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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28화 (22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28화>

칠성파, 규슈 야쿠자의 정체 폭로.

이게 기폭제가 됐다!

“칠성파!”

“규슈 야쿠자!”

“드디어 만났구나! 새끼들아!”

“여기에 공고문 범인이 나타났다!”

광장 전체로 파도치듯 퍼져 나가는 외침!

구경만 하던 헌터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어느새 칠성파와 규슈 야쿠자들은 헌터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였다.

이 순간 패싸움의 양상이 변했다.

[칠성파, 규슈 야쿠자 vs 신동대문의 모든 헌터]

선을 지키던 패싸움.

지금까지는 헌터들도 적당히 머릿수를 맞춰서 싸웠다.

그러나 상대가 공고문 도난 사건의 범인.

신동대문 모든 헌터를 빡치게 한 칠성파, 규슈 야쿠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제 머릿수를 맞출 필요는 없다.

모두 몰려가 아작을 내주면 된다!

삼합회의 비밀 사무실, 삼합 길드에서 일어난 일이 다시 한 번 광장에서 재현됐다.

“잘 만났다! 새끼들아!”

“공고문을 왜 떼! 미친놈아!”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더니!?”

“역시! 너희가 공고문을 떼간 범인이구나!”

……

분노한 헌터들이 폭풍처럼 몰려들어 칠성파와 규슈 야쿠자를 향해 몸을 던졌다.

“아니, 시발!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칠성파 중간 보스가 절규하는 순간.

몰려드는 헌터들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헌터가 한 명 있었다.

규슈 야쿠자와 칠성파의 정체를 폭로한 목소리, 기린 가면을 쓴 헌터였다.

천문석은 기린 가면을 벗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새로운 가면을 주웠다.

“다음은 너로 정했다.”

씨익 웃은 천문석은 가면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 내고 썼다.

악어 가면, 기린 가면에 이은 이번 가면은 다람쥐 가면이었다.

*   *   *

다람쥐 가면을 쓴 천문석은 난장판이 된 광장을 단숨에 빠져나와 주위를 살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광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했다.

이때 광장을 내려다보는 한 건물이 보였다.

천문석은 바로 왼손을 뻗었다.

차르르륵-

순간 왼팔에 감긴 강철 구렁이가 날아가 테라스 철봉을 휘감았다.

수축하는 강철 구렁이에 몸을 실어 단숨에 5층 테라스 위로 올라간 천문석.

“앗! 아저씨는 누구예요?”

“다람쥐! 오빠! 다람쥐가 왔어!”

테라스에는 5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 남매가 나란히 앉아 난장판이 된 광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너희 이런 폭력적인 거 봐도 되냐? 엄마가 뭐라고 안 해?”

순간 두 꼬맹이의 손이 광장 한곳을 가리켰다.

휘이이이잉-

시바아아악-

치이이익쇼-

거친 바람 소리와 비명이 같이 터져 나오는 그곳.

“덤벼 새끼들아! 한꺼번에 덤벼! 으하하하-.”

어쩐지 눈에 익은 여성 헌터가 양손에 한 명씩 칠성파 조폭과 야쿠자를 잡고 자이언트 스윙을 돌리고 있었다.

“……너희 엄마냐?”

두 꼬맹이는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 신나게 대답했다.

“엄마 맞아요!”

“우리 엄마. 엄청 잘 싸워!”

“아빠도 엄마한테 져!”

“아빠가 그건 비밀이랬잖아!”

“…….”

천문석은 잡낭을 뒤져 두 꼬맹이에게 쇠고기 육포를 하나씩 건네주고, 허리띠에 걸어 뒀던 장난감도 넘겼다.

“……이거 먹으면서 구경해라. 이것도 가지고.”

깜짝 놀라 눈을 반짝이는 두 꼬맹이.

잠시 후 천문석 옆에 앉은 두 꼬맹이는 쇠고기 육포를 입에 물고 새로운 장난감, 물총을 들고 신나했다.

“우히히- 오빠 총이야!”

“크흐흐- 나도 총이 생겼다!”

천문석은 신나하는 꼬맹이들에게 바로 주의사항을 알려 줬다.

“그 물총 안에 최루액 들었어. 엄청 매우니까 사람한테 쏘면 안 된다.”

“왜 준거지……?”

“그럼 어디다 쏴……?”

의아해하는 두 꼬맹이.

천문석은 바로 부연 설명했다.

“혹시 나쁜 사람이 여기 테라스 올라오려고 하면 그때 쏴.”

바로 천문석에게 겨눠지는 물총.

천문석은 깜짝 놀라 외쳤다.

“야, 난 육포 줬으니까. 착한 사람이지!”

“아!”

“아!”

완전히 이해한 두 꼬맹이는 물총을 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넵! 다람쥐 형!”

“알았어! 다람쥐 오빠!”

천문석은 씩씩한 두 꼬맹이와 나란히 앉아 광장의 난장판을 구경했다.

칠성파와 규슈 야쿠자는 여전히 잘 싸우고 있지만.

이제는 몸을 뺄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패싸움이 격화됐다.

이제 계획은 마지막 단계다.

밥은 다됐고, 뜸이 들기 기다리는 과정!

“자 어서 뜸이 들어라.”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갑자기 물총이 광장으로 발사됐다.

찌이익-

찌이이익-

“야, 뭐야!?”

천문석이 깜짝 놀라 묻자, 두 꼬맹이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저 사람 나쁜 놈 같아.”

“맞아. 내가 봐도 나쁜 놈 같아!”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광장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비명.

“흐어억- 매워! 뭐야!?”

“크어억- 칙쇼!”

물총에 맞은 건 칠성파 조폭과 규슈 야쿠자였다!

“뭐야, 너희 어떻게 알아본 거야!?”

깜짝 놀란 천문석이 묻는 순간, 두 꼬맹이는 신난 목소리로 동시에 외쳤다.

“나쁜 놈 구별법!”

“나쁜 놈 구별법!”

“아빠가 가르쳐 줬어!”

“아빠가 가르쳐 줬어!”

“우선 예쁜 사람을 조심해야 해.”

“맞아. 몸이 작고 예쁜데 적극적이면 우선 피해야 하는 거래.”

“혹시라도 밥 사준다고 해도! 절대로 따라가면 안 된대!”

“맞아. 따라가면 진짜 큰일 나는 거래!”

두려운 얼굴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두 꼬맹이.

“그런데. 이거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맞아. 엄마한테는 절대 비밀이야.”

“아빠. 몰래 낚시하러 간 것도 비밀이야.”

“맞아. 걸리면 엄마한테 파워밤 맞거든.”

“…….”

조폭, 야쿠자들에게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 구별법이다.

그러나 두 꼬맹이의 짧은 이야기에는 한 가정의 깊은 비밀이 담겨 있었다.

천문석의 시선이 광장 한쪽으로 향했다.

칠성파 조폭을 상대로 프로레슬링 기술을 펼치고 있는 두 꼬맹이의 엄마, 여성 헌터.

이 여성 헌터는 아이들의 말대로 몸이 작고 여리여리해 보이는 엄청난 미인이었다.

엄청난 미인이 펼치는 기술들.

파워밤, 것 버스터, 자이언트 스윙, 백드롭…….

자기 반도 안 되는 여성 헌터의 화려한 기술에 칠성파 조폭들이 실시간으로 아작이 나고 있었다.

육체 계열 각성자.

게다가 몸놀림을 보니 레슬링과 유술을 익힌 탱커다.

부부싸움이 나는 순간에 상대가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천문석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꼬맹이 아빠를 향해 잠시 기도했다.

그리고 광장을 쓱 훑으며 감탄했다.

“와- 대한민국 헌터들! 저력이 있네!”

이 여성 헌터뿐만이 아니었다.

광장 곳곳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헌터 대부분이 한국계로 보이는 헌터들 특히 육체계열과 무공계열 각성자였다.

육체, 무공 각성자가 딴 건 몰라도 난장판 개싸움에서는 최고였다!

역시 헌터 업계를 선도하는 헌터 강국 대한민국은 패싸움에서도 강했다!

어쩐지 묘한 자부심을 느끼며, 천문석은 마혁진이 있는 방향을 주시했다.

광장 한쪽,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지는 마혁진의 기감!

마혁진은 완전히 난장판이 된 광장을 바라보며 다급히 부하들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그 옆에 자리한 규슈 야쿠자의 간부들도 어떻게든 부하들을 빼내려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 광장에서는 수백 명의 조폭, 야쿠자와 수많은 헌터들이 완전히 뒤엉켰다.

지금 저곳에서 부하들을 빼내는 건 스키피오, 한신이 되살아나도 불가능하다.

결국, 마혁진은 선택해야 했다.

부하들과 함께 싸워 뚫고 나올지.

아니면 부하들을 버리고 홀로 도망칠지.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혁진이 움직이는 그 순간이 뜸 들이기가 끝나고 피날레를 시작할 때였다.

자신이 계획한 이 피날레의 핵심은 게이트 전쟁 때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 한국 헌터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천문석은 시선을 돌려 시청과 헌터 부대 그리고 멀리 보이는 건물을 봤다.

시청의 치안청 기동대.

헌터 부대의 진압 부대.

치안청, 헌터 부대 둘 모두의 구성원 대다수가 헌터 출신이다.

당연히 헌터 업계의 ‘오랜 관행‘을 존중해 줄 거다.

이때 문득 생각나는 또 다른 조연 도를아십니까 길드.

천문석은 도를아십니까 길드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바라봤다.

사무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고 별다른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들 튄 거 아냐?”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사실 이 녀석들은 없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권력자는 무시당하는 걸 참지 못하는 법.

천문석은 자신의 악당 명단에 ‘도를아십니까‘길드를 올렸다.

크크크-

아무 부담 없이 막 부려 먹을 수 있는 악당들을 모아둔 악당 명단.

주호.

엠마 4인조.

도를아십니까 길드.

……

이들 모두가 개성 있고 쓸모가 많은 악당이다.

크크크-

이렇게 천문석이 내심 든든해 할 때.

물총을 들고 예리한 눈으로 광장을 보던 꼬맹이가 말했다.

“오빠. 땅이 흔들리는 거 같지 않아?”

“땅이 흔들려? 사람들이 뛰어서 그런 거 아닐까? 저기 엄마도 막 뛰잖아?”

“그런가?”

꼬맹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난장판이 된 광장의 흥미진진한 모습에 의문을 잊어먹었다.

그러나 난장판이 된 광장 때문에 아무도 느끼지 못했지만.

신동대문의 광장은 지하 먼 곳에서 전해지는 진동으로 미약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쿠르르르릉-

고블린 평야와 신동대문을 잇는 지하 깊은 곳, 이곳에 거대한 지하 도로를 만들며 이동하는 파티가 있었다.

-진동하는 거대 집게로 단단한 땅을 모래처럼 파내는 거대 사슴벌레.

-쏟아지는 흙을 마법으로 압착해 커다란 벽돌로 만들어 통로를 고정하는 황금 풍뎅이.

-깜빡깜빡 졸면서 이 모든걸 감독하는 파티 리더 새끼 다람쥐!

졸고 있던 새끼 다람쥐 니케가 문득 고개를 들어 물었다.

킥, 키킥-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어?’

마법을 펼치던 황금 풍뎅이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띠, 띠디딛, 띠띠띠이이-

니케는 단호히 울었다.

킥, 키키킥-

‘이 방향이 맞다! 더 열심히 파라!’

-……

황금 풍뎅이는 잠시 대답 없이 깜박이다가 열심히 땅을 파는 거대 사슴벌레에게 리더의 명령을 전했다.

띠디디딛-

구으, 구으응-

거의 이틀 동안 쉴 새 없이 땅을 판 거대 사슴벌레는 힘겹게 울었다.

무임금 무노동 원칙이 철저한 스카라베 왕국의 사슴벌레에게 무임금 노동은 너무나 힘겨웠다.

띠디딛-

그리고 이건 황금 풍뎅이도 마찬가지였다.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 두 신입 채권 추심원은 파티 리더의 눈치를 살폈다.

작은 새끼 다람쥐.

파티 리더이자, 채무자는 어느새 다시 졸고 있었다.

-……

-……

자신들에게 이번 일을 넘긴 선배 추심원들은.

추심 대상이 집에 돌아가는 포탈을 저당 잡힌 온건한 성향의 채무자라고 말했다.

쉽고 간단한 일이니 특별히 신입인 자신들에게 맡긴다고 했었는데…….

도토리 숲으로 찾아가서 나무 몇 개 부러트리면, 겁을 먹고 재빨리 밀린 대금을 지급할 거라고 말했는데…….

막상 만난 채무자의 정체는.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케페니안의 차원 용병이었다!

잘못 고용하면 부유한 마법사라도 전투 한 번에 파산한다는 악덕 용병 일족!

상대의 진정한 정체를 까맣게 몰랐던 둘은, 기습 공격을 받는 순간 순식간에 무력화됐다!

그리고 강제로 부하가 됐다.

-영육과 혼백이 세계에서 유리되어 근원으로 돌아가는 고통을 주는 물기 공격!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더라도 반드시 되돌려준다는 복수 명단!

-탐욕스럽게 의뢰비를 쓸어 담는 차원 주머니!

전설에 나온 대로 케페니안 용병 일족은 무시무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으, 구으응-

이때 거대 사슴벌레가 힘겹게 울었다.

띠띠, 띧띠, 띠띠띠-

황금 풍뎅이도 날개를 떨며 힘겹게 대답했다.

축 처지는 거대 사슴벌레의 더듬이.

도토리 숲을 거쳐서 도시를 향해 땅을 파라는 리더의 명령.

그러나 파라는 방향으로 하루가 넘게 땅을 팠는데, 도시는커녕 진작에 나왔어야 할 도토리 숲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지상의 지리에 어두워 길을 잃었던 신입 추심원 둘 다 알게 됐다.

-……

-……

거대 사슴벌레의 더듬이와 황금 풍뎅이의 눈이 졸고 있는 파티의 리더에게 향했다.

‘이 케페니안 다람쥐는 엄청난 길치다!’

그러나 스카라베 왕국의 신입 추심원들은 엉뚱한 곳으로 땅을 파고 벽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리더는 무자비한 폭군이었으니까!

신서울을 목표로 출발한 파티는 점점 신서울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땅을 파는 진동은 멀리멀리 퍼져 나가 난장판이 된 신동대문의 광장을 천천히 울렸다.

리더 – 다람쥐 니케.

마법사 - 황금 풍뎅이.

탱커 겸 딜러 - 거대 사슴벌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재앙이 신동대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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