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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06화 (20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06화>

“작은 문제? 그게 뭔데!”

“그게 설명하기가 좀 복잡한데…….”

“야, 빨리! 복잡이든 뭐든. 빨리빨리! 말해!”

엠마가 가슴을 두들기며 버럭 소리치는 순간, 천문석은 손가락을 들어 빙글빙글 돌렸다.

“원? 동그라미?”

“이놈들 동쪽으로 달리는 게 아니다.”

“어?”

순간 엠마의 시선이 원을 그리는 손가락과 랩터 사이를 오갔다.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원!

이 원을 보는 순간 엠마는 깨달았다.

동쪽으로 달리던 랩터의 방향이 변했다.

랩터는 어느새 북동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설마, 이 랩터 무리!?”

천문석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얘네들 반시계방향으로 고블린 평야를 달리고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와- 어쩐지 난장판이 더 심해진다 했더니! 이거 때문이었어!”

천문석은 난제를 풀어낸 듯 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만났던 맹목적으로 달리는 마수와 몬스터! 걔네들 무작정 달리던 게 아냐. 반시계방향으로 일정하게 움직였다! 다른 마수와 몬스터까지 이 흐름에 휩쓸린 거야! 그래서 난장판이 이렇게 심해지고! 마수와 몬스터가 계속 나타났던 거지! 그런데 이렇게 계속 달리려면…….”

천문석의 설명이 길게 이어질 때, 엠마가 재빨리 끼어들어 물었다.

“야! 그래서 빠져나갈 방법은 있겠지? 너 계획 있지? 그것부터 말해라!”

천문석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나에겐 언제나 계획이 있다!”

엠마는 확 밝아진 얼굴로 소리쳤다.

“야! 그걸 먼저 말하란 말야! 놀랐잖아! 하하하-.”

“…….”

그러나 사실 천문석에게 계획은 없었다.

천문석은 기감을 넓게 펼쳐 흐름을 살폈다.

기감이 닿는 모든 곳에 있는 마수와 몬스터가 거대한 태풍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맹목적으로 달리는 정신이 나간 마수와 몬스터에 다른 놈들까지 휩쓸렸다.

지금은 흐름을 타고 있어 공격을 받지 않지만, 흐름을 거슬러 빠져나가려 하면 다른 마수와 몬스터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문득 동쪽을 바라보는 천문석.

강에 만들어진 헌터 캠프에 도착하려면 최소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흐름을 뚫고 달려야 했다.

“…….”

빙글빙글 회전하는 거대한 마수와 몬스터의 태풍을 맨몸으로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천문석은 흘낏 옆을 봤다.

자신을 완전히 믿고 확신 어린 얼굴로 달리는 동료.

엠마 파리킨슈.

처음 적으로 만났다가 이제는 부하 겸 동료가 된 엠마.

적이었을 때는 몇 번이나 속여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부하 겸 동료가 되니까 사실을 숨긴 것만으로도 가슴이 콕콕 찔려 온다.

그러나 지금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 멘탈에 금이 가면, 혹시 생길지도 모를 기회를 놓칠 테니까.

천문석이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할 때.

투드드드득-

묵직한 진동이 가까워졌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보였다.

랩터 무리 속으로 파고드는 거대 늑대를 탄 오크 라이더들!

수십의 오크 라이더가 랩터 무리 속으로 스며들어 함께 달리고 있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이 녀석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순간 오크 라이더와 천문석의 시선이 마주쳤다.

크아아앙-

오크 라이더는 인간이 보이자 반사적으로 장창을 내질렀다.

“숙여!”

천문석이 외치자,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는 엠마.

휘이잉-

장창이 허공을 가를 때.

탁-

엠마의 등을 밟는 발!

천문석이 엠마의 숙인 등을 밟고 뛰어올랐다.

휘이잉-

순간 바로 회수된 장창이 하늘로 쏘아졌지만.

그르르륵-

어느새 천문석은 강화 해머를 오크 장창에 걸고 미끄러지고 있었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오크가 당황하는 사이, 천문석은 어느새 거대 늑대 안장 위에 내려섰다.

크아-

오크 라이더가 장창을 놓고 도끼를 휘두르려 할 때, 휙 쏘아지는 하얀 강철 구렁이 채찍!

촤르르륵-

강철 구렁이가 단숨에 오크 라이더를 칭칭 휘감았다.

천문석은 거대 늑대 안장에 앉으며 꽁꽁 묶인 오크 라이더를 걷어찼다.

크아악-

거의 100kg에 육박하는 거구의 오크 라이더가 떨어지는 순간.

다리로 안장을 조이고 내력을 끌어올린 팔에 스냅을 걸어 돌린다!

훙, 훙, 훙-

강철 구렁이에 묶인 오크 라이더가 빙글빙글 회전하는 순간 외친다!

“엠마! 뛰어올라와!”

기다렸다는 듯이 거대 늑대 위로 뛰어오르는 엠마!

등 뒤, 엠마의 몸이 느껴질 때 천문석은 외쳤다.

“이대로 뚫는다!”

후우웅-

순간 빙글빙글 회전하던 오크 라이더가 앞으로 날아가고.

콰아앙-

앞서 달리는 오크 라이더와 랩터가 뒤엉켜 우르르 쓰러졌다.

천문석은 고삐를 잡으며 외쳤다

“달려라!”

순간 반사적으로 달려 나가던 거대 늑대가 생경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끄으응-

거대 늑대는 여전히 달리고 있지만, 안장의 천문석을 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늑대가 이상을 느끼고 있다!’

천문석은 잡낭을 뒤지며 재빨리 외쳤다.

“엠마. 먹을 거!”

“뭐?”

“육포, 건빵 뭐 그런 거 있잖아! 저 늑대한테 보존 식품 던져! 빨리 급하다!”

엠마는 잡낭에 담긴 보존 식품을 던졌고, 천문석도 마구잡이로 거대 늑대에게 먹을 것을 던지며 연신 털을 긁었다.

“착하지, 착하지. 이거 먹어라.”

툭, 투둑-

머리 앞으로 날아오는 육포와 건빵, 보존 식품을 마구마구 씹는 거대 늑대!

우오오오오-

어느새 머리를 갸웃하던 거대 늑대는 만족스럽게 울더니.

탁, 타탁-

랩터 사이를 성큼성큼 뛰어 흐름을 천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휴-

천문석이 한숨 돌린 순간 엠마가 외쳤다.

“너 이게 계획이었구나! 와! 오크 라이더가 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

그냥 우연히 얻어걸린 상황.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지!”

천문석은 당당하게 외치고 재빨리 명령했다.

“엠마! 몬스터 밀도가 너무 높다! 바로 견제해야 한다. 우리 앞을 막을 것 같은 놈들한테 화살을 날려! 난 창으로 걷어 낼게!”

“알았어!”

천문석이 안장의 예비 장창을 꺼내는 순간 전방으로 쏟아지는 화살!

후드득-

후드득-

늑대와 오크.

랩터와 고블린, 맹목적으로 달리는 중, 소형 마수와 몬스터 야수가 뒤엉켜 쓰러지고.

핫-

천문석의 장창이 늑대 머리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천문석의 장창에 닿을 때마다 창에서 전해진 회전력에 좌우로 밀려 나가는 마수와 몬스터!

거대 늑대 앞에 순간적으로 길이 뚫렸다.

“이대로 빠져나가면 되겠다!”

엠마가 환희에 차서 소리치는 순간 등 뒤에서 터져 나오는 랩터 울음소리.

끼이이이익-

랩터 무리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쿠르르릉, 쾅, 쾅, 쾅-

우레가 터지고 섬광이 번뜩였다.

천둥 기린!

전신에 뇌전을 휘감은 천둥 기린이 랩터 무리를 아작내며 달려 오고 있었다!

천문석은 바로 거대 늑대의 고삐를 왼쪽으로 움직였다.

“저놈 경로에서 벗어날게!”

쿵, 투둑, 투둑-

고삐를 움직이는 대로 왼쪽으로 펄쩍펄쩍 뛰는 거대 늑대!

순식간에 천둥 기린의 경로에서 벗어나는 순간.

엠마가 다급히 소리쳤다.

“야! 여전히 따라오고 있어! 오른쪽! 오른쪽으로!”

천문석은 바로 고삐를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쿵, 투둑, 투둑-

잽싸게 오른쪽으로 달리는 거대 늑대!

순간 다시 한번 경로를 바꾸는 천둥 기린!

천문석은 거대 늑대가 달리는 경로를 좌우로 계속 바꿨지만, 천둥 기린은 계속 거대 늑대를 따라 달렸다!

“뭐야!? 저게 왜 우리를 따라와!?”

엠마가 분통을 터트릴 때.

천둥 기린 뒤에서 속속 나타나는 마수들!

비늘 코뿔소, 암석 늑대, 강철 호치…….

수많은 마수가 천둥 기린 뒤로 모여들어 천문석이 탄 거대 늑대를 따라 달렸다!

“어떻게 된 거야!? 마수가 갑자기 왜 우리를 따라오는 거야!”

엠마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천문석은 천둥 기린과 마수들이 따라오는 이유를 직감했다.

거대한 마수와 몬스터의 흐름에 휩쓸렸던 녀석들.

천문석이 이 흐름에 빠져나갈 구멍을 뚫자 구멍 뚫린 그릇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그 뒤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아, 시바, 개 시바! 뭐가 이따위야!?’

내심 분통이 터졌으나 지도자는 언제나 비전을 보여 줘야 하는 법!

“걱정할 거 없다. 모든 건 내 계획대로…….”

천문석이 당당하게 구라를 치려는 순간.

엠마가 반색해서 외쳤다.

“앗! 저기 저 숲! 참나무 숲이다! 우리가 화물차를 숨겨 든 참나무 숲이야!”

“…….”

‘어, 저 숲이 왜 여기서 나와?’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엠마가 환호성을 지르며 어깨를 마구 두들겼다.

“너 처음부터 여기를 목표로 달린 거구나! 처음부터 계획이 있던 거였어! 이런 미친 새끼! 최고다! 우와아아아-!”

천문석은 재빨리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런데 저 숲에서 어떻게 화물차를 빼내냐……?”

엠마는 뒤를 쫓는 천둥 기린과 마수들을 보더니 암울한 표정이 됐다.

그러나 천문석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엠마. 걱정할 거 없다. 우리에겐 굉천수가 있잖아!”

“굉천수!”

엠마가 탄성을 지르는 순간,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

그렇다 굉천수가 있었다.

눈표범에게는 굉천수가 안 통했지만, 천둥 기린과 함께 뒤를 쫓는 수많은 마수가 모두 굉천수에 면역일 리는 없었다.

간격 없이 거의 하나의 무리처럼 뭉쳐 달리는 마수들.

한두 마리만 굉천수에 당해도 연쇄적으로 넘어져 돌진이 끊긴다!

지금 타고 있는 거대 늑대도 영향을 받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참나무 숲에는 화물차가 숨겨져 있다!

랩터, 거대 늑대, 비늘 코뿔소.

어떤 마수보다 빠르고, 지치지도 않으며, 핸들을 돌리는 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복합엔진 화물차가!

저 화물차만 빼내면 마수와 몬스터의 태풍을 뚫고 빠져나갈 수 있었다!

*   *   *

콰아앙-

천문석의 굉천수가 터지는 순간.

잡다한 마수뿐만 아니라 천둥 기린도 대지를 굴렀다.

쿠르, 쿠르, 쿠르릉-

천둥 기린의 뇌전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뒤엉켜 쓰러진 마수들이 일순간에 감전되어 무력화됐다.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마수와 몬스터들!

수문이 내려진 강처럼 거대한 원을 그리던 마수와 몬스터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이 순간 천문석과 엠마가 탄 거대 늑대도 대지를 구르고 있었다.

깨애애앵-

그러나 거대 늑대를 타고 있던 천문석과 엠마는 이미 뛰어내려 참나무 숲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잘했어! 최고다! 시발 최고라고!”

엠마는 천문석의 어깨와 등을 마구 두드리며 연신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제야 알았냐? 앞으로 충성을 다해라.”

천문석이 거만하게 외치자, 엠마가 장난스럽게 경례하며 외쳤다.

“충성! 충성! 부사장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카캬카-

하하하-

천문석과 엠마는 가슴이 뻥 뚫릴 듯한 웃음을 터트리고, 전력을 다해 참나무 숲을 향해 달렸다.

타다다닥-

엄청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치고받으며 달렸다.

점점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강철 같은 체력을 지닌 천문석도 피로를 느꼈으나.

‘이제 곧 끝난다!’

저 앞에 있는 참나무 숲에만 들어가면, 복합엔진 화물차가 있다!

복합엔진 화물차라면 마수와 몬스터를 뚫고 달려도 30분이면 안전한 헌터 캠프에 도착한다!

천문석이 마지막 힘을 끌어내 속도를 올릴 때.

크아아앙-

전신이 저릿저릿해지는 포효가 들려왔다.

그리고 참나무 숲 깊은 곳에서 나타나는 마수!

빛을 삼킨 듯 이글거리는 새하얀 털.

명멸하는 형광 무늬.

우두머리 눈표범!

화물차가 숨겨져 있는 참나무 숲에는 이미 우두머리 눈표범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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