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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51화 (25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51화>

천문석은 광장으로 달리듯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너무나 가벼운 발걸음과 자신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

전투 피로, 마석을 강제 회수당한 고통 모두 씻은 듯 사라졌다.

당연했다.

자신은 이제 건물주인 것이다!

흐흐흐-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빠르게 걸어갈 때.

헌터 용품점이 보였다.

‘고블린 해독제 환불!’

천문석은 헌터들이 가득한 헌터 용품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마침 낯익은 직원이 카운트에 있었다.

자신에게 고블린 해독제를 팔면서 환불 가능하다고 말해 준 직원!

천문석은 바로 카운터로 걸어가 영수증과 고블린 마비독 해독제 2세트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200만원! 환불해 주세요!”

헌터 용품점 직원은 천문석의 얼굴을 알아보고 탄성을 터트렸다.

“와- 제가 환불 가능하다고 수십 명이 넘게 말했는데…… 진짜로 환불하신 분은 손님이 유일하십니다!”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지금 고블린 해독제 가격 어떤가요?”

이 순간 직원은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을 힐끗 보더니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지금 물류 뚫려서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한 세트에 8만원 남짓해요. 손님 운이 정말 좋으시네요. 흐흐흐-.”

생각대로였다.

광화문 게이트와 연결된 신서울까지 지하터널이 뚫리며, 한 세트 100만원에 팔리던 고블린 해독제 가격이 폭락했다!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엠마의 얼굴.

‘내가 운이 나쁘다고? 하, 이걸 보여 줬어야 하는 건데!’

천문석은 내심 환호성을 지르며 환불 영수증을 챙기고 바로 광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광장에 입구가 접한 2층 건물!

실제로 보니 입지가 더 좋았다.

건물 좌우로 길이 있어 다른 건물과 벽을 맞대지 않는다.

대지가 20평대로 좀 작지만, 직사각형이라 공간 활용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롭게 뚫린 지하터널 출입구가 정면으로 보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광장 게다가 지하 터널의 출입구 정면에 있는 입지.

편의점, 커피숍, 잡화점.

어떤 사업자라도 임대하고 싶어할 입지의 건물이었다!

마침 세입자도 없으니 부동산에 올리면 순식간에 세입자가 나타날 테고, 그때부터 꼬박꼬박 통장에 임대 수익이 꽂힌다!

“와! 뭐가 이렇게 운이 좋은 거야! 카캬카-.”

천문석은 바로 계단을 올라 받아온 열쇠로 1층 현관문을 열었다!

딸깍-

그리고 나타난 휑한 공간.

휘이이잉-

한 줄기 바람이 하늘에서 불어와 빙글 텅 빈 공간을 돌아 1층 현관문으로 빠져나갔다.

휘이이이-

천문석은 몸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한참 동안 맞았다.

“…….”

천문석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전후좌우 모두 멀쩡한 벽.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들었다.

“……뭐야! 이게 왜 없어!?”

없다!

천장이 없었다!

있는 것은 뻥 뚫린 커다란 구멍과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

그리고 앞에 쌓인 천장, 바닥, 지붕이었던 것의 잔해 위에는.

의자, 책상, 캐비닛 같은 온갖 잡동사니가 모여 만들어진 둥근 포탄이 놓여 있었다!

천문석은 둥근 포탄을 보자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저 포탄이 지붕을 박살 내고 떨어져, 2층 바닥을 무너뜨리고 1층 바닥마저 갈아 버렸다!

무너진 지붕을 살피니 이 포탄이 뚫고 들어온 둥근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이 둥근 흔적 너머 줄줄이 박살 난 다른 건물의 벽과 바닥, 천장들을 거슬러 올라가니 낯익은 뻥 뚫린 벽이 하나 보였다.

“……!”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포탄은 저 낯익은 뻥 뚫린 벽에서 날아왔다!

낯익은 뻥 뚫린 벽!

어제 자신이 굉천수로 칠성파, 야쿠자 놈들에게 눈뽕을 먹인 후에 뚫고 도망친, 칠성파 비밀 창고 5층 벽이다!

이 순간 천문석은 낯익은 잡동사니 포탄의 정체를 깨달았다.

자신의 건물을 박살 낸 이 포탄은, 염동력자가 쏘아낸 염동력 포탄이었다!

이제 건물을 박살 낸 포탄의 정체를 깨달았으니.

이 포탄을 쏜 범인, 염동력자에게서 손해배상을 받으면 된다!

그리고 천문석은 누가 범인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1세대 헌터.

칠성파 보스.

칠성 길드 길드장.

초능력 계통 각성자.

……

마혁진.

이세계의 사막에서 개고생하고 있을 마혁진 그놈이 자신의 건물을 박살 낸 범인이었다!

“……하- 시바…….”

*   *   *

천문석은 바로 시청의 치안청을 찾아 사건 접수를 했다.

“이거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천문석의 말에 피곤에 절은 수습보안관이 고개를 저었다.

“칠성 길드 놈들 현금화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가지고 튀었습니다. 쓰던 창고도 전전대 계약으로 여러 명한테 보증금을 받고 튀어서…….”

‘와, 이런 창의적으로 미친놈들!’

천문석이 내심 분통을 터트릴 때, 수습보안관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칠성 길드 때문에 피해 보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길드원 몇을 잡아 모조리 압수하긴 했는데. 피해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네요. 아무래도 길드장 잡히기 전에는 보상받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서류를 살피던 수습보안관은 문득 고개를 들어 천문석을 봤다.

“광장에 접한 건물이 박살 나셨다고요?”

“네.”

“어, 이 건물 저기 있는 저 건물 맞죠?”

“네…….”

수습보안관은 창밖 광장의 건물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멀쩡한데요?”

“겉만 멀쩡합니다. 벽만 빼고 지붕이랑 바닥이 통째로 무너졌어요…….”

천문석의 설명을 들은 수습보안관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와! 어떻게 무너져도 그렇게 무너져서는! 지금 임대 수요가 폭발했는데 아쉬우시겠네요.”

“…….”

“광장에 접한 땅이면 노리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냥 땅만 팔고 나오시죠?”

천문석도 같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가지게 된 부동산이고 입지가 너무 아까웠다.

자신의 건물은 신동대문의 새로운 성장동력 지하터널 출입구 바로 앞에 있었다!

어차피 땅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천문석에겐 다른 칠성 길드 피해자에겐 없는 정보가 있었다.

실종된 마혁진이 곧 헌터 부대 특임대에 구조돼서 재판을 받게 될 거라는 정보!

거대 길드, 조폭 두목이면 당연히 숨겨 둔 재산이 있을 거다.

마혁진 그놈이 이세계 사막에서 돌아오는 날.

천문석은 자신의 건물이 파손된 원한을 받아 낼 생각이었다.

돈으로!

‘5층 건물을 세울 돈을 받아주마! 마혁진!’

이 순간 천문석은 강화 해머를 걸고 맹세했다!

이때 뒤에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헌터님. 볼일 끝나셨으면 빨리 좀 비켜 주세요! 전세 사기당해서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어요!”

“아…… 죄송합니다!”

천문석은 재빨리 대답하고 바로 시청 옆 헌터 부대로 향했다.

다시 만난 정소라 중위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는지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 정보를 가져오셨던 헌터분이시군요. 천문석 헌터님 맞으시죠?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천문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지금 서울 광화문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참고인 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고인 조사!”

정소라 중위는 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몬스터 웨이브가 인위적으로 일어났다는 증거를 가져온 천문석이란 헌터.

그러나 용의자 마혁진은 실종됐고, 사건을 처리하던 김태우 중령도 같이 사라졌다.

게다가 몬스터 웨이브는 조사하기도 전에 단 한 번의 전투로 종결된 상황.

지금은 그 전투의 전후 처리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사건이 일어났다.

고블린 평야, 신동대문, 신서울을 하나로 잇는 지하터널.

공간축약 마법이 사용된 터널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큰 사건이 연이어 터져서, 인위적인 몬스터 웨이브는 묻혀 버린 상황.

‘이거 그냥 보내도 되나……?’

정소라 중위가 고심하는 순간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거기 헌터? 천문석?”

박찬석 준장의 목소리!

“충성!”

정소라 중위가 반사적으로 경례하는 순간.

박찬석 준장은 반색한 얼굴로 천문석에게 다가왔다.

“천문석!”

“안녕하십니까. 박찬석 준장님.”

“혹시 벌써 소식을 들은 건가?”

“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어쨌든 잘됐어. 나랑 같이 가서 설득 좀 해 줘.”

“네? 그게 무슨?”

“자네 덕분에 군에 돌아오신 이세영 소장님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신다고 하잖아! 같이 가서 설득 좀 해 주게.”

“네!? 제 덕분에 돌아왔다고요!?”

천문석이 처음 듣는 이야기에 황당해하자, 박찬석 준장은 재빨리 천문석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지금 급하니까. 우선 가면서 이야기하자고.”

순식간에 사라진 두 사람.

정소라 중위는 멍한 얼굴로 사라진 두 사람이 사라진 문을 봤다.

“저 헌터가 이세영 소장님을 군으로 복귀시킨 사람이라고?”

정소라 중위는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며칠 동안 신동대문에서 일어난 사건들.

몬스터 웨이브 발생.

광장 공고문 도난 사건.

칠성파, 삼합회, 규슈 야쿠자 궤멸.

광장에서 튀어나온 거대 괴수.

고블린 평야, 신서울로 뚫린 지하터널.

하나하나가 일 년에 한 건 일어날까 말까 한 사건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이 순간 기묘한 직감이 들었다.

“…….”

정소라 중위는 군에서 차세대 지휘관으로 키우는 인재, 전투 감각 포텐이 높은 마력 각성자였다.

그런 정소라 중위의 예민한 직감에 갑자기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톱니바퀴.

굵직한 사건들 모두와 연결된 톱니바퀴가 하나 보였다.

이 톱니가 도는 순간 이와 연결된 수많은 톱니가 같이 돌아가고 굵직한 사건이 움직인다.

천문석이 박찬석 준장과 나가는 순간 섬광처럼 번뜩인 심상이었다.

그러나 심상은 번뜩인 순간 사라졌고.

아직 실전 경험이 적은 정소라 중위는 이 심상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 환각이 다 보이네…….”

*   *   *

박찬석 준장은 천문석을 끌고 가며 빠르게 설명을 끝냈다.

“……이렇게 된 거네. 이세영 소장님이 군에 돌아온 게 자네 덕분이니까. 이번에도 힘 좀 써 주게.”

천문석은 방금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가 날아가서 한가해진 ‘이세영 선생님’.

집주인 대리 ‘류세연’이 이 이야기를 자신에게 했고.

‘자신’은 이 이야기를 장민 대표, 특급 헌터와 같이 간 파티에서 ‘박찬석’ 준장에게 했다.

마침 헌터 부대와 대형 길드 민간 합동 작전의 ‘고문’이 필요한 상황.

박찬석 준장은 바로 한가한 ‘이세영 선생님‘에게 연락했고, 선생님은 예비역 소장 겸 고문으로 군으로 잠시 돌아간 것이다.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정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도식화된 순간.

천문석은 마침내 깨달았다!

‘와, 이게 이렇게 된 거였어!?’

한우 선물 세트!

북한산 캠핑 산에서 구워 먹었던 한우 선물세트는 이세영 선생님이 류세연에게 보내 준 거였다.

류세연이 선생님이 한가하다고 말한 덕분에 일자리를 얻었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천문석은 이제야 그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았다.

[이세영 선생님 -> 류세연 -> 천문석 -> 박찬석]

정보는 이렇게 흘러간 것이다!

이때 박찬석 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교육부에서 연락이 와서 난리가 난 상황이야.”

“…….”

“이세영 선생님이 자네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어. 그러니까 꼭 계속 군에 남으실 수 있도록 설득해 줘.”

천문석은 난감했다.

이세영 선생님은 자신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선생님이었다.

비록 자주 헛다리를 짚고 학생들에게 속으셨지만, 언제나 선생님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넘치셨던 분.

자신이 설득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이때 문이 나타나고 박찬석 준장이 멈춰 섰다.

“다 왔어. 이 안에 소장님 계시네…….”

박찬석 준장은 문 앞에 서서 외쳤다.

“소장님…….”

이 순간 문이 거칠게 열리고.

콰아앙-

“안 한다니까!”

배낭을 짊어진 등산복 차림의 여자가 튀어나왔다.

이세영 선생님!

문 앞에 선 천문석과 박찬석 준장을 본 이세영이 깜짝 놀랐다.

“앗!”

“소장님! 그 옷!?”

박찬석 준장이 옷을 가리키는 순간.

“문석아! 뛰어!”

이세영은 천문석의 팔을 잡고 재빨리 뛰었다.

“소장님! 어디 가세요!”

박찬석 준장이 잡으려는 순간 터져 나온 이세영의 외침!

“박찬석 이병! 굴러!”

낙동강 전선에서 몇 번이나 자신을 살려 준 명령!

명령이 들려온 순간 박찬석 준장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던져 굴렀고.

방에서 뛰어나오던 사람과 뒤엉켰다!

으아악-

으어억-

이 순간 이세영 선생님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난 이제 학교로 돌아갈 거야! 박찬석. 이태성. 둘 다 안녕이다!”

“소장님! 잠깐만…….”

“야, 그냥 가지 말고 이야기 좀 들어 봐! 네 각성력을 다시 찾을 방법이 있다니까!”

“괜찮아. 선생님한테는 각성력 필요 없어. 잘 있어!”

“하- 사람 말 좀 들으라니까!”

그러나 이세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문석의 팔을 잡고 달렸다.

“빨리 도망치자! 쟤 아주 끈질겨! 잡히면 골치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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