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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58화 (25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58화>

천문석은 간만에 집밥을 먹은 후 규칙대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이 사이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상을 치우고 환기를 하고 뒷정리까지 끝낸 후.

나란히 쪼그려 앉아 설거지하는 천문석을 바라봤다.

쏴아아아, 뚝-

“끝났다.”

천문석이 손을 씻고 몸을 돌린 순간 벌떡 일어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두 사람.

“……너희들 왜 그러고 있어?”

“…….”

“…….”

그러나 두 사람은 대답 없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천문석을 봤다.

“이상한 녀석들이네.”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며 거실 소파 아래 러그에 앉자, 류세연과 특급 헌터가 바로 따라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뭐야, 할 말 있어?”

이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대답.

“이제 휴가 계획 세우자. 삼촌!”

“맞아! 당장 휴가 계획 세워야 해. 알바!”

“여름 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제주도 휴가 계획!”

“우리는 제주도에 갈 거야!”

“…….”

천문석도 여름 휴가지로 제주도를 잠시 생각했었다.

그러나 게이트 전쟁 이후 제주도의 물가는 그야말로 미친 수준이었다.

“제주도는 비용이 너무 들지 않을까? 우선 성수기 항공권을 구하기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류세연의 손에 나타난 항공권 세 장!

“여기 공짜 비행기 표 세 장이 있어!”

“……제주도 숙박료 비싸지 않냐?”

천문석이 묻는 순간 류세연은 특급 헌터를 봤다.

“특급 헌터! 네 차례야!”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제주도에 집이 있습니다!”

“뭐!? 제주도에 집이 있다고!?”

서울 광화문 이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미친 곳이 제주도였다.

그런 제주도에 집이 있다니!

‘이 꼬맹이 녀석 정체가…… 아!’

순간 천문석은 잠시 잊고 있던 걸 깨달았다.

특급 헌터의 엄마는 장민 대표고 삼촌은 장철 헌터다.

티가 안 나서 그렇지 특급 헌터는 그냥 부잣집도 아닌 재벌 집 아이였다!

“너 재벌 집 아이었지!”

천문석이 감탄하는 순간.

조마조마하게 대답을 기다리던 특급 헌터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벌? 부자 같은 거야? 알바가 더 부자 아냐? 나 저 집이랑 빌린 퐁퐁검 말고는 가진 게 없는데?”

특급 헌터는 퐁퐁검으로 거실 한쪽에 세워진 인디언 천막을 가리켰다.

퐁, 퐁, 퐁-

이 순간 문득 생각났다는 듯 외치는 특급 헌터.

“앗! 나 어린이 젤리도 엄청 많아! 그거 가져다줄까?”

류세연이 특급 헌터에게 주의를 줬다.

“정신 차려! 지금 중요한 건 제주도야!”

“앗! 그렇지! 여름 휴가, 제주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드세요!”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류세연이 항공권을 든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전 제주도 여행을 찬성합니다!”

“저도 제주도 여행을 완전 찬성합니다!”

뒤이어 특급 헌터도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천문석은 손에 들린 퐁퐁검을 툭 치며 물었다.

“너 엄마한테 허락받은 거야? 장민 대표님이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가는 거…….”

특급 헌터는 천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에 찬 시계를 조작했고, 장민 대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바씨. 제주도로 휴가를 가신다고요? 잘됐네요! 지금 일 때문에 푸젠성에 있는데 제주도에서 보도록 해요. 좋은 소식을 가져갈게요.

“…….”

“벌써 허락받았어! 카카캌-.”

특급 헌터는 신나게 웃었다.

“너 엄마한테 어떻게 허락받았냐? 너 혹시 뭐 또 계약하고 그런 거야?”

특급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제주도 보내 주면 건강해지는 샐러드 1000개 먹기로 했어!”

“…….”

1000개!? 이 어이없는 녀석.

“너, 샐러드 1000개 먹을 수 있겠냐? 그거 하루에 3개씩 먹어도 일 년 동안 먹어야 하는 양이야!”

순간 웃음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

“카카컄- 이제 샐러드는 내 상대가 아냐! 샐러드 1000개쯤 금방 해치울 수 있어!”

“맞아! 특급 헌터는 그 정도는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어!”

“세연!”

“특급 헌터!”

서로를 부르며 번개같이 손을 마주치는 두 사람.

짝, 짜작, 짝짝-

그리고 동시에 외쳤다.

“2:1 이니까. 제주도 휴가는 가결됐습니다!”

“땅땅땅- 만세!”

“삼촌. 언제 출발할까? 내일, 모레? 언제가 좋을까?”

류세연이 묻는 순간, 특급 헌터는 재빨리 일어나 거실 한쪽의 자기 집 티피로 달려갔다.

이얍-

우렁찬 기합과 함께 커다란 배낭을 메고 달려온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이미 장철 헌터의 경량화 배낭에 짐까지 싸둔 상태였다.

“알바. 난 최대한 빠른 게 좋을 것 같아! 지금 출발하는 게 어떨까? 밖에 제임스한테 지금 출발한다고 말할까?”

“어때 삼촌? 지금 출발할까?”

류세연과 특급 헌터의 뜨거운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천문석도 마음 같아서는 제주도로 휴가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 근교 북한산 캠핑장과 워터파크에서 1박 2일로 노는 것과 제주도까지 놀러 가는 건 차이가 컸다.

게다가 제주도에는 세연이네 그분이 있었다.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세연아. 아무래도 제주도는 무리 같은데. 너 보호자 허락도 받아야 하고…….”

이 순간 류세연이 천문석의 말을 끊었다.

“삼촌. 이 항공권을 내가 어떻게 얻었을 것 같아?”

“어……?”

제주도는 평소에도 모든 게 비싸지만, 성수기 물가와 품귀현상은 그야말로 미친 수준이다.

그리고 제주도는 게이트가 열린 이래 단 한 번도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은 안전지대.

불법체류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내외국인의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당연히 항공권을 구하는 게 어려웠다.

‘뭐야, 얘 항공권을 어떻게 구한 거지?’

이때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제주도에 사는 류세연의…….

“너 그거 설마!?”

류세연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한테 연락 왔어! 할머니가 삼촌, 특급 헌터랑 같이 제주도 놀러 오라고!”

“……!”

제주도에는 류세연의 외가 쪽 친척들이 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류세연의 할머니면 임옥분 여사!

예전에 임옥분 여사를 만난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천문석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야, 우리 제주도 말고 딴 데로 가자! 부산 테마파크 어때? 거기 무슨 스튜디오랑 랜드도 생겼다던데?”

“유니스 스튜디오!? 공룡, 곤충 랜드도 있어! 세연 어떡하지?”

특급 헌터가 깜짝 놀라 외친 순간.

류세연은 손가락을 세워 흔들었다.

“특급 헌터 흔들리지 마. 우리는 뒤로 물러서서는 안 돼! 혁명!”

“알았어! 세연! 혁명!”

특급 헌터의 동의를 받는 순간 류세연은 당당히 선언했다.

“제주도 안 가면 월세 올린다!”

“…….”

“무려 10만원이나 올릴 거야!”

“…….”

통장 잔액이 1억을 돌파하며 월세 10만원 인상은 가소로운 협박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월세를 인상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가슴이 옥죄는 기분이 들었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임옥분 여사도 나이가 있으신데 예전 같지는 않으실 거다.

“제주도. 내일 출발하는 거로 하자.”

우와아아-

끼요오옷-

순간 터져 나온 환호성.

“세연! 우리가 승리했어! 혁명!”

“특급 헌터! 잘했어! 우리는 제주도에서 엄청 재밌게 놀 거야! 혁명!”

“앗! 그걸 깜빡했어!”

신나게 외친 특급 헌터는 바로 싱크대로 달려가 의자를 밟고 찬장을 열었다.

“……세연 이상해! 육포가 모두 없어졌어!”

“육포? 다른 데 둔 거 아냐? 다 먹었거나?”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엄청 아껴먹었는데!? …… 나도 모르게 먹은 건가?”

이렇게 옥탑방 세 사람의 여름 휴가지는 제주도로 결정됐다.

천문석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류세연의 외할머니, 임옥분 여사님은 부담스럽지만, 제주도는 치안이 좋은 한국에서도 안전하기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특별한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가 없는 장소였다.

“이번에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해야지.”

천문석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   *   *

상자가 가득 쌓인 복도 구석.

부르르르-

김철수는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받아야 하나…….”

문득 말한 순간 걸려 오던 전화가 끊기고 진동이 멈췄다.

그리고 몇 초 후 다시 진동하는 스마트폰!

부르르르-

벌써 한 시간이 넘었지만, 전화를 받을 때까지 걸겠다는 듯 끊임없이 전화가 오고 있었다.

하아-

김철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네 사모님. 김철수입니다.”

-……!

순간 스마트폰 너머에서 분노한 외침이 쏟아졌다.

김철수는 어렸을 때처럼 마음속으로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이 수가 57이 됐을 때.

‘쉰일곱…….’

수화기 너머에서 쏟아지던 외침이 끊기고, 통보하듯 전화를 건 용건이 전해졌다.

-……

“네? 맞선이요!? 아니 제가 무슨 맞선을……!”

-……!

“회장님이요? 그래도 그쪽에서는 제 상황에 대해 제대로 모를 텐데…….”

-……!

“아닙니다. 네. 네 맞습니다. 사모님. 네 알겠습니다.”

딸깍-

김철수가 어두운 얼굴로 전화를 끊는 순간.

상자가 가득 쌓인 통로에 게릭이 헛기침하며 나타났다.

“흠, 흠. 사장님. 우수사원 게릭입니다. 안 들어오셔서 찾으러 나왔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아닙니다. 별일은 아니고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울 일이 생겼네요. 우선 사무실로 들어가죠. 모두 있는 곳에서 말해야겠네요.”

김철수는 게릭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가 벽에 걸린 현황판을 확인했다.

사무실 직원 7명의 현황을 기록한 화이트 보드 현황판.

천문석과 엠마는 휴식과 여름 휴가를 합친 장기 휴가에 들어갔고.

사무실 직원들 게릭, 클릭스, 폴리머와 최설 네 사람이 한참 여름 휴가 일정을 맞추고 있었다.

김철수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말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내일부터 3, 4일 사무실을 비워야겠는데…… 제가 휴가를 먼저 써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괜찮습니다!”

우수사원 게릭이 외친 순간.

“여기 바로 기록하시면 됩니다!”

클릭스가 현황판을 떼어서 들고 왔고.

“제가 펜 가져 왔습니다!”

폴리머가 재빨리 보드마카를 들고 와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넸다.

“감사합니다.”

김철수는 화이트 보드 현황판 자신의 이름 옆에 3일간의 휴가 일정을 적었다.

“최설 사원. 출근 첫날인데 제가 자리를 비우게 됐네요. 미안합니다. 그리고 게릭, 클릭스, 폴리머. 세 분 일 정말 잘해 주셨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사무실을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우수사원 게릭이 김철수 사무실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김철수는 네 사람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했다.

“그럼 전 준비할 게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네요.”

김철수는 양해를 구한 후 바로 사무실을 나와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천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김철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무슨 맞선을 제주도에서 봐. 상대 쪽은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나올 텐데. 미안하게 시리…….”

천문석과 김철수.

우연히도 두 사람의 동선이 겹치게 됐다.

제주도.

1차 게이트 사태 이래 단 한 번도 전투가 일어나지 않은 최고의 휴양지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제주도에 천문석과 김철수가 가게 됐다.

김철수는 집안에서 지시한 맞선을 보기 위해.

천문석은 두 명의 일행과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천문석의 일행 두 사람은 여행 전날에 가장 즐거워하는 꼬맹이들처럼 신나하고 있었다.

“할머니 오랜만이네! 이번에 이 건물 넘겨 달라고 해야지!? 흐흐흐-.”

류세연이 천문석을 보며 음흉하게 웃는 순간.

“……!”

천문석은 소름이 온몸을 달리는 것을 느꼈다.

건물주 대리를 넘어 진짜 건물주가 된 류세연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이때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옥상으로 달려 나간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특급 사슴벌레! 특급 반짝반짝 풍뎅이! 앗! 샐러드 먹고 있었어? 완전 잘하고 있어! 많이 먹고 무럭무럭 커야 해! 우리 모두 제주도로 출동이야! 좋지? 재밌겠지?”

카카캌-

“앗! 니케! 냠냠이! 니케랑 냠냠이도 같이 가야 하는데!?”

타다닥-

번개같이 달려와 신발장을 여는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재빨리 니케라고 적힌 신발을 꺼내서 외쳤다.

“니케! 우리 제주도 가! 즐겁지 너무 좋지!?”

키, 키키-

신발 속에 의욕 없이 축 늘어진 니케는 전혀 즐겁지도 기쁘지도 않게 울었다.

천문석은 문득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류세연, 특급 헌터와 같이 가는 제주도 휴가.

여기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뉴스를 보고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란 걸 확인한 게 불과 몇 시간 전이다.

그리고 방금 같은 강렬한 예감은 매주 토요일마다 들곤 했다.

이번 주는 로또가 꼭 당첨될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당연히 강렬한 예감을 믿고 산 로또가 당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천문석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철수 형이 보내 준 메일에 따르면 이세계 쿠팡맨 때 얻은 도끼와 마석의 경매가 며칠 후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 통장에 엄청난 돈이 입금된다.

오랜만의 휴식, 이번 제주도 여행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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