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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61화 (26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61화>

“감히!”

분노한 리웨이가 술잔을 집어던졌다.

꽈아앙-

벽에 부딪힌 술잔이 산산조각나는 순간.

사방의 문에서 쏟아진 사병들이 장민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러나 장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리웨이를 봤다.

“대세를 보지 못하고, 시류에도 밝지 못한 늙은이가 작은 욕심에 대의를 저버렸군요.”

참을 수 없는 모욕에 리웨이의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사병들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리웨이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리웨이는 한참 동안 미친 듯 웃다가 불쑥 물었다.

“장민! 네 오빠 장철을 믿고 그렇게 오만한가? 여기 없는 장철이 너를 지켜 줄 수 있을 것 같나!?”

“…….”

장민은 사방에서 겨눠진 총구를 쓱 훑어봤다.

당장이라도 방아쇠만 당기만 수십 발의 마탄이 쏟아질 거다.

욕심꾸러기 늙은이지만 보신에 철저한 늙은이 당연히 재금 중공의 정품 마탄이 쏟아지겠지.

그러나 장민은 숙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헌터 군벌은 자기 세력권에서는 왕과 같은 권력을 휘두르지만.

이건 달리 말하면 왕 정도의 권력밖에는 휘두르지 못한다는 말과 같았다.

왕의 권력이 강해 보이지만, 실제 통치력은 별 볼 일 없었다.

현대 국가의 권력자들은 수십만의 공무원, 언론, 군을 움직여 국민 한 명 한 명의 마음조차 움직인다.

수천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권력자의 힘은 왕조차 가소로울 정도다.

장민 대표는 이런 권력자와 천외천의 각성자들과 수없이 거래했다.

그들과 비교하면 남중국의 헌터 군벌은 규모를 키운 세련된 폭력집단이고.

눈앞의 푸젠 군벌의 수장 리웨이 사령관은 떼쓰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다.

리웨이가 원하는 건 결국 보다 많은 돈!

돈만 먹인다면 떼쓰기를 멈추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민 대표는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물려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아쉬운 건 하나.

제주도에 좋은 소식을 가져가지 못하게 됐다는 것뿐이었다.

‘알바씨. 이번에도 무림 던전 확보는 실패했네요…….’

장민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 아쉬움을 털어 버리고 말했다.

“돌아간다.”

주위를 둘러싼 사병들이 의아해하는 순간.

콰아앙-

부서질 듯 거칠게 문이 열리고 장민 대표의 경호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경호원들은 주저 없이 몸으로 사병들을 밀어냈다.

으엇, 앗-!

충성심으로 뽑은 최측근 사병들.

그러나 이들은 제대로 된 실전조차 겪지 않은 이들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이들이 거침없이 밀어붙이자 사병들은 단번에 벽까지 밀려났다.

“장민!”

리웨이가 분노를 터트리는 순간.

콰아아아앙-

바로 앞에 보이는 호텔에서 붉은 섬광과 폭음이 터졌다.

쿠르르르릉-

전신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진동!

테이블이 요동치고 벽에 걸린 그림과 거울이 와르르 떨어져 내렸다.

밤하늘이 붉게 물들고 호텔의 수많은 창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이 솟구쳤다.

일반적인 화염이 아닌 마력이 실린 화염!

마력이 실린 화염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호텔 전체를 뒤덮었다!

“하하하- 배신자들이 죽었구나! 어떤가? 거래 상대가 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제 거래할 마음이 드나?”

리웨이는 불타는 호텔을 바라보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장민 대표의 얼굴은 더욱 차갑게 굳었다.

역사의 시계는 그 누구도 뒤로 돌리지 못한다.

리웨이에게 등을 돌린 휘하 군벌이 저 폭발로 모두 죽고, 군벌 연합의 상징 천검이 죽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푸젠성은 천검이라는 상징을 잃고 분노한 군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천검이란 상징이 사라졌어도 군벌이 연합했다는 사실은 남아 있다.

한번 성공한 이상 제2, 제3의 천검, 새로운 상징이 나타날 것이다.

“대표님?”

경호원의 물음에 장민은 몸을 돌렸다.

“볼일은 끝났다. 빠져나간다.”

장민과 경호원들은 저택 밖으로 나갔다.

“저놈들 어떻게 할까요? 그냥 보내 줄까요?”

부하의 물음에 불타는 호텔을 바라보던 리웨이가 문득 시선을 돌려 창밖을 봤다.

현관 앞에 주차된 장갑 SUV에 오르는 장민 대표가 보였다.

생각 같아서는 여기서 요절을 내고 싶지만.

장민의 오빠는 그 장철이다.

게다가 장민 대표의 장강 유통은 재금 그룹, W.S. 인더스트리 두 초거대 기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작은 변덕만으로 헌터 군벌 한둘쯤 순식간에 날려 버릴 초거대 기업과!

‘그래 평소라면 이쯤에서 분을 삼켰겠지.’

그러나 휘하 군벌과 기업인을 모두 날려 버린 지금, 리웨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정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날려 버려라!”

리웨이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명령했다.

*   *   *

장민 대표는 장갑 SUV에 타자마자 말했다.

“바로 빠져나간다. 분리 필드…….”

이 순간 완전밀폐된 장갑 차량에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잉-

“바람!?”

장민 대표가 경악하는 순간, 차 안을 휘돌던 한 줄기 바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방금 빠져나온 저택에서 폭탄이 터진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파아아아앙-

강화 SUV가 충격파에 뒤집힐 듯 흔들리고.

저택의 강화 유리창이 모조리 박살 나 터져 나왔다.

후드드득-

유리 파편이 비처럼 쏟아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다급한 외침이 울렸다.

“적이 왔다!”

“준비 한 대로 움직인다!”

“경보 울리고! 바로 사격 시작해라!”

“기관총 진지! 교차 사격으로 갈아 버려!”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쏟아지는 마탄!

타타타타타-

마탄의 마력광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곳은 저택의 정문 앞!

이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피와 잿가루가 가득한 무복을 입은 남자가 롱소드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롱소드가 빙글 회전하는 순간.

휘이이이잉-

하늘에서 쏟아지는 거센 바람!

이 순간 사방에서 날아오던 무수한 마탄이 힘을 잃고 후두둑- 땅으로 쏟아졌다!

문득 고개를 들어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는 남자.

이 순간 장민은 남자의 얼굴을 봤다.

남자의 얼굴에 분노는 없었다.

아니 분노뿐만이 아니었다.

경멸, 고통, 슬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잇지 않았다.

무심함.

오직 무심함 만을 담은 남자가 빙글빙글 회전하던 롱소드를 멈추는 순간.

파아아앙-

쏟아지던 바람이 폭발했다!

단숨에 폭발하는 기관총 진지!

픽, 픽, 픽-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병사들!

으아악-

타타타타타-

비명을 지르며 마탄을 갈기지만, 마탄은 공간이 어긋난 듯 사방으로 미끄러진다.

우득-

주먹을 쥐는 순간 대전차 화기를 겨누던 병사가 으스러져 폭사하고.

성큼-

한 걸음 걷는 순간 어느새 저지선을 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몸으로 막아라!”

“각성력을 쏟아부어!”

“전차! 장갑 차량을 불러!”

……

다급한 외침과 총성이 터져 나오고, 마력광과 각성력의 여파가 박살 난 창에서 쏟아졌다.

현관에서 시작된 전투는 순식간에 1층 전체로 퍼져 나가고 곧 2층, 3층으로 올라갔다.

단 한 명이 들어갔을 뿐인데, 끝없이 들려오는 전투 소음!

장민은 깨달았다.

피에 젖은 무복과 롱소드.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바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남중국에 온 그날부터 수도 없이 들었다.

헌터 군벌들이 정보를 통제해 단편적인 정보만 얻었다.

그러나 엄청난 위업으로 남중국의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

홀로 수많은 거대 괴수를 끝장내고, 마경을 정리하고, 헌터 군벌들의 힘을 하나로 끌어모은 상징.

천검(天劍).

폭발한 호텔에 있던 천검이 나타났다!

*   *   *

장민은 천검을 직접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천검은 헌터 군벌들이 통합을 위해 내세운 상징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천검이 있어서 헌터 군벌들이 하나로 모였다!

소문은 과장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소문이 실제보다 못했다.

하늘이 떨고 땅이 요동치는 위용!

장민이 본 천외천의 강자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힘!

이 사람은 천검(天劍)이라는 이름 그대로의 인물이었다!

“대표님! 당장 빠져나가야 합니다!”

경호원이 다급히 외칠 때 장민은 손을 들었다.

장민의 촉이 움직이고 있었다.

천검이 남중국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푸젠 헌터 군벌, 리웨이가 폭탄 테러를 일으키며 난장판이 됐다.

잘 훈련된 사냥개라도 눈앞에 피 흘리는 사냥감이 나타나면 흥분하는 법!

군벌 연합은 푸젠성을 삼키기 위해서 미친 듯 달려들 것이다.

천검이라 할지라도 이 혼란을 잠재우고 분쟁을 끝내는 데는 돈과 시간, 인력이 필요하다.

이 중 가장 귀중한 자원은 시간.

그 시간을 자신이 줄여 줄 수 있었다.

천검과 자신의 목적은 일치한다.

‘무림 던전‘에 진입로를 뚫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남중국의 혼란을 잠재워야 했다.

헌터 군벌 연합과는 이미 계약을 끝마친 상황.

여기에 덤을 얹어 주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

확인할 것은 하나.

천검과 직접 대화를 해서 그가 거래할 만한 인물인지 알아봐야 했다.

장민은 장갑 차량에서 내렸다.

“대표님!”

깜짝 놀란 경호원들의 주위에 벽을 만들 때.

장민은 비명과 폭음이 터져 나오는 저택을 향해 외쳤다.

“천검. 선물을 하나 하죠!”

*   *   *

어느 순간 저택에서 들려오던 전투 소음은 잦아들었다.

들려오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람 소리와 다급한 외침뿐.

휘이이이잉-

“이 미친놈!”

“으아악- 죽어라!”

“잠깐, 잠시만! 기다려라!”

“장민! 도와주면 원하는걸…….”

어느 순간 다급한 외침이 뚝 끊기고, 박살 난 저택 3층에서 천검이 뛰어내렸다.

천검은 한 사람의 목을 들고 있었다.

눈을 부릅뜬 리웨이 사령관의 목.

“그가 협상을 제의하지 않던가요?”

“저열한 이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천검은 짧게 답하고 장민에게 다가왔다.

손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점점이 이어질 때.

휙 휘둘러지는 롱소드.

롱소드에서 뿌려진 피가 석조 저택에 닿는 순간.

쿠르르르릉-

석조 저택 전체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상상 이상의 엄청난 힘!

장민 뒤의 경호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이때 천검이 장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무심한 얼굴로 물었다.

“내게 선물을 한다고? 그 대가로 바라는 게 뭐지?”

장민은 천검의 목소리에서 짙은 피로를 느꼈다.

남중국의 헌터 군벌, 기업인, 유력자들은 그 누구보다 시류 변화에 민감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난세나 다름없는 남중국에서 20년이나 살아남지 못했다.

천검을 본 모두는 결국 남중국이 천검 아래 통합될 걸 알고 있었다.

새로운 권력자가 나타나면 줄을 대는 건 당연한 일.

천검이 이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을지 직접 보듯 선했다.

장민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전 장사꾼입니다. 하지만 이건 거래가 아닙니다. 선물,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드리죠.”

천검은 말하라는 듯 고개만 까닥였다.

“재금 중공의 마탄 1000만 발을 차후 대금 지급 조건으로 살 수 있게 주선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군벌들이 푸젠성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대만에서 군사훈련을 하도록 하죠.”

“……뭐?”

다른 세계에 떨어진 지 한 달, 수많은 일을 겪은 천검은 지금 들은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

마탄 1000만 발, 그것도 재금 중공의 마탄!

게다가 다른 군벌이 움직이지 못하게 대만의 군을 움직이겠다고?

그동안 군벌, 기업인 유력자들이 한 어떤 제안과도 달랐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들었다.

“그리고 지정하시는 곳의 게이트 안정화 권역을 늘려 드리도록 하죠. 물론 필요 정제 마석은 직접 부담하셔야 합니다.”

“……당신 재금 그룹 사람인가?”

천검은 지난 한 달, 수없이 들었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장민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럴 리가요. 단지 재금 그룹과 미국 정부에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

“어떤가요? 제 대가 없는 호의. 선물을 받아주실 건가요? 아니면 이런 것보다 역시 골드바, 현금이 더 좋을까요?”

“…….”

천검은 한참 동안 고심하다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대가 없는 호의라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선물이군. 그 선물 모두 감사히 받겠다.”

장민은 이채를 띄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이 남자의 성향을 짐작하기에는 충분했다.

대가 없는 호의의 무서움을 안다.

그러면서도 이 호의를 받아들인다.

거침없는 손속.

과감하게 지름길을 택할 배짱.

장민은 천검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장민은 손을 내밀었다.

“장강 유통의 장민이라고 해요. 군벌 연합과는 이미 계약을 했지만, 따로 관시(關係)를 잇고 싶군요.”

“…….”

천검은 눈앞에 내민 장민의 손을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이 손을 잡아야 할까?’

문득 고개를 들어 장민을 살폈다.

빙그레 미소 짓고 있는 여자.

그러나 그동안 만난 헌터 군벌들 이상의 깊은 심계와 압박감이 느껴졌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갑자기 이상한 세계에 떨어지고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사방에서 날뛰는 거대 괴수를 정리하며, 각지에서 몰려드는 헌터 군벌들을 적당히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푸젠 군벌의 수장 리웨이를 설득하려는 순간 사건이 터져 버렸다.

리웨이는 휘하의 군벌들과 자신을 동시에 날려 버리는 것을 선택했고 계획대로 푸젠의 수많은 중소 군벌이 한 번에 날아갔다.

잦아들던 남중국의 혼란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하-

천검은 내심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봤다.

오랜 친우가 넘겨준 검과 대환단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격전으로 어느새 자신은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

벽을 넘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순간 천기는 베일을 벗었고 천검은 알게 됐다.

돌멩이!

이 난장판인 세계 어딘가에 자신의 친우 돌멩이가 있었다!

천검은 바로 친우를 찾아 떠나려 했지만, 연이은 사건과 긴박한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 모든 사건과 상황을 정리하고 친우를 찾아 떠나려 했는데 또다시 사고가 터졌다.

마치 하늘이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발목을 잡는 듯한 상황.

천검은 쓰게 웃었다.

이때 장민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네요. 천검 제 손을 잡을 건가요?”

“…….”

이 손을 잡는다면 돌멩이를 찾아 떠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벌어질 난장판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 돌멩이.’

천검은 마음속으로 오랜 친우에게 사과하고, 장민 대표의 손을 잡았다.

“이세기다. 그 호의를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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