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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16화 (21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16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선발대 출동계획이 없던 게 됐다고!?”

칠성 길드 사무실.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마혁진 길드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일을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돼!”

특임대에 이어진 줄을 통해 신동대문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계획이 초장부터 어그러졌다!

‘하- 이 무능한 새끼!’

내심 분통이 터졌으나 웨이브가 계획보다 빠르게 터진 지금, 믿을 건 특임대 장교인 김 중령밖에 없었다.

“인원은 적어도 되니까. 수색대 10명. 아니, 5명만 고블린 평야로 보내. 그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재빨리 달래듯 조건을 완화하고 당근을 제시한다.

“큰 거 2개. 아니 3개 쏴줄게. 마석은 추적 불가능한 거 알지? 광화문 안전 금고에 바로 넣어 줄게.”

-……

그러나 전화기 너머에서는 망설이는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김 중령. 듣고 있어?”

한참 동안 기다리던 마혁진이 묻는 순간.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쾅-

-중령님! 긴급 사안입니다! 타격대를……!

-야! 지금 통화 중인 거 안 보여!

타격대.

전원 각성 헌터로 이뤄진 균열, 던전 수색의 전문가들!

갑자기 들려온 타격대란 단어에 마혁진은 바짝 집중했다.

탁-

수화기를 테이블에 놓는 소리가 들리고 대화 소리가 이어졌다.

-중령님 정황이 너무 확실합니다. 바로 타격대 준비시켜야 합니다!

-정소라 중위! 누가 범인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타격대를 준비시켜!? 지금 결과도 나오지 않았잖아? 화살 분석 결과 나오면 차근차근 순리대로 하자 우리.

……

‘화살.’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마혁진은 직감했다.

꼬리를 밟혔구나!

그런데 뭐가 이렇게 빨라!?

웨이브가 터진 소식이 전해지고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추적이 시작되고 있다!

마혁진이 당황하는 순간 이어지는 목소리.

-결과 나오는 즉시 들이쳐야 합니다! 타격대 대기명령 내려 주십시오!

-야, 그거 가져온 헌터 길드 소속도 아닌 혼자 움직이는 헌터라며? 이름이 뭐라고?

-……

- 천문석? 그래 천문석이라는 20대 헌터 말만 믿고, 타격대 움직였다가 허탕 치면?

-타격대 애들 준장님 말씀도 귓등으로 흘리는 놈들인데. 네가 책임질 수 있냐?

-일은 순리가 있는 거다. 정소라 중위! 우선 결과 나올 때까지 대기해!

그리고 잠시 후 뚝 끊어지는 전화.

마혁진은 눈을 번뜩였다.

촉이 왔다!

민감한 대화 중에도 끊지 않은 전화!

특임대 김 중령이 은근슬쩍 정보를 흘리고, 시간을 벌어 주고 있다!

마혁진은 메모지에 재빨리 정보를 적었다.

천문석.

20대, 무소속 개인 헌터.

몬스터 스노우볼을 굴릴 때 사용한 ‘화살’ 증거를 가져온 건, 천문석이란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 자격으로 움직이는 헌터다!

다행히 이번 일에 사용한 화살은 삼합회가 본토에서 가져온 물건이다.

헌터 부대에서 화살을 분석해 봐야 헌터 군벌로 개판인 남중국이 나온다.

특임대가 공식라인을 통해 남중국에서 화살의 출처를 확인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

한 달!

충분한 시간이다!

이 안에 천문석이란 증인을 치워 버리면, 특임대 내부 일은 김 중령이 무마할 수 있다!

마혁진은 재빨리 부하에게 명령했다.

“기철이, 재욱이…… 아니! 팀장급은 모두 불러라! 애들도 소집하고!”

“알겠습니다!”

부하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쾅-

문이 거칠게 열리고 칠성파 중간 보스. 김기철 팀장이 뛰어들어왔다.

“너 잘 왔다! 빨리 애들…….”

마혁진이 반색하는 순간 김기철 팀장이 외쳤다.

“길드장님! 큰일 났습니다!”

다급히 달려와 손을 펼치는 김기철.

붉은 화살!

마혁진은 깜짝 놀라 화살을 잡았다.

홍(洪).

화살에 새겨진 한자.

스노우볼을 굴릴 때 사용한 화살 중 하나, 삼합회가 남중국에서 보내온 화살이었다!

보안을 위해 도시 안에는 들이지도 않고 현장에서 규슈 야쿠자에게 인수한 화살이 눈앞에 나타났다!

“야, 이 화살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왜 네 손에 있어!?”

마혁진이 소리치는 순간, 김기철 팀장은 창밖을 가리켰다.

“이거 지금 밖에 쫙 깔렸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 화살이 왜 깔려?”

김기철 팀장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겼다.

“지금 어떤 새끼가 사방에 이 화살을 뿌리면서 소문을 내고 있다니까요!”

“……무슨 소문? 설마! 몬스터 웨이브랑 이 화살이 관계됐다는……!?”

마혁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특임대에서 화살이 전해진 게 방금이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소문이 퍼졌다고!?

“아뇨 그게 아니라! 어떤 새끼가 이 화살 사용하는 놈이 ‘시청 공고문 뗀 범인‘이라는! 가짜 소문을 뿌리고 다닌다니까요!”

“어……?”

마혁진은 순간적으로 지금 눈앞의 김기철 팀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헌터들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려 시청 공고문을 뗐었지만.

그게 이 스노우볼을 굴리던 붉은 화살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시청 공고문이 지금 여기서 왜 나와?”

김기철 팀장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쏟아 냈다.

“형님! 지금! 지금 시청 공고문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그것도 ‘2차 선발대 선착순 모집‘공고문이 없어졌어요! 개인, 팀, 길드 할 것 없이. 헌터들 모두가 개빡친 상태입니다!”

“뭔 헛소리야? 공고문 건들지 않은 지 한참 됐잖아? 그게 왜 사라…….”

순간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는 생각!

우리가 건들지도 않은 공고문이 사라졌고.

그 공고문을 떼간 범인이 붉은 화살을 쓰는 헌터들이란 헛소문이 퍼졌다.

“설마……!”

마혁진은 재빨리 창가로 달려가 시청 광장을 내려다봤다.

공고문이 붙는 게시판 앞.

항상 헌터들로 가득했던 그곳에는 여전히 헌터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전과는 다른 기색의 헌터들!

마혁진도 1세대 각성 헌터.

각성 헌터의 엄청난 시력에 공고문이 모두 사라진 텅 빈 게시판들이 보였다.

그리고 게시판 앞에는 분통을 터트리는 수많은 헌터들이 있었다!

공고문이 모두 사라진 게시판.

분통을 터트리는 수많은 헌터.

이 둘을 보는 순간.

마혁진은 깨달았다.

‘당했다!’

*   *   *

“으아악! 또 없어!? 시발! 도대체 어떤 미친 새끼가 공고문을 떼어간 거야!?”

게시판 앞 한 헌터가 사라진 공고문에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그에게 재빨리 다가가는 헌터가 있었다.

“어이 기운이 맑은 헌터 친구! 우리 대화를…….”

“야, 가입 안 한다고! 안 해! 이 지긋지긋한 호객꾼 새끼들아!”

끈질긴 영입으로 유명한 ’도를아십니까‘길드의 호객꾼 헌터!

가뜩이나 분노하던 헌터는 상대의 정체를 알아채고 각성력을 끌어올렸다.

“당장 입 닥쳐라! 한마디만 더하면 아구창을 날려 주마!”

부으으으응-

엄청난 각성력에 요동치는 공기!

평소라면 기가 팍 죽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를아십니까 길드의 신입 채용 헌터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기운이 맑은 친구. 저 게시판 공고문 누가 떼갔는지 궁금하지 않아?”

순간 몸을 돌리던 헌터가 우뚝 멈춰 섰다.

“뭐!?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호객꾼 헌터는 각성 헌터에게 한 걸음 다가가 슬쩍 품 안의 화살을 보여 줬다.

“이게 범인이 사용한 화살이야! 우리 저기 카페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볼까?”

화살을 본 각성 헌터는 츄르에 홀린 고양이처럼 카페로 이동했다.

그리고 잠시 후 도를아십니까 길드는 새로운 각성 헌터를 단기 영입했고.

새로 영입된 헌터는 지난 한 달 자신을 개빡치게 한 범인의 단서를 손에 쥐었다.

홍(洪).

한자가 새겨진 붉은 화살!

게시판에 남겨진 긁힌 흔적과 붉은 화살을 비교한 각성 헌터는 깨달았다.

일치한다!

“이 새끼! 반드시 잡아서 허리를 반으로 접어 주마!”

분노한 각성 헌터가 붉은 화살을 들고 동료들이 모이는 술집으로 달려갔다.

이 헌터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한자가 새겨진 붉은 화살을 든 헌터들이 눈을 번뜩이며.

공방, 술집, 광장, 숙박업소, 인력 사무실을 뒤지고 있었다.

그동안 시청 게시판 공고문이 사라져서 빡친 건 한국계 헌터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맥과 기반이 적은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출신 외국계 헌터들이 더 빡쳐 있었다.

정보 선점, 독점을 막기 위해서 중요 공고는 무조건 시청 게시판에 처음으로 붙인다.

그런데 이 공고문이 자꾸 사라져 정보를 늦게 얻고 얼마나 큰 피해를 봤던가?

게다가 ’2차 선발대 선착순 모집 공고‘가 사라지는 바람에 물을 먹은 길드, 사냥팀, 헌터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분노한 헌터들이 한자가 새겨진 붉은 화살을 들고 신동대문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헌터 개개인은 무리가 되고 무리는 곧 군중이 되었다.

그리고 머리끝까지 분노한 헌터 군중이 대혁명의 파리에서처럼 신동대문 시가지 곳곳을 행진한다!

쿵, 쿵, 쿵, 쿵-

성난 헌터 군중의 발걸음에 요동치는 도로!

파르르르르르-

이들의 엄청난 살기에 긴장감마저 흐르는 공기!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붉은 화살의 범인이 잡히는 순간!

분노한 헌터 군중은 범인을 아작내놓을 것이다!

신동대문에 분노한 헌터 군중의 폭풍이 시작되려 했다.

이때 문득 들려오는 웃음소리.

카캬카카카-

웃음소리는 신동대문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한 건물 옥상에서 들려왔다.

이 옥상에는 분노한 헌터의 물결을 만들어 낸 모략가가 있었다.

파슥, 파슥-

강화 워커로 무언가를 비비는 모략가!

천문석이었다.

*   *   *

천문석은 신동대문 전체로 퍼져 나가는 ‘연기‘를 흡족하게 보며 강화 워커를 비볐다.

파슥, 파스슥-

강화 워커 아래, 검게 타들어 간 종이 무더기가 잿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천문석은 꼼꼼하게 증거를 인멸하며 씨익 웃었다.

특임대에 증거물로 붉은 화살을 넘겼지만,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붉은 화살의 출처가 한국이라면 특임대에서 순식간에 추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범인들이 그렇게 멍청할 리가 없었다.

악당으로 밥을 먹고 살려면, 평범한 사람보다 더 성실하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하는 법!

천문석이 예상하기에 붉은 화살의 출처로 가장 확률이 높은 건 남중국이다.

누구나 알듯이 지금의 남중국은 헌터 군벌로 개판인 상황.

특임대에서 공식 라인으로 협조 요청을 해도 언제 확인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붉은 화살의 출처를 확인하는 데 한 달은 걸릴 것이다.

한 달!

악당들이 꼬리를 자를 필요도 없이, 모든 증거를 가지고 온전히 도망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생각을 달리했다.

공식 라인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분노한 중국계 헌터가 비공식 라인, 자신의 인맥을 통해서 출처를 찾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흐흐흐-

사실 진짜 출처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모락모락 신동대문 전체에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제 곧 진짜 불이 났다고 생각한 범인이 불을 끄러 튀어나올 테니까!

휘이이, 휘, 휘-

천문석은 휘파람을 불며 옥상 아래 시가지를 살폈다.

붉은 화살을 들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수많은 헌터들이 보였다.

“누가 적당할까?”

천문석은 불을 끄러 나온 범인이 찾아올 것 같은 헌터를 고르기 시작했다.

-중국계.

-어쩐지 만만해 보이고.

-왠지 운이 없을 것 같은 헌터.

……

이때 총을 세 자루나 장비한 여성 헌터가 보였다.

순간 천문석의 예리한 감이 움직였다.

한·중·일 세 나라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을 높은 적중률로 알아본다.

-중국계.

-166 정도의 키, 호리호리한 몸.

-짧게 쳐 낸 머리카락 아래 곱상한 얼굴.

-등에 멘 돌격 소총과 무장벨트에 걸어 둔 SMG. 그리고 권총까지 세 자루의 총기 소지!

보는 순간 감이 왔다.

마탄 각성자!

사격의 정확성, 정밀도, 파괴력이 대폭 상승하는 전형적인 마탄 각성자의 무장이었다!

마탄 각성자의 육체 스펙은 각성자 중 최하위권.

게다가 사람에게 마탄을 사용하는 건 중범죄다.

그래서 마탄 각성자는 헌터 간 분쟁이 일어나면 가장 만만한 상대로 여겨진다.

‘저 헌터를 쫓을까?’

천문석이 문득 생각한 순간.

마탄 각성자가 횡단보도에 가까워지고, 신호등은 아무 전조 없이 빨간불로 변했다!

“……!”

더는 볼 것도 없었다.

완벽한 타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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