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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55화 (25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55화>

웃음소리가 그친 순간.

김철수는 천문석에게 물었다.

“최설? 그 직원은 대우를 어떻게 해 줘야 하냐? 경력자에 사장 비서까지 했으면 대우를 좀 해 줘야 할 텐데. 과장급 정도로 대우하면 될까?”

“우선 평사원에 무급으로 3달 정도 굴리죠?”

“와, 이 잔인한 녀석!”

김철수는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남중국 상황에 밝은 경력자들 헤드헌팅 장난 아냐. 평사원에 무급으로 굴리면 당장 옮겨 갈 텐데?”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확언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최설은 절대 도망. 아니 이직 못 합니다. 그리고 선배들이랑 형평을 맞춰야죠. 게릭, 클릭스, 폴리머는 서류에 치어 살았고. 엠마도 현장에서 장난 아니게 굴렀는데. 최설을 위에다가 앉힐 수는 없죠.”

“하긴 넌 사람 보는 눈이 좋으니…… 그래 우선 그건 그렇게 하고. 고생…….”

이때 김철수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띠리리리리-

스마트폰 화면을 본 김철수가 전화를 받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철수 형 전화 안 받아요?”

“이게 받기 좀 곤란한 전화야. 그보다 신동대문에서 바로 오는 길이지? 너 바로 집에 가서 쉬어라. 뒤처리는 우리가 할게. 고생 많았다.”

“그래도 될까요?”

“야, 당연하지. 부사장이 현장에서 한 달이 넘게 구르고 왔는데! 당연히 쉬어야지! 엠마도 내가 바로 집에 보낼게. 고생했다.”

김철수는 문득 말을 덧붙였다.

“아니다. 이참에 너 여름휴가도 같이 가라.”

“여름 휴가요?”

“지금 사무실도 체계가 잡혀서 여름 휴가 돌릴 생각이었거든. 너 여름 휴가 붙여서 넉넉하게 1, 2주 정도 쉬어도 될 것 같아.”

마침 여름 휴가를 생각하던 중.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사용한 장비는 대여 금고에 넣어 뒀고. 지하주차장에 지정 구역에 화물차 세워뒀습니다. 그 안에 잡다한 부산물 있고 마석은 사무실 안전 상자 안에 있습니다.”

“알았어. 장비는 내가 알아서 정비 맡길게. 그건 클릭스 보내면 되고 부산물부터 처리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마석?”

고개를 끄덕이던 김철수가 천문석에게 물었다.

“회사에서 크게 지원해 준 것도 없고, 마석은 네가 사냥해서 캔 거잖아? 어차피 마석은 면세라 헌터들 마석을 골드바처럼 쌓아둔다고 하던데? 마석은 그냥 네가 가져가지. 아, 엠마 걸 따로 챙겨줘야 하나?”

“그냥 팔아서 현금화해 주세요. 엠마 몫은 제가 정산해 줄게요.”

“하긴 장강 유통에서 이상할 정도로 우리 마석을 고가에 매입해 주더라. 가져온 마석은 모두 현금화해서 네 헌터 계좌로 넣어 줄게.”

“이번에는 수수료 정상적으로 떼세요.”

천문석의 말에 김철수는 웃음을 터트렸다.

“야, 걱정 마! 이번에는 완전 바가지 씌울 생각이다! 하하하-.”

“수수료 맘에 안 들면 거래처 바꿉니다!”

“왜 이래? 천문석 부사장? 부사장이면 당연히 우리 사무실을 이용해야지!”

흐흐흐-

카캬카-

김철수는 문득 생각난 걸 말했다.

“아, 그리고 너 전에 말했던 그거. 내가 받아뒀다.”

“말했던 거요?”

“그거 있잖아. 우리 사무실로 수령지 정했다는 거. 장강 유통 직원이 안전 상자에 검역 종이 붙여서 가져왔던데? 손바닥보다 좀 큰 안전 상자.”

이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대환단!

검역이 끝난 대환단이 도착했다!

*   *   *

소림 최고의 영약, 대환단!

팔면 최소 몇억에서 수십억.

먹으면 내공이 한 단계는 오를 것이다.

‘팔까? 먹을까?’

천문석이 행복한 고민을 하는 순간.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광화문 게이트 지역. 사설 보관함 운용 업체에서 연락 왔다.”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에 천문석은 반문했다.

“네? 사설 보관함이요?”

“어. 사설 보관함. 보관함 대여 기간 끝나간다고 연장할 건지 묻더라고. 뭔가 싶어서 직접 찾아갔는데 2차 수령인 이름에 내 이름이 있더라고 그래서 받아왔어. 네 보관함 맞지?”

“…….”

천문석은 기억을 짚어 봐도 사설 보관함에 뭘 맡긴 기억은 없었다.

“그 보관함에 제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요?”

“아니 ‘4‘라고 숫자가 적힌 자루가 있던데? 자루를 열어 보진 않았는데 무장 상자랑 옷가지가 들어 있는 것 같던데? 내 이름 있어서 네 보관함인 줄 알았는데? 그거 네 물건 아냐?”

4번!

무림 던전에 들어갈 때 불린 번호다!

이때 천문석은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무림 던전에 들어갈 때, 검혼 롱소드를 담아갔던 무장 상자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자루에 넣어 제출했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맡긴 물품을 광화문 게이트 지역의 보관함에 보관한다던 기억이 났다.

무림 던전이 갑자기 클리어되고 쫓기듯 나와서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그거 네 물건 아냐? 잘못 받아온 거야?”

“아뇨. 철수 형 제 물건 맞습니다.”

“지금 찾으러 갈까? 우리 사무실에 보관하기는 좀 그래서 오리온 길드 금고에 맡겨 놨는데.”

“네? 아니, 오리온 길드 금고는 언제 빌린 거예요?”

“우리 사무실 오리온 길드랑 친하잖아? 당연히 빌릴 수 있지!”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천문석은 이 형이 제정신인가 하는 눈으로 김철수를 봤다.

인원이 10명도 안 되는 김철수 사무실, 헌터 수만 수백에 레이드까지 돌리는 대형 길드 오리온 길드.

둘의 공통점은 재금 빌딩 13층에 있다는 것밖에는 없었다.

“우리 사무실이 오리온 길드랑 친했다고요?”

천문석이 어이없어하자.

김철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걔네들 비품을 우리 사무실에서 보관 중이잖아? 당연히 걔네도 우리 물건 좀 보관할 수도 있지. 흐흐흐-.”

“……!”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사무실의 2/3를 넘게 차지하는 비품들.

그 덕분에 김철수 사무실의 직원들은 좁은 공간에 낑겨 있었다!

당연히 우리 물건도 오리온 길드 금고에 보관할 수 있었다!

천문석은 당당히 외쳤다!

“생각해 보니까 우리에게 권리가 있네요! 철수 형 바로 가죠!”

“그렇지! 우리도 쟤네 금고를 쓸 당연한 권리가 있는 거야! 가자!”

두 사람은 당당히 오리온 길드 총무과로 갔다.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반대쪽 통로.

가득 쌓인 상자를 치우고 문을 두들기니 총무과 직원이 나타났다.

“아, 김철수 사장님이시네요. 무슨 일이세요?”

“전에 맡긴 물건 찾으러 왔습니다!”

김철수는 당당히 말했고, 두 사람은 총무과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오리온 길드 금고로 가서 맡긴 물건을 찾았다.

대환단이 담긴 안전 상자.

옷가지와 무장 박스를 담은 4번이라 적힌 자루.

자루를 열어 보니 예상대로 무림 던전 입장 당시 입었던 옷과 무장 박스가 있었다.

“어때 네 물건 맞냐?”

“네. 철수 형. 제 물건 맞네요.”

천문석은 대환단이 담긴 작은 상자를 자루에 넣고 문득 무장 상자를 열어 봤다.

텅 빈 무장 상자.

이 안에 담겨 있던 검혼 롱소드는 사라지고 상자 안은 텅 비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텅 빈 상자 안을 보는 순간 어쩐지 미소가 지어졌다.

검강과 초절정의 경지.

엄청난 힘을 주던 검혼 롱소드는 사라졌다.

그래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천검 이세기의 검혼이 담긴 롱소드는 마땅히 있어야 할 곳.

자신의 오랜 친우 천검 이세기에게 전해졌으니까.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무장 상자 안이 텅 빈 건 아니었다.

도르륵-

무장 상자 안에는 완충재로 넣어 둔 백 개가 훌쩍 넘어가는 도토리가 담겨 있었다!

하하하-

천문석은 무장 상자를 닫고 자루에 넣었다.

이제 집으로 가서 늘어지게 쉴 때였다!

*   *   *

천문석은 언제나 이용하는 273 버스를 타고 동네로 돌아왔다.

그리고 언덕을 올라 옥탑방이 있는 건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천문석은 바로 계단을 올라 옥상 문으로 열었다.

거의 6주 만에 돌아온 옥상.

바닥에 그려진 트랙, 곳곳에 놓인 나무가 심어진 화분, 한쪽 구석에 놓인 세발자전거 모두 그대로다.

바뀐 건 하나 화분에 심어진 나무 중 하나가 훌쩍 자랐다는 거였다.

“와- 이건 무슨 나무가 한 달 만에 이렇게 자라?”

천문석은 감탄하며 옥탑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외쳤다.

“세연. 특급 헌터. 나 왔다!”

그러나 거실 불은 꺼져 있고, 집안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항상 거실 소파에 누워 있던 세연도, 소파 등받이 위에 똑같은 자세로 누워 있던 특급 헌터도 없었다.

“……둘 다 집에 갔나?”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하며 집으로 들어가 빈 무장 상자와 대환단이 담긴 안전 상자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스르륵-

무장 상자와 안전 상자 모두 각성력 차폐 효과가 있으니, 혹시 모를 각성자 도둑이 나타나도 안전했다.

사실 도둑이 나타날 리도 없었다.

평범한 주택가 옥탑방 침대 아래에 무림에서 손꼽히는 영약, 대환단이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흐흐흐-

천문석은 괜히 한번 웃으며 창을 열어 환기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류세연이 매일 청소를 했는지 집안은 깔끔했다.

청소는 금세 끝났고 천문석은 세탁기를 돌리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여는 순간.

끼이익-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외침!

“특급 헌터가 왔다!”

언제나처럼 우렁찬 외침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어쩐지 쓸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알바가 없으니까. 별로 재미가 없네…….”

특급 헌터가 터벅, 터벅 걸어올 때.

천문석은 옥상 방향 창문을 열고 외쳤다.

“알바가 왔다!”

순간 번쩍 들리는 고개와 별처럼 빛나는 두 눈!

“알바! 드디어 왔구나!”

끼요오오옷-

특급 헌터는 천문석을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환한 웃음, 신나게 흔들리는 짧은 팔다리!

휘이이잉-

퐁, 퐁, 퐁-

그리고 손에 쥔 낯익은 나뭇가지 검, 퐁퐁검까지!

특급 헌터는 그대로…….

“어!?”

순간 천문석은 경악했다.

퐁퐁검!

적예에게 자신이 만들어 준 속이 빈 나뭇가지 검!

무시무시한 다람쥐 괴수가 물고 도망간 퐁퐁검이 특급 헌터 손에 있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천문석이 깜짝 놀라 외치자, 달려 오던 특급 헌터 역시 깜짝 놀라 외쳤다.

“나 이상해!? 혹시 건강해진 샐러드 안 먹은 거 티가 나!?”

“……샐러드?”

“장민한테 걸리면 완전 큰일 나는데! 알바 정말 티가 나? 어떡하지!? 앙꼬 대장 나뭇잎이라도 먹어야 하나!?”

특급 헌터는 사색이 된 얼굴로 훌쩍 자란 화분의 나뭇잎을 보고 있었다.

“으, 으으- 어떡하지!?”

“…….”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특급 헌터는 원래 이랬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옥상으로 나와 특급 헌터에게 다가갔다.

“……그게 아니라 너 손 말야? 손!”

“손? 나 손 멀쩡한데?”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든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휘이이-

퐁, 퐁, 퐁-

가까이서 보니 확실했다!

휘두를 때마다 들리는 휘파람 소리,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경쾌한 소리와 진동.

잃어버린 나뭇가지 검, 하늘 고래의 힘이 담긴 퐁퐁검이 맞았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손을 가리키며 외쳤다.

“너 손에 그 퐁퐁검 어떻게 된 거야!? 그거 어디서 주운 거야?”

“응?”

순간 특급 헌터의 시선이 손에 쥔 퐁퐁검으로 향했다.

“앗! 맞다! 이거!”

그리고 다음 순간 특급 헌터의 얼굴에 퍼지는 자랑스러운 미소와 신나는 웃음!

카캬카카캌-

특급 헌터는 의기양양하게 웃더니 크게 외쳤다.

“알바! 나 각성했어! 이제 나는 특급특급 헌터야!”

“각성!?”

아니,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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