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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46화 (24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46화>

쿠르르릉-

군용 장갑 차량과 장갑 SUV, 장갑 버스.

10여 대의 차량이 지하 터널을 달리고 있었다.

신동대문으로 향하는 신서울의 헌터 부대 선발대였다.

이 차량 행렬 중간, 지휘 통제용 장갑 버스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신동대문까지 지하터널이 뚫리다니!”

천문석은 탄성을 지르는 장성을 봤다.

예전 서울 사태 때 그리고 파티에서 봤던 서울 헌터 부대 박찬석 준장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신난 목소리.

“어때 내 말이 맞지?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했지!?”

박찬석 준장 옆에서 즐거워하는 사람은 군용 강화 전투복을 입은 이세영 선생님이었다.

“아니 갑자기 지하터널이 뚫렸는데…… 이걸 예측하셨다고요? 그냥 찍으신 거 아니세요?”

박찬석 준장이 황당해했지만, 이세영 선생님은 당당히 대답했다.

“당연하지! 내 감 엄청 잘 맞는 거 알잖아!”

이세영 선생님이 당연하단 듯 말하는 순간.

박찬석 준장과 천문석의 눈이 마주쳤다.

“…….”

“…….”

말없이도 두 사람은 뜻이 통했다.

이세영 선생님의 저 말도 안 되게 잘 빗나가는 헛다리는 이렇게 뜬금없이 적중하곤 했다.

학창시절 수없이 봤기에 이제는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광경.

천문석은 이것보다 다른 게 신기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점 도시 신서울, 이곳에는 이세영 선생님과 박찬석 준장이 있었다.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에게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와 신동대문에서 신서울을 잇는 지하터널이 뚫렸다는 걸 알렸다.

그러자 이세영 선생님은 바로 박찬석 준장에게 명령했고, 박찬석 준장은 선발대를 꾸려 바로 지하 터널로 들어왔다.

출발에 걸린 시간이 10분도 안 됐다!

그리고 4시간째 지하터널을 달리고 있었다!

‘아니, 뭘 믿고 확인도 없이 군 병력을 밀어 넣어?’

수색 정찰도 하지 않고 병력을 밀어 넣다니!

군 면제자인 천문석의 상식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이세영 선생님이 박찬석 준장에게 명령했다!

천문석의 시선이 선생님의 군용 강화 전투복 견장으로 움직였다.

이곳에서 빛나는 두 개의 별!

소장!

이세영 선생님은 소장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선생님. 그 별 진짜입니까!? 정말로 예비역 소장이세요?”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장난스럽게 웃는 이세영 선생님.

“당연히 진짜지!”

이세영 선생님은 능숙하게 상의 주머니를 열더니 너무나 눈에 익은 메달을 꺼냈다.

학창시절 수업 시간마다 자랑스레 보여 주시던 낙동강 전선 참전 메달.

“선생님이 전에 말했잖아? 선생님 낙동강 전선 참전 용사라고!”

이세영 전 역사 선생님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스럽게 메달을 흔들었다.

낙동강 전선은 게이트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다.

저 참전 메달이 못해도 몇백만 개는 뿌려졌을 거다.

“…….”

이세영 선생님은 자신이 참전 용사란 건 수도 없이 말했지만, 계급이 소장이었단 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학생들은 이세영 선생님이 당시 군수공장에서 일했다고 생각했다.

게이트 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소장으로 복무했으면.

지금 대형길드 집행위원을 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력이었다.

그런데 이세영 선생님은 언제나 선생님이었다.

역사 선생님, 교장 선생님.

이때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 균열이 생겼을 때도 분위기가 특이했다.

이세영 선생님 앞에서 군 간부들 전부가 꼼짝도 못했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이세영 선생님을 뚫어지게 봤다.

‘선생님 정체가 도대체 뭐예요!?’

이 순간 이세영 선생님의 눈이 번뜩였다.

“너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았어!”

“네?”

천문석이 깜짝 놀라는 순간, 이세영 선생님은 외쳤다.

“박찬석 준장!”

“준장! 박찬석!”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관등성명을 대는 박찬석 준장에게 이세영 선생은 바로 물었다.

“이 낙동강 전선 참전 메달 진품인가?”

“당연히 진품입니다! 소장님! 이세영 소장님 메달이 진품이라는 걸 서울 헌터 부대 모든 장병의 명예를 걸고 확인합니다!”

봤냐는 듯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하는 이세영 선생님.

“…….”

당연한 듯 헛다리를 짚는 이 모습에 천문석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때 헌터 부대 장교가 달려와 보고했다.

“광역 스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전히 수평으로 뚫린 지하통로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바닥의 수평은 완벽하고, 주위를 지지하는 벽돌은 강화 시멘트 이상의 강도를 지녔습니다.”

“기갑 차량, 나이트 아머 기동도 문제없을 정도의 강도입니다!”

“이 벽돌에서 특이한 마력장 흔적이 확인됐는데 구성 확인에 실패했습니다.”

“마력 각성자들은 기존에 알려진 마력 구성과는 궤는 달리하는 공간 계통 마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찬석 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명령했다.

“알겠다. 계속 광역 스캔을 하고 신서울 본대에 정밀 수색대 출발 명령해라.”

“알겠습니다!”

장교가 경례하고 몸을 돌리는 순간, 박찬석 준장과 이세영의 눈이 마주쳤다.

박찬석 준장은 바로 차음벽을 내렸다.

외부와 분리된 차음벽 안에는 천문석과 이세영, 박찬석 준장 셋만 남겨졌다.

박찬석 준장은 천문석에게 이미 들은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거대 괴수 이상으로 커다란 거대 사슴벌레가 이 지하 터널을 뚫었고. 뜨거운 열풍이 불어오는 사막이 나타났다고?”

“네 맞습니다. 그 사막 안으로 김태우 중령과 마혁진 두 사람이 달려갔습니다.”

“문석아. 혹시 황금빛으로 깜빡이는 풍뎅이 보지 못했니?”

“얼핏 본 것도 같습니다. 선생님.”

천문석의 대답을 들은 박찬석 준장이 이세영을 봤다.

“소장님. 맞는 것 같습니다. 낙동강 전선에서 봤던 그놈들과 같은 종족입니다.”

이세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문석을 봤다.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 대외비 사항이긴 한데…… 그 사막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으니 차라리 제대로 아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찬석아 어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장님.”

박찬석 준장은 천문석에게 확인했다.

“지금 여기서 들은 거 비밀 지킬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고 이세영 선생님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지하 터널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현대기술로도 만들기 쉽지 않은 지하도로.

그러나 이세영은 이 지하도로를 전에도 한 번 달렸었다.

이세계가 아닌 낙동강 전선에서!

“낙동강 전선에 있을 때 가끔 네가 만난 그런 거대 괴수들이 나타났어.”

“거대 사슴벌레, 집게벌레, 하늘소. 그리고 황금 풍뎅이. 보통 2인조로 움직이는 이 녀석들은. 갑자기 땅을 뚫고 나와서 재앙급 마수, 고블린 주술사, 오우거 마법사 같은 특이 개체들을 잡아갔어.”

“…….”

“그것 말고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아서 나중에는 나타나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천문석은 듣는 순간 감이 왔다 자기가 만난 거대 사슴벌레와 같은 종족이다!

이때 박찬석 준장이 말을 받았다.

“사실 이 녀석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 건 한 신임 지휘관이 공격 명령을 내렸을 때다. K9 자주포 포대가 마탄 포격을 가했고. 거대 괴수가 타격을 당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짝 긴장해 집중할 때, 분위기와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이놈들 땅에 드러누웠다.”

“……네?”

“땅에 누워서 한 달 동안 땡깡을 부렸어.”

“……땡깡이요?”

“맞아! 땡깡! 하- 이런 미친, 자해공갈단 같은 놈들!”

박찬석 준장이 분통을 터트리자, 이세영 선생님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듣기로는 하늘소? 집게벌레? 커다란 놈이 먼저 드러누워서 아프다고 종일 우니까. 뒤이어 황금 풍뎅이가 나타나서 요구조건을 말했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처음 요구조건은 상처 회복을 위한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이놈들 처음에는 그냥 짬밥을 줘도 잘 먹었는데. 갑자기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진짜 온갖 음식을 요구했습니다! 게다가 나중에는 맛있는 풀, 물, 돌, 금속까지 엄청나게 처먹어서. 와!”

“그래도 이 녀석들 있는 동안에는 마수와 몬스터가 밀려 오지 않았다며?”

“소장님은 그때 없으셔서 그래요. 이 미친놈들이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진짜 더럽게 고생했다니까요! 게다가 나중에는 이 미친놈들이 K9 자주포를 끌고 지하통로로 도망쳐서…… 하아-.”

박찬석 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쉴 때 이세영 선생님이 씨익 웃었다.

“내가 부하들이랑 K9 자주포 찾으러 출동할 때 이런 지하도로를 지났어. 그리고 지하에 있을 리 없는 사막이 나타나서 그 안으로 들어갔지.”

“그 사막에 들어가셨다고요!?”

그 불길한 사막에 이세영 선생님이 들어갔었다고!?

천문석이 깜짝 놀라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는 이세영 선생님.

“부하들은 뒤에 남겨 두고 혼자 사막에 들어가니까. 그 거대 괴수들과 같은 종족들이 나타났어. 신기하게도 말이 통하더라고. 훔쳐 간 K9 자주포도 바로 돌려받았고 사과와 손해배상으로 특이한 금속을 잔뜩 받았지.”

“……그렇게 끝난 건가요?”

‘뭐야, 사막 별거 아니었잖아?’

천문석이 내심 어이없어하는 순간 고개를 젓는 이세영 선생님.

“나오려는데 갑자기 잡고는 비용을 내야 한다는 거야? 공기값. 물값, 차양값. 기타 등등. 그래서 결국 K9 자주포 한 대를 놓고 와야 했어.”

“네? K9 자주포가 비용이라면…….”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잠깐 들어갔는데 비용이 K9 자주포 한 대다!

“아니, 그럼 사막에 떨어진 김태우 중령이랑 마혁진은?”

“그놈들 숨만 크게 들이마셨어도 엄청난 비용이 청구됐을 거다. 어쩌면 벌써 강제 채무이행 절차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고. 그 종족 놈들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대가를 받아 낸다. 하-.”

박찬석 준장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 두 놈 그냥 그곳에서 개고생하도록 처박아 두고 싶은데…….”

“왜 모른 척 그냥 처박아 두지? 문석이 이야기 들어 보니까 정황이 분명한데?”

“소장님. 사법 절차상 안 되는 것 아시잖아요? 차라리 어디 있는지 모르면 몰라도 거기라면 어떻게든 빼내서 노역형 때려야죠. 하-.”

박찬석 준장은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범죄자 놈들 때문에 또 특임대 애들만 갈려 나가겠네. 그 종족 놈들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데!”

“……!”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과 박찬석 준장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둘은 언제든 자신이 만났던 거대 사슴벌레 종족과 접촉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기억!

‘무림 던전!’

“설마! 그 사막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있는 건가요?”

이세영 선생님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낙동강 전선에 이 지하 터널과 비슷한 통로가 하나 있다. 거기에 그 종족이 사는 사막으로 이어지는 던전 입구가 있다.”

“……!”

처음 게이트가 생긴 이래 문명을 가진 이종족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무림 던전에 이어 문명을 이룬 곤충형 이종족까지 이미 만났다.

그런데도 일반인은 물론 헌터들 대다수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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