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18화>
“박살 내자!”
“아작내자!”
와아아아아-
천문석은 헌터 웨이브에 떠밀려 가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금이야 성난 헌터들이 폭풍처럼 진군하지만.
이들 중에 삼합회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살벌한 외침과 달리 목적지를 모르는 헌터들은 하나둘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어느새 주변에 있는 헌터는 중국계 헌터 20여 명이 전부.
천문석은 직감했다.
결국, 이 헌터 웨이브는 흐지부지될 거다!
‘하- 다행이네.’
천문석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저기다!”
“저기에 삼합회 사무실이다!”
한 헌터가 외쳤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건물 창에 커다랗게 붙어 있는 이름.
[삼합(三合) 길드]
“삼합 길드, 삼합회! 저기였구나!”
중국계 헌터들을 이끌던 이심이 탄성을 터트리더니 외쳤다.
“형제들! 저기가 삼합회다! 단숨에 끝장내자!”
우와아아아-
환호성을 지르더니 일제히 건물 입구로 달려가는 중국계 헌터들!
“야! 잠깐! 정지! 삼합회가 멍청이도 아니고 삼합 길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리 없잖아!?”
천문석이 다급히 외쳤으나 성난 헌터들은 순식간에 셔터가 내려진 건물 입구에 달라붙었다.
“열어라!”
철컹, 철컹-
“이거 잠겼는데!”
“강화 셔터?”
“아냐! 그냥 일반 철제 셔터다!”
“자물쇠도 일반 자물쇠다. 그쪽 자물쇠 부숴라!”
쾅, 쾅, 쾅!
광기 어린 헌터들이 셔터에 달린 자물쇠를 때려 부수고 있었다.
“야, 그만! 잘 생각해 보라니까! 여기가 삼합회일 리가 없잖아!?”
천문석이 다시 한 번 외쳤으나, 헌터들은 들리지 않는지 몽둥이와 두꺼운 방패를 연신 내리찍었다!
완전히 눈이 돌아간 모습!
“이심! 이심 어디 있어!?”
천문석이 중국계 헌터들의 리더, 이심을 부르는 동시에.
쿵, 쿵, 쿵, 쿵-
건물 안쪽에서 다급히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문석은 얼굴이 확 밝아졌다.
오해를 풀어 줄 사람들이 오고 있구나!
“야, 사람 나오잖아! 기다려 봐! 우리 합리적인 대화로…….”
순간 계단을 뛰어내려온 사람들이 외쳤다.
“어떻게 우리 사무실을 찾았냐!?”
“하- 어떤 새끼가 정보를 흘린 거야!”
“삼합회로 쳐들어오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
……
“어……?”
순간 천문석의 시선이 건물 유리창으로 향했다.
삼합 길드…….
진짜 삼합회였던 거야!?
“이런 어이없는 새끼들!”
천문석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차르르릉-
셔터 잠금장치가 박살 나고 단숨에 들어 올려졌다.
으아악-
“아작내자!”
“박살 내 버리자!”
순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가는 헌터들!
그러나 삼합회의 조폭 헌터들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진압용 방패를 잇달아 붙이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틀어막고 있다.
쿵, 쾅, 쿵, 쿵-
산발적인 공격을 방패로 막고.
“끊어서 밀어라!”
조장이 명령하는 순간.
악, 악, 악-
기합을 지르며 일제히 방패를 밀어냈다.
으어억-
방패를 얻어맞고 밀려나 계단을 구르는 헌터들!
이때 밀려나는 헌터들 사이로 한 헌터가 뛰어들어갔다.
호리호리한 체형의 마탄 각성자, 이심!
이심은 단숨에 파고들어 권총을 꺼내 들었다.
“이런 미친놈! 사람한테 마탄을 쓰면……!?”
경악한 삼합회 헌터가 외치는 순간.
쾅, 쾅, 쾅-
이심은 권총을 망치처럼 잡고 발을 내리찍었다.
삼합회 헌터들 대다수가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상태.
끄어억-
급작스러운 고통에 허리를 숙이는 순간.
이심은 외쳤다.
“야! 엉겨 붙어서 당겨! 밀지 말고 방패를 당겨서 끌어내라!”
우와아아아!
밀려나고 계단을 구르던 헌터들 뒤에서 튀어나온 헌터들이 방패를 잡고 늘어졌다.
“놔! 이 새끼들아! 이아악-.”
“놓긴 뭘 놔! 으아악-!
방패에 달라붙어 안간힘을 쓰는 헌터들!
그러나 여전히 계단 위 유리한 지형을 선점한 삼합회 헌터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 시바! 이걸 못 뚫네! 공기총이라도 가져올걸!”
이심이 탄식할 때.
누군가 외쳤다!
“야, 모두 준비해! 내가 길 뚫는다!”
“어?”
번개같이 이심 앞으로 튀어 나가 계단 난간을 밟고 달리는 헌터.
이심은 한눈에 알아봤다.
천문석!
“야! 저기 막아! 난간!”
삼합회 헌터가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천문석은 난간을 밟고 달려 방패 벽 뒤로 빠져나갔다.
“이심! 인원 뒤로 빼라!”
천문석의 외침이 터진 순간.
이심은 반사적으로 명령했다.
“뒤로! 뒤로 빠져!”
방패를 잡고 늘어지던 헌터들이 다급히 방패를 놓고 물러설 때.
이야얍!
천문석은 번쩍 몸을 띄워 계단 아래로 몸을 날렸다.
몸을 낮춰 무개중심을 잡던 삼합회 헌터의 등으로 쏘아진 드롭킥!
한 놈이 비틀거리다가 무너진 순간.
“어, 어어!?”
우르르르-
다른 놈들까지 연쇄적으로 균형이 흔들렸다.
“으어어어!?”
이때 오금을 밀어 차는 천문석의 킥!
타악, 타악, 탁-
순식간에 삼합회 헌터들은 계단을 굴렀고, 헌터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몸을 던졌다.
“야! 이 새끼들아 공고문을 왜 떼가!”
“너희들 때문에 허탕 쳤잖아!?”
“빌어먹을 새끼들아!”
으아아악-
그동안 쌓인 원한에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는 헌터들!
“……!”
헌터들의 외침에 천문석은 찔끔했으나 이미 기호지세!
분노한 군중, 호랑이는 삼합회를 먹잇감으로 찍었다.
그렇다면 분노한 호랑이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먹잇감 앞으로 인도해야 했다!
“나를 따르라!”
천문석은 당당히 외쳤고, 이심이 즉각 호응했다.
“가자 형제들! 우리 함께 삼합회를 아작내자!”
우와아아!
헌터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고 천문석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바로 위층, 사무실 입구를 가린 잠겨진 철문이 나타났다.
기세를 탄 순간 단숨에 몰아쳐야 한다!
선두에서 달리는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을 끌어올리며 둔보(鈍步)를 밟았다.
느리게 더 느리게!
둔보, 느린 발걸음에 힘을 쌓고 무게를 더하고 내력을 굴려 담는다!
마치 무거운 짐이라도 진 것처럼.
돌진하는 천문석의 속도가 확확 깎였다.
그으으윽-
엄청난 힘과 무게에 느려진 발걸음이 바닥을 긁는 순간.
천근의 힘과 무게, 내력을 담은 주먹을 뻗는다!
“야! 철문!”
이심이 다급히 외치는 동시에.
둔보로 모은 힘과 무게, 내력이 실린 주먹이 철문에 닿았다!
콰아아앙, 앙, 앙, 앙-
미친 듯이 진동하는 철문!
쿠르르르-
새하얀 시멘트 가루가 철문 가장자리에서 솟구치고 잠시 후.
끼이이잉-
쇠 갈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틀째로 철문이 넘어갔다!
콰아앙-
철문이 통째로 사라지고 직사각형의 뻥 뚫린 구멍이 나타났다!
“모두 가자!”
천문석은 단숨에 뛰어들어갔고, 뒤늦게 도착한 헌터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뒤를 따랐다.
우와아아아-
“가자!”
“박살 내자!”
“공고문은 왜 떼어가!”
……
구멍을 통과하자 연기가 자욱한 사무 공간이 나타났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주위를 훑었다.
사무실 안쪽!
삼합회 헌터들이 커다란 금속 쓰레기통에 서류를 쏟아부어 태우고 있었다!
“……!”
이때 천문석의 촉이 움직였다.
음모, 모략, 귀계.
뒤통수 치는 게 일상인 마도 18문을 완전히 장악했던 전생 천마의 감각이 말한다!
‘지금이 분노한 호랑이들에게 먹잇감을 던져 줄 때라고!’
천문석은 벼락같이 외쳤다.
“저기 삼합회 놈들이! 훔친 공고문을 태우고 있다!”
* * *
천문석이 외친 순간 끓어오르던 기름이 폭발했다.
“이런 개새끼들!”
“너희가 진짜 범인이었구나!”
“딱 잡았다! 이런 쌍놈의 종자들!”
으아아아악-
책상과 의자, 캐비닛과 서류!
눈에 보이는 모든걸 던지며 달리는 헌터들!
순식간에 사무실은 난장판이 되고 개싸움이 벌어졌다.
이때 천문석은 재빨리 사무실 안을 달리며 보이는 문을 모두 열었다.
서류와 사무용품, A4지 비품이 쌓인 창고!
갖가지 할로윈 가면과 폭죽이 쌓인 방!
팀장이라는 명패가 붙은 개인 사무실!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좀처럼 천문석이 찾는 곳이 나오지 않았다.
커어억-
이때 방패를 든 탱커에게 얻어맞고 튕겨 나오는 삼합회 헌터가 보였다.
천문석은 재빨리 삼합회 헌터를 낚아채고 탱커에게 외쳤다.
“야, 얘는 내가 때릴게!”
“어, 너는! 알았다!”
천문석을 알아본 탱커가 다른 삼합회 헌터를 때려 주려 달려가는 순간.
“고마…… 고맙다…….”
삼합회 헌터는 제정신이 아닌지 자신을 낚아챈 천문석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는 됐고. 여기 제일 높은 사람 어디 있어? 급하니까 빨리 말해라!”
“어? 너 이 새끼……!?”
삼합회 헌터는 뒤늦게 초점이 돌아오고 천문석이 동료가 아니란 걸 알아봤다.
“야, 그냥 빨리 말해! 어차피 말하게 돼 있어!”
“하- 이런 미친 새끼!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뒷감당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얼른 대답부터 하라니까! 나 진짜 급하다!”
천문석이 소리 지르는 순간.
삼합회 헌터는 비웃었다.
“하- 새끼! 너 얼굴 내가 봐 뒀다! 조만간…….”
따아악-
순간 천문석은 최고출력 전법륜인 딱밤을 갈겼다!
파드득-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이 뻣뻣하게 굳는 삼합회 헌터의 몸과 팔다리!
삼합회 헌터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파르르 떨 때, 천문석은 딱밤을 연속으로 갈기며 외쳤다.
“뭐 얼굴을 기억해? 하- 새끼! 너 얼굴 까먹으면 말해라!”
따악, 따악, 따아악-
5번째 딱밤이 이마에 떨어졌을 때.
득음이라도 하듯 괴성을 지르며 외치는 삼합회 헌터.
크아아악-
“기억 안 나! 다 잊었어!”
“존댓말 새끼야!”
따아악-
끄억, 끄어억-
삼합회 헌터는 고장 난 수도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며 다급히 외쳤다.
“하나도 기억 안 납니다! 헌터님의 존안이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아니,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눈을 꼭 감고 연신 도리질을 치는 삼합회 헌터.
“하- 이런 새끼들은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리다가 깨달았다.
아차, 예의를 가르쳐 주다가 처음 목적을 깜빡했다!
“야! 급해! 여기 제일 높은 사람 어디 있어!?”
삼합회 헌터는 즉각 대답했다.
“위, 위! 꼭대기 층에 있습니다!”
천문석은 삼합회 헌터를 던져 버리고 재빨리 계단으로 달렸다.
문득 발에 채는 할로윈 악어 가면!
잘됐다!
천문석은 재빨리 악어 가면을 쓰고 사무실을 달렸다.
개싸움으로 완전히 난장판이 된 사무실!
사무실에 가득한 헌터들은 주먹과 방패, 몽둥이를 휘두르며 손에 잡히는 모든걸 집어던지고 있었다.
휭, 후웅, 차르륵, 콰아앙-
펜, 의자, 서랍, 서류철, 책상!
천문석은 사방에서 날아오는 물건들을 재빨리 피하며 헌터 사이사이로 달렸다.
이때 위압적인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방패!
후으으응-
“어딜 가냐! 새끼야!”
천문석은 재빨리 뒤로 뛰어 타격력을 죽이고 가면을 들어 보였다.
“야, 나야 나!”
“어, 너 웬 가면이야?”
가면 아래 드러난 얼굴을 보며 의아해하는 탱커.
“삼합회 보스를 아작내줄 생각이거든!”
“……어? 와! 이 간 이 배 밖으로 나온 녀석 같으니라고!”
중국계 탱커는 탄성을 지르다가 엄지를 번쩍 치켜세웠다.
“삼합회 보스 만만치 않을 거다! 한 번에 같이 들이치자!”
절대 안 될 말!
같이 갔다가 삼합회 보스가 엉뚱한 소리라도 하면 큰일이다.
먼저 가서 상황을 주도해야 했다!
“아냐! 몰려가면 도망칠 수도 있다. 우선 내가 은밀히 잠입할게! 이곳부터 정리하고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