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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22화 (22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22화>

마혁진은 고심했다.

창천검 이세기란 거물의 계획대로 삼합회는 분노한 헌터들에게 작살이 나고 있는 상황.

이세기의 의도를 모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삼합회의 최 선생은 어떻게 행동할까?

끝까지 의리를 지켜 입을 다물까.

아니면 칠성파, 규슈 야쿠자의 이름을 불까.

의문을 품는 동시에 마혁진은 피식 웃었다.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칠성파가 작살이 날 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면 되니까.

피를 흘릴 각오를 하면 구심점 없는 헌터 군중을 쉽게 흩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치안청의 보안관, 헌터 부대가 출동해서 모조리 쓸어버린다.

결국, 인명 피해가 나지 않는 선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머릿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삼합회가 아무리 수백 명의 조직원이 있어도, 신동대문의 수많은 헌터들과 싸워 이길 수는 없다.

그리고 두들겨 맞다 보면 결국은 무슨 말이든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눈앞의 도를아십니까 녀석들처럼.

이때 중간보스 김기철 팀장이 마혁진에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밖에 헌터들 어떠냐? 많이 빠졌냐?”

함께한 시간이 5년이 넘는다.

척하면 척.

마혁진의 질문에 김기철 팀장은 바로 대답했다.

“삼합회 사무실을 찾았다는 외침이 들려온 후에 광장의 헌터들이 쫙 빠졌습니다. 튈려면 지금입니다.”

띠리리리-

이때 창고에 설치된 전화가 울렸다.

“삼합회의 최 선생님 사무실에서 전화입니다!”

삼합회의 최평!

분노한 헌터들의 타겟이 된 삼합회에서 전화가 왔다.

마혁진은 잠시 고민했다.

지금까지는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해서 최평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 파악은 끝났고, 도망치려면 삼합회가 미끼가 된 지금이 적기다.

그러나 삼합회는 뒤가 튼튼한 조직이다.

혹시라도 배신했다는 의혹을 남기면 두고두고 후환을 남기게 된다.

고민하던 마혁진은 전화를 받았다.

“마혁진입니다.”

-……

대답 없는 전화.

마혁진이 불길한 예감에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생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반갑다. 네가 시청 공고문 떼간 진짜 범인이라며? 칠성파 마혁진?

마혁진은 직감했다.

이 모든 일의 배후 조종자.

이세기!

그가 직접 전화를 했다!

*   *   *

뚜득, 뚜드득-

엉망이 된 삼합회 사무실, 천문석은 손가락 관절을 꺾으며 불량하게 말했다.

“칠성파, 규슈 야쿠자. 전화번호 불어라.”

“…….”

“…….”

그러나 최평과 최설 둘은 굳게 입을 닫고 있었다.

“야, 어차피 다 말해놓고! 이제 와서 왜 입을 다무는 건데? 원래 한국에서는 빨리빨리 가 기본이야! 어차피 다 불게 돼 있으니까 빨리 끝내자. 나 바쁘다!”

“저…….”

최설이 입을 열려는 순간, 손을 움켜쥐는 최평.

최평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하-

천문석은 이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손에 떨어진 순간, 어차피 모조리 다 불게 돼 있었다.

인성과 마음이 사라진 마인조차 질질 짜며 엄마를 찾게 만든 게 전생 천마의 심문 솜씨다.

아니 본격적인 심문을 할 필요도 없었다.

전법륜인으로 대요마의 심상을 전하기만 해도 공포에 질려 모든걸 말할 것이다.

그러나 칠성파 보스, 야쿠자 보스를 한곳에 모아 깔끔하게 처리하려면.

눈앞에 있는 삼합회 보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했다.

‘하, 얘는 또 어떻게 구슬리지?’

천문석이 최평을 보며 머리를 굴릴 때.

최평과 최설은 수화로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

‘……마석으로 매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비밀금고의 100억원대 마석을 모두 안겨 주면?’

최설의 수화에 최평은 바로 손을 그었다.

‘안 될 말! 저 정도 고수의 드높은 자부심은 돈 따위에 넘어가지 않는다! 마석으로 매수하려 하면 오히려 모욕이라고 느낄 것이다!’

최설은 문득 고개를 돌려 악어 가면을 쓴 이세기를 봤다.

부서진 사무실 한가운데 우뚝 선 창천검 이세기.

이세기는 창천검(蒼天劍), 이 말 그대로 창천, 끝없는 푸른 하늘처럼 고고한 기세를 뿌리고 있었다.

너무나 고고하여 뇌물을 먹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모습.

이세기는 진짜로 수백억의 마석조차 하찮은 돌덩이처럼 여길 것만 같았다.

최설은 암담함을 느꼈다.

뇌물은 먹히지 않고.

삼합회의 헌터들 대부분도 아작이 났다.

게다가 이곳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남중국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원하는 대로 칠성파와 규슈 야쿠자의 전화번호를 넘기고.

이세기 이자가 칠성파와 규슈 야쿠자를 찾아가면 이번 일의 모든 전모를 알게 된다.

시청 공고문 사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폭탄.

고블린 평야 몬스터 웨이브의 진실을!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안 된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분노한 헌터 무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신동대문을 뒤지고 있었다.

이들이 칠성파와 규슈 야쿠자를 찾으면 자신들의 쓸모는 다한다.

최설이 결심을 끝내고 무언가 말하려 할 때.

“저…….”

딱-

생각을 끝낸 천문석은 손가락을 튕겼다.

천문석은 의자를 들고 최평과 최설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협상하자.”

“조건이 있습니다…….”

최설이 대답하는 순간, 천문석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야, 됐고. 우선 내 이야기 다 듣고 말해라.”

“…….”

“솥을 받치는 다리가 셋 있어. 그런데 하나가 짧아지면 어떻게 되겠냐?”

최평과 최설이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보는 순간, 천문석은 친절하게 말을 이었다.

“당연히 솥은 다리가 짧아진 쪽으로 기울어지겠지?”

“설마……!”

무언가 깨달은 최평이 침음성을 흘릴 때 천문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합회가 약해지고 균형이 기울면. 칠성파, 야쿠자들이 너희가 회복할 때까지 신사적으로 기다릴까? 아니면 날름 집어삼키려 할까?”

천문석은 최평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조직을 운영해 봐서 이쪽 생리를 잘 아는데. 삼합회만 약해지면 안정적이지 못해. 칠성파, 야쿠자들이 같이 약해져야 솥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 그렇지 않냐?”

최평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후에는 약해진 삼합회, 칠성파, 야쿠자를 한 번에 잡아먹으려고 하십니까?”

천문석은 엉망이 된 사무실을 쓱 훑고 피식 웃었다.

“잡아먹는다고? 너희는 이제 계륵도 안 돼. 어차피 망한 거야. 비밀 사무실도 걸렸고, 공고문 사건으로 평판도 최악으로 떨어졌어.”

“…….”

“한국 헌터 업계 폐쇄적인 거 알지? 내가 장담하는데 너희 이제 헌터 용품은커녕 화장지, 쌀 같은 생필품 사는 것도 힘들 거다.”

“…….”

“그건 오해에서……!”

최평이 침묵하고, 최설이 설명하려는 순간.

천문석은 붉은 화살을 꺼내 흔들었다.

“그러니까 그 오해를 푸는 게 안 된다니까. 오해를 어떻게 풀건대? 아, 사실은 이 화살로 공고문 뗀 게 아니라,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려고?”

몬스터 웨이브!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최평과 최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 자는 모든걸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얗게 질린 두 사람을 보며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삼합회, 칠성파, 야쿠자.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천문석이 보기에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음모는 이렇게 꾸미는 게 아니다.

시작은 언제나 진심(眞心).

제대로 된 음모가는 자기 뜻을 대의에 싣고, 작은 이득을 과감히 포기하여 명분을 앞세워야 한다.

대의명분(大義名分).

이 고루하기까지 한 단어야말로, 진정한 음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이었다.

그리고 진정 마음이 움직인 사람은 대의에 그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런 이들이 수없이 모이면 역사가 움직인다.

하찮은 음모와는 결을 달리하는 천하를 움직이는 대계!

문득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천검, 이세기.

전생의 이세기가 대의명분으로 무림의 힘을 하나로 모아 강호의 역사를 바꿨었다.

‘하- 그러고 보면 이세기가 얼굴만 잘생긴 건 아니란 말야…….’

더럽게 잘생긴 얼굴.

대의명분 그 자체인 행동.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직감.

맺고 끊는 게 단호한 호쾌한 성격.

거침없는 일 처리에서 묻어나는 카리스마까지!

천검 이세기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사기 캐릭터였다.

만약에 이세기가 미디어가 발달한 이 시대에 떨어진다면.

대통령, 총리, 국방위원장, 왕 명칭이 뭐가 됐건 순식간에 절대 권력자가 될 것이다.

이세기는 더럽게 잘생긴 얼굴로 여인의 마음을 훔치는 전문가이자.

대의명분으로 사람들을 홀리고 천하를 훔치는 진정한 음모가였다.

천문석은 절로 안도의 웃음이 지어졌다.

이세기, 이 새끼야말로 모든 권력자의 고통이자 민주주의의 적. 그리고 무엇보다 솔로들에게 악몽이었다!

이때 들려오는 최설의 조심스러운 목소리.

“저기…….”

딴생각에 빠져 있던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너희가 생각할 것은 하나야! 어떻게 안전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여기서 도망치느냐? 그렇지 않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최설.

천문석은 최설과 최평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런데 그냥 도망치는 것보다 뒤에 미끼를 남겨 두는 게 좋지 않겠냐? 겸사겸사 나중을 위해서 경쟁 상대의 발도 좀 걸고? 어때?”

“…….”

최평은 생각에 잠겼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상대는 자신의 목줄을 잡은 엄청난 고수다.

이 고수는 공고문 사건뿐 아니라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었다.

지금 그 고수가 어째선지 살길을 열어 주고 있었다.

결국, 최평은 악어 가면을 쓴 고수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잘 생각했다. 별로 어렵지는 않을 거야. 그냥 몇 마디 말만 하면 되거든. 우선은…….”

천문석은 악어 가면 뒤에서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

계획을 들은 최평은 규슈 야쿠자의 비밀 사무실, 규슈 연합으로 전화를 걸었고, 후세 변호사가 아닌 새로운 대리인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천문석은 전화기를 건네받아 도발했다.

-“야, 너희가 시청 공고문 뗀 범인이라며? 규슈 야쿠자, 규슈 연합이라고?”

-……

-“잠깐 기다려 봐. 여기 삼합회 최평있다. 자세한 건 최평이 설명 할 거야.”

최평은 전화기를 다시 건네받아 천문석의 계획대로 말을 이었다.

-“방금 대화한 이가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을 계획한 ‘이세기‘입니다. 이세기가 우리 셋과 협상을 하려 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칠성파 마혁진.

-“네. 이세기 본인 맞습니다. 지금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마 선생.”

순식간에 삼합회와 칠성파, 야쿠자 그리고 이세기 넷의 협상이 결정됐다.

협상 장소는 칠성파의 비밀 창고!

천문석은 바로 협상 장소로 출발했다.

그리고 비밀 창고로 걸어가는 천문석 옆에는 삼합회의 최설이 안내인 겸 인질로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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