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26화>
콰아아앙-
염동력 포탄이 맞은편 벽을 때리고.
먼지가 자욱하게 솟아나는 순간.
핑, 피핑-
뻥 뚫린 벽에서 염동력이 실린 포탄이 연이어 쏘아졌다.
천문석은 손에 쥔 두 사람을 놓고 재빨리 강화 해머를 뽑아 휘둘렀다.
깡, 까깡, 깡-
쏘아진 포탄을 쳐낸 후 바로 왼손을 펼친다!
촤르르륵-
강철 구렁이가 두 사람을 낚아채는 순간.
천문석은 골목 좌우의 벽을 잇달아 박찼다.
탁, 타탁, 탁-
순식간에 5층 높이를 지나 땅으로 내려섰다.
“야, 괜찮냐?”
"어, 어어."
호객꾼 헌터가 질린 얼굴로 신음을 흘릴 때.
시야가 돌아온 최설이 외쳤다.
"이게 대체…. 갑자기 왜?!"
상태를 확인한 천문석은 두 사람을 끌고 광장을 향해 달리며 말했다.
"아까 광장 벤치에서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네…? 네!"
최설은 바로 기억을 떠올렸다.
뜬금없이 조연을 부를지 말지 묻던 질문.
"...도와줄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느새 도로를 건너 광장으로 들어선 천문석은 광장 바로 앞 호텔을 가리켰다.
"저기에 도와줄 사람 있다. 저 호텔 1102호! 이름은 엠마! 바로 달려서 엠마한테 이 쪽지를 전해라."
"네? 무슨?"
최설이 반문하는 순간.
"이세기!"
분노한 외침이 골목 안에서 터져 나왔다.
구멍이 뻥 뚫린 비밀 창고 5층 벽.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마혁진이 뛰어내렸다!
휘이익-
마치 줄을 잡고 내려오듯 천천히 떨어지는 마혁진!
마혁진의 전신에서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골목에 자욱한 연기가 단숨에 밀려나고 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엄청난 염동력이었다!
"저기 있다!"
"잡아라! 저기 이세기다!"
그리고 뒤이어 칠성파와 규슈 야쿠자들이 벽에 뚫린 구멍으로 쏟아져 나왔다.
다급한 상황.
"야, 빨리빨리! 움직여!"
천문석은 최설을 인파 속으로 밀어내고, 어느새 광장으로 도망친 호객꾼 헌터를 쫓았다.
순식간에 광장의 인파 속으로 스며드는 천문석.
"거기서라! 이세기!"
뒤를 쫓는 마혁진의 살벌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몸을 낮춘 채 바닥을 기는 호객꾼 헌터를 낚아챘다.
흐어어억-
호객꾼 헌터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내질렀다.
"야, 나야 나! 정신 차려!"
“이세기!!”
천문석을 알아본 호객꾼 헌터가 억울함을 담아 버럭 소리 질렀다.
"아니!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당신 때문에 제가 오늘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 줄 아세요!! 제발 저 좀 내버려 두세요!!"
"뭐야, 너희도 아무한테나 말 걸잖아! 허락받고 말 거는 거 아니잖아? 역지사지 몰라? 원인은 너희가 제공한 거야!"
'지금 우리가 자기한테 말 걸어서 이 모든 일이 생겼다는 거야?!'
호객꾼 헌터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울분이 치솟았다.
이세기, 이 새끼랑 엮여서 조폭들에게 잡혀 죽도록 얻어터졌다!
그런데 정작 그 원인 제공자가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
"야, 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려 할 때.
휙-
멱살을 낚아채 바닥으로 끌어 내린다.
"쉿!"
강압적인 외침에 숨소리를 죽인 순간.
느껴졌다.
두두두-
광장을 달리는 사람들의 발소리!
그리고 창고에서 몇 번이나 겪은 염동력자 특유의 짓누르는듯한 살기!
"뒤에 마혁진 붙었다. 조용히 해라."
천문석은 호객꾼 헌터의 멱살을 잡고 엎드린 채 바닥을 밀었다.
어깨, 옆구리, 골반을 타고 흐르는 내기와 바닥의 외기를 반발시켜 스케이팅을 타듯 광장을 미끄러진다.
주르륵, 주르루륵-
바퀴 달린 롱보드를 탄 것처럼 광장 바닥을 미끄러지는 천문석과 호객꾼 헌터!
"까야아!"
"흐어어억!"
"이 새끼들 뭐야!?"
빠른 속도로 바닥을 미끄러지는 두 사람 때문에 광장 곳곳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마혁진이 천문석을 마지막으로 본 곳에 도착했을 때는 두 사람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형…. 길드장님!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당연히 이세기 그 새끼를 잡아야지!!"
이성을 잃은 마혁진이 버럭 소리 지르는 순간 칠성파 조폭 헌터들이 찔끔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샅샅이 훑어라!"
“보통놈이 아니다! 혼자 움직이지마라!”
이때 어느새 광장 중앙까지 도망친 천문석은 몸을 숙인 호객꾼 헌터를 밟고 일어나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분노로 시뻘게진 얼굴로 광장을 노려보는 마혁진.
무리 지어 헌터들을 헤집는 칠성파와 야쿠자의 조폭 헌터들이 보였다.
이들의 손에 들려있던 총은 어느새 사라진 상황.
역시,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광장으로 총을 들고나오지는 않았다!
약간의 착오가 있었지만 바로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면 된다.
천문석은 엎드린 호객꾼 헌터의 팔을 잡아 일으켜 광장의 인파 속을 재빨리 스며들며 말했다.
"너희 길드가 당장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네? 절대 안 합니다! 이제 각자의 길을 가죠!"
온종일 고생한 호객꾼 헌터가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설득을 시작했다.
"협조 안 하면 쟤들한테 도를아십니까 길드가 나랑 한패라고 외친다."
"...!"
호객꾼 헌터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뭐야, 이 새끼는!
지금 자신 때문에 온종일 두들겨 맞은 사람을 협박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시발! 우리 오늘 처음 봤잖아!?"
습관처럼 붙이는 영업용 존댓말조차 버리고 분통을 터트리는 호객꾼 헌터.
탁-
천문석은 분노한 호객꾼 헌터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친근하게 미소지었다.
"30분에 3번 말 걸었을 때부터 우리는 이미 친한 사이인 거야. 그러게 누가 먼저 말 걸래?"
“...!”
호객꾼 헌터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혔다.
3년이 넘게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런 미친 새끼는 처음이었다!
1세대 헌터에게 모르고 말을 걸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순간 다시 한번 들려오는 친근한 목소리.
“그렇지 않냐? 친구? 카캬카-”
"친구?!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이잖아!"
호객꾼 헌터가 반사적으로 외쳤지만, 천문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쟤들이 그 말을 믿겠냐?"
"...와, 와. 와!"
호객꾼 헌터가 억울함에 연신 가슴을 두들길 때. 천문석은 재빨리 말했다.
"한 가지 일만 해주면 아무 말도 안 할게.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먼저 하겠다고 할걸?"
"...뭔데?"
결국, 호객꾼 헌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천문석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간단한 거야. 지금 당장 너희 길드 애들 모조리 끌고 광장으로 와서 이렇게 외쳐라."
"..."
"칠성 길드 마혁진이 공고문 도난 사건의 진짜 범인이다!"
* * *
호객꾼 헌터가 떠난 후, 천문석은 어느새 가면을 바꿔 쓴 채 광장 벤치를 밟고 일어서 있었다.
높은 곳에서 주위를 살피는 천문석.
기린 가면을 쓴 천문석의 눈과 기감에 광장 곳곳을 훑는 칠성파와 야쿠자들이 잘 보이고 느껴졌다.
무리 지은 칠성파 헌터들이 광장의 인파 사이를 훑으며 악어 가면을 쓴 사람을 찾고.
규슈 야쿠자들은 광장 가장자리를 막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마혁진은 어느새 염동력을 갈무리한 채 부하들에게 연신 지시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고 있는데도 마혁진의 깊은 빡침과 고뇌가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잡아서 요절내고 싶은 마음과 그냥 몸을 뺄까 하는 고뇌가 뒤섞인 모습!
그러나 광장에 칠성파 헌터들이 쫙 깔린 지금은 선택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천문석은 광장 벤치에서 내려와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시작이다!
우득, 우드득-
가볍게 목과 어깨, 손발을 풀고.
아, 아아-
목을 가다듬는다.
광장 벤치에 앉아서 협상을 기다리던 한 시간.
천문석은 각성한 몸 상태를 확인하고 영맥을 움직이며 여러 준비를 했다.
그때 준비한 것 중에, 지금 이 순간 딱 맞는 기술이 있었다.
마침내 각성하여 외기, 영맥을 움직일 수 있기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육합전성(六合傳聲).
사방에서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는 기술.
전음입밀(傳音入密).
특정한 사람에게 소리를 전하는 기술.
여기에 약간의 응용을 더 한다.
기감을 퍼트려 멀리 광장 한곳에 마음을 두고.
마음을 둔 곳에 있는 기가 영맥의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 순간.
이 외기와 내기를 전법륜인의 수인으로 잇는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전법륜인의 수인으로 내기와 외기가 이어질 때.
천문석은 내기에 목소리를 실어 '전음입밀'의 기술로 쏘아 보냈다.
그리고 외기에 닿는 순간.
'육합전성'으로 쏘아진 목소리를 터트린다!
‘전음입밀, 전법륜인, 육합전성.’
세 기술을 사용해서 터트린 목소리가 광장 한쪽에서 울려 퍼졌다!
"여기에 이세기가 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소리가 터져 나온 곳을 향해 사방에서 달려드는 칠성파 헌터들!
"비켜주세요!"
"앞에 좀 비켜요!"
이들은 광장에 가득한 헌터들 사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 다시 한번 들려오는 외침!
"야, 빨리빨리 움직여! 이세기가 도망친다!"
"좀! 비켜주세요!"
“지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야! 모두 이곳으로 달려와!"
...
다급한 마음에 헌터들을 밀치고 달리기 시작하는 칠성파 헌터들!
천문석의 기감에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모여드는 칠성파 헌터들이 느껴졌다.
이때가 절정, 다급한 외침을 터트린다!
“내가 잡았어! 빨리 뛰어와!! 곧 놓친다!”
"으어어어! 이세기 이 새끼 왜 이리 힘이 세?!"
으아아악-
"달려라!"
"좀! 비켜요!"
"밀어, 밀고 달려!"
"야, 급해! 반대쪽! 반대쪽 막아!"
괴성을 지르며 전력 질주하는 칠성파 헌터들!
그리고 인파로 가득한 광장에서 전력 질주하면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광장에 가득한 헌터들과 무리 지어 달리는 칠성파 헌터들이 충돌했다.
가벼운 충돌에서 무거운 충돌까지.
"뭐야!? 누가 광장에서 뛰어!"
“야, 조심해서 다녀!”
“시바- 발, 발 밟았잖아!”
...
충돌의 순간마다 칠성파 헌터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지나가겠습니다!"
"정말 급해서 그렇습니다!"
조폭답지 않은 공손한 모습이지만 이게 당연했다.
상대도 조폭 못지않게 거친 헌터들이다.
게다가 지금도 눈에 불을 켜고 칠성파를 찾고 있었다.
혹시라도 정체가 밝혀지면 쉽게 끝나지는 않는다.
이때 소리가 들려오던 위치가 변했다.
"놓쳤다! 야 여기 앞이야! 앞에 이세기 도망친다! 빨리 와!!"
"시바 어느새!"
"빨리 따라가!"
"뒤에 따라붙어!"
...
칠성파 헌터들은 빠르게 이동하는 목소리를 향해 최선을 다해 공손히 인파를 헤치고 모여들었다.
"...무슨 조폭이 저렇게 몸을 사려! 하, 이거 싸움이 나야 하는데…."
이 모습을 보던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작은 체구의 여성 헌터가 버럭 소리 지르는 게 보였다.
“거기 덩치들! 한 줄 몰라? 한 줄! 한 줄로 걸어 다녀!”
칠성파 헌터의 반도 안 될 것 같은 여성 헌터의 외침.
그러나 각성력을 다루는 헌터는 외형이 다가 아니었다.
약해 보이는 외형으로 화를 낸다면 오히려 실력자란 의미.
칠성파 헌터가 재빨리 고개 숙여 사과하려는 순간.
"뭐?! 이 쬐깐한 년이 미쳤나!!"
칠성파 헌터에게서 갑자기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나?”
여성 헌터는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자신을 가리켰다.
“지금 나한테 한 말이야?”
"아니! 이건 제가 아니라…."
칠성파 헌터가 다급히 해명하려 할 때.
다시 한번 터진 외침.
"당연하지! 너무 작아서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냐!?"
순간 여성 헌터의 나긋한 손이 칠성파 헌터의 옷깃을 잡더니.
“뭐, 이 씹새야?”
육체 각성자의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단숨에 끌어당겨 아구창을 날리고 집어 던진다!
콰아아앙-
첫 일격에 기절한 칠성파 헌터는 광장을 날아 한 거구의 헌터와 뒤엉켰다.
쿵, 으어엇-
거구의 헌터는 엄청난 힘에 광장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뭐야?! 이 새끼는! 누가 사람을 던져!"
거구의 헌터가 몸을 일으키며 버럭 소리 지르고.
칠성파 헌터를 날려버린 여성 헌터가 손을 들어 흔들었다.
"어, 그거 나야 미안하다! 그 새끼가 뛰지 말라니까 욕을 하잖아?!"
거구의 헌터는 작은 체구의 여성 헌터를 한눈에 알아봤다.
체구는 작지만,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육계 계열 각성자!
얼굴이 창백해진 거구의 헌터는 당장 고개를 숙이고 분노의 대상을 바꿨다.
"아유- 그러면 당연히 화가 나죠. 잘하셨습니다. 이 새끼들아! 왜 광장에서 뛰어다녀! 걸어다냐!"
"죄송…할 것 같냐? 내가 뛰든 말든 뭔 상관이야! 새끼야!? 너나 기어 다녀라. 덩치 새끼야!"
이 순간 고개 숙이던 칠성파 헌터의 입에서 다시 한번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어, 이거 내가 한 게 아니…."
순간 단숨에 칠성파 헌터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는 거구의 헌터!
"하, 이 새끼가 뭐라고?!"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생겼다.
오해를 풀려 할 때마다 칠성파 헌터들에게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설과 도발!
"눈 안 까냐 확 마!"
"야! 빨리 비켜라. 이 굼뜬 돼지 새끼야!!"
"우리가 한 말이 아니…지 않고 맞다! 하하하- 주먹이 꼬맹이보다 못하구나!?"
...
당연히 분노한 헌터들의 주먹이 날아왔고, 정체를 숨긴 칠성파 헌터들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으악, 으아악-
컥, 커억, 크어억-
그러나 일방적인 폭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으아악-
"그냥 때려눕혀!"
“더는 못 참는다!”
"그냥 박살 내버려! 시발!"
인내심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칠성파 조폭 헌터들이 마침내 폭발했다!
"이 새끼 뭐야?!"
"와라. 아작을 내주마!"
꺼어억-
휘이익, 쾅, 쾅-
곧 광장 곳곳에서 비명과 욕설, 거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칠성파 조폭 무리와 일반 헌터들이 하나둘 싸우기 시작했고, 한번 싸움이 일어나자 싸움의 규모는 순식간에 커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광장에 모인 헌터들 모두가 은밀한 기대를 품고 모인 헌터들이었다.
헌터들은 기대하던 싸움이 일어나자 반색하여 칠성파 조폭들에게 몸을 던졌다.
광장 전체로 싸움이 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넓은 광장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 이 난장판을 만든 천문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칠성파 놈들. 조폭답지 않게 공손해서 큰일 날 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