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39화 (24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39화>

픽, 픽, 픽-

촛불처럼 순식간에 꺼진 마력광!

“…….”

“…….”

김 중령과 마혁진이 어이없어하고.

“마력광이 왜 사라져!?”

천문석이 당황하는 순간.

후두두둑-

마력광이 사라진 탄두는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김 중령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피식 웃었다.

“너 그 리볼버 마탄. 라이선스 생산품이지? 가격 제일 싼 거. 한발에 2만원쯤 하냐?”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뭐야, 이 새끼! 어떻게 가격까지 정확하게 알아!?’

“맞구나?”

김 중령은 씨익 웃으며 전술 조끼 탄입대 단추를 풀었다.

딸깍-

전술 조끼 탄입대에 가득 들어 있는 탄창!

김 중령은 보란 듯이 탄창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았냐?”

“…….”

“라이선스 마탄은 2만원인데. 정품 마탄 가격은 보통 그 10배 이상이잖아?”

“판매 가격이 10배가 넘는데. 재금 공업은 어떻게 마탄을 계속 생산할까?”

“그리고 헌터들은 왜 10배나 비싼 재금 공업 마탄을 살까?”

순간  천문석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그렇다!

이 정도로 가격 차이가 나면 재금 중공은 마탄 생산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생산하고 팔렸다면 이유는 한가지뿐이다.

월등한 성능!

김 중령은 천문석의 굳은 얼굴을 보며 웃었다.

“라이선스 생산을 해서 화약 조성 문제를 해결했어도. 마탄에 새겨진 마력 구성은 베끼지 못한다.”

“화약 조성보다 중요한 게 반발장을 꿰뚫는 마력 구성! 라이선스 마탄의 허술한 마력 구성으로는 이런 거대 괴수 반발장은 못 뚫지! 하하하-.”

찰칵-

웃음을 터트린 김 중령은 새 탄창을 끼운 권총을 자랑하듯 흔들었다.

“보이냐? 이 권총. 이거 재금 공업에서 직접 생산한 대 괴수용 마력 무구다.”

그리고 전술 조끼에 가득한 탄창을 툭 치는 김 중령.

“그리고 이 마탄도 재금 공업에서 직접 생산해서 특무대에 납품한 고등급 정품 마탄이다. 이거 한 발에 50만원이 넘는 마탄이다. 하하하-.”

김 중령이 크게 비웃는 순간.

‘……하, 시바-’

천문석은 탄식하며 다짐했다.

여기서 빠져나가면 한 발에 99만원짜리 마탄!

더럽게 비싼 재금 중공 정품 리볼버 마탄, 그걸 사서 채워 넣는다!

그러나 천문석의 입에서 나오는 외침은 달랐다.

“야!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이 리볼버! 그냥 당겨본 거야! 원래 내 주 무기는 이거다! 나 원래 총 안 좋아해!”

천문석은 재빨리 강화 해머를 들어 올렸다.

“그러냐?”

김 중령이 피식 웃고, 숨을 고르던 마혁진이 어이없다는 듯 탄식했다.

“하- 내가 저런 얼빠진 새끼한테 당했다니!”

말빨, 장비빨에서 완전히 밀려 버린 상황!

“시바- 이런 자본 주의 헌터 업계라니!”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리며 내력을 끌어올렸고, 김 중령과 마혁진은 바짝 긴장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격전이 벌어지려 할 때.

뀨-

세 사람의 가운데서 귀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세 사람의 시선이 모였다.

“……새끼 다람쥐?”

“……다람쥐가 왜 여기에 있어?”

“어, 이거 뭔가 이상한데…….”

마혁진과 김 중령이 의아해할 때, 천문석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새끼 다람쥐.

황금색 줄무늬가 난 작고 귀여운 새끼 다람쥐가 갑각 위에 있었다.

귀여운 새끼 다람쥐는 작은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작은 도토리를 들더니.

뀨-

다시 한 번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고, 초롱초롱 반짝이는 착한 눈으로 세 사람을 한 명씩 봤다.

천문석.

마혁진.

김태우.

새끼 다람쥐의 착한 눈이 바라보는 순간.

김태우 중령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새끼 다람쥐가 들고 있는 도토리!

구르는 순간 주머니에서 빠졌던 무언가!

상의 주머니를 확인하자 텅 빈 주머니가 느껴졌다.

김태우 중령은 깨달았다.

새끼 다람쥐가 들고 있는 저 도토리는, 자신이 주머니에 넣어 둔 신기한 도토리다.

김 중령은 권총을 이세기에게 겨누고 천천히 나와 새끼 다람쥐를 툭 발로 밀어냈다.

뀨뀨뀨-

새끼 다람쥐는 공처럼 데굴데굴- 구르며 슬프게 울었다.

작고 예쁜 새끼 다람쥐의 슬픈 울음에, 마혁진이 깜짝 놀라 외쳤다.

“야! 뭐 하는 거야!?”

“이 도토리 내 거다.”

김태우 중령은 피식 웃으며 떨어진 도토리를 잡았다.

뀨뀨…….

이 순간 슬프게 울던 새끼 다람쥐가 울음을 멈추고 눈을 번뜩였다.

전신의 털이 파르르 떨리고, 황금빛 줄무늬에서 빛이 솟구친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키키키키키킼킼킼-!

“말도 안 돼!”

이 순간 천문석은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저 다람쥐 뭐야!?”

지금 있는 이곳은 거대 괴수의 엄청난 반발장 안이다!

단지 있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지배력이 짓눌리는 공간!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은 이 안에 들어올 수 없다.

설령 들어와도 엄청난 지배력에 짓눌려 미동도 하지 못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새끼 다람쥐는 이 엄청난 반발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천문석, 마혁진과 김태우.

세 사람이 격전을 벌이던 방금 전.

니케는 홀린 듯이 사슴벌레 꼬리까지 이동해 한참 동안 서로 싸우는 인간들을 바라봤다.

킥, 키킥-

‘뭐지? 이 느낌? 뭔가를 깜박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날락말락 한 뭔가가 저 인간들에게서 느껴졌다.

지하 터널로 들어왔을 때부터 고개를 갸웃하던 니케는 여전히 가물가물한 기억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들은 잘 까먹고, 아직 어리고 격이 높지 않은 니케는 더욱 잘 까먹었으니까.

킥, 키킥-

‘기억이 안 나면 별거 아닌건가?’

결국, 니케가 포기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톡, 톡, 또르르-

작은 열매가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아주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이 작은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도토리를 도둑맞은 주인에는!

킥-!

깜짝 놀라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는 순간.

니케의 전신에 난 털이 소스라치듯 바짝 일어섰다.

세 인간 사이를 구르는 도토리!

한 개도 두 개도 아닌 세 개!

그냥 도토리도 아닌, 내 나무 마련의 열망을 담아 하나하나 열심히 만들고 모은!

케페니안의 빛을 머금은 보물 도토리다!

지금 눈앞에서 보물 도토리가 세 개나 구르고 있었다!

이 순간 니케는 기억나지 않던 느낌의 정체를 깨달았다.

보물 도토리!

그리고 번개같이 머리에 떠오르는 복수 명단!

복수 명단, 3순위.

보물 도토리 143개의 범인!

자신의 창고에 침입해서 보물 도토리를 훔쳐 간 도둑놈!

엄청 오랫동안 찾아다녀도 찾지 못했던.

친구한테 찾아달라고 했다가 이상한 곳에 떨어지게 만든 원흉.

마침내 그 도둑놈을 찾았다!

니케의 눈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열심히 싸우는 인간 셋!

마침 몸을 돌려서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저 세 인간 중 하나가 보물 도토리를 흘렸다.

즉 저 셋 중에 범인, 도토리 도둑놈이 있는 것이다!

‘그냥 전부 다 아프게 물어 버릴까?’

문득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143개의 보물 도토리를 훔친 범인이다!

이 분노는 그런 복수로는 풀리지 않는다!

‘어떻게 범인을 찾지?’

니케는 문득 보육원에서 읽었던 착한 다람쥐 이야기가 떠올랐다.

재빨리 곤두선 털을 눕히고 심호흡하며 울음소리를 바꾸는 니케.

킥키기구규뀨-

뀨-!

니케는 다다닥- 재빨리 도토리로 달려가.

순진하고 착한 다람쥐처럼 예쁜 울음소리를 냈다.

뀨-

그리고 초롱초롱 반짝이는 착한 눈으로 세 인간을 봤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니케를 바라보는 세 인간.

뀨-

다시 한 번 예쁜 울음소리를 낸 순간.

한 인간이 앞으로 걸어 나와 니케를 툭 치고 보물 도토리를 잡았다.

이 순간 순진하고 착한 다람쥐를 연기하던 니케는 가면을 벗고 환호했다.

키키키키키킼킼킼-!

‘너구나! 보물 도토리 도둑놈!’

분노한 새끼 다람쥐 니케는 펄쩍 뛰어, 마침내 찾은 보물 도토리 도둑놈의 손에 달라붙었다.

니케의 작은 이빨이 군용 강화 장갑을 낀 김태우 중령의 손을 물었다!

꽈드득-

*   *   *

김태우 중령은 새끼 다람쥐가 손으로 달려들자 가볍게 손으로 쳐 냈다.

어차피 새끼 다람쥐가 물어도 군용 강화 장갑을 착용한 자신에게 타격은 없었다.

김태우 중령의 신경은 온통 눈앞의 이세기에게 쏠려 있었다.

그래서 새끼 다람쥐의 이빨이 군용 강화 장갑을 물었을 때.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했다.

콰드득-

군용 강화 장갑이 뚫리지도, 이빨에 밀려나서 압력이 손에 가해진 것도 아니었다.

단지 새끼 다람쥐가 문다는 행위를 하고.

김태우 중령의 손이 물렸다는 사실이 발생한 것뿐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발생한 순간.

군용 등급 강화 장갑의 강화 철심, 경직된 섬유, 마력장 방어막이 일순간에 무력화됐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의 물기는 물리법칙을 초월한 일종의 ‘현상‘이었다.

아주 오래전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내신 분께 받은 힘!

그렇기에 육체가 없는 영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골렘, 대요마라 할지라도.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의 물기라는 현상을 당하면 존재의 본질 ‘영혼육백‘이 산산이 흩어지는 ‘고통’을 겪는다.

이 아프게 물기는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이는 막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이건 김 중령, 군용 강화 전투복과 온갖 방어 술식이 새겨진 장비로 전신을 보호한 김태우 중령도 마찬가지였다.

회피, 도망, 방어, 기절.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물리는 순간 김태우 중령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감각의 폭풍으로 던져졌다.

거대한 맷돌로 전신을 갈아, 작은 바늘구멍으로 밀어내는 듯한 압력!

영육이 으스러지고 혼백이 산산이 불타 흩어지는 고통이 쏟아진다.

김태우 중령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픽- 쓰러져 발작이 일어난 듯 전신을 경련했다.

파드드드-

비명도 소리도 없었다.

김태우 중령은 기절조차 하지 못한 채, 명료한 정신으로 영혼육백이 산산이 흩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

“김 중령! 야! 왜 그래!”

마혁진이 천문석을 견제하며 달려가는 순간.

탁-

번개같이 날아오는 황금빛!

마혁진은 본능적으로 염동력장을 펼쳤으나 파슥- 섬광이 번뜩인 순간.

이미 새끼 다람쥐는 마혁진의 어깨를 물고 있었다.

콰드득-

“……!”

무너지듯 쓰러져, 발작하듯 전신을 경련하는 마혁진!

이때 김태우 중령의 모든 구멍에서 체액이 줄줄 흘러나왔다.

-……!

이 순간 겁 없이 다가온 인간의 어깨를 물고 있던 니케는 깜짝 놀랐다.

도둑놈의 몸에서 흘러나온 체액에서 느껴지는 케페니안의 힘!

킥, 키키킼-

‘이 도둑놈이! 훔친 내 보물 도토리를 먹었구나!’

이 순간 니케는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143개의 보물 도토리는!

그동안 진 빚을 모두 갚고!

반지하의 낮은 나무집, 볕도 안 들고, 축축하고, 버섯마저 자라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열심히 모은 재산이었다!

그런 소중한 내 보물 도토리를 먹다니!

분노한 니케는 번개같이 보물 도토리를 하나 삼켰다.

순간 니케의 작은 몸이 불타는 듯한 황금빛에 휩싸였다.

키키킥-!

그리고 번쩍 두 팔을 들자, 팔 아래 생겨나는 빛의 날개막!

파스스슥-

니케가 타다닥- 달려 펄쩍 뛰어오르는 순간.

콰아아아앙-

단숨에 거대 괴수 반발장이 날아가고 폭풍이 몰아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