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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70화 (27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70화>

특급 헌터가 넓은 대청마루 위를 구르고 있었다.

이얍!

데굴데굴-

대청마루를 굴러 도착한 곳은 임옥분 여사 앞.

특급 헌터는 입을 크게 벌리고 외쳤다.

“할머니! 아-“

“여기 달달한 수박 먹자.”

특급 헌터는 할머니가 넣어 주는 수박을 와그작- 씹으며 반대쪽으로 굴렀다.

이야압!

데굴데굴데굴-

“세연! 아-“

“새콤한 감귤입니다!”

특급 헌터는 류세연이 넣어 주는 감귤을 먹고 마지막으로 마루 구석을 향해 마구마구 굴렀다.

이야아압!

데굴데굴데굴데굴-

“알바! 나 왔어! 아-“

“…….”

대청마루를 열심히 굴러 와 입을 크게 벌린 특급 헌터.

천문석은 지금 당장 뭔가 맛있는 것을 줘야 할 것 같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자신에겐 수박도 감귤도 없었다.

이때 마당 한쪽, 텃밭에서 자라는 오이가 보였다.

“너 오이라도 따다 줄까?”

“뭐? 오이라고!?”

특급 헌터는 경악해서 외쳤다.

“오이는 건강해지는 샐러드 재료잖아!!”

“……오이는 별로냐?”

“당연하지! 완전 별로야! 오이는 비누 냄새난단 말이야!!”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임옥분 여사에게 다다닥- 달려가며 외쳤다.

“할머니! 알바가 나한테 오이 먹이려고 해!!”

“아구아구- 우리 강아지.”

임옥분 여사는 특급 헌터를 품에 안아 들더니 다정히 등을 토닥였다.

생전 처음 투정을 받아 주는 사람을 만난 특급 헌터는 임옥분 여사의 품에 파고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알바가 오이 준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오이는 특급 헌터의 적이란 말이야!!”

“우리 강아지는 오이 싫어해?”

“응! 고등어 다음다음다음다음으로 싫어!”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임옥분 여사는 빙그레 웃더니 특급 헌터를 안고 텃밭으로 걸어갔다.

“할머니?”

특급 헌터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

등을 쓱쓱 쓰다듬는 임옥분 여사.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요.”

임옥분 여사는 오이를 하나 따서 깨끗하게 씻고 반으로 뚝 잘라 한입 먹었다.

와삭-

“아, 시원하다. 우리 강아지는 오이가 왜 싫어?”

“비누 냄새난단 말이야!!”

임옥분 여사는 특급 헌터를 어화둥둥 어르며 말했다.

“이건 비누 냄새가 아니라. 여름 냄새란다.”

와삭-

“한 입 먹으면. 휘이이- 시원한 바람이 우리 강아지 머리에 불어오고.”

“우히히- 간지러!”

입바람으로 특급 헌터의 귓가를 간지럽히자 터져 나온 웃음소리.

와삭-

“두 입 먹으면. 졸졸졸- 시원한 개울물이 우리 강아지 가슴에 흐르고.”

“우히히힣힣히- 간질간질해!”

손가락으로 꼬물꼬물 특급 헌터의 가슴을 간지럽히자 더 커지는 웃음소리.

와삭-

“세 입 먹으면. 우리 강아지 더위가 싹 물러간단다.”

임옥분 여사는 무언가 잡아 휙- 던지는 시늉을 하며,

잘 씻은 오이를 특급 헌터의 입가에 쓱- 가져갔다.

간지럼과 어화둥둥 어르는 소리에 신나게 웃던 특급 헌터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다가온 오이를 한입 먹었다.

와삭-

“아이구- 잘했다! 우리 강아지는 오이도 이렇게 잘 먹는구나!”

임옥분 여사에게서 칭찬이 쏟아지자.

특급 헌터는 당당히 외쳤다.

“특급 헌터는 뭐든지 잘해! 잘 봐 할머니!”

와삭, 와삭, 와삭-!

특급 헌터는 오이를 모조리 먹어 버리고 신나게 외쳤다.

“할머니! 내려 줘! 나 오이 더 먹을래!!”

특급 헌터는 신나게 텃밭을 달리며 오이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이건 섭혼술 수준인데…….”

오이를 싫어하는 아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발적으로 오이를 먹게 하다니!

임옥분 여사의 아이 어르는 솜씨는 섭혼술 이상이었다.

아니 무림에서 섭혼술이라고 끈 달린 동전과 촛불을 흔들던 놈들보다 훨씬 대단했다.

자신이 괜히 홀릴 뻔한 게 아니었다.

이때 신나게 텃밭을 달리던 특급 헌터가 갑자기 정지하듯 멈춰 섰다.

그리고 비틀비틀 걷다가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깜짝 놀라 달려가려는데.

임옥분 여사가 특급 헌터를 조심스레 안아 드는 게 보였다.

쓰윽쓰윽-

등을 쓰다듬으며 다가온 임옥분 여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얘 잠들었다. 오늘 힘들었는지 저녁인데도 바로 잠들었네.”

방금 전까지 활기차게 뛰어다니던 특급 헌터는 전원이 꺼진 것처럼 한순간에 잠들었다.

“문석아 잠자리 봐줄게. 같이 가자.”

“여사님. 무거우실 텐데 제가 들게요.”

임옥분 여사는 빙그레 웃으며 앞장섰다.

“우리 강아지는 하나도 안 무겁단다.”

특급 헌터를 안은 임옥분 여사는 계단을 올라 2층, 동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든 아이를 모기장이 처진 침대에 조심스레 눕히고.

얇은 이불로 배를 덮고 낮은 베개로 머리를 받혀 줬다.

꼼꼼히 모기장을 확인한 임옥분 여사는 말했다.

“잘 자라 우리 강아지.”

으음, 으응-

특급 헌터는 대답하듯 잠투정을 하더니 곧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   *   *

제주행 비행기를 타러 김포공항으로 출발하던 오늘 아침.

특급 헌터는 출발하기 전에 니케에게 다시 확인했었다.

“니케. 진짜로 잘 날아올 수 있어?…… 좀 멀지 않을까?”

킥, 키킥-

니케는 확신을 담아 울었고,

특급 헌터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널 믿지! 알았어. 니케! 그럼 우리 이따가 제주도에서 보자!”

킥, 킼킥-!

니케는 손을 흔들어 옥탑방에서 떠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했다.

이상한 꼬맹이.

집주인이라는 인간.

소파 위에서 사는 인간.

세 사람과 지하세계의 추심원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까지 모두 옥탑방에서 떠나갔다.

마침내 옥탑방에 혼자 남게 된 순간.

초롱초롱 예쁘게 반짝이던 니케의 눈빛이 변했다!

눈에서 번뜩이는 섬뜩한 섬광!

킥, 키키킼-

‘멍청한 꼬맹이! 내가 진짜로 따라갈 줄 알았냐!’

키키킼키킼키-

니케는 신나게 방안을 달리며 울었다!

이상한 꼬맹이는 멀리 사라졌고. 이제 자신은 자유다!

마침내 도토리 숲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복수!

당연했다.

케페니안 일족에게 용서란 없었으니까!

니케는 찬장 구석 비밀창고에 숨겨 둔 육포 조각을 꺼내 한입 먹었다.

순간 몸에서 끓어오르는 충만한 활력!

활력을 충전한 니케는 온 집안을 달리며 복수를 시작했다.

파바박-

신발장에 놓인 신발을 모조리 끄집어내 집어던지고!

탁, 탁, 탁-

벽과 천장을 달려 액자와 거울, 전등을 때려 삐뚤빼뚤하게 만든다!

콰당, 쿵, 쿵, 쿵-

안간힘을 써서 의자를 넘어트리고 테이블을 뒤집었다!

그리고 소파!

니케는 이상한 꼬맹이와 한 인간이 온종일 누워 있는 소파를 잡고 힘을 썼다.

키이이이잌-

그러나 힘을 잃은 니케가 아무리 밀어도 소파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킥-

니케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소파 쿠션 틈으로 쏙 들어갔다.

있었다!

네모난 막대기!

이상한 꼬맹이와 온종일 소파에 누워 있는 인간이 애지중지하는 물건!

니케는 네모난 막대기를 물고 벽을 달려 찬장 위에 숨겼다.

이때 보이는 물건이 있었다.

거실 구석에 서 있는 원뿔형 텐트.

이상한 꼬맹이가 매일매일 닦는 집이다!

니케는 펄쩍 뛰어내려 텐트에 달라붙었다.

쿵, 쿵, 쿵-

니케의 작은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아프게 물기가 통하지 않는 이상한 꼬맹이는 굉장히 무서웠다.

그러나 자신은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였다.

보육원 선생님은 항상 말씀하셨다.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킥, 키킼키킼-

니케는 두려움을 이겨 내고 이상한 꼬맹이의 소중한 집을 물었다.

뽕, 뽕, 뽕-

세 개나 뚫린 구멍!

이 구멍을 본 이상한 꼬맹이는 엉엉 울 것이다!!

탈진할 듯 지친 니케는 능숙하게 냉장고와 찬장을 열어 음식을 꺼내 먹고, 거실 소파 등받이에 누워 늘어지게 잠들었다.

그리고 지금 깨어났다.

늦은 저녁.

해가 지고 있었다.

니케는 두 팔을 번쩍 들고 몸을 부르르 떤 다음에.

다시 한번 방을 달렸다.

잘 개어진 빨래를 무너트리고,

욕실에 놓인 비누와 통을 모조리 쓰러트렸다.

그리고 방문을 모두 열고 빛의 날개막을 마구마구 흔들며 달렸다.

파스슥, 탁, 탁-

꺼질 듯 희미하게 깜빡이는 빛의 날개막에서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잡동사니들!

이끼 낀 돌, 녹슨 쇳조각, 매끄러운 자갈, 유리구슬, 잘 마른 나뭇잎…….

수많은 잡동사니가 무작위로 튀어나와 흩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주인의 방!

이 순간 니케는 멈칫했다.

‘이 인간한테도 복수해야 하나?’

-……

생각해 보니 이 인간한테는 별다른 원한이 없었다.

킥, 키킼-

‘한번 봐줬다.’

이미 옥탑방 전체를 어지럽힌 니케는 관대하게 이 방은 봐주기로 했다.

니케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이때 문득 마음으로 들려오는 익숙한 심상!

-ㅁㅁ ㅁㅁㅁ.

킥-!

니케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려 방안을 달렸다.

그리고 곧 찾을 수 있었다.

협탁 위에 놓인 맛없는 사탕!

탁-

사탕 위에 작은 손을 올리자 다시 한번 들려오는 심상!

-ㅁㅁ ㅁㅁㅁ!

맞다.

내 맛없는 사탕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도 확실히 해야 했다!

니케는 재빨리 맛없는 사탕을 입안에 넣었다.

-ㅁㅁ ㅁㅁㅁ?!!?

당황한 듯한 심상이 전해지는 순간.

콰드득-

니케는 맛없는 사탕을 깨물었다!

-ㅁㅁ ㅁㅁㅁ ㅁㅁ ㅁㅁㅁ!?!!

고통에 몸부림치듯 뒤틀려 전해지는 심상!

킥, 키킼키-!

맞다!

내 맛없는 사탕이 확실했다!

니케는 경악했다.

스카라베 왕국에 끌려갈뻔할 때 만난 인간.

그 인간에게 하늘 고래의 힘이 담긴 나뭇가지 대신 주고 온 사탕이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이 순간 니케의 머리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눈이 둘,

코가 하나,

입도 하나인 인간!

기억 속 흐릿한 이 얼굴이 점차 선명해졌다.

잠시 후 완전한 얼굴이 기억나는 순간.

니케는 깨달았다.

보물 도토리 도둑놈을 잡았을 때 있었던 인간!

스카라베 왕국 사막에 떨어졌을 때 만났던 그 인간!

이 집 주인이 그 인간이었다!

킥-!!

그리고 줄줄이 생각나는 사건들!

-지하 터널이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진 것.

-갑자기 보물 도토리를 훔친 인간이 나타난 것.

-정당한 거래를 했는데 사탕만 가지고 도망친 것.

-스카라베 왕국의 사막에 떨어진 것.

-하늘 고래의 힘이 담긴 나뭇가지를 낚아채는 순간 여기로 돌아온 것.

-자신이 부하로 삼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 나뭇가지를 모두 빼앗긴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물어도 아파하지 않는 이상한 꼬맹이가 나타난 것!!

니케는 케페니안 황금 일족의 예리한 직감으로 깨달았다.

‘이 모든 일이 이 인간 때문이었구나!’

니케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였다!

킼, 키키-!

이것이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의 무서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분노하고 복수하고는.

왜 복수했는지 이유조차 까먹는 황금 다람쥐 일족!

지금 이 순간 종잡을 수 없는 황금 다람쥐 일족의 분노가 천문석에게 향했다!

니케는 즉시 거실로 달려 나가 베란다 문을 열고 펄쩍 뛰어내렸다.

휘이이이잉-

산바람을 탄 니케는 노을 지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어디에 있지?!

의문을 품는 순간 그 인간과 같이 있을 이상한 꼬맹이가 생각났다.

킥, 키킼-

‘꼬맹이 어디 있냐?!’

꼬맹이를 생각하자 바로 느껴졌다.

저 멀리 남쪽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느낌!

니케는 이상한 꼬맹이가 있는 곳,

제주도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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