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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17화 (21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17화>

천문석은 안전 고리에 강철 구렁이를 던지고 바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촤르르륵-

땅에 내려온 천문석은 강철 구렁이를 회수해 팔에 감고 횡단보도로 걸었다.

이때 얼핏 보이는 마탄 각성자의 손!

손 사이로 붉은 화살이 슬쩍 튀어나와 있었다.

제대로 찍었다!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마탄 각성자의 뒤를 쫓았다.

이제 3단계.

연기를 보고 놀라 불을 끄러 튀어나올 범인들을 잡을 시간이었다!

마탄 각성자는 직선으로 시가지를 가로질러 중국어가 병기된 간판이 늘어선 거리로 들어갔다.

간판과 창문, 도로까지 모두 새것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리.

중국계 자본이 쏟아지며 새롭게 생긴 중국계 공방 거리였다.

마탄 각성자는 거침없이 한 무기 공방으로 들어갔고, 천문석은 잠시 시간을 두고 같은 무기 공방으로 들어갔다.

무기 공방은 마탄 각성자용 개조 총포상인 듯 사방에 개조 총기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천문석은 리볼버를 살피며 가게 안을 살폈다.

마탄 각성자는 가게 안쪽 데스크에서 왜소한 체형의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이 개조 총포상의 주인이다.

그리고 데스크에 놓인 붉은 화살!

마탄 각성자가 붉은 화살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자, 공방 주인은 화살을 들어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붉은 화살을 내 보이고 출처를 찾는 모습.

그리고 잠시 후, 화살을 살피던 공방 주인이 화살을 들고 가게 안쪽으로 쏙 들어가는 순간.

딸랑-

문이 열리고 덩치 셋이 우르르 들어왔다.

천문석은 보는 순간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마수, 몬스터와 싸우는 헌터들과는 다른 느낌.

얼마 전 무림 던전에서 부대꼈던 흑도 방파 놈들과 비슷하다.

폭력조직 놈들!

드디어 범인들이 왔구나!

천문석이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순간.

덩치들은 천문석과 마탄 각성자를 유심히 살폈다.

“거기 헌터. 여기는 무슨 일로 왔냐?”

덩치가 질문을 던질 때.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던 공방 주인이 나왔다.

“이 화살 다른 곳에서 이미 확인했다네. 상해 쪽에서 사용하는 화살이다. 몬스터 몰이용 마력회로를 새겨 넣은 화살인데. 이게 좀 특이해. 일부 회로를 지워서…….”

덩치들의 시선이 공방 주인에게 향했다가 그 손에 들린 붉은 화살로 이동했다.

목표를 찾은 듯 확 커지는 눈동자!

“어이! 거기 주인! 입 닥쳐라!”

쿵, 쿵, 쿵-

덩치들은 의도적인 거친 발걸음으로 공방 주인에게 다가갔다!

왜소한 공방 노인이 덩치들의 위압감에 위축되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지금이 자신이 나설 때다!

“거기 덩치들! 이 화살 찾냐?”

천문석은 주머니에서 붉은 화살을 뽑아 흔들었다.

“어!? 저 화살!”

“도대체 몇 개나 풀린 거야!?”

“이런 미친 도를아십니까 새끼들! 하- 시발!”

덩치들이 어이없다는 듯 외칠 때, 천문석도 마주 외쳤다.

“와라! 불 지른 놈! 작살을 내주마!”

순간 등을 보인 덩치의 뒤통수로 떨어지는 개머리판!

콰앙-

끄어어억-

뒤통수를 맞은 덩치가 픽 쓰러지고.

“어?”

다른 덩치가 멍청하게 말하며 몸을 돌릴 때.

휘이잉-

관자놀이로 개머리판이 날아갔다.

쾅-

두 번째 덩치도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개머리판을 관자놀이에 맞고 픽 쓰러졌다.

덩치 둘을 쓰러트리는 건 소총 총구를 잡고 몽둥이처럼 휘두른 호리호리한 마탄 각성자였다!

이때 마지막 덩치가 다급히 중식도를 뽑았다.

“이런 쌍! 너 뒤졌다!”

그러나.

딸깍-

“손님. 움직이지 마세요.”

어느새 왜소한 공방 노인이 덩치에게 장총을 겨누고 있었다.

“하- 내가 누군지 아냐!? 그리고 한국에서는 마탄을 사람한테 쏘면! 바로 몬스터 광산에 처박힌다! 이 멍청한 노인네야!”

순간 터지는 소리!

빠아앙, 빵, 빵-

끄어어억-

덩치는 다리와 사타구니 사이에 총을 맞고 즉각 바닥을 굴렀다.

눈알이 튀어나올 듯 얼굴이 핏대가 솟구친 덩치!

덩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에 파르르 전신을 떨었다.

“…….”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 사람들 뭐야!?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조폭 헌터 셋을 아작냈다!

천문석이 멍하니 공방 노인과 총을 도끼처럼 휘두른 여성 헌터를 보고 있자.

왜소한 공방 노인이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손님.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총 제가 만든 개조 공기총입니다. 공기총 쏘는 건 마탄 관리법에 전혀 안 걸립니다. 그리고 헌터들은 튼튼해서 맨몸으로 공기총 좀 맞아도 아프기만 할 뿐 절대 안 죽습니다.”

허허허-

왜소한 공방 노인은 사람 좋게 웃다가.

빠아앙, 빵, 빵, 빵-

끄어어어악-

쓰러진 덩치 셋을 향해 공기총을 연사로 쐈다.

“보세요? 멀쩡하죠?”

“…….”

천문석의 시선이 쓰러진 덩치 셋에게 향했다.

엎어진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덩치들…….

“……걔네들 혹시 죽은 거 아닌가요?”

순간 마탄 각성자가 소총으로 덩치들을 쿡쿡 찔렀다.

“……맥박이 잡히네요? 그냥 기절한 거예요. 하- 새끼들 공기총 좀 맞았다고 기절해? 요즘 흑도 애들은 근성이 없다니까!”

호리호리 곱상하게 생긴 마탄 각성자는 어쩐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불 끄러 나온 덩치들을 심문해야 하는데…….

이 덩치들은 당장 뭘 물을 상태가 아니었다.

“…….”

이때 천문석이 손에 쥔 붉은 화살을 보던 마탄 각성자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 역시 난 운이 좋다니까! 거기 헌터 밖에서 나 좀 보자.”

*   *   *

“난 이심이다.”

총기 공방에서 나오는 순간, 마탄 각성자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어, 그래. 반갑다. 이심. 난 천문석이다.”

천문석이 얼떨결에 악수를 하는 순간, 마탄 각성자, 이심이 씨익 웃었다.

“너 아까 횡단보도에서부터 나 따라왔지?”

“……눈치챘냐?”

천문석이 묻는 순간 어깨를 으쓱하는 이심.

“당연하지. 남중국 출신 마탄 사수는 뒤에 누가 붙으면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걸 알아채지 못한 사수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지. 하하-.”

이심은 남중국의 복잡한 사정을 농담처럼 말하며 웃었다.

“처음에는 번호 따려고 뒤에 붙은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던 이심은 툭 질문을 던졌다.

“어때 천문석? 너도 나랑 목적이 같겠지? 붉은 화살.”

이심은 공방 주인에게 보여 줬던 붉은 화살을 꺼내서 흔들었다.

그리고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분통부터 터트렸다.

“이 쌍놈의 새끼들이! 시청 공고문을 모조리 떼어 버려서! 2차 선발대 선착순 등록을 놓쳤다!”

이를 갈던 이심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넌 무슨 피해를 봤냐?”

“……나도 비슷해.”

천문석이 얼떨결에 대답하는 순간.

이심은 알겠다는 듯 천문석의 어깨를 두들겼다.

“하- 너도 2차 선발대 선착순 등록 놓쳤나 보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천문석 너도 같이 가자!”

“……어디를 가?”

이심은 눈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이 화살 상해에서 나온 거다!”

공방 노인에게 이미 들은 이야기다.

“……혹시 상해까지 가자고?”

“야, 그럴 리가 없잖아?”

이심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상해에서 만들어진 몹몰이용 화살. 게다가 마력회로까지 일부 지웠다. 이런 짓을 할 놈 들은 하나밖에 없어.”

이심은 천문석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삼합회!”

“삼합회!?”

천문석이 놀라는 순간, 이심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삼합회! 그 새끼들 한국에서까지 나대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잘됐어.”

“잘됐다고? 뭘 어떻게 하려고?”

“당연히 박살을 내줘야지!”

“…….”

천문석은 이심을 다시 봤다.

강화 전투복에 위장 조끼를 걸치고, 소총, SMG, 권총까지 총을 세 자루나 가지고 있는 이심.

이심은 전형적인 마탄 각성자의 모습이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너 마탄 각성자 맞지?”

“맞아. 마탄 사수!”

“…….”

마탄 각성자는 각성자 중 육체 스펙이 가장 낮았다.

이심은 방금 덩치 둘을 순식간에 무력화시켰지만, 그건 기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탄을 사람한테 쏘면 99% 몬스터 광산 노역장에 처박힌다.

삼합회로 쳐들어가면 이심은 순식간에 얻어터지고 잡힐 것이다.

“너 제정신…….”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이심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두두두두두둑-

공방이 죽 이어진 거리 안쪽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총을 몇 자루나 든 마탄 각성자, 묵직한 방패를 든 육체계열 각성자.

맨몸에 큼직한 몽둥이를 든 비각성 헌터까지.

순식간에 이십여 명의 헌터들이 모여들고, 주위 건물 창에서도 사람들이 몸을 내밀었다.

이심은 각성력을 담아 외쳤다.

“형제들! 그동안 공고문을 뗀 범인을 찾았다!”

“……!”

이심의 외침에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몰리는 순간.

“범인은 이 붉은 화살을 쓴 놈들이다!”

붉은 화살을 번쩍 들어 보이는 이심!

“그리고 이 붉은 화살은 ‘삼합회’ 물건이다!”

갑자기 나온 거물의 이름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이 순간 이심은 소총으로 바닥을 찍었다.

쿵-

“형제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

긴장감이 흐르는 침묵 속.

이심의 강렬한 시선이 각성 헌터들과 창밖으로 몸을 내민 사람들을 훑었다.

그리고 천문석에게서 멈추는 순간 열리는 입!

“어이 친구! 선빵을 갈긴 새끼를 어떻게 해야 하지?”

“당연히 되돌려…….”

천문석이 반사적으로 말한 순간.

이심은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맞다! 당연히 10배 100배로 돌려주고! 박살을 내야 한다! 가자 형제들! 삼합회를 박살 내러!”

와아아아-

순간 함성이 터지고, 이십여 명의 헌터가 일제히 움직였다.

투두두두둑-

마치 중장보병이 진군하듯 요란하게 울리는 발소리!

“가자!”

“박살 내자!”

……

사방에서 피 끓는 외침이 터져 나올 때.

천문석은 이심과 이십여 명의 헌터들에게 휩쓸려 얼떨결에 움직이고 있었다.

“…….”

천문석은 어이가 없었다.

연기를 피우면 깜짝 놀란 범인들이 불을 끄러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연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더 광분하고 있었다.

중국계 헌터들이!

그리고 잠시 후 큰 길가로 나왔을 때 천문석은 볼 수 있었다.

광분한 건 중국계 헌터만이 아니었다.

분노한 얼굴로 외치는 일본계, 인도계, 동남아계, 러시아계. 그리고 한국계 헌터들.

수많은 헌터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붉은 화살 출처가 상해라고!?”

“공고문 뗀 게 삼합회라 이거지!?”

“맞아! 상해면 당연히 삼합회다!”

“이 씹새들! 아주 그냥 박살을 내주마!”

“하- 이 새끼들 때문에 몇 번을 개고생했는지! 으드득-.”

……

머리끝까지 분노한 헌터들!

이들을 본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물가 폭등, 사냥터 분쟁, 부동산 폭등, 그리고 갑자기 확 늘어난 외국계 헌터.

신동대문의 급변하는 상황에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불만이 마른 장작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불만이라는 장작에 불이 붙었다.

어이없게도 자신이 피운 연기가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 순간 신동대문에 몬스터 웨이브 못지않은 ‘헌터 웨이브’가 몰아쳤다.

“가자! 형제들!”

“가자! 헌터들!”

“삼합회를 아작내자!”

“삼합회를 박살 내자!”

……

헌터 웨이브는 범인으로 지목된 삼합회를 찾아 진군을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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