

자신은 여전히 아프게 물 수 있었다!

힘을 잃었어도 머리를 써서 습격하면 된다!

킥, 키키킼-

니케는 한참 동안 하늘을 빙글빙글 날다가 남쪽으로 날아갔다.

휘이이이잉-

이 순간 자신감이 터질 듯 차오른 니케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모습만 있었다.

‘아프게 물기가 통하지 않던 이상한 꼬맹이!’

전에는 하루 종일 힘들어서 아프게 물기가 안 통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방금 확인했듯 자신의 능력, 아프게 물기는 멀쩡하다!

이번에는 그 이상한 인간 꼬맹이에게도 아프게 물기가 통할 것 같았다!

황금 다람쥐 일족의 예리한 직감이 말한다!

‘확실하다고!’

니케는 바로 계획을 세웠다.

착한 다람쥐처럼 뀨, 뀨- 하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번개같이 꽈드득- 물어 버리는 거다!

딱, 딱, 딱-

니케는 이빨을 무섭게 딱딱이며 이상한 꼬맹이를 향해 날아갔다.

킥, 킼킼키키-

‘기다려라! 이상한 꼬맹이! 곧 복수 해 주마!’

니케는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천문석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니케의 복수 대상은 어느새 특급 헌터가 되어 있었다.

이상한 건 아니었다.

원래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은 자주 까먹고, 아직 어린 니케는 더욱 잘 까먹었으니까.

이렇게 니케가 북쪽에서 제주도를 향해 날아갈 때.

서쪽에서 제주도를 향해 달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라카스 발도.

우쿠지마 섬을 돌파해 바다 위를 달리는 나찰승이었다.

*   *   *

촤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가르는 이지스 구축함 아시가라.

기함 아시가라와 제2 호위대군 함대는 서쪽으로 달리는 나찰승을 쫓고 있었다.

함대가 몇 번이나 나찰승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찰승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쾅, 쾅, 쾅, 쾅-

제2 호위대군의 함선들에서 쏟아지는 함포와 어뢰, 분당 3000발을 쏟아 내는 팰렁스!

파파파파팡-

마탄 폭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허공을 가르는 푸른 마력광이 밤을 환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 모든 폭음을 뒤덮는 포효가 울려 퍼진다.

대기와 바다를 진동시키는 해양 몬스터 특유의 포효!

크아아아앙-

부서질 듯 흔들리는 함교의 강화 창과 요동치는 선체!

바다는 해양 몬스터의 피로 붉게 물들고,

대기는 끝없이 뒤엉키는 마력광과 반발장으로 왜곡됐다!

육상 몬스터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해양 마수와 몬스터 무리!

이들이 제2 호위대군 함선들을 향해 끝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이때 마탄 폭음을 뚫고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

핑-

거대한 현이 끊기듯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나찰승이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마수와 몬스터 무리를 짓밟고 뛰었다.

이 순간 마탄을 맞으면서도 공격하던 해양 마수와 몬스터들이 거짓말처럼 픽픽 쓰러졌다.

“화력을 집중해라!”

바로 명령이 떨어졌고.

파라라랑-

나찰승의 달린 궤적을 따라 고속 마탄이 쏟아져 쓰러진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모조리 갈아 버렸다

“뚫고 나간다!”

이곳으로 호위대군 함대가 비집고 들어가 마수와 몬스터 무리를 뚫었다!

엄청난 수의 해양 마수와 몬스터와의 전투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넘었다.

간신히 나찰승을 따라가는 게 전부!

계속된 격전에 나찰승에게 접촉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기함 아시가라의 함교에 있는 후세 케이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우쿠지마 섬에서 나찰승을 회유한다는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나찰승이 원하는 단 한 가지.

‘하늘을 나는 고래.’

민속학자, 수많은 마경과 던전을 헤쳐나온 헌터들에게 얻은 정보를 총동원해 나찰승에게 접근했다.

“하늘을 나는 고래를 찾는 걸 돕겠습니다.”

가진 모든 자료를 제공했으나,

나찰승은 단호히 잘라 냈다.

‘나는 메일 수 없는 몸이다.’

그리고 시작된 추격!

나찰승은 바다 위를 뛰어 서쪽으로 달려갔고.

제2 호위대군 함대는 어떻게든 회유하기 위해서 그 뒤를 쫓았다.

그러나 어느새 엄청난 수의 해양 마수와 몬스터가 나타나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다.

후세 케이코는 피가 마르는 것을 느꼈다.

전투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전투가 일어난 해역 서쪽에 있는 제주도!

아직 경고는 없지만, 제주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 각국 유력자들의 자산과 안전 가옥이 있는 안전지대 제주도.

안전지대 제주도로 마수와 몬스터를 몰고 접근하면 끝장이다!

첫 대응은 한국 정부의 경고.

다음으로 안전지대 제주도에 자산이 있는 유력자들의 압박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둘 다 단기간이라면 버틸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그놈들이다.

전 세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고를 치는 놈들.

초거대 깡패 기업, 재금 그룹!

게이트 안정화 장치 발명 이래 일본 정부는 재금 그룹의 미친 짓에 몇 번이나 당했다.

몇 년 전에는 재금 그룹, 이 미친놈들에게 섬도 하나 뺏겼다.

천공섬.

일명 전능 옥좌.

서울 하늘에 떠 있는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섬은 원래 일본 섬이었다!

이 미친놈들이 본사를 이전한다고 섬을 사더니 날름 섬을 집어삼키고 말 그대로 하늘로 날라 버리는 바람에 옷을 벗은 의원, 장·차관, 내각 정보실 요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당연히 수도 없이 항의했지만,

이놈들은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배짱을 튕긴다.

‘뭐야? 불만이면 전처럼 해 줄까?’

순간 후세 케이코는 내각 정보실 최악의 실패가 선명히 기억났다.

섬을 먹고째기 몇 년 전 일본 정부는 재금 그룹의 마탄 라이선스를 정지시킨 적이 한 번 있었다.

재금 그룹이 게이트 안정화 장치 유지보수를 멈추고 게이트를 터트린 이래.

전 세계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일본에는 ‘게이트‘가 없었다.

당연히 게이트 안정화 장치도 없으니 게이트가 터질 일도 없었다.

정치인과 기업, 헌터 업계는 마탄 라이선스를 중지시키고 엄청난 양의 마탄을 찍어 내고 수출까지 했었다.

일본의 정계, 재계, 헌터계 모두가 희희낙락하고,

재금 그룹의 깡패짓에 수없이 당하던 세계 각국도 흥미롭게 보던 그때.

재금 그룹, 이 미친놈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으로 ‘보복‘을 했다!

‘재금 그룹! 이 미친 또라이 새끼들!!’

당시 당한 일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솟았다.

후세 케이코는 분통이 터졌으나.

그 미친 짓을 당했던 일본 정부는 절대 재금 그룹을 자극하지 못한다.

같은 ‘보복‘을 한 번 더 당하면 일본이 아작날 테니까!

미친놈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후세 케이코가 당시 기억을 떠올리려 할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심해에서 무언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용용이 인가!?”

함장이 외친 순간 함교 안 모든 이들이 바짝 긴장했다.

한국 서해에 살며 주위 바다를 돌아다니는 ‘용용이’!

‘용용이‘라는 귀여운 이름과 달리 이놈은 모든 해양 마수와 몬스터 그리고 어선, 군함, 잠수함의 천적이었다.

중국이 개판인데도 서해 와 남해에 난민선이 뜨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용용이 때문이었다.

함교 안의 모두는 바짝 긴장해 용용이가 나타난 게 아닌지 확인했다.

곧 사방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용용이의 음파 지문. 1두 가지 모두와 불일치합니다!”

“광학 확인 결과! 용용이 출현시의 시각 징후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해양 괴수 같습니다!”

순간 안도의 한숨 소리가 함교 안에 퍼져 나왔다.

좀 작은 거대 괴수인 해양 괴수는 전투력이 엄청나다.

해양 괴수가 나타났다는데 안도의 한숨이라니!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바다에서 배를 탄 채 용용이의 공격을 받으면 답이 없었다.

작은 어선부터 핵 항모, 핵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용용이의 공격을 받는 순간 100퍼센트 침몰한다!

미 태평양 함대에도 ‘용용이‘이 상대로는 절대 적대행위 금지라는 교전수칙까지 있었다.

이때 함장의 시선이 후세 케이코에게 향했다.

“…….”

말은 없었지만, 후세 케이코는 함장의 시선에서 ‘이쯤에서 물러나자는‘뜻을 읽을 수 있었다.

제주도와 한국 근해에는 이상할 정도로 각성 동물들이 많았다.

이들은 인간들에겐 적대적이지 않지만, 혹시라도 교전 상황이 벌어지면 함대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후세 케이코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거대 거북이가 나타날 때까지만 추격하는 게 어떨까요? 함장님.”

제주도의 외곽 바다를 지키는 거대 거북이와는 해상 자위대 함대도 몇 번 접촉했었다.

엄청난 힘에 비해 인간에겐 온건한 바다 마수다.

함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함대 전체에 명령이 전파됐다.

“전 함대! 간격 유지! 돌파한다!”

이제 시간제한이 생겼다.

제주도의 바다를 지키는 거대 거북이 나타날 때까지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나찰승을 회유해야 했다!

후세 케이코는 함장에게 말했다.

“함장님. 헬기 이륙할 수 있겠습니까!?”

잠시 후 기함에서 후세 케이코를 태운 헬기가 날아올라 나찰승을 향해 날아갔다.

타타타타타-

후세 케이코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엄청난 수의 마수와 몬스터가 몰려들었지만,

바다에서의 전투는 머릿수와 힘만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제주도의 바다를 지킨 거대 거북이에게는 주위에 가득한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모두 처리할 힘이 있었다.

거대 거북이가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모두 처리한다면 한국 정부에서도 항의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후세 케이코와 제2 호위대군의 누구도 알지 못했다.

제주도의 바다를 수십 년 동안 지킨 수호신,

거대 거북이는 이 순간 정신을 잃고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거대 거북이를 이렇게 만든 새끼 다람쥐, 니케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몸에 말라붙은 소금 덩어리들이 끈적끈적 엄청 간지러웠다!

휘이이잉-

니케는 바람을 타고 제주도로 날아가며 연신 몸을 긁었다.

킥, 키키킼킥-!?

‘다시 가서 몇 번 더 물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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