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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49화 (25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49화>

격전이 벌어진 고블린 평야.

끼이익-

크아아앙-

아직도 마수와 몬스터의 포효가 울리고

곳곳에서 전투 소음이 들려오는 이곳에.

천문석은 강화 해머와 부러진 오크 대검을 든 채 서 있었다.

전신에 흩뿌려진 피와 강화 전투복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열기!

격전을 치른 천문석은 강화 헬멧의 금 간 바이저를 들어 올리고 주위를 돌아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수와 몬스터의 사체!

이 엄청난 승리라니!

이 순간 천문석의 가슴은 진동했다!

‘대박이다!’

천문석이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뒤에서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미친…… 어제 그 개고생을 하고는…… 하, 시바! 내가 미쳤지! 저 새끼 말빨에 넘어가서는!”

엠마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들려오고.

‘阿西吧…… 하아-.”

최설의 어쩐지 울분이 담긴 목소리가 이어졌다.

“…….”

천문석은 움찔했다.

몬스터 웨이브 소탕전 이야기를 듣고는, 엠마뿐만 아니라 호텔에 찾아온 최설까지 사냥 파티에 끌어들여 바로 달려왔다.

그러나 지난 새벽의 전투는 생각 이상으로 빡셌고 두 파티원은 분노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파티원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재빨리 입을 열었다.

“몬스터 앞에서 헌터들은 하나야!”

“하- 또 무슨 말로 홀리려고…….”

“엠마. 너 견위수명(見危授命) 모르냐?”

“당연히 모르지! 나 한국 사람 아니잖아!”

‘아, 그랬지.’

마력 각인을 받은 엠마가 하도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하다 보니 잊고 있었다.

“이게 그러니까 큰 위기 앞에서는 하나가 되어 함께 싸워야 한다는 뜻인데…….”

천문석은 엠마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즉 어제 우리의 작은 고생이 신동대문의 모든 이들 나아가서 이세계와 서울, 대한민국, 인류의 미래에 크나큰…….”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던 엠마가 흠칫 놀라 외쳤다.

“야, 잠깐만! 너 지금 구라치는 것 같다는 감이 아주 강력히 오고 있어! 솔직히 말해 봐! 너 마석 때문에 참가한 거지!?”

정곡을 찔린 천문석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최설을 봤다.

“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

최설.

삼합회 단주 최평의 딸이자 비서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엠마에게 쪽지를 전했을 때.

엠마는 자신에게 조언했었다.

‘당장 한국을 벗어나 도망치라고!’

그때는 왜 그런 조언을 했는지 몰랐다.

그러나 호텔에서 뒤를 캐다가 천문석에게 잡혀 강제로 이곳에 끌려 온 최설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제로 끌려 온 사냥 파티.

최설은 지난밤 격전 아니 개고생을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한 허리와 감각이 사라진 손.

그리고 진짜로 부러져 버린 검!

모두 눈앞의 저 미친놈, 이제는 천문석이라는 이름을 아는 저놈 때문이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전투를 밤새워도록 했다!

이때 천문석이 씨익 웃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삼합회의 최설! 넌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

깜짝 놀란 최설은 주위부터 확인했다.

삼합회는 분노한 신동대문의 헌터들에게 아작이 나서 숨어든 상황.

그러나 아직도 이를 가는 헌터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자신이 삼합회 소속인 게 알려지면 다시 한 번 폭풍이 몰아친다!

지금 천문석은 그걸로 협박 중이었다!

‘하, 이 더럽게 치사한 새끼!’

최설은 분노를 삼키며 재빨리 대답했다.

“견위수명! 대인의 행동을 일컫는데 이보다 적당한 말은 없습니다! 역시 훌륭하십니다! 대인!”

“봤냐? 엠마?”

천문석이 의기양양하게 외치자, 엠마는 불쌍한 사람을 보듯 최설을 봤다.

열심히 아부하는 최설.

그러나 엠마는 최설의 내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이 원한을 갚겠다고 이를 갈고 있겠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원한과 복수심은 곧 잊힐 거다.

원래 사람이 그렇다.

원한, 복수심도 살만해야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쉴 새 없이 사건·사고가 터지고 몸이 너무나 힘들면.

원한, 복수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제발 하루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지금 자신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도망가랄 때 도망갔어야지. 쯧쯧쯧-’

엠마가 내심 혀를 찰 때, 천문석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그놈 내가 잡은 거야! 건들지 마! 엠마! 최설! 출동! 빨리 마석이랑 부산물. 아니 부산물은 놔두고 마석부터 챙기자! 이거 받아라!”

천문석은 재빨리 엠마에게 마석 탐지기와 커다란 자루를 던졌다.

“마석 탐지기? 와- 이건 또 어떻게 구한 거야?”

“그거 김기태, 길드 만드는 걔한테 정보 넘기고 빌려 온 거야. 손상되면 난리 난다. 조심해서 사용해!”

천문석은 마수 사체로 달려가다가 문득 멈춰 서서 말을 덧붙였다.

“엠마, 최설 빨리 움직여! 그거 안에 정제 마석 값 뽑으려면. 마석 한두 개로는 안 돼!”

천문석은 단숨에 전장을 달려 눈여겨보던 놈에게 달라붙었다.

거대한 비늘 코뿔소!

“야! 이놈 내가 잡은 거야! 머리에 이 해머 자국 보이지!”

천문석은 내력이 실린 강화 해머를 흔들어 날파리를 쫓아내고 부러진 대검을 비늘 코뿔소 등에 박아 넣었다.

파아악-

쾅, 쾅, 쾅-

강화 해머를 망치처럼 휘둘러 부러진 대검을 깊숙이 박아넣고 굉천수의 뇌전을 쏟아붓는다!

콰지지직-

부러진 대검을 따라 뻗어 나가는 뇌전!

마력장이 완전히 사라진 마수의 육체에 구멍이 뻥 뚫린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구멍에 손을 넣었다.

탁-

손에 잡히는 묵직한 이 느낌!

중급 마석!

최소 200만원 이상의 중급 마석이다!

카캬-

천문석은 웃으려다 말고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웃을 시간도 없었다!

사탕에 달라붙는 개미처럼 마수와 몬스터 사체에 달라붙은 헌터들!

천문석의 눈에는 마수와 몬스터의 몸에 박혀 있는 마석이 밤하늘의 별처럼 너무나 선명히 보였다!

이 지상의 별들은 밤하늘의 별보다 아름다웠다!

당연했다.

저것 하나하나가 모두 마석!

자신의 자본 주의 레벨을 올려 주고 건물주의 꿈을 이루게 해 줄 ‘돈‘이었으니까!

천문석은 환호성을 지르며 번개같이 움직였다.

“내가 오늘 건물 올린다! 카캬카-.”

*   *   *

천문석과 일부 헌터들이 번개같이 전장을 누비고 있을 때.

대형길드의 헌터들과 경력이 오래된 헌터들은 이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좋을 때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이때 전투 영상을 기록 중이던 헌터부 파견 직원들이 헌터 부대 정소라 중위와 만나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지금 바로 마석 채취 중인 헌터분들께 말씀 좀 해 주세요.”

“이번에는 저분들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정소라 중위의 물음에 헌터부 파견 직원이 계산 중인 부하 직원을 봤다.

“……아직 기여분 계산 중인데. 헌터 부대 장갑 차량, 자주포, 대형길드 레이드 팀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오겠네요. 검증이 끝나야겠지만, 일반 헌터분들은 대략 15~35%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너무 낮은 거 아닌가요?”

정소라 중위의 질문에 헌터부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마력 포탄, 정제 마석, 대형길드 레이드 팀의 기회비용 생각하면.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일반 헌터 기여분 비율이 이 이상 높게 나오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교차 검증할 테니 전과가 대단하신 분은 따로 비율책정이 될 겁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헌터 개개인이 채취한 마석과 부산물을 그대로 인정해 주면.

실제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과를 올린 사람보다 전투를 회피하고 마석에 눈독을 들인 사람이 더 큰 이익을 보게 된다.

그래서 보통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는 마석과 부산물을 모두 회수해 기여분에 따라 나누게 된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전투에 참여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헌터 중에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정소라 중위는 환호성을 지르며 마수와 몬스터 사체에서 마석과 부산물을 찾는 헌터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환호성을 내쉬는 헌터들에게 자신과 부하들이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했다.

*   *   *

고블린 평야의 몬스터 웨이브 전투는 하루도 안 걸려 끝났다.

하지만 모든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 웨이브의 주력은 궤멸했으나 사방으로 흩어진 마수와 몬스터는 아직 많았다.

그리고 이 마수와 몬스터 중에는 천둥 기린 같은 찾는 것 자체가 힘든 희귀 마수도 끼어 있었다.

예전이라면 희귀 마수의 소문이 돌아도 움직이는 헌터들은 많지 않았을 거다.

소문을 듣고 희귀 마수가 나타난 장소에 도착했을 때쯤이면 이미 마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화문 게이트가 있는 신서울에서 신동대문, 고블린 평야까지 지하 터널로 연결됐다.

공간 압축 마법이 사용된 지하 터널을 이용한다면, 한국 어디에 있는 헌터라도 24시간 안에 고블린 평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헌터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움직였다.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인들.

-희귀 마수와 몬스터를 노리는 헌터들, -마수와 몬스터들의 마석과 부산물을 노리는 소매상인,

이들 모두는 지하터널을 이용해 신동대문과 고블린 평야로 이동하고 있었다.

지하터널이 뚫린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터널 안에는 수많은 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차량 사이에는 급하게 장갑 버스를 임대해 출발한 경영자 연합의 회원들도 있었다.

건축, 토목, 물류, 유통.

여러 기업체의 경영자들.

기업인 한 명이 장갑 버스 창밖의 지하터널을 보며 감탄했다.

“와- 이게 말이 돼!? 이 정도 규모의 지하터널이 하루 만에 뚫렸다고!?”

“그것보다 이 마법이 더 대단한데. 공간을 얼마나 줄인 거야!? 이런 게 가능했어?”

“마법이 아니라 고유 능력 같은데? 뽀미 같은 각성 동물이 뚫은 터널이라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터널을 하루 만에 뚫어!?”

“그래서 헌터부에서 바로 현상금 걸었잖아. 이 터널을 뚫은 각성 동물 소재지를 제보하면 엄청난 상금을 준다고.”

순간 장갑 버스 안에 탄 모든 이가 눈을 빛냈다.

헌터부에서 내건 제보 상금은 ‘일시불로 100억‘, 지하터널 ‘통행료 수익의 9.9%, 30년‘중 택일이었다.

엄청난 상금이지만 공간을 줄여 이동 시간마저 줄이는 지하터널의 가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지하터널이 생겨난 순간 이세계 물류의 패러다임이 변하게 됐다.

신동대문과 신서울은 이제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고 도로망 건설계획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당연히 100억보다 통행료 수익의 9.9% 30년이 더 크다.

그러나 이 지하터널을 보는 기업인 중 몇몇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거의 수평에 가깝게 일직선으로 뚫려 있는 거대한 지하터널.

이곳에 철로를 깐다면?

고블린과 코볼트, 오크 같은 금속 자원에 광기 어린 집착을 가진 몬스터 때문에 이세계에 철로를 까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이곳은 입구만 막으면 안전한 지하터널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땅 파기는 이미 끝났고 지하터널의 폭도 생각 이상으로 넓다.

이 정도 환경이면 철로를 까는 건 순식간이다.

철로가 깔리는 순간 엄청난 양의 화물과 사람들이 움직인다.

철도 운송은 화물 운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엄청난 규모의 화물과 사람을 효율적으로 나를 수 있다!

철도를 놓아 공간적 거리를 줄이면, 신서울과 신동대문, 고블린 평야가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는 것도 순식간이다.

이 순간 지하터널을 본 기업인들은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신서울 - 서울과 이어지는 광화문 게이트.

신동대문 - 주요 거점, 사냥터로 이어지는 허브.

고블린 평야 - 산맥과 강으로 주위가 막힌 거대한 평야.

이 셋을 철도로 하나로 이으면 엄청난 규모의 이세계 개발이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서 좀 더 나아가는 기업인들도 있었다.

수십 미터가 넘어가는 거대 지하터널!

현대의 마도 공학기술로도 이 정도 지하 터널을 만들려면, 엄청난 자본과 시간이 소모된다.

만약에 이런 터널을 만들어 낸 각성 동물을 뜻대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100억.

9.9% 30년.

이런 현상금은 우스울 정도로 엄청난 가치가 있다!

이것을 깨달은 이들은 신동대문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일 목록 첫 줄에 같은 걸 적었다.

‘신서울-신동대문 지하터널을 뚫은 각성 동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을 것!’

기업인을 가득 실은 장갑 버스 안에는 기이한 열망이 감돌기 시작했다.

거점 도시에 지하 터널이 뚫리고, 물류가 이어지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수많은 사람의 욕망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욕망이야말로 인류가 이세계를 개척해 낸 원동력.

이세계 거점 도시 신동대문은 수많은 사람의 욕망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기업인들이 눈을 빛내고 있을 때.

수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든 경이로운 지하터널을 뚫은 장본인.

두 채권 추심원은 당황하고 있었다.

구으으-?

띠딛-?

당근, 오이, 피망, 양상추, 방울토마토가 산처럼 쌓인 샐러드.

보기만 해도 건장해지는 샐러드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 앞에 놓였다.

그러나 둘의 주식은 금속과 마정석이었다.

샐러드를 보던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환한 얼굴의 새 보스가 있었다.

특급 헌터는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친구들에게 샐러드 그릇을 밀어 줬다.

“이거 맛있는 거야! 얼른 먹어!”

구으으-?

띠딛-?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서로를 봤다.

그러자 특급 헌터는 고개를 돌렸다.

“니케. 니케가 얼른 시범을 보여봐! 냠냠! 맛있다 얼른 먹자!”

키키,킼-!?

‘나한테 풀을 먹으라고!?’

깜짝 놀란 니케는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를 노려보며 무섭게 울었다.

킥-!

‘먹어!’

구으-!

띠디딛-!

깜짝 놀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재빨리 건강해지는 샐러드를 먹었다.

니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특급 헌터는 너무나 행복해졌다.

“훌륭해! 엄청 잘 먹잖아! 아주 많이 있으니까 매일매일 먹고 무럭무럭 커지는 거야!”

수많은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경이로운 지하터널을 뚫은 각성 동물.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특급 헌터가 먹어야 할 건강식을 대신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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