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42화>
"이런 젠장!"
하늘을 날아가는 천문석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있다니!
무력화된 김 중령과 마혁진을 끌고 달리는데 갑자기 사슴벌레가 멈추고 하늘로 던져졌다.
그것 만으로도 어이가 없는데, 지금 날아가는 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하에 있을 리 없는 사막!
지금 자신은 태양이 작열하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게이트, 균열, 던전.
이 사막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했다.
저 사막에 떨어지면 상상 이상의 개고생을 하게 될 거라는 것!
천문석은 재빨리 일기일원공을 끌어올리며 떨어지는 순간을 대비했다.
사막에 떨어지는 순간, 바로 땅을 박차고 지하통로로 뛰어 빠져나온다!
천문석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마혁진과 김 중령에게도 외쳤다.
"야, 떨어지는 순간! 바로 반대 방향! 지하통로 뛰어! 저기 이상해!"
으아아-
흐어어-
그러나 여전히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물 콧물을 줄줄 쏟아내는 두 사람.
이 모습에서 천문석은 기시감을 느꼈다.
고블린 평야에서 맹목적으로 달리던 마수와 몬스터. 그놈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야, 정신 차려!!"
천문석이 다시 한번 외칠 때.
세 사람은 경계를 지나 사막으로 넘어갔다.
지하에서 느껴질 리 없는 태양의 열기가 느껴지고 건조한 열풍이 불어왔다.
휘이이잉-
이 순간 훅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이 열기를 머금은 공기를 한 호흡 들이키자 난장판을 헤쳐나온 전신에 활력이 차올랐다.
"...이건!"
천문석이 깜짝 놀라는 순간 하늘에 드리워지는 신기루.
신기루 속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강철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세 사람은 사막으로 떨어졌다.
파슥, 파슥, 파스슥-
부드럽게 흩어지는 모래가 충격 대부분을 받아줬다.
천문석은 몇 바퀴 굴러 몸을 일으키자마자 외쳤다.
"야, 빨리 움직여! 바로 돌아가야 해!"
천문석이 다급히 외친 순간.
지하통로 방향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파아아앙-
새끼 다람쥐!
그 무시무시한 마수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킥, 키킼키-
이 순간 모래 위에서 몸을 일으키던 김태우 중령과 마혁진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고통!
그 엄청난 고통을 준 무시무시한 마수, 새끼 다람쥐가 다가오고 있다!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각성력을 끌어 올리고 미친듯이 도망쳤다.
팟팟팟, 팟팟-
뜨거운 사막의 공기를 호흡하는 순간 강화된 각성력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마혁진과 김 중령!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새끼 다람쥐!
"야! 어디 가는 거야!? 이쪽이야!"
천문석이 다급하게 외쳤으나, 두 사람은 순식간에 모래 언덕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공포에 질려 사막으로 도망치다니!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래….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다고 여기도 정붙이고 살면 괜찮을 거야."
천문석은 두 악당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바로 움직였다.
"힘내서 잘 살아라! 마혁진, 김 중령! 안녕이다!"
내력을 끌어올려 엄청난 속도로 사막을 달리는 천문석.
팟팟, 팟팟팟-
목적지는 300여 미터 앞, 사슴벌레가 쓰러져 있는 지하통로다!
연이은 격전을 치렀는데도.
기이할 정도로 활력이 도는 몸.
내력의 운용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천문석은 단숨에 300여 미터를 가로질러 지하통로를 향해 뛰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사건이 터지기 전에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러나 공중으로 뛰어오른 몸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파스슥-
밟혀서는 안 되는 게 밟혔다.
잘게 부서져 흩어지는 모래.
“...어!?”
경악한 천문석은 몇 번이나 바로 앞에 있는 지하통로로 뛰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있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지하통로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사슴벌레의 존재감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먼 곳에 있는 물체를 보는 것처럼 흐릿해지는 기감.
천문석은 직감했다.
경계, 문, 결계 무엇이 됐든 그게 닫히고 있다!
"뭐가 이따위야!?"
천문석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발밑에서 들려오는 당황한 울음소리.
킥, 키키킥-
두 악당을 쫓아갔던 새끼 다람쥐가 어느새 돌아와 펄쩍펄쩍 앞으로 뛰며 연신 손을 휘젓고 있었다.
흠칫 놀랐지만, 새끼 다람쥐는 자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다람쥐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 걸음 앞에 있는 지하통로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도 갇혔다!
이 무시무시한 마수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다니!
천문석은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천문석은 재빨리 강화 해머를 뽑아 휘두르며 앞으로 돌진했다.
후우웅, 후우우웅-
내력이 실린 강화 해머가 공간을 가르는 순간 번개같이 그 뒤로 뛰는 천문석.
팟, 팟, 팟-
모래사막을 밟고 엄청난 속도로 나아갔지만, 바로 앞의 지하통로는 전혀 가까워지지 않았다.
천문석은 바로 방법을 바꿨다.
핫-
기합을 터트리며 생사팔문의 보법을 밟고, 굉천수에 내력을 실어 공간을 향해 찔러 넣었다.
허풍수라고 불릴 정도로 극악한 효율의 수공, 굉천수!
그러나 이 순간 우레를 휘감은 손이 공간을 찌르고.
콰르르르-
손이 멈추는 순간.
콰아앙-
폭발할 듯 치솟은 엄청난 뇌전이 공간으로 쏟아졌다!
사용한 천문석 자신이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한 위력!
그러나 여전히 몇 발 앞의 지하통로는 가까워지지 않고, 흐릿해지던 사슴벌레의 존재감은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하, 시바!"
천문석은 다급한 마음에 손에 잡히는 데로 공간에 박아 넣었다.
마석, 마탄, 포션, 압착팩, 해독제, 리볼버….
이때 새끼 다람쥐도 엄청난 속도로 손을 움직이고 이빨로 공간을 깨물기 시작했다.
"으아악! 열려라!"
킥, 키킼킼키킥-
한 사람과 한 다람쥐가 미친듯이 움직였으나, 여전히 모래사막 위!
둘은 공간을 지나 지하통로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때 천문석의 손에 문득 잡히는 게 있었다.
나뭇가지, 퐁퐁검.
'공간을 넘어갔던 하늘 고래의 힘이라면?!'
천문석이 재빨리 퐁퐁검을 움직이는 순간.
휘이이이-
퐁, 퐁, 퐁-
휘파람 소리를 닮은 바람 소리와 함께 꺼질 듯 미약한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이 퍼져나갔다.
이제 나뭇가지 검에서는 하늘 고래의 힘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안 되는 건가.'
이때 공간에 변화가 생겨났다.
하늘 고래의 미약한 파문이 물결치듯 퍼져나가는 공간.
공간이 투명한 모래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공간을 지나 지하통로로 전진하는 몸!
'가까워졌다!'
천문석은 재빨리 모든 내력을 나뭇가지 검에 밀어 넣고 하늘 고래의 힘을 깨웠다.
하늘 고래의 힘을 깨우는 트리거는 한없는 그리움!
한없는 그리움을 담아 나뭇가지 검을 휘두른다.
휘이이잉-
퐁, 퐁, 퐁-
천문석은 꺼질 듯 미약한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으로 공간을 조금씩 나아갔다.
이 순간 니케는 깜짝 놀라 나뭇가지 검을 보고 있었다.
너무 약해져서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이 나뭇가지에서 친숙한 느낌이 전해진다!
킥, 키키킥-
내 부하 하늘 고래!
니케는 깜빡 잊고 있던 걸 기억해냈다.
이상한 곳에 떨어졌을 때 갑자기 느꼈던 하늘 고래의 느낌!
하늘 고래가 자기랑 같은 곳으로 넘어왔단 걸 깨닫고 찾으러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삼색 고양이랑 싸우는 바람에 이걸 잊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부하 하늘 고래의 느낌이 저 나뭇가지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깜짝 놀란 니케는 다급히 천문석을 쫓아 달렸다.
지하통로로 길을 뚫는 천문석과 그 뒤를 따르는 니케.
이 순간 쓰려져 있던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도 몸을 일으켜 사막을 향해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네 존재.
이때 하늘에서 진동이 들려왔다.
부우우우우-
이 진동과 함께 하늘에 펼쳐진 신기루, 강철의 도시에서 반짝이는 빛무리가 날아올랐다.
"이건 또 뭐야?"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려 본 순간 반짝이는 빛무리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반짝이는 반딧불이!
헤아릴 수없이 많은 반딧불이가 네온사인처럼 반짝인다.
띠띧띠디디딛-
그리고 천지를 울리는 울음소리!
알아들을 수 없는 이 울음소리가 어쩐지 손님을 맞이하는 악덕 호객꾼의 환호성 같았다.
울음소리에서 느껴지는 즐거워하는 감정과 상반되는 엄청난 불길함이 느껴졌다!
이야야압-
천문석은 미친듯이 퐁퐁검을 휘두르며 공간을 꿰뚫었다.
퐁, 퐁, 퐁….
그러나 원래도 미약했던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이 점점 약해지면서 나아가는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이대로는 반짝이는 빛의 폭포가 다가오기 전에 빠져나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때 천문석의 몸을 타고 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작은 새끼 다람쥐!
깜짝 놀라 떨어내려는 순간,
킥, 키키킥-
다급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천문석이 멈칫하자 작은 새끼 다람쥐는 재빨리 손으로 올라와 퐁퐁검에 손을 올렸다.
순간 퐁퐁검에 어리는 엄청난 빛!
부르르르-
퐁퐁검이 진동하며 거대한 파문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둥, 둥, 둥-
공기가 마치 북처럼 진동하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파도치듯 물결쳤다.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하늘 고래의 심상!
퐁퐁검에 담긴 아득한 그리움이 만져질 듯 선명하게 느껴질 때.
킥-
새끼 다람쥐는 지금이라는 듯 크게 울었고.
파아앙-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퐁퐁검을 공간으로 찔러 넣었다!
퐁퐁퐁퐁퐁-!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해일 같은 파문!
거대한 산이 무너지듯,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탁-
천문석의 발은 사막의 모래가 아닌 지하통로를 밟고 있었다.
"...!"
문득 고개를 돌리자.
작열하는 사막의 태양도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풍경도 모두 사라진, 평범한 지하통로가 나타났다.
빠져나왔구나!
"하- 큰일 날뻔했네!"
천문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힘겹게 기어오던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슬프게 울었다.
구으-
띠디디-
어느새 조용해진 지하통로에는.
천문석과 새끼 다람쥐, 거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만 남았다.
이때 천문석은 사라진 사막에 남겨진 두 사람이 생각났다.
마혁진과 김태우 중령.
던전 노역장에 처박아야 했는데….
아쉽지만 사막도 노역장 못지않게 힘들 거다.
게다가 신기루 도시에서 쏟아지던 반딧불이에서 전해지던 불길함!
천문석은 예감에 가까운 감을 느꼈다.
마혁진, 김 중령이 사막에서 개고생할 거라는.
"사막에서는 착하게 살아라. 마혁진, 김 중령."
천문석이 피식 웃으며 사막에 남겨진 마혁진과 김태우 중령을 위해 기원할 때.
니케는 이제는 끊겨버린 길을 보고 있었다.
킥-
이제는 연결이 끊어진 스카라베 왕국, 그곳으로 보물 도토리 143개의 범인이 도망쳤다!
회수한 보물 도토리는 열 개도 되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에 숨겨놓았을 텐데 문이 닫히려고 해서 그걸 찾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의 몸에 남아있던 케페니안의 빛은 모두 저 나뭇가지에 들어가 버렸다.
니케의 시선이 하늘 고래의 느낌이 나는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인간에게로 향했다.
킥, 키킥-?
‘이 녀석 뭐지?’
니케는 한참 동안 이 인간을 바라보다가 눈을 반짝였다.
케페니안의 빛이 담기고 친구의 느낌이 나는 나뭇가지.
이걸 되찾아야 했다!
니케는 이빨을 딱, 딱- 거리며 나쁜 다람쥐처럼 울었다.
킼키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