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40화>
콰아아아앙-
폭풍이 몰아치는 순간.
굳은 듯 제자리에서 서 있던 천문석의 눈이 하늘로 움직였다.
거대 괴수의 반발장을 단숨에 날려 버리고.
빙글빙글빙글 엄청난 속도로 공중을 회전하는 황금빛!
이 폭발하듯 맥동하는 이 황금빛 속에는 새끼 다람쥐가 있었다.
새끼 다람쥐의 전신을 휘감은 황금빛이 점점 강해지더니.
쒜에에에엑-
공기가 찢어지는 음속 폭음이 터져 나왔다.
이 순간 번쩍 섬광이 폭발했다.
파슥-
이 황금빛은 김태우 중령의 몸 안으로 순간 이동했다.
“……!”
몸 안은 지배력이 무한에 가깝게 올라가는 절대 영역!
그 어떤 순간이동 능력자라도 절대 영역안으로 순간이동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저 황금 다람쥐는 거대 괴수의 반발장뿐만 아니라 절대 영역까지 무시하고 있었다!
이때 김태우 중령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어어어억-
전신에서 황금빛을 쏟아 내며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는 김태우 중령!
곧 시간을 돌린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진 체액이 김태우 중령의 몸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고.
김태우 중령의 전신이 투명해졌다.
투명해진 몸 안에서 이동하는 빛무리가 보였다.
머리, 어깨, 손, 배, 다리, 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에서 생겨난 빛이 입을 향해 모여들더니…….
퐁-
작은 소리와 함께 김태우 중령의 입에서 덩어리진 빛이 튕겨 나와 바닥을 굴렀다.
톡, 톡, 또르르-
빛 덩어리에 어렸던 빛은 곧 사라졌고.
천문석은 이 물체의 정체를 한 눈에 알아봤다.
“……도토리?”
천문석은 눈을 비비고 다시 살폈다.
다시 봐도 도토리다.
김 중령이 도토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도토리가 왜 여기서 나와!?”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친 순간.
퐁, 퐁, 퐁-
김태우 중령의 입에서 연신 튀어나오는 빛 덩어리.
빛이 사라지자 하나같이 모두 도토리였다!
“…….”
갑자기 나타나 무시무시한 위용을 보여 준 ‘새끼 다람쥐‘.
엄청난 고통을 겪다가 이제는 인간 랜턴이 되어 도토리를 토해 내는 ‘김태우 중령‘.
어떻게 된 일인지 과정은 몰랐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김태우 중령‘은 더는 걱정거리가 아니다.
-그리고 ‘마혁진‘도 마찬가지였다.
“흐어, 흐어어어-.”
섣불리 다가갔다가 단 한 번 물렸을 뿐인데.
마혁진은 몸을 꿈틀거리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
감을 잡은 천문석은 소리 없이 조용히 뒤로 걷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인지는 모르지만, 김 중령이 제압당했고 마혁진도 한번 물린 순간 정신이 나갔다.
둘을 이렇게 만든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적.
황금빛 새끼 다람쥐였다!
적의도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는 귀여운 외모.
마수의 위압감도, 기감을 자극하는 불길함도, 육감을 자극하는 살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 황금빛 새끼 다람쥐가 한번 물자 만만치 않았던 적, 마혁진과 김 중령이 단숨에 무력화됐다!
게다가 김태우 중령은 입에서 도토리까지 토해 내고 있다.
말로 들으면 웃긴 상황이지만, 직접 보고 있는 천문석은 전혀 웃기지 않았다.
인간 랜턴이 되어 도토리를 토해 내다니!?
자신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절정의 경지에 오르며 본 황금빛 불운.
저 새끼 다람쥐가 그 황금빛 불운의 정체다!
역시 천기가 경고할 만한 엄청난 적이다.
저 새끼 다람쥐는 폭풍, 해일, 벼락 같은 자연재해다.
싸우려 하지 말고 몰아치는 순간 재빨리 몸을 피해야 하는 자연재해!
천문석은 조심조심 소리 없이 뒤로 걸어 충분히 거리가 벌어지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달렸다.
이제 뭘 가릴 때가 아니다.
거대 사슴벌레의 다리를 잡고 내려가서라도 자연재해가 나타난 이곳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리고 천문석이 사슴벌레 꽁무니 부분에 도착했을 때.
파아아앙-
지하통로에 서려 있던 황금빛 마력광이 일제히 폭발했다.
* * *
파아아앙-
지하통로에 서린 황금빛 마력광이 폭발한 순간.
천문석은 멍한 눈으로 주위를 봤다.
“……여긴 또 어디야……?”
분명히 지하통로에 있었다.
그러나 천장, 벽, 바닥, 어디를 봐도 돌로 된 벽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벽뿐만이 아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게 있기는 했다.
무한히 펼쳐진 우주…….
우주가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천문석은 도망치려던 것도 잊고 멍하니 주위를 둘러봤다.
이 검은 우주 위를 나뭇가지처럼 복잡하게 뻗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빛의 길이 가로지르고.
어느새 거대 사슴벌레는 이 빛의 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
분명 거대 사슴벌레는 지하통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빛이 폭발하자 어느새 우주를 달리고 있다…….
“설마, 환각인가?”
천문석은 재빨리 내력을 끌어올리고 기감을 사방으로 뻗어 봤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기감이 한도 끝도 없이 뻗어간다.
끝없이 펼쳐진 텅 빈 공간에 자리한.
반짝이는 별.
강을 이루는 별 무리.
복잡하게 뻗은 빛의 길.
이 모든 곳에서 압도적인 현실감이 느껴졌다.
기감뿐만이 아니다.
육감이, 예감이 말하고 있다.
이건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고!
이때 끝없이 뻗어 나가던 기감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공간을 넘어 들려오는 귀에 익은 울음소리.
구으으으응-
거대한 하늘 고래가 우주를 유영하고.
그 아래 돛을 펼친 유선형 선체의 배가 빛의 바다를 항해한다.
이 배에서 들려오는 꼬맹이의 신나는 웃음소리.
우히히히히-
이 웃음소리가 마치 물결처럼 우주로 퍼져 나갔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배의 갑판을 자세히 보려 하자.
구으으으응-
빙글, 빙글 우주를 유영하던 거대한 하늘 고래가 빛의 바닷속으로 다이빙했다.
촤아아아아-
산산이 부서져 솟아오르는 빛의 물보라.
새하얀빛의 물보라가 배를 가리는 순간.
구으, 구으으응-
수백, 수천의 하늘 고래가 일제히 빛의 바닷속에서 뛰어올랐다.
“모두 얼른 따라와! 우히히히히히-.”
신난 꼬맹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배를 따라 달리는 수백 수천의 하늘 고래들!
천문석 이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놓는 순간.
휘이이잉-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문득 고개를 돌리자 빛의 길 위를 달리는 유성이 나타났다.
아니 이건 유성이 아니라 빛으로 된 형상이었다.
황금빛으로 이뤄진 사람 형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고, 이 주위로 엄청난 광휘가 코로나처럼 뻗어 나왔다.
쿵, 쿵, 쿵-
살아 있는 것처럼 맥동하는 광휘, 광휘에 실려 뿜어지는 거대한 존재감!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을 짓누르는 존재감.
거대한 산악조차 손짓 한 번에 부숴 버릴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신의 현현체라 해도 믿을 엄청난 강자다!
무저갱의 마굴에서조차 만나지 못한, 지금의 자신이라면 단 일합조차 버티지 못할 강자가 나타났다!
천문석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이 강자를 견주었다.
쿵-
이 순간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흔드는 울림이 느껴졌다.
울림이 들려오는 곳은 혼백 깊은 곳.
천문석이 이 울림을 관조하는 순간, 전신을 태워 버릴 듯한 열기가 솟아났다.
이 뜨거운 열기는 혼백 깊은 곳에 새겨진 기억이자 경험이었다.
-무저갱의 마굴을 걸어 그 끝에 도달했고, 하늘의 끝에 오르기 위해 경계마저 넘었다.
-수많은 강자 앞에서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사의 간극을 뚫고 걸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홀로 고고한 자리에 우뚝 서서, 마공의 숙명마저 자신의 의지로 벗어던졌던 존재.
천마.
전생 천마의 생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기억이자 경험.
이 열기는 전생 천마, 천문석의 영혼육백, 본질에 새겨진 무혼(武魂)이었다.
압도적인 강자를 만나 견주는 순간.
천문석의 본질에 새겨진 무혼이 깨어났다.
무혼(武魂)은 천문석이 가진 무인으로서의 본질!
그렇기에 무혼이 깨어난 순간, 천문석은 끓어오르는 열기를 담아 압도적인 강자에게 외쳤다.
“와라-!”
* * *
서로 다른 시공으로 뻗어 있는 빛의 길.
교차하지 않는 세계의 존재는 서로를 인지할 수조차 없다.
그렇기에 다른 빛의 길 위를 달리는 천문석의 외침은 전해지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일기일원공이 맥동하고.
세계의 나무를 잇는 인과의 실이 움직였다.
일기일원공의 인과가 천문석과 빛의 형상을 잇는 순간.
전해질 리 없는 천문석의 외침이 전해졌다.
와라-!
일기일원공 개파조사(開派祖師)의 외침이 전해지는 순간.
거대한 산악처럼 미동도 하지 않던 빛의 형상이 번쩍 눈을 떴다!
이 순간 하나로 뭉친 황금빛 광휘가 폭발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광활한 우주가 일순간에 빛에 휩싸이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빛의 형상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몸을 돌려 천문석을 바라보는 순간.
쿵-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이 맥동하는 걸 느꼈다.
서로를 바라보는 찰나.
두 존재는 서로의 본질을 보았다.
천문석이 손을 드는 순간, 같은 손을 들어 올리는 빛의 형상.
이 순간 일기일원공, 하나이자 둘인 심법이 천문석과 빛의 형상에서 동시에 펼쳐졌다.
시작은 단 한 방울의 마중물이다.
쾅-
굉천수의 벽력성으로 떨어뜨려, 기경팔맥의 기해혈에 심은 한 방울의 마중물!
작은 씨앗에서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듯.
일기일원공은 이 한 방울의 마중물을 우물로 하천으로 강으로 키워냈다.
그리고 이 순간 천문석의 삼성에 달한 일기일원공이 격류가 되어 흘렀다.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 자리하는 기경팔맥.
기경팔맥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심상 공간에 있기에 무한한 기를 담을 수 있었다.
천문석의 삼성에 달한 일기일원공이 이 기경팔맥을 흐르는 순간.
콰르르릉-
빛의 형상이 움직이는 일기일원공이 헤아릴 수 없이 넓은 우주에 펼쳐진 광휘를 흘렀다.
너무나 압도적인 차이!
그러나 천문석은 인지를 넘어 깨달았다.
본질은 같다!
저 빛의 형상은 어째선지 자신이 창안한 일기일원공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저 빛의 형상이 펼치는 자신의 일기일원공에 있는 미진함과 오류를!
천문석이 본능적으로 이 미진함과 오류를 고쳤고.
빛의 형상이 펼치는 일기일원공은 점점 더 완벽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천문석과 빛의 형상이 완벽한 일기일원공을 펼치는 순간.
하하하-
ㅁㅁㅁ-
천문석과 빛의 형상은 동시에 터트린 웃음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이 순간 광휘로 가득한 우주에 새겨진 수천수만의 별들이 그려내는 천의가 쏟아져 내렸다.
보지 않아도 볼 수 있고, 듣지 않아도 들을 수 있었다.
무저갱의 끝에 도착했을 때, 경계를 걸어 하늘로 올랐을 때.
찰나의 순간 깨닫고 다시 찰나의 순간에 잊었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잊게 될 지고의 지혜에 천문석은 다시 닿았다.
지고의 지혜에 닿는 순간, 천문석은 모든걸 깨달았다.
선연과 악연.
기연과 마장.
하늘이 그려내는 인과는 너무나 교묘하여 설령 신이라 하여도 그 모든걸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보았다.
저 압도적인 강자는 ‘일기일원공‘이 닿을 목적지 그 자체였다.
일기일원공(一氣一元功).
대지에서 태어난 사람이 오직 일심으로 나아가 마침내 하늘의 끝에 닿았다.
대지(一氣)와 하늘(一元)을 하나로 잇는 사람(人)!
그렇기에 저 압도적인 강자가 닿은 일기일원공의 경지는 이렇게 불리리라.
천원(天元)에 달해, 삼천세계의 경계를 걷는 자.
천원검(天元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