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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35화 (23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35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타격대 선임 대원들은 다급히 외쳤다.

“……!”

“저놈 한발이라도 마탄을 맞으면 끝장이다!”

“한 번 누우면 수억, 아니 수십억이 날아간다!”

“돈이 문제가 아냐! 뭔 미친 짓을 할지 몰라!”

“저놈뿐만이 아니다. 저 뒤에 황금빛! 한 놈이 더 있어! 황금빛 그놈이 더 악질이야!”

“맞아! 저놈들은 움직이는 자해 읍읍읍-.”

한 선임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다급히 달려들어 입을 막는 다른 선임들.

“야, 보안 사항!”

“새끼야! 대장님이 직접 함구령 내렸잖아!”

모든걸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정소라 중위는 심상치 않은 상황인 걸 깨닫고 바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치안청에도 바로 무전을 넣어라!”

“헌터들에게 공격중지 명령을 전한다!”

“적이 적대 행위를 할 때까지 공격 금지한다!”

명령을 받은 헌터 부대 병사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곧 마탄 사격이 멈추고, 치안청, 민간 헌터들도 움직임을 멈췄다.

어느새 깨질듯한 긴장감이 흐르는 신동대문 광장에는.

구으으, 구으으으으응-

초거대 사슴벌레의 어쩐지 신나는 울음소리.

깜빡, 깜빡-

그리고 어쩐지 흥겹게 느껴지는 황금빛만이 명멸했다.

헌터, 치안청, 헌터 부대.

그리고 신동대문 도심의 수많은 사람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하늘로 솟아오른 거대한 사슴벌레를 뚫어지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거대 괴수가 적대 행위를 하는 순간 격전을 치러야 한다!

이 긴장된 순간 테라스에서 꼬맹이 한 명이 거대 사슴벌레를 가리켰다.

“오빠! 저기 다람쥐 오빠 보여!”

“……?”

어린 딸의 외침에 아빠가 거대 괴수를 살폈지만, 물처럼 일렁이는 반발장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람쥐 오빠가 있다고?”

아빠가 고개를 갸웃하자, 남매는 신나서 외쳤다.

“아까. 이 물총 준 오빠야!”

“이 육포! 쫄깃하고 맛있는 육포도 같이 줬어!”

남매의 외침에 아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모르는 사람이 테라스에 들어왔다는 이야기!

아빠는 완전무장한 메인 탱커의 눈치를 살피며 재빨리 말했다.

“그거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자! 아빠가 북한산 워터파크 데려갈게!”

“알았어!”

“우와아아!”

아빠의 말에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매.

이렇게 단 한 명의 목격자가 침묵하는 순간.

신동대문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모두가 깜빡한 사람들.

마혁진, 칠성파 보스.

김태우, 헌터 부대 중령.

천문석, 다람쥐 가면.

엠마, 도와주러 온 사람.

거대 사슴벌레가 광장에 구멍을 뚫고 나왔을 때 광장 중앙에 있던 이 네 사람은.

거대 사슴벌레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수백 미터 공중.

그것도 거대 괴수의 반발장에 갇힌 채로.

*   *   *

으아아악-

마혁진은 악을 쓰며 염동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거대 괴수의 반발장이 얼마나 강력한지, 염동력은 5미터 이상 뻗어 나가지 않았다.

순간이동은 마력장이 요동쳐 공간 좌표가 나오지 않고, 염동력은 반발장에 짓눌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작해야 5미터!

이걸로는 이 높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갑각 위를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면?

문득 생각하는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마혁진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수백 미터 아래, 광장이 손바닥만 했다.

미끄러지다가 튕겨 나가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이때 김태우 중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순간이동도 안 되냐!? 공간 좌표 안 나와?”

마혁진은 어이가 없었다.

마탄을 갈겨 놓고는 친한 척 말을 거는 저 뻔뻔함이라니!

마혁진의 살기를 느낀 김태우 중령이 재빨리 목소리를 낮췄다.

“마 선생. 지금은 우리가 힘을 합쳐야지? 그래야 쟤들을 처리하지 그렇지 않나?”

이 순간 마혁진의 살기 어린 시선이 움직였다.

마혁진의 시선이 닿는 곳.

그곳에는 마혁진, 김태우와 마찬가지로 초거대 사슴벌레의 등에 매달린 두 헌터가 있었다.

처음 보는 여성 헌터.

그리고 낯익은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

“이세기! 이 새끼!”

마혁진은 이를 갈았다.

저놈 때문에 칠성 길드가 아작나고 이제는 자신마저 뒤지게 생겼다.

저놈만 아니었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 순간 마혁진은 결심했다.

설령,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해도 이세기 저 새끼만은 꼭 박살 낸다!

“이세기 새끼. 너만은 내가 꼭 박살 내주마!”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 새끼 쪼잔하기는. 그렇지 않냐? 엠마.”

“…….”

갑각에 매달린 엠마는 뭐라 대답하지 않고 물끄러미 천문석을 바라봤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년 동안 헌터일을 했을 때보다 지난 몇 달간 겪은 일이 더 힘들고 위험했다.

그리고 지난 몇 달보다 최근 2, 3일 동안 겪은 일이 더 힘들고 위험했다.

엠마는 최근 2, 3일의 난장판을 겪으며 이 이상의 위험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헌터일을 하면서 몬스터 웨이브를 뚫는 것보다 위험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러나 언제나 기대는 깨지기 마련!

엠마 파리킨슈는 한국으로 도망칠 때 이런 미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백 미터가 넘는 공중!

그것도 거대 괴수의 반발장에 갇힌 채 등판에 매달려 있는 미래라니!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미래를 상상한단 말인가?

직접 겪은 게 아니라면 자신도 믿지 않을 일이다!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가 있다니!’

하, 하, 하-

엠마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뭐부터 잘못된 걸까?

-눈탱이를 치려는 마석 카르텔 중간 보스를 아작낸 것.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좋다는 대한민국으로 도망친 것.

-첫 사냥 거점으로 고산 마을을 선택해 천문석을 만난 것.

……

후회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2시간 전 자신의 선택이 가장 후회됐다.

누군가 호텔 방문을 두들겼을 때 문을 열어서는 안 됐다.

아무리 다급하게 두들기고, 급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와도 그 문을 열어서는 안 됐다!

그랬다면 자신은 이곳이 아닌 저 아래 호텔 방에 있었을 거다!

엠마 파리킨슈는 자신 옆에 같이 매달려 있는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을 노려봤다.

다람쥐 가면을 쓴 원흉, 천문석을!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다람쥐 가면을 쓴 원흉은 겸연쩍은 듯 웃었다.

하, 하, 하-

“그래도 다행이지 않냐?”

“이 상황에서 다행이랄게 있냐?”

엠마가 반문하는 순간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든든한 직장 상사랑 같이 있잖아? 나도 네가 있어서 허전하지는 않다. 그렇지 않냐? 엠마 사원?”

“……하- 이 더럽게 긍정적인 새끼!”

“뭐야, 너 지금 부사장님한테 욕하는 거야!?”

천문석이 장난스레 화를 내는 순간.

엠마는 외쳤다.

“닥쳐! 이 재앙 덩어리야!”

천문석은 억울했다.

“야, 이번 일은 진짜 내 탓이 아니야! 내가 절정의 벽을 넘으면서 현생의 운명을 점쳤거든. 그때 분명히 확인했어. 이건 내가 아니라 멀리서 찾아온 재앙 때문이다! 황금빛 불운이 날아왔는데…….”

타다다당-

이 순간 마탄 사격음이 들려오고.

파아아앙-

황금빛이 폭발해 초거대 사슴벌레의 주위를 감쌌다.

쏟아지던 마탄이 반발장에 닿기도 전에 멈췄다!

‘이거구나!’

감을 잡은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엠마! 주위를 살펴봐! 황금빛 보이지? 이게 내가 본 황금빛 불운인가 봐! 이제 알겠지. 이번 일은 나 때문이 아니다!”

천문석은 사실만을 말했으나, 엠마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천문석이 말한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마탄이 쏟아지고 황금빛이 폭발했다.

‘뭐야, 이 새끼 이제 말만 하면 사건이 터지는 거야!?’

“제발! 닥쳐!”

엠마가 진심을 담아 외치는 순간.

구으으으응-

초거대 사슴벌레가 울음을 터트리고,

깜빡, 깜빡-

주위를 둘러싼 황금빛이 흥겹게 명멸했다.

이 순간 천문석은 노골적인 살기와 은밀한 살기를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칠성파 마혁진의 노골적인 살기.

헌터 부대 김태우 중령의 은밀한 살기.

나란히 갑각에 매달리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김태우 중령이 마혁진의 뒷배구나!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개도 짐작이 간다.

천문석은 재빨리 내력을 끌어올려 격전을 준비했다.

초거대 사슴벌레 이 녀석에겐 살기가 없다.

그러나 몸 주위에 펼쳐진 반발장 때문에 외기와의 연결이 끊기고 각성력과 내공도 억제되고 있다.

마혁진, 김태우.

둘과의 격전.

이번 싸움은 상상을 넘어서는 진흙탕 개싸움이 될 확률이 높았다.

*   *   *

구으으으응-

초거대 사슴벌레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환희를 터트리고.

깜빡, 깜빡-

황금 풍뎅이가 그 주위를 돌며 흥겹게 황금빛을 뿜어 낼 때.

휘이이이잉-

빛의 날개막을 펼친 새끼 다람쥐가 신동대문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빙글, 빙글. 빙글-

바람을 타고 활강하며 도시를 몇 번이나 살피는 새끼 다람쥐, 니케.

인간들이 잔뜩 있는 도시.

니케는 처음에는 목적지에 도착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커다란 원반이 없었다!

니케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도시를 몇 번이나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10번을 채우는 순간.

결국, 니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엉뚱한 곳으로 땅을 팠다!’

땅속으로 이동할 때는 몰랐는데, 하늘에서 보니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도토리 숲 동쪽에 있는 도시다!

서쪽으로 가야 하는데 동쪽으로 땅을 판 것이다!

킥, 키킥-

힘 빠진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니케의 시선이 아래로 움직였다.

구으, 구으응-

깜빡, 까암빡-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신나서 울음소리를 내고 황금빛을 깜빡이는 자신의 부하들.

스카라베 채권 추심원.

사슴벌레, 황금 풍뎅이.

뭔가 이상하다는 부하들에게 확실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도착한 곳이 엉뚱한 곳이라니…….

부하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 그냥 이곳을 때려 부술까?

문득 생각했지만, 곧 머리에 복수 명단이 떠올랐다.

1순위. 거대한 삼색 고양이.

3순위. 보물 도토리 143개 범인.

4순위. 소환한 다음 도망친 마법사.

……

갑자기 명단을 떠올리느라 중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단 한 번도 물지 못하고 당한 1순위. 거대한 삼색 고양이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에게 까먹는 건 있어도 용서란 없다!

이제 정확한 방향을 찾았다!

기다려라. 삼색 고양이!

니케는 바로 날개를 접고 초거대 사슴벌레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탁-

니케가 머리에 착륙하는 순간.

구으, 구으응-

사슴벌레가 신나게 울고.

띧띠띠 띠딛 띠띠디-

황금 풍뎅이가 황금빛을 깜박이며 춤을 췄다.

이들의 심상이 소리에 실려 니케에게 전해졌다.

‘이제 도착했으니.’

‘저희는 집에 가도 될까요?’

니케는 대답했다.

킥, 키키킥-

‘다시 구멍으로 들어간다!’

구으으-?

띧띠띠띧-?

킥, 키키키킥-

‘이번 건 연습이었다!’

구으응응-?

띧띧띠띠-?

키킥, 키킼키-

‘이제 진짜를 한다! 이번에는 저쪽으로 판다!’

초거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리더가 가리키는 방향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들이 몇 번이나 말했던 도토리 숲이 있는 방향이다!

-……

-……

두 부하가 불손한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무자비한 폭군 니케는 이빨을 드러냈다.

딱, 딱, 딱-

구으, 구으으-

띠띠, 띠이이-

초거대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힘없이 몸을 돌려 구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 사슴벌레의 등에 매달려 있던 네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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