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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41화 (24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41화>

천원검(天元劍)!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이 닿을 목적지를 미리 보았다.

절정, 초절정의 경지를 넘어.

일기일원공이 닿아야 할 목적지.

천원검!

문득 하늘을 보는 순간.

광휘 속에서 일곱 별이 떠오르고.

일곱별 가운데, 천원좌에 별이 생겨났다.

헤아릴 수 없는 삼생의 인과가 이어지고, 시작과 끝이 맞물렸다.

올올히 풀려 나간 천의가 얽혀 그려내는 운명이 하늘에 펼쳐진 순간.

빛의 형상, 이 압도적 존재는 천천히 손을 모아 일기일원공의 개파조사에게 예를 표했다.

그리고 천문석은 당연하단 듯이 이 예를 받았다.

그리고 빛의 형상에게서 쏘아지는 작은 황금빛!

핑-

이 작은 황금빛은 빙글빙글 회전하며 빛의 길을 넘어, 광휘로 가득한 공간을 지나 천문석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그러나 엄청난 공간을 날아왔으나 조금도 천문석에게 가까워지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천문석과 빛의 형상은 다른 시공, 다른 나뭇가지 위의 존재.

지금은 인과가 이어져 서로를 인지하지만, 이건 거울 너머에 비친 허상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거울 너머 세상을 만질 수 없듯이, 아무리 빠르게 날아온다고 해도 이 작은 빛이 천문석에게 닿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한 발 걸어 손을 뻗는 순간.

천강흔.

무의 끝에 올라 스스로 마업을 태워 버린 자의 상징이 맥동했다.

쿵, 쿵, 쿵, 쿵-

넘어갈 리 없는 손이 넘어가, 닿을 리 없는 물체에 닿았다.

천문석의 손에 무한의 공간을 날아온 작은 황금빛이 잡혔다.

툭-

단단한 질감 동그란 형태.

천문석이 손을 펼치려 할 때.

휘이이잉-

뜨거운 열풍이 몰아치고.

키키키키킥-

어쩐지 다급함이 느껴지는 다람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빛의 길을 달리던 거대 사슴벌레는 지하통로를 달리고 있었다.

무한한 우주 공간.

끝없이 펼쳐진 광휘.

압도적인 존재감을 뿌리는 빛의 형상.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리고 기억이 흐려지며, 찰나의 순간에 닿았던 지고의 지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꿈이라도 꾼 건가……?”

자신도 모르게 말한 순간, 손에 잡히는 단단한 촉감!

천문석은 움켜쥔 손을 펼쳤다.

펼쳐진 손안에는 황금빛을 내는 작은 물체가 놓여 있었다.

황금빛은 곧 사라지고 작은 물체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검은 동전?”

*   *   *

파아아앙-

지하통로의 마력장이 폭발하는 순간.

도둑놈의 심상 공간에 들어가 보물 도토리를 회수하던 니케는 깜짝 놀라 밖으로 튀어나왔다.

킥, 키킼키킥-!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

이 하늘에 수많은 빛의 선, 세계의 나무를 잇는 길이 나타났다!

니케는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케페니안 고향에서 마법사에게 처음 소환됐을 때 지나갔던 세계의 나무를 잇는 빛의 길!

자기 부하 사슴벌레가 빛의 길을 달리고 있다!

킥, 키키킥-

‘어떻게!?’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는 순간.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킼-!

니케는 이 바람을 맞는 순간 깨달았다.

고향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어달라고 지하세계 마법사들에게 의뢰했을 때 느꼈던 바람이다!

자신의 부하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지하세계 마법사 지독한 돈벌레들이 사는 스카라베 왕국으로 이어지는 빛의 길을 열었다!

‘나를 배신하다니!’

번쩍-

상황을 깨달은 니케의 눈에서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파아아아앙-

분노한 니케는 엄청난 속도로 사슴벌레 머리로 날아갔다.

딱, 딱, 딱-

니케가 무섭게 이빨을 부딪칠 때.

구으으으-

띠디디딛-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그러나 곧 황금 풍뎅이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재빨리 마법을 펼쳤다!

띠디디딛딛-

빛이 빠른 속도로 점멸하고, 스카라베 고유마법이 발동했다.

[011 0 0010 0110 1 0010]

파아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던 니케는 고유마법 결계가 점멸하는 곳에 도착한 순간.

핏-

거짓말처럼 180도 반전해서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킥, 키키킥-

깜짝 놀라 다시 날아왔지만, 똑같이 경계에 닿는 순간 반전해 뒤로 날아가는 니케!

킥, 키킼키-

‘빨리 열어! 지금 열면 한 번, 아니 두 번, 아니…… 다섯 번만 물고 봐줄게!’

니케는 무섭게 울면서 딱, 딱 이를 부딪쳐 위협하자,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서로를 보더니 눈을 딱 감고 개기기로 했다.

구으으-

띠딛띠-

다섯 번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조금만 더 빚의 길을 달리면 고향에 돌아간다!

채권 회수를 못해서 큰일이지만, 채권자를 데려가면 어떻게든 선배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쿵, 쿵, 쿵, 쿵-

개기기로 합의한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모든 힘을 끌어내 미친 듯이 빛의 길을 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영압이 쏟아졌다!

구으으-?

띠딛디-?

황금 풍뎅이는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존재!

세계의 나무 위, 제 갈 길을 가던 존재가 대마법 통로, 우회로를 달리는 자신들을 ‘인식‘해 버렸다.

서로 다른 시공, 다른 나뭇가지.

교차하지 않는 세계의 존재를 인식하다니!

경력이 긴 선배들에게도 듣지 못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일어날 리 없는 일이 일어난 순간.

하늘 끝까지 광휘가 뻗어 오르고 영압이 미친 듯이 강해졌다!

스카라베 수습 마법사 황금 풍뎅이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깨달았다.

삼생의 인과가 이어지고, 교차하지 않는 세계의 나뭇가지가 휘어져 운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순간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의 영육에 실리는 엄청난 업(業)!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엄청난 업 때문에.

스카라베 왕국에 닿기도 전에 빛의 길에서 밀려나고 있다!

황금 풍뎅이는 재빨리 고유마법을 펼치려 했지만.

파스스슥-

어느새 빛의 길은 사라지고 사슴벌레는 지하통로를 달리고 있었다!

구으으으-

디띠디딛-

깜짝 놀라 사슴벌레가 울고 황금 풍뎅이가 재빨리 대답할 때.

휘이이이잉-

딱딱딱딱딱-

분노한 폭군이 이빨을 무섭게 맞부딪치며 날아왔다!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스카라베 왕국에 도착해야 했다.

그런데 빛의 길을 달리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길에서 떨어져 버렸다!

구으으으-?

띠딛띧띧-!

사슴벌레가 그냥 빌자고 말했지만, 황금 풍뎅이는 바로 반론을 제기했다.

폭군은 누굴 용서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채권추심원이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할 때,

휘이이이잉-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왔다.

-……!

-……!

이 뜨겁고 건조한 바람을 맞는 순간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깨달았다.

고향의 바람이 강해졌다!

빛의 길은 완전히 끊긴 게 아니다.

한 번만, 단 한 번만 다시 빛의 길에 올라타면 스카라베 왕국에 도착한다!

스카라베 왕국에 도착하면 수많은 선배, 간부, 사장님, 차원 일꾼, 협상 전문가, 마법 병단과 군단, 총독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왕님이 계셨다!

엄청 엄청 격이 높으신 분이랑 아주아주 친하신 여왕님!

여왕님이 나서시면 저 폭군도 깜짝 놀라 도망칠 것이다!

구으으으-

띧디디띧-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서로를 격려하고, 빛의 길 위로 다시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반짝, 반짝-

지하통로 주위의 빛이 다시 강해지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잉-

그리고 이 순간 15번째로 고유마법 결계에서 반전한 니케는 깨달았다.

몇 번만 더하면 결계는 뚫린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늦었다!

킥, 키키킥-

‘이대로라면 스카라베 왕국, 지하세계로 끌려 간다!’

니케는 사슴벌레 갑각 위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렸다.

이때 한 인간이 다른 두 인간을 끌고 달리는 게 보였다.

보물 도토리 도둑놈과 겁 없이 다가왔던 인간.

도토리를 모두 회수하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이런 일이 터지다니!

아쉬워하는 순간 니케의 눈이 반짝였다.

보물 도토리!

그걸 먹으면 고유마법을 뚫을 수 있다!

니케는 바로 갑각 위로 내려왔다.

도토리 도둑놈이 훔친 게 2개, 먹었던 걸 강제 회수한 게 5개.

모두 7개의 보물 도토리가 있었다!

니케는 아끼고 아끼던 보물 도토리 7개를 모조리 먹었다!

꽈드득-

까드득-

순간 전신에 차오르는 엄청난 힘!

케페니안의 빛!

차원 용병 중 최강이라 불리는 케페니안 황금 일족의 힘이 돌아오고 있다!

니케는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콰르르릉-

순간 빛의 날개막이 거대한 망토처럼 펼쳐지고 뇌전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니케는 바로 날아올랐다.

파아아아앙-

폭풍 치듯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쒜에에에엑-

공기를 찢어발기는 음속 폭음이 터졌다.

빛의 망토를 두른 니케의 주위에서 폭발하듯 쏟아지는 뇌전!

콰르르, 쾅, 쾅, 쾅-

보물 도토리 7개를 한 번에 먹은 니케가 뇌전을 휘감고 돌진했다!

니케가 닿는 순간 스카라베 왕국의 고유마법, 반전 결계는 물거품처럼 핏- 사라져 버렸다.

구으으윽-

띧띧띧띠-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경악하는 순간.

킥, 키키키킥-!

도토리 숲의 폭군, 보이지 않는 악마의 무시무시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케페니안의 빛을 머금은 보물 도토리 7개!

고향으로 가져갔으면 빚을 갚고 곧고 높은 빛이 잘 드는 나무를 세 그루나 살 수 있었다.

낮은 나무, 반지하 다람쥐에서, 세 그루나 되는 나무를 가진 건물주 다람쥐가 될 정도로 엄청난 보물.

그 정도로 엄청난 보물 도토리 7개를 한 번에 먹은 니케의 위용은 너무나 대단했다!

그래서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다급히 빌었다.

구으, 구으으으-!

띠띧띠띧띧띠띧-!

그러나 분노한 니케에게 용서란 없었다.

킥, 키킼키킼킼-!

‘아까 내가 말했지! …… 9번씩 물어 줄 거야!’

꽈드득-

니케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를 아프게 무는 순간.

스카라베 왕국으로 이어지는 빛의 길이 열렸다.

키, 키킥-?

*   *   *

니케가 배신한 부하들을 무는 순간 무언가에 충돌한 것처럼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서는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

파아아아앙-

이때 지하통로의 빛이 폭발하고 빛의 길이 다시 이어졌다!

어두운 지하통로 앞,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일렁이는 신기루.

모래를 흩날리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

니케는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지독한 돈벌레 지하세계 마법사들이 사는 곳, 스카라베 왕국.

스카라베 왕국으로 길이 이어졌다!

-구으으

-띠띧디디

이 순간 두 채권추심원은 한 발짝 앞에 나타난 고향으로 어떻게든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쿵, 쿠쿵, 쿵-

몸을 들썩이며 움직이려 했지만, 폭군이 움직인 순간.

꽈드득-

-……

-……

둘은 단숨에 무력화됐다.

이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있었다.

으아아-

끄어어억-

“이런 젠장!”

세 사람이 사슴벌레 머리 위로 투석기 탄환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킥-?

니케가 물자 사슴벌레는 충돌하듯 제자리에 정지했고, 그 순간 거대 사슴벌레 엉덩이 부위는 투석기처럼 번쩍 솟아 올랐다.

불운하게도 이때 사슴벌레 엉덩이 부위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마혁진과 김태우.

그리고 둘을 끌고 달리던 천문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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