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33화>
경악한 마혁진이 외친 순간.
천문석은 장난스럽게 나뭇가지 검을 흔들었다.
“어때, 신기하지 않냐? 카카카-.”
“……!”
마혁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흩어지는 염동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천문석은 마혁진의 지금 심정을 들여다보듯 알 수 있었다.
주도권을 잡고 압도하고 있었는데 일순간 상황이 역전돼 바닥에 쓰러졌다.
마혁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천문석은 나뭇가지 검, 퐁퐁검으로 구인창, 감각을 교란하는 창술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도 절정의 경지에 오른 구인창을!
원래라면 마혁진은 이렇게 쉽게 무력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밍이 너무나 나빴다.
뜬금없이 절정의 경지에 오르며, 천문석의 수준이 까마득하게 상승했다.
지금의 천문석이라면 그냥 싸워도 100여 초면 마혁진을 압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천문석은 마혁진이 마음을 놓는 순간 기습했다.
게다가 그 기습은 구인창, 염동력과 순간이동 능력의 상극인 기술이었다.
염동력, 순간이동 모두 공간 감각을 기반으로 펼치는 기술.
구인창에 공간 감각이 무너진 마혁진은 통제력을 잃었다.
막무가내로 염동력을 흩어 냈지만 통제되지 않는 힘은 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신에겐 별것 아니었다.
“어떻게? 뭘 어떻게 한 거냐!? 이게 무슨…….”
다급히 의문을 쏟아 내는 마혁진.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마혁진 궁금하냐?”
“그래!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마혁진이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다.
“바로 말해 주면 재미없으니까. 노역형 치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봐라!”
“뭐……?”
“30년 후에도 모르겠으면 찾아와. 그럼 가르쳐 줄게. 카캬카-.”
“이세기 이 새끼!”
마혁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고 반사적으로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염동력이 봉인된 마혁진은 천문석의 상대가 안 됐다.
천문석은 가볍게 일어나는 것만으로 주먹을 피하고 퐁퐁검으로 마혁진의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꾸우욱-
다급히 몸을 일으키려던 마혁진은 거대한 바위에 눌린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으아아아악-
울분이 가득한 외침을 터트리고 전신을 버둥거린다!
우뚝 솟은 이마의 핏대와 거칠게 꿈틀거리는 팔다리!
마혁진은 모든 힘을 끌어냈으나, 단 한 치도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마를 누르는 가느다란 막대기는 거대한 기둥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야, 힘 빼지 마라. 아무리 용을 써도 너 못 일어나! 인체 구조상 사람은 이마를 누르면 못 일어난다니까.”
천문석이 놀리듯 말했으나.
으아아아악-
마혁진은 연신 울분 가득한 외침을 터트리며 버둥거렸다.
“이 포기를 모르는 녀석 같으니라고. 뭐 열심히 해 봐라. 카캬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불길한 황금빛!
벽을 넘는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정확도 99%로 현생의 운명을 점쳤다.
그때 본 불길한 황금빛을 깜빡했다!
천문석은 재빨리 증기로 자욱한 주위를 살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어딘가에서 불길한 황금빛이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얼른 마혁진을 넘기고 이곳에서 몸을 피해야 한다.
천문석은 재빨리 움직였다.
왼손의 퐁퐁검으로 이마를 누른 채, 오른손에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는다.
으아아아악-
여전히 괴성을 지르며 발광하는 마혁진!
천문석은 주저 없이 절정의 경지를 담아 최대 출력 전법륜인 딱밤을 날렸다.
쐐에에엑-
따아아악-
전법륜인 딱밤이 이마를 때리는 순간.
코에서 핏, 핏- 핏물이 솟구치고, 눈동자가 휙- 돌아가 흰자위만 보였다.
그리고 감전된 듯 파르르- 경련하는 전신!
구인창으로 초능력이 봉인된 마혁진은, 천문석의 최대 출력 딱밤을 맞는 순간 바로 기절했다.
“야, 기절한 거 맞냐?”
쿡, 쿡, 쿡-
퐁퐁검으로 몇 번 찔러 확인을 마친 천문석은 재빨리 마혁진을 일으켜 세웠다.
툭-
이 순간 마혁진의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열쇠.
“방 열쇠인가?”
천문석은 열쇠를 방검 조끼 주머니에 집어넣고 내력을 담아 외쳤다.
“치안청, 헌터 부대 책임자! 어디 있습니까? 마혁진을 잡았습니다!”
* * *
초음속의 포탄이 분수대를 박살 내고 증기로 완전히 가려진 광장 중앙.
수많은 헌터들은 경악한 채 광장 가장자리 장갑 버스 성벽에 뭉쳐 있었다.
발사되는 순간 표적에 적중한 초음속의 염동력 탄환!
말로만 듣던 1세대 헌터의 위용은 엄청났다.
칠성파 두목 마혁진은 상상을 초월하는 강자였다!
헌터들은 마혁진의 엄청난 위용에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었다.
이때 증기로 가려진 광장 중앙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악-
이 비명에 담긴 울분과 고통, 처절함에 헌터들은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헌터들 모두는 직감했다.
‘마혁진이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를 고문하고 있구나!’
이때 한 헌터가 증기가 가득한 광장 안으로 욕을 하며 달려들어갔다.
“시바, 시바. 개시바! 내가 왜 나와서는!”
그리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승패가 가려진 거 같은데…….”
“이거 멈춰야 하는 거 아냐?”
“…….”
누군가 말했지만, 1세대 헌터의 위용을 본 헌터들은 쉽게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몇몇 헌터가 나서려 했지만, 베테랑 헌터들이 고개를 저었다.
“깃발을 꽂는 건 원래 저런 거다.”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끝장 대결.”
“…….”
광장 가장자리의 헌터들.
치안청과 진압 부대.
주변 건물의 구경꾼.
모두는 말없이 비명이 들려오는 광장 중앙을 바라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울분 가득한 비명이 뚝 그쳤다.
“……끝났군.”
헌터들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마혁진, 칠성파 보스의 승리로 깃발전이 끝났다.
“하, 시바.”
한 헌터가 내뱉듯 말한 순간.
돌연 광장 중앙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치안청, 헌터 부대 책임자! 어디 있습니까? 마혁진을 잡았습니다!”
“뭐……?”
처음에는 목소리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사방에서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마혁진이 잡혔다고!?”
“다람쥐 헌터가 이겼다고!?”
“말도 안 돼!”
“내기! 야! 다람쥐 배당률! 배당률 얼마야!?”
“이게 무슨 일이야!?”
“뭐 보이는 사람 없냐!?”
“진짜로 다람쥐가 이겼다고!”
“아니, 시발! 이게 뭐야! 한 달 수익을 모조리 걸었는데! 마혁진! 멍청한 새끼!”
“우와아아- 다람쥐! 난 믿고 있었다!”
“이런 미친 새끼! 진짜로 1세대 헌터를 이겼다고! 하하하-.”
……
경악한 헌터들과 구경꾼의 외침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그리고 장갑 버스 위에 자리한 정소라 중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다람쥐 헌터가 이겼다고?”
소총을 들고 광장으로 뛰어들려던 정 중위가 넋 나간 듯 말할 때.
김 중령의 다급한 명령이 들려왔다.
“정소라 중위! 타격대, 진압 부대와 함께 현 위치 대기하도록!”
“네?”
“광장은 아직 시야가 없어서 위험하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신병은 내가 인수해 오겠다!”
“위험합니다! 같이…….”
정소라 중위가 제지했지만.
김 중령은 어느새 장갑 버스에서 뛰어내려 외침이 들려오는 광장 중앙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 * *
헌터들이 장갑 버스까지 물러나 텅 빈 광장.
김 중령은 빠르게 광장 중앙으로 들어가며 연신 외쳤다.
“모두 정지!”
“움직이지 마십시오!”
“신병 인수하러 가고 있습니다!”
“잠시만 이동하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
……
딸깍-
김 중령은 외치는 동시에 권총집의 안전고리를 풀었다.
마혁진이 1세대 헌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본 마혁진의 실력은 김 중령의 예상을 한참을 웃돌았다.
‘이거 타격대로 잡을 수 있는 거야?’
일이 꼬일까 조마조마했는데, 갑자기 마혁진을 잡았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게다가 주변은 자욱한 증기로 완전히 시야가 가려진 상황!
타이밍과 조건이 완벽하다.
신병을 인수하고 바로 마무리하면 된다!
김 중령이 눈을 번뜩이는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
“여기에 있습니다!”
김 중령은 바로 외침이 들려오는 곳으로 달려갔다.
쏴아아아-
박살 난 분수대 흔적에서 치솟는 물줄기!
그 아래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와 기절해 몸이 축 늘어진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나타났다.
진짜로 마혁진을 일대일로 제압했구나!
감탄도 잠시.
김 중령은 재빨리 신분증을 꺼내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에게 내 보였다.
“제가 헌터 부대 책임자입니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신병을 바로 인수해도 되겠습니까?”
언제나 일을 망치는 건 조급함.
김 중령은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달래며 정중하게 말했다.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는 김 중령의 신분증을 확인한 후 대답했다.
“마혁진 곧 깨어날 텐데 괜찮습니까? 김태우 중령님.”
김태우 중령은 재빨리 마혁진의 전신을 훑어봤다.
쏟아지는 물에 젖고 전투 흔적으로 엉망이지만, 별다른 외상이 없는 깔끔한 몸.
팔다리를 결박하지도, 각성 헌터용 구속구를 채우지도 않았다.
어떻게 마혁진을 제압하고 기절시켰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 녀석 뭐지?’
김태우 중령은 자신도 모르게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를 유심히 살폈다.
얼굴을 가렸지만, 목소리 풍기는 기질은 20대 초반…….
이때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태우 중령님?”
김태우 중령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말했다.
“문제없습니다. 타격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칠성파 보스 마혁진은 바로 치안청 수석 보안관에게 인계될 예정입니다.”
헌터 부대 타격대라면 엘리트 중의 엘리트.
마혁진이 1세대 헌터라도 제압할 방법이 있을 거다.
천문석은 기절한 마혁진을 바로 김태우 중령에게 넘겼다.
지금 천문석의 머릿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황금빛 재앙으로 가득했다.
가능한 한 빨리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김태우 중령님!”
찰팍, 찰팍-
어느새 광장을 흐르는 물을 밟고 달려가는 다람쥐 가면 헌터.
이 순간 헌터 부대 김태우 중령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지금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
1. 마혁진, 다람쥐 가면을 모두 처리한다.
2. 마혁진은 처리하고 다람쥐 가면은 보내 준다.
3. 마혁진을 치안청에 넘겨 사법 절차에 따라 노역형을 받게 한다.
1번이 가장 깔끔하나 헌터들이 의혹을 가질 거다
2번은 마혁진 사망 소식에 다람쥐 가면이 의혹을 품겠지.
3번은 사법 절차 중 마혁진이 뇌물 증거라도 들이밀면 곤란해진다.
보통이라면 1번 시나리오를 택해 깔끔하게 처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나쁜 짓을 할 때면 평소보다 조심조심 움직여야 하는 법.
김태우 중령은 자욱한 증기 속으로 사라지는 다람쥐 가면을 보며 웃었다.
“운이 좋군.”
그리고 시선을 내려 마혁진을 봤다.
“마혁진. 넌 별로 운이 좋지 않구나.”
김태우 중령은 권총을 뽑아 마혁진의 목에 붙였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앗! 김 중령님 이거 깜빡했는데. 마혁진이 가지고 있던…….”
마혁진이 떨어뜨린 열쇠를 가져오는 천문석.
“시바- 도대체 어디 있는…… 앗!”
증기 속에서 조심스럽게 나타나는 엠마.
김태우 중령, 천문석, 엠마.
세 명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으아아악-
기절했던 마혁진이 깨어나며 염동력장을 폭발시켰다.
파아아앙-
폭발한 염동력장에 밀려나는 순간, 번개같이 권총을 뽑아 마혁진을 향해 당기는 김태우 중령!
탕-
마탄의 녹색 마력광이 터지는 동시에.
천문석은 바닥을 구르며 왼손을 펼쳤다.
촤르르륵-
단숨에 뻗어 나간 강철 구렁이가 엠마의 몸을 낚아챈다!
엠마가 물이 흥건한 바닥을 끌려 올 때 천문석은 재빨리 외쳤다.
“나다! 부사장!”
“너 멀쩡한 거야!?”
이때 마혁진의 분노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이 개새끼야! 완전히 끝장내주마!”
외침과 동시에 사방으로 펼쳐지는 염동력장.
이 순간 천문석과 김태우 중령은 동시에 생각했다.
‘나를 타겟으로 찍었구나!’
쿠르르르르르-
순간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치는 광장!
콰지직, 콰앙-
단단한 판석이 금이 가고 땅이 쩍쩍 벌어지기 시작했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엄청난 위용!
초음속의 탄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각 자체를 비틀어 버리는 듯한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
“이 힘!? 이게 염동력이라고!?”
깜짝 놀란 엠마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이미 엠마를 어깨에 걸치고 달리고 있었다.
“소년만화도 아니고 한번 지더니 각성한 거냐!? 아니 뭐가 이따위야!”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경련하는 전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털이 곤두서고 오금마저 저리다!
압도적인 강자,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땅속에서!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