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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36화 (23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36화>

쿵, 쿵, 쿵-

수직으로 일어섰던 등판의 기우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구멍으로 다시 돌아가는구나!’

천문석은 재빨리 움직였다.

“엠마! 빠져나가자. 이거 잡아라!”

휘이익, 툭-

강철 구렁이를 던졌으나 엄청난 반발장에 뻗어 나가지 못하고 맥없이 축 늘어진다.

“…….”

엠마의 어이없어 하는 눈빛이 느껴지는 순간.

단숨에 떨어져 내리는 거대 사슴벌레!

쾅, 콰지지직-

광장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치고 사방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쿵-

거대 사슴벌레가 광장 가장자리로 올라와 몸을 돌리고 있었다!

이 거대한 몸에 툭 장갑 버스가 채인 순간 엄청난 힘에 장갑 버스 성벽이 연쇄적으로 밀려났다.

쿠르르릉, 쾅, 쾅-

“피해! 뒤! 아니 옆으로 피해라!”

깜짝 놀란 헌터들이 다급히 외치며 사방으로 피할 때.

수직으로 일어섰던 거대 사슴벌레의 등판은 어느새 수평으로 누웠다.

그리고 이 위에 매달려 있던 네 사람은 사방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엠마! 빠져나가자!”

천문석은 어느새 엠마를 향해 달리며 손을 뻗었다.

탁-

손을 잡는 순간 단숨에 일으키고 앞장서 달린다.

너무나 익숙한 상황!

엠마는 반사적으로 천문석 등 뒤에 바짝 달라붙어 달렸다.

텅, 텅, 텅-

검은 키틴질 등판에선 탄력 있는 고무를 밟는 듯한 탄성이 느껴지고.

엄청난 반발장에 점도가 높은 물속을 뛰는 것 같은 압력이 느껴진다.

쇳덩이를 짊어진 듯 무거운 몸과 빠르게 가빠지는 호흡!

그러나 지금이 빠져나갈 최적의 타이밍이다!

사슴벌레가 몸을 돌리는 지금 지상까지의 높이가 확 낮아졌다.

여전히 수십 미터 높이지만, 주위 건물 옥상으로 뛴다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려 반발장을 밀어내며 달렸다.

목표는 거대 사슴벌레 가장자리 너머로 보이는 건물 옥상!

단숨에 뛰어내린다!

텅, 텅, 텅, 텅-

이때 빠르게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마혁진과 김태우 중령이 천문석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천문석, 엠마.

마혁진, 김태우.

네 사람은 10여 미터 간격을 두고 거대 사슴벌레의 등판 위를 전력 질주했다.

이때 마혁진의 분노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세기! 멈춰라! 끝장을 보자!”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저렇게 죽기 살기로 쫓아와?!”

“엠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야지!”

천문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마혁진에게 외쳤다.

“마혁진! 우리 사이의 일은!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고 처리하자!”

하-

마혁진이 비웃는 순간.

천문석은 강화 해머를 들어 올리고 외쳤다.

“이 창천검을 걸고! 나 이세기가 맹세한다!! 여기서 나가서 승부를 가리겠다!”

엠마는 외침을 듣는 순간 헛다리를 짚을 뻔했다.

‘이 녀석, 또 이러네!’

자신도 이렇게 당했었다!

‘강화 해머’를 들어 올리며 ‘창천검’이라 외치다니!

아니 그보다 이세기는 진짜 이름도 아니잖아!?

이런 급박한 순간에도 사기를 치다니 이런 미친놈!

이 순간 마혁진이 분통을 터트렸다.

“너 나를 우습게 보는 거냐!?”

‘눈치챘구나!’

‘눈치챘구나!’

천문석과 엠마가 동시에 움찔하는 순간 이어지는 마혁진의 외침.

“이세기 새끼야! 너 여기서 빠져나가면 그대로 튈 생각이지!”

‘뭐야, 어떻게 알았지?!’

정곡을 찔린 천문석이 찔끔하는 순간.

마혁진은 고개를 돌려 외쳤다.

“김 중령! 저 새끼 당장 쏴버려! 황금빛 마력장은 사라졌다! 반발장이 있어도 특임대에서 사용하는 고등급의 마탄은 먹힐 거다!”

특임대의 고등급 마탄!?

깜짝 놀란 천문석도 바로 외쳤다.

“‘조폭’과는 전혀 ‘상관없는’ ‘김태우’ 중령님! 마혁진 발에 한 방 먹이세요! 나머지는 제가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김태우 중령은 다람쥐 가면 헌터의 말에 눈을 빛냈다.

말에 뼈가 있다.

뇌물 받은 것을 모른 체할 테니 편을 들라는 이야기!

어느 쪽에 붙는 게 좋을까?

김태우 중령이 머리를 굴릴 때.

마혁진에게서 뻗어 나오는 염동력!

5미터가 고작이지만, 발목을 잡기에는 충분했다.

김태우 중령의 등을 툭 쳐서 경고하고 압착된 염동력을 천문석을 향해 쏘아낸다!

휘이이익, 툭-

염동력은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가 천문석 앞에 떨어져 굴렀다.

반발장의 저항에 속도도 느리고, 위력도 없다.

그러나 압착된 염동력에 몸이 닿는 순간,

가뜩이나 느린 달리기 속도가 확 까였다.

그렇다고 피해서 달리자니 달리는 속도가 더 느려진다.

쿵, 쿵, 쿵-

거대 사슴벌레는 구멍으로 다가가고,

가장자리 너머로 보이는 건물 옥상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렸다.

“마혁진 이 얍삽한 새끼!”

하하하-

욕을 먹었는데도 마혁진은 통쾌하게 웃었다.

“드디어 한 방 먹였구나! 창천검 이세기!!”

그러나 마혁진의 웃음을 오래가지 못했다.

으아아악-

이세기가 괴성을 지르며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저 미친놈 뭐 하는 거야……?”

어이없어 하는 순간 이세기가 몸을 숙여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달려 나가는 순간.

터어어엉-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굉음!

이세기는 단숨에 여성 헌터를 낚아채더니 갈지자로 뛰기 시작했다!

텅텅텅텅-

빠르게 바닥을 울리는 진동과.

으악, 으악, 으아악-

연신 입에서 터지는 괴성!

이세기는 몸 전체에서 정전기처럼 번쩍이는 섬광을 뿜으며 빠르게 멀어졌다!

깜짝 놀란 마혁진이 압착된 염동력을 던졌으나 이미 사거리에서 벗어났다.

‘이대로라면 놓친다!’

이 순간 머리에 번뜩이는 기억!

마혁진은 김태우 중령을 향해 외쳤다.

“당장 저놈을 쏴라!”

“글쎄 생각 좀 해 보고.”

김태우 중령이 여유롭게 말하는 순간,

마혁진은 바로 외쳤다.

“뇌물장부!”

“뭐?”

김태우 중령은 어이가 없었다.

약점은 드러내지 않고 자신만 알기에 약점이다. 그걸 이렇게 드러낸다고?

“마혁진. 갈 때까지 갔구나! 하- 그냥 너를 여기서 끝내줄까?”

김태우 중령이 권총을 겨누자.

마혁진은 눈을 번뜩였다.

“내가 회수하지 않으면, 그 뇌물장부와 증거. 행안부와 헌터 부대로 발송된다.”

“몬스터 광산에 들어갈 조폭 말을 누가 믿을까?”

김태우 중령이 비웃는 순간.

마혁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래, 내 말은 안 믿겠지? 행안부와 헌터 부대도 팔이 안으로 굽을 테고 말이야.”

김태우 중령의 얼굴이 굳었다.

그렇다.

마혁진은 바보가 아니다.

이렇게 당연한 걸 몰랐을 리 없다.

이 순간 마혁진은 폭탄을 터트렸다.

“그래서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에게도 장부와 증거가 전달될 거다.”

“……이런 미친 새끼!”

김태우 중령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태성 길드의 이태성 길드장은 게이트 전쟁 이래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 독보적인 탱커였다.

재력과 권력, 인맥과 겜맥.

모든 것을 가진 1세대 헌터 이태성 길드장은 사적 제재를 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도로에서 진로 방해를 했다가 다리가 부러진 재벌 2세.

-갑질하다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경영권이 날아간 재벌.

-보이스피싱 전화를 했다가 박살 난 조직.

-거리 난투극을 벌였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헌터들.

-친한 척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가 낙선한 국회의원.

-찌라시 보도를 했다가 마수의 습격으로 무너진 언론사 건물.

온갖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 이태성 길드장은 재계, 정계, 언론계, 범죄계 할 것 없이 눈에 거슬리는 건 모조리 박살 냈다.

당장 눈앞의 마혁진부터가 이태성 길드장에게 찍혀서 박살 난 케이스였다.

이태성 길드장에게 뇌물 장부가 넘어간다면?!

아니 뇌물 장부가 문제가 아니라 소포가 갔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스팸 문자를 보냈다고 끝까지 추적해서 개박살을 내놓는 게 이태성 그 미친놈이다!

이태성이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

김태우 중령의 머리가 하얗게 변할 때.

마혁진이 손가락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건 반발장을 뚫고 달리는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

“쏴라!”

마혁진의 외침이 터지는 순간.

김태우 중령은 번개같이 총을 뽑아 당겼다.

타아아앙-

*   *   *

으악, 으아악-

천문석은 각성력과 내력을 뿜어내는 인간 마탄이 되어 반발장을 뚫고 있었다.

각성력과 내력이 급속도로 소모되고 반발장이 타들어 가며 전신에 고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목적지, 건물 옥상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이 순간 섬뜩한 살기가 느껴지고.

천문석은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마탄이 쏘아진 것을 알아챘다.

“엠마! 먼저 가라!”

엠마를 밀어내며 번개같이 몸을 돌렸다.

타아아앙-

뒤늦게 총성이 울리고 녹색 마력광이 터졌다.

마탄!

파스스슥-

마탄의 마력광이 거대 괴수의 반발장을 불태우며 날아왔다.

특임대에 보급된 고등급 마탄이지만,

이 거대 사슴벌레의 반발장은 너무나 엄청났다.

마탄은 물속으로 쏘아진 총알처럼 천천히 다가왔다.

평범한 사람은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할 속도지만,

자신이라면 눈으로 보면서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김태우 중령이 마탄을 쐈다는 사실 그 자체다.

김태우가 마혁진과 손을 잡았다!

이대로는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하다.

둘을 처리해야 한다!

마음의 결정을 하는 순간.

천문석의 기세가 변했다.

하-

짧은 기합과 함께 강화 해머를 쥐고 가볍게 휘두른다.

파지지직-

강화 해머를 흐르는 내력에 반발장이 불타오를 때.

천문석은 불타는 강화 해머를 앞세워 적을 향해 돌진했다!

터어엉-

엄청난 반발장에 물속을 뛰듯 천천히 나아가는 육체.

이 순간 절정의 경지에 달한 내력이 움직였다.

기경팔맥을 폭풍처럼 몰아치는 내력!

이 내력이 거대 괴수의 반발장을 밀어냈다.

다시 한번 인간 마탄이 되어 반발장을 가르고 쏘아지는 천문석!

파지지직-

어느새 강화 해머뿐만 아니라,

천문석의 전신에 불타는 듯한 섬광이 어렸다.

그리고 전신에서 느껴지는 갈려 나가는 듯한 고통!

그러나 고통은 단지 관념일 뿐이다!

천문석은 쏘아진 마탄을 향해 강화 해머를 내려쳤다.

파슥-

고등급 마탄이 강화 해머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육중한 보법을 내딛는 매 순간 거대 괴수의 키틴질 갑각이 종처럼 울린다.

엄청난 위용!

김 중령과 마혁진은 깜짝 놀라 좌우로 몸을 피했다.

이때 불타오르는 강화 해머가 공간을 가르고 섬광이 번개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콰르르르릉, 쾅, 쾅-

그리고 우레가 터지는 순간.

거짓말처럼 반발장의 압력이 사라졌다!

“미친! 바로 쏴라!”

경악한 마혁진이 염동력장을 펼치며 외칠 때.

천문석의 모습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야 피해! 굴러!”

김 중령이 권총을 겨누며 다급히 외쳤으나.

한발 늦었다!

어느새 바닥을 구른 천문석은 마혁진의 몸 아래에서 튀어 오르고 있었다.

마혁진은 염동력을 폭발시켜 몸을 빼려 했으나.

천문석이 마혁진의 옷깃을 낚아채 몸을 완전히 밀착하는 게 더 빨랐다.

타아앙-

마탄이 발사되는 동시에 뒤엉켜 바닥을 구르는 천문석과 마혁진.

데굴데굴데굴-

천문석은 마혁진과 뒤엉킨 채 정신없이 갑각 위를 굴렀다.

코, 목, 명치, 간장.

타격기를 넣어 보지만 압착된 염동력과 어느새 돌아온 반발장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짐작했던 상황!

정신없이 구르던 천문석은 김 중령과 거리가 충분히 벌어진 순간.

마혁진의 목깃을 틀어잡은 채 바닥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세기…….”

마혁진이 입을 여는 순간.

꽈드득-

천문석은 틀어쥔 목깃을 조이며 모으던 내력을 일시에 쏟아부었다!

끄어억-

새빨갛게 변하는 얼굴과 튀어나올 듯 커진 눈.

역시 타격기는 먹히지 않아도 조르기는 먹혔다!

“역시 각성자! 이걸 버티네? 훌륭해! 야! 총 쏘면 얘가 먼저 맞는다!”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고 마혁진을 방패처럼 들고 달렸다.

이 순간 바닥에 드리워지는 거대한 그림자와 산이 솟듯 수직으로 일어나는 등 판!

천문석은 직감했다.

초거대 사슴벌레가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다!

으아아악-

멀리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천문석과 마혁진,

김 중령과 엠마.

네 사람은 수직으로 일어선 초거대 사슴벌레의 등 위를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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