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56화>
“각성!? 너 각성자가 됐다는 거야!? 진짜로!?”
천문석이 경악한 순간.
특급 헌터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엔 확실해! 알바 잘 봐! 내 힘을 보여 줄게!”
이야압!
특급 헌터가 기합을 터트리며 퐁퐁검을 휘두르는 순간.
퐁, 퐁, 퐁, 퐁, 퐁-
퐁퐁검에서 파도치듯 퍼져 나가는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
“뭐가 이렇게 강해졌어!”
퐁퐁검에 담긴 힘이 훨씬 강해졌다!
설마, 특급 헌터의 각성력으로 강화된 건가?
그렇다면 강화 계열 오러 능력자!?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숙이며 집중했다.
이 순간 특급 헌터는 외쳤다!
“으아악- 엄청난 힘이 솟는다! 나와라! 특급 사슴벌레!”
“소환능력!?”
마력 각성자 중에서도 극히 희귀한 소환 능력자!
특급 헌터가 전 세계에 천명도 안 되는 소환 능력자가 됐다고?
경악한 천문석은 숨 쉬는 것조차 잊고 특급 헌터를 바라봤다.
이 순간 들려오는 울음소리!
구으, 구으으-
반사적으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자, 훌쩍 자란 화분의 나무에서 뽈뽈뽈- 기어 오는 커다란 사슴벌레가 보였다.
“…….”
그리고 다시 한 번 터져 나온 외침!
“나와라! 특급 반짝 풍뎅이!”
띠이이-
같은 나무에서 반짝이는 풍뎅이가 비실비실- 하늘로 날아올랐다.
“…….”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사슴벌레와 반짝이는 풍뎅이가 특급 헌터의 양어깨에 앉았다.
“…….”
용, 봉황, 호랑이, 유니콘 같은 영수나 환수.
성배, 칠성검, 여의금고봉 같은 신화 속 무구나 보패도 아니다.
특급 헌터가 외친 순간.
사슴벌레와 풍뎅이.
곤충 두 마리가 뽈뽈뽈- 비실비실- 나타나 어깨에 앉았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끝이냐?”
천문석이 묻는 순간.
특급 헌터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지! 아직 엄청난 게 남아 있어!”
“그렇지! 당연히 그렇겠지!?”
천문석은 기대감이 가득 담긴 눈으로 특급 헌터를 봤다.
이 순간 다시 한 번 기합이 터졌다.
“이야야야얍- 나와라! 니케!”
“니케, 그 신발? 혹시 물질 소환, 생성 마법인 거야!?”
마력 각성자가 선천적으로 깨닫는 마법 능력!
일명 선천 마법!
수많은 마력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광역 스캔‘, ‘메즈기-현기증‘같은 기술이 선천 마법을 역설계해서 만들어 낸 마법이다!
이 마법의 원형이 된 선천 마법을 각성한 마력 각성자는 라이선스 수익만으로도 움직이는 기업이다!
특급 헌터가 전 세계에 100명도 없는 선천 마법 각성자가 됐다고!?
“내가 없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경악한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뚫어지게 주시했다.
이야압!
퐁, 퐁, 퐁-
이야야얍!
퐁, 퐁, 퐁, 퐁-
……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특급 헌터의 기합 소리와 퐁퐁검의 소리와 진동만 계속 퍼져 나갔다.
“……너 진짜 되는 거 맞냐?”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휘두르는 걸 멈추고 재빨리 외쳤다.
“니케! 당장 안 오면 샐러드 먹인다! 나 샐러드 잔뜩 가져왔어!”
탁-
이 순간 옥탑방 지붕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천문석은 돌처럼 굳어 버렸다.
새끼 다람쥐.
마혁진과 김 중령을 한방에 끝장낸 새끼 다람쥐와 똑같이 생긴 다람쥐가 나타났다!
* * *
갑자기 나타난 새끼 다람쥐!
“어, 어? 어!”
경악한 천문석이 굳는 순간.
특급 헌터의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니케! 펄쩍 뛰어서 멋지게 나타나야 한다니까! 그렇게 데굴데굴 굴러다니면 없어 보이잖아!”
킥-
그러나 새끼 다람쥐는 귀찮은 듯 건성으로 한번 울더니 천천히 움직였다.
쓰윽, 쓰으윽-
기어 오듯 천천히 움직이는 다람쥐.
“니케! 왜 게으른 다람쥐가 된 거야!? 한국 다람쥐는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다니까! 한국에서는 느리면 놀이기구도 못 타!”
특급 헌터는 크게 외치더니 다람쥐를 향해 다다닥- 달려갔다.
“야, 잠깐만! 그 다람쥐!”
깜짝 놀란 천문석이 막으려 했으나, 특급 헌터는 어느새 니케를 번쩍 들고 천문석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신나게 외쳤다.
“알바 봤지!? 내가 부르면 친구들이 나타나잖아! 나 각성한 거 같아! 내 집도 있고 이제 독립할 수 있어! 그렇지!?”
“…….”
특급 헌터는 새끼 다람쥐를 한 손에 든 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천문석은 불발탄을 들고 있는 꼬맹이를 보듯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말했다.
“특급 헌터. 놀라지 말고 그 다람쥐 살살 내려…….”
이때 특급 헌터의 손에 들린 새끼 다람쥐가 눈을 번뜩였다.
킥, 킼-
그리고 번개같이 특급 헌터의 손을 물었다.
꽈득-
“……!”
경악한 천문석이 달려드는 순간.
특급 헌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니케의 머리에 딱밤을 날렸다.
따악-
킼-
“니케! 착한 다람쥐가 돼야 한댔잖아! 친구를 물면 안 돼!”
딱, 딱, 따아악-
그리고 연속으로 떨어지는 딱밤!
새끼 다람쥐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특급 헌터의 딱밤을 맞으며 눈물을 흘렸다!
뀨, 뀨, 뀨뀨뀩-
몸을 날리려던 천문석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잠시 멈춰있다가 특급 헌터에게 물었다.
“……너 괜찮냐?”
“뭐가?”
특급 헌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고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 다람쥐는 그냥 비슷한 녀석이구나!’
하긴 이세계에서 사라진 다람쥐가 게이트를 넘어 서울 자신의 옥탑방에 있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이때 특급 헌터의 자랑스러운 외침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알바! 어때? 나 각성한 거 맞지!?”
양어깨에 사슴벌레와 반짝이는 풍뎅이를 올리고, 손에는 퐁퐁검과 새끼 다람쥐를 쥐고 신나게 외치는 특급 헌터.
“…….”
천문석은 말없이 특급 헌터와 친구들. 커다란 사슴벌레, 반짝이는 풍뎅이, 새끼 다람쥐 니케를 봤다.
이런 거로 각성을 한 거라면 키즈카페 꼬맹이와 직원 아주머니 전부 각성자였다.
‘부점장 학생! 이것 좀 도와줘!’
‘알바! 빨리빨리! 나 엄청 급해!’
……
이들이 소환의 주문을 외울 때마다 자신이 번개같이 나타났으니까.
“야, 무슨 그런 게 각성자…… 어?”
순간 천문석의 눈이 특급 헌터의 친구들을 다시 한 번 훑었다.
다람쥐.
커다란 사슴벌레.
반짝이는 풍뎅이.
너무나 눈에 익은 조합이다!
지하 터널을 달리는 ‘초거대 사슴벌레‘와 그 머리 위에서 춤추던 ‘황금빛 풍뎅이‘.
그리고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무시무시한 마수였던 ‘새끼 다람쥐‘까지.
그 녀석들과 같은 조합이다!
깨달음의 순간.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지하 터널을 뚫던 초거대 사슴벌레와 커다란 사슴벌레.
-황금빛 마력광을 뿌리던 풍뎅이와 반짝이는 풍뎅이.
-타오르는 빛의 망토를 두르고 음속으로 하늘을 날던 마수 다람쥐와 평범한 새끼 다람쥐.
셋이 같은 건 사슴벌레, 풍뎅이, 다람쥐라는 이름밖에 없었다.
셋 모두 하늘땅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착각할게. 따로 있지.’
천문석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
“알바! 빨리 말해 줘! 나 각성한 거 맞지? 내일 협회 가서 등록할까!? 삼촌은 어디 있는 거야!?”
천문석이 신나게 웃고.
특급 헌터가 신나게 질문할 때.
퐁, 퐁, 퐁-
문득 경쾌한 소리와 진동이 퍼져 나오는 퐁퐁검이 보였다.
“…….”
천문석의 웃음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마수 다람쥐가 물고 도망친 퐁퐁검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퐁퐁검만 나타난 게 아니라, 다람쥐, 풍뎅이, 사슴벌레와 함께.
다시 한 번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가정을 해 봤다.
이 새끼 다람쥐가 마수 다람쥐고, 이 풍뎅이가 황금빛 마력광을 뿌리던 황금 풍뎅이고, 이 사슴벌레가 거대한 지하터널을 뚫던 초거대 사슴벌레라면?
이때 새끼 다람쥐가 힐끔 천문석을 보며 울었다.
킥키킥, 킥-
“응? 당연하지. 알바가 저기 옥탑방 주인이거든.”
키키킥-
특급 헌터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천문석에게 말했다.
“니케가 어디서 본 거 같다고 해서. 니케한테 저 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해 줬어.”
천문석은 문득 드는 생각에 물었다.
“니케? 그 다람쥐가 니케라고? 그럼 신발은…….”
“그 신발이 니케 집이야!”
이 순간 문득 기억 나는 게 있었다.
예전에 특급 헌터가 니케라는 새 친구가 생겼다고 말했었다.
“이 니케가 네가 전에 말한 새로 사귄 친구야?”
“맞아!”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마침내 모든걸 알게 되었다.
이 새끼 다람쥐, 니케는 이미 오래전부터 특급 헌터의 친구였다.
신동대문에서 나타난 무시무시한 마수 다람쥐와는 그냥 닮은 것뿐이다.
아니, 인간이 다람쥐의 생김새를 구분하는 건 힘들 테니 그냥 오해한 것 같았다.
“모든 게 다 우연이었네.”
천문석이 피식 웃는 순간.
콰아앙-
옥상 문이 벌컥 열리고 특급 헌터와 똑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류세연이 왔다!”
투피스 정장에 화장까지 한 류세연이 백화점 쇼핑백을 빙글빙글 돌리며 나타났다.
특급 헌터는 류세연을 보는 순간 신나게 외쳤다.
“세연! 알바 왔어! 알바한테 내 각성력 보여 주고 있었어! 앗! 우리 이제 휴가 갈 수 있어!”
특급 헌터의 외침을 듣자 바로 고개를 돌리는 류세연.
천문석과 류세연의 눈이 마주쳤다!
와아아아-
류세연은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뭐야, 세연 꼬맹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냐?”
천문석이 두 팔을 들고 외치는 순간.
신나게 달려온 류세연은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천문석이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걸 확인하고.
로우킥을 날렸다.
파아앙-
찍어 누르는 듯한 강렬한 로우킥이 작렬했다!
불시의 공격을 받은 천문석이 다리를 잡고 외쳤다.
“아앗- 야, 뭐 하는 거야!?”
이 순간 류세연과 특급 헌터의 시선이 마주쳤다.
“준비됐어?”
“난 준비됐어!”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왜 이리 늦게 온 거야? 걱정했잖아!”
“맞아! 왜 이리 늦게 온 거야! 걱정했잖아!”
“걱정? 나 걱정했다고?”
천문석의 질문에 류세연의 얼굴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빨갛게 변했다.
바로 튀어나온 대답
“걱정한 게 아니야!”
“아니야? 그럼 너무 보고 싶었냐?”
“보고 싶던 게 아니야!”
“아니야? 그럼 뭔데, 뭐야?”
천문석이 씨익 웃으며 한 발 한 발 다가가자 류세연은 당황한 얼굴로 연신 뒷걸음쳤다.
이때 들려오는 특급 헌터의 목소리.
“……걱정도 아니고 보고 싶은 것도 아니면 뭐지? 앗! 월세 때문인가?”
당황하던 류세연은 재빨리 외쳤다.
“맞아 월세! 월세를 안 냈잖아!”
아차, 월세!
월세를 깜빡했다!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쳤다.
“나는 월세 냈어!”
“삼촌은 월세 안 냈으니까. 놀러 갈 준비나 해!”
“……그게 뭔 소리야? 월세랑 놀러 가는 게 뭔 상관인데?”
천문석이 어이없어하자, 특급 헌터가 바로 대답했다.
“상관있어! 나랑 세연 누나가! 알바 때문에 얼마나 큰 피해를 본 줄 알아!?”
“나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러브 시그널! 같이 안 보니까 조금만 재밌고!”
“맞아!”
“삼겹살도 같이 안 먹으니까 조금만 맛있었어!”
“매우 맞아!”
“그리고 경주 연습도 같이 못했잖아!”
“완전히 맞아!”
“경주? 무슨 경주 연습을…….”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선고하듯 외치는 특급 헌터!
“그러니까 우리는 ‘제주도’로 여름 휴가를 가야 해!”
“훌륭해 특급 헌터! 완벽한 논리 전개야!”
순간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신나게 두 손을 부딪쳤다.
짝, 짜작, 짝짝짝-
흐흐흨-
카캬캌-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진짜 꼬맹이, 특급 헌터.
정신 연령 꼬맹이, 류세연.
두 사람의 신나는 웃음이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류세연과 특급 헌터는 변함이 없었다.
엉망진창, 정신없는 꼬맹이 둘이 있는 곳.
집에 돌아왔다!
하, 하하-
천문석은 허탈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