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54화 (25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54화>

“철수 형!?”

문득 고개를 돌리자 사무실로 들어온 사람이 보였다.

정장에 와이셔츠, 넥타이까지.

이제는 진짜 직장인 같은 철수 형이 문 앞에 있었다!

김철수는 천문석을 보는 순간 환한 얼굴로 외쳤다.

“문석아! 무사히 왔구나!”

“신동대문에서 몬스터 웨이브 일어났다며!?”

“그것 때문에 지금 사방에 전화 돌리는 중이었어!”

“와! 이 재수 좋은 녀석! 웨이브 터지기 직전에 빠져나온 거냐!? 하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린 김철수의 시선이 엠마에게로 움직였다.

“엠마 사원. 고생 많았습니다.”

뒤이어 문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최설에게로 향했다.

“……누구신지? 손님이신가요?”

아차!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최설을 잊고 있었다!

천문석은 재빨리 문으로 걸어와 최설을 소개했다.

“사장님. 그분은 최설이라고 새로운 직원입니다.”

“최설 씨. 이분이 이 김철수 사무실의 김철수 사장님이십니다.”

“뭐, 새로운 직원이라고?”

김철수가 깜짝 놀란 순간.

“새로운 직원이요!?”

“신입 사원! 후배라고요!?”

“그럼 이번 주 알바는 건너뛸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맞아!”

“우선 여기 의자에 앉으세요. 제가 바로 시원한 마실 걸 가져오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게릭과 클릭스 폴리머가 눈을 빛내며 최설을 의자로 안내하고 음료를 가져와 건넸다.

“아니. 잠시만 아직 결정된 게…….”

김철수가 다급히 저지하려 할 때, 천문석이 팔을 잡아끌었다.

“사장님. 잠시 나가서 이야기하시죠.”

천문석은 김철수와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철컥-

문이 닫히자 김철수는 바로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신입 사원이라고? 이제 인원 더 없어도 일 할 만 해.”

“철수 형. 걱정할 거 없습니다. 쟤는 진짜로 ‘무급‘입니다! 게다가 엄청난 재원이에요! 삼합…….”

천문석은 신나서 설명하다가 멈칫했다.

최설이 삼합회, 조폭 길드의 비서 출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삼합…… 뭐?”

김철수가 의아해하자, 천문석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

“삼합…… 용역이라고 있는데. 최설은 거기서 사장 비서까지 했던 재원입니다. 일반적인 신입이 아니라 모든 고용주의 꿈! 경력 있는 신입입니다! 우리 사무실에 꼭 필요한 인재죠!”

“……삼합 용역? 못 들어 본 회산데?”

“그게…… 남중국 쪽에 작은 용역 회사라 철수 형은 못 들어 봤을 겁니다.”

남중국이란 말을 듣는 순간 김철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남중국 회사!? 그럼 최설 사원도 남중국 출신이야?”

천문석은 철수 형의 갑자기 변한 표정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남중국 출신 맞을 걸요?”

“야, 잘됐다! 지금 남중국 장난 아니게 핫한데! 거기 출신이라니! 이야! 너 왜 이리 운이 좋아!? 어떻게 마침 필요한 인재를 딱 구해 오냐!?”

“남중국이 핫해요?”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남중국이면 게이트가 열린 이후 수십 년 동안 헌터 군벌이 난립해서 개판인 상황 아닌가?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다른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긴 한데…….

천문석이 기억을 되짚을 때, 김철수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아, 너 한 달 넘게 신동대문에 있었지? 그걸 깜빡했네. 지금 남중국에 엄청난 각성자가 나타났다!”

“엄청난 각성자요?”

“맞아. 능력은 측정이 안 될 정도인 등급외! 거대 괴수를 혼자서 잡을 정도란다! 이름도 출신도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각성자 카리스마가 엄청나! 단숨에 헌터 군벌들을 휘어잡았어.”

“……!”

레이드 팀이 잡는 거대 괴수를 혼자서 잡는다고!?

“이 각성자를 중심으로 헌터 군벌 세력이 하나로 연합하고 있다. 사실상의 남중국이 통합되고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생기는 거지!”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김철수를 다시 봤다.

헌터 군벌 연합, 남중국 진출.

김철수 사무실 같은 작은 헌터업 사무실에는 너무 스케일이 큰 이야기였다.

“철수 형. 우리 사무실이 남중국에 진출하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천문석의 표정을 본 김철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우리 힘으로는 안 되지.”

“그러면 무슨?”

“네가 소개해 준 장강 유통 장민 대표님. 장민 대표님이 거래 라인 하나 우리 쪽에 내주신다고 했다.”

“장민 대표님요? 거래 라인이요?”

김철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장민 대표님 장난 아냐. 일화, 금성 같은 대기업이 성공 가능성으로 확신하지 못하고 간을 보고 있을 때. 남중국 연합이랑 계약을 끝냈어! 언론 보도가 안 돼서 그렇지. 지금 알짜 이권은 장강 유통이 가져갔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역시 장민 대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본 장민 대표의 모습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을 거다.

천문석이 내심 고개를 끄덕일 때 김철수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앗! 잠시만! 그것보다 너 보여 줄 거 있다. 동의를 구해야 할 것도 있고.”

김철수는 스마트폰에 무언가를 띄워서 내밀었다.

“너 메일로 장부 보내놨는데 확인 못했지? 우선 이거 봐라. 지난 한 달 사무실 매출, 비용, 수익 요약한 거다. 너 게이트 넘어간 사이에 핸들링 거래 대금 지급되고 영업 사이클이 제대로 돌기 시작했다. 이제 한시름 놨다,.”

천문석은 스마트폰에 띄워진 매출, 비용, 수익 자료를 살폈다.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수익이 발생하고 이 수익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용 항목, 특히 인건비가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수익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철수 형 이거 인건비가 너무 높게 잡힌 거 같은데요?”

“그거 비용에 애들 인건비랑 너 급여를 임시로 잡아 놨거든. 잠시만…….”

김철수는 스마트폰을 받아 다른 화면을 띄워서 내밀었다.

고용계약서.

철수 형의 스마트폰에 띄워진 건 새로운 고용계약서였다.

“고용계약서요? 누구 새로 고용하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게릭, 클릭스, 폴리머 셋이 일을 정말 잘해 주고 있어. 아직 재정이 여유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다음 달부터는 너랑 네가 데려온 4명 월급 제대로 줄 수 있을 거 같거든. 네 생각은 어때?”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역시 인맥왕 김철수.

적이 없는 사람 철수 형은 마인드 자체가 일반인과 달랐다.

어느새 악당 셋을 회사에 충성하는 직장인으로 만들더니, 자신은 무급으로 일하면서 직원들 월급 줄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알바가 키즈카페 점장을 하고, 어떤 알바를 하던 일주일이면 모두와 친해진 게 그냥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철수 형은 난세에 태어났으면 유비처럼 인맥과 인품, 의리로 나라를 세웠을 인물이다!

이 순간 천문석은 다시 한 번 강한 확신이 들었다.

철수 형 옆에 딱 붙어 있으면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악당 4인조를 무급으로 고용했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완료한 의뢰 보상과 얻게 된 부산물, 마석, 몬스터 웨이브 정산금을 생각하면 수익이 엄청나다.

개인 활동 수익이라 사무실에서는 거래 수수료만 챙기겠지만, 그것만으로 사무실의 재정이 확 좋아질 거다.

천문석은 바로 동의했다.

“네. 제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네요. 두 달 일한 건 인턴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김철수는 씨익 웃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다행이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 월급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해서 좀 그랬거든…… 하하-.”

천문석은 웃고 있는 김철수에게 문득 생각난 걸 물었다.

“철수 형 그런데 어떻게 한 겁니까? 한 달 사이에 저 세 명 완전한 직장인이 됐던데?”

“게릭, 클릭스, 폴리머. 셋이 가장 원하는 걸 줬다.”

“원하는 거요?”

김철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소속감.”

“네?”

“세 사람 모두 아주 어렸을 때부터 거친 헌터 일만 했더라고. 엠마를 만나고 좀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전혀 모르더라.”

“그래서 세 사람 각자 원룸 계약해 주고 양복에 와이셔츠, 넥타이, 구두. 직장인이 입을 만한 옷을 사주고 목에 거는 사원증을 만들어 줬어.”

“저 세 사람에겐 우리 김철수 사무실이 처음 갖는 제대로 된 직장인 거지.”

김철수는 닫힌 사무실 문을 보며 그 너머 세 사람이 보이는 듯 웃었다.

“…….”

천문석은 어쩐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대리 직급에 목을 매던 세 사람의 모습은 평생 처음 가지게 된 직장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었다.

직장, 직업, 일이란 때로 돈 이상의 무언가를 사람에게 준다.

대학교에 처음 와서 인맥왕 철수 형의 소개로 한 알바가 그랬었다.

그냥 뜨내기 일용직이 아닌 소속감을 느끼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알바.

철수 형은 게릭, 클릭스, 폴리머에게 그런 소속감을 심어 줬다.

천문석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김철수를 다시 봤다.

‘역시, 철수 형…….’

이때 김철수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건 별거 아닌데. 대리 진급하면 소개팅도 시켜 주기로 했어.”

“……네?”

“우리 전에 알바했던 김포 공항 기억나지? 거기 스튜어디스들이랑 아직 연락하거든.”

소개팅, 스튜어디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뒤이어 들려오는 이야기.

“그리고 처음에 얘네들이 퍼지길래, 다른 알바도 좀 돌렸다.”

“다른 알바면?”

순간 김철수는 눈을 반짝였다.

“업무 성과가 낮은 사원들은 키즈카페에 일일 알바로 보냈지. 흐흐흐-.”

“그 키즈카페요? 우리가 일하던? 특급 헌터가 있던!?”

“앙꼬가 아주 큰 일을 해 줬어!”

“앙꼬요? 특급 헌터가 좋아하는 그 앙꼬?”

김철수는 음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잇달아 말했다.

“맞아. 그 앙꼬. 와- 앙꼬 장난 아니더라? 특급 헌터가 사라지고 앙꼬가 미쳐 날뛰는데!”

“우리가 일했던 키즈카페가 지옥이라면. 지금 키즈카페는 불지옥이야!”

“거기서 하루만 알바하고 오면 동기부여 만땅이 되더라고!”

“우리 사원들 키즈카페 알바에 이름도 붙였어. ‘키즈카페 알바형(刑)‘이라고.”

흐흐흐-

김철수는 음흉하게 웃으며 눈을 번뜩였고.

천문석은 진실을 깨닫고 감탄했다.

당근과 채찍!

소개팅과 키즈카페 알바형!

“와-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아부한 겁니까!?”

“아, 그거? 먼저 대리 진급하는 사람한테. 누굴 키즈카페 알바형에 처할지 결재 올린 권한 주기로 했거든.”

“…….”

천문석은 씨익 웃는 김철수를 보며 생각했다.

철수 형이 난세의 유비라고 생각한 거 취소다.

이 형은 난세에 태어났으면 조조가 됐을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맘에 들었다.

김철수 사무실은 끝까지 번창할 테니까!

이 순간 천문석과 김철수의 눈이 마주쳤고.

이심전심(以心傳心)!

카캬카-

흐흐흐-

두 사람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