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사선 확인!!”
천문석의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패닉에 빠졌던 헌터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고 마탄 사선을 확인하며 복창했다.
"사선 확인!!!"
순간, 천문석의 강철 구렁이 채찍이 몸을 숙인 헌터를 낚아챘다.
차르르륵-
"으아아악!"
마지막 헌터를 싣는 순간,
천문석은 비늘 코뿔소의 방향을 바꾸며 외쳤다.
"엠마! 전부 괜찮냐? 상태 어때?"
밧줄을 허리에 감고 비늘 코뿔소 등에 매달린 네 명의 헌터들.
헌터들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부르르 몸을 떨고만 있었다.
엠마가 마지막 헌터의 몸을 밧줄로 묶으며 외쳤다.
"모두 괜찮다! 그냥 놀란 거야!"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비늘 코뿔소의 속도가 느려진 것을 느꼈다.
엄청난 무게와 힘을 지닌 비늘 코뿔소는 전차처럼 어지간한 마수와 몬스터들은 모조리 짓밟으며 돌진했다.
그러나 주위를 달리는 마수와 몬스터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등 위에 탄 사람이 여섯 명!
몸무게 1톤에 달하는 전투마라도 그 위에 실을 수 있는 무게는 한정돼있다.
너무 많은 부하가 걸려,
비늘 코뿔소의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느껴지는 섬뜩한 기감!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외쳤다!
"랩터다! 숙여!"
다음 순간.
끼이이익-
랩터 무리의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터지고.
후드드득-
랩터 무리가 비늘 코뿔소 등을 타고 넘었다.
이때 머리로 다가오는 섬뜩한 살기!
끼이이익-
랩터가 펄쩍 뛰어넘으며 갈고리발톱을 긁고 있다!
콰아아앙-
반사적으로 휘두른 강화 해머에 머리가 아작나 날아가는 랩터!
천문석은 벌떡 일어나 비늘 코뿔소 등 위를 달리며, 파리채 휘두르듯 강화 해머를 사방으로 그었다.
휭, 휭, 휭, 휭-
손목 스냅을 걸어 긁어내듯이 뿌리는 강화 해머!
콰직, 쾅, 콰지직-
갈고리발톱을 휘두르려던 랩터 대부분이 튕겨 나갔고,
몇몇 틈을 노려 쏟아지는 공격은 왼팔에 감긴 강철 구렁이로 막는다!
깡, 깡, 깡-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는 엄청난 경도의 강철 구렁이!
'이거 방패보다 나은 거 아냐?!'
천문석이 문득 생각하는 순간.
끼이이익-
다시 한번 랩터 무리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비늘 코뿔소를 타고 넘은 랩터 무리가 돌아오고 있었다!
게다가 반대쪽에서 돌진하는 랩터 무리까지!
좌우, 수백의 랩터 무리가 비늘 코뿔소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눈 가려라! 섬광탄 던진다!”
“섬광탄? 아!”
엠마가 눈치를 채고 눈과 귀를 가리는 순간,
다른 헌터들도 섬광탄이란 말에 다급히 눈과 귀를 가렸다.
천문석은 엠마와 헌터를 지나 비늘 코뿔소 꼬리 부위로 달렸다.
가능한 비늘 코뿔소가 굉천수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했다!
꼬리에 도착하는 순간 사방에서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이익-
그리고 수백의 랩터 무리가 사방에서 튀어 오를 때.
천문석의 굉천수가 터졌다!
콰아아앙-
엄청난 섬광과 폭음!
공중으로 튀어 올랐던 랩터 무리가 순간적으로 무력화되어 후드득-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천문석은 비늘 코뿔소 등 위를 달려 엠마의 등을 쳤다.
“엠마 끝났다!”
휙 고개를 들어 올린 엠마의 다급한 외침!
"야, 앞! 앞에 숲 있다!"
바로 비늘 코뿔소 돌진 경로 평지 숲이 보였다.
천문석은 숲을 우회하려다가 바로 생각을 바꿨다.
굉천수의 섬광은 피했지만, 굉음으로 비늘 코뿔소의 균형감각이 어그러졌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숨을 몰아쉬는 비늘 코뿔소.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간신히 버티는 헌터들.
어차피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천문석은 힐끗 뒤를 본 순간 바로 결정했다.
"모두 꽉 잡아라! 저 숲으로 달린다! 나무 위로 피한다!"
천문석은 비늘 코뿔소의 목을 잡고 순수한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불어 넣었다.
“힘을 내라!”
쿵, 쿵, 쿵, 쿵-
비늘 코뿔소가 마지막 힘을 끌어내며 달리고 숲이 점점 가까워졌다.
훌쩍 솟은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한 숲!
커다란 나무가 가까워지자,
엠마는 다급히 외쳤다.
"나무! 앞에 나무! 야! 충돌해! 속도 줄여!"
"이 비늘 코뿔소 마수야! 이거 말고 멈출 방법이 없어! 혀 깨문다. 입 다물고 모두 충격에 대비해!"
천문석이 외친 순간.
콰아앙-
비늘 코뿔소가 나무를 들이박았다.
우지지직-
거대한 뿔이 아름드리나무에 박히고 으스러진 톱밥이 흩날렸다.
콰지지지직-
거대한 뿔에 꿰뚫린 나무는 천천히 밀려나다가 굉음과 함께 뚝- 부러져서 쓰러졌다.
으아아악-
이 순간 천문석은 밧줄을 끊었고 헌터들은 충격에 사방으로 날아갔다.
쿵, 쿵, 쿵-
비늘 코뿔소는 비틀거리다가 홀가분해진 몸으로 부러진 나무를 짓밟고 달려갔다.
천문석은 재빨리 강철 구렁이 채찍을 휘두르고 밧줄을 당겨 날아가는 헌터들을 모았다.
툭, 투두둑-
천문석에게 잡혀 땅에 떨어지는 헌터들.
숲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엠마를 제외한 모든 헌터가 땅에 떨어졌다.
으어-
으어어-
숲에 내려선 헌터들은 손으로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외쳤다.
"...몸이 멀쩡해!"
"나 살아있는 거 맞지!?"
"이 난장판에서 살아나다니!"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헌터들은 연신 머리를 숙이며 천문석에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천문석은 엠마를 향해 뛰어가며 다급히 외쳤다.
"야, 감사 그만! 이게 끝 아냐!"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포효.
크아아앙-
피어가 섞인 포효에 안색이 헌터들의 안색이 굳는 순간,
천문석은 헌터들에게 남은 밧줄을 던져주며 외쳤다.
"너희들 빨리 나무 올라가라! 지금 당장 올라가야 산다! 뒤에 마수 붙었어!"
헌터들이 다급히 나무를 오를 때,
천문석은 엠마가 굴러간 곳으로 달려갔다.
"어디 가세요!"
"위험합니다! 빨리 올라와요!"
...
나무를 오르는 헌터들이 외쳤으나 천문석은 헌터들에게 손만 한번 흔들고 달렸다.
헌터들은 나무에 올라가도 자신은 올라가면 안 된다.
자신 뒤에는 끈질긴 놈들이 붙었으니까.
이때 다시금 들려오는 귀에 익은 울음소리.
크아아아앙-
몸이 저릿저릿해지는 피어가 섞인 포효!
그리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마수들.
눈표범!
난장판이 된 평야에서 떼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 끈질긴 눈표범 놈들은 마수와 몬스터의 난장판 속에서 여전히 자신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굉천수가 터지자,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숲 안으로 달려간 천문석은 곧 덤불에서 처박힌 채 버둥거리는 엠마를 찾았다.
천문석은 엠마에게 달려가 어깨를 툭 쳤다.
으아아악-
"야, 나야 나! 천문석! 부사장님!"
기겁하는 엠마에게 외치자,
엠마는 고개를 돌려 천문석을 보더니 겁먹은 얼굴로 외쳤다.
"눈표범! 눈표범이 다시 나타났다!"
수축된 동공,
파르르 떨리는 어깨,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식은땀!
전생에 마굴을 막던 무인들에게서 많이 봤던 증상.
천문석은 순식간에 엠마의 상태를 파악했다.
엠마는 연이은 스트레스에 쇼크 직전의 상태다.
그래서 천문석은 오히려 가벼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게 말야? 쟤들 참 끈질기다. 그렇지 않냐?"
"..."
순간 엠마는 끌어 오르는 분노에 천문석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야, 이 씻. 네가! 어, 눈표범 새끼를! 미끼로! 눈썰매처럼! 끌고 다녀서! 쟤들이 빡친거잖아!"
천문석은 찔끔한 표정을 짓다가 능청스러운 얼굴로 당당히 대답했다.
"야, 솔직히 이건 나만의 잘못이라고 할수는 없지."
"뭐?"
"우리는 동료잖아. 하하하-"
밝게 웃으며 엠마의 등을 툭 치는 천문석.
천문석은 엠마의 팔을 잡고 뛰어가며 별일 아닌 듯 가볍게 외쳤다.
"얼른 같이 따돌리자! 동료!"
"..."
연이은 스트레스에 쇼크 직전 상태였던 엠마는 어느새 다른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어이없음.’
자신의 팔을 잡고 달리는 천문석을 보며,
엠마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카르텔에 쫓기는 것보다,
천문석 이 새끼 옆에 있는 게 더 위험한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시발.’
---
바위를 밟고 달리고,
몸에 흙과 낙엽을 문지른다.
그리고 엉뚱한 방향의 나무에 몸을 문지르기도 몇 번.
천문석과 엠마는 뒤를 쫓는 눈표범이 혼동을 일으키도록 숲속에 흔적을 남기고, 멀리 떨어진 수풀 속에서 숨어서 기다렸다.
크아아아앙-
곧 저릿저릿한 피어가 담긴 포효를 터트리는 우두머리 눈표범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에서 속속 나타나는 십여 마리의 눈표범들!
천문석은 눈표범을 빠르게 훑어봤다.
새하얀 털 곳곳에 남은 핏자국과 상처.
난장판을 헤쳐나온 눈표범들도 정상은 아니었다.
눈표범들은 흙을 파헤치고 나무에 남겨진 냄새를 맡으며 사방으로 흩어져 흔적을 찾았다.
눈표범들은 천문석과 엠마가 숲에 남긴 흔적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해 남긴 흔적이 많지 않았다. 오랜 시간 샅샅이 수색하면 걸릴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었다.
두두두두두-
끼이이이익-
곧 숲 뒤쪽에서 진동과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랩터 무리가 튀어나왔다.
크아아앙-
우두머리 눈표범은 크게 한번 울더니 곧 다른 눈표범을 이끌고 사라졌다.
"하···. 다행이다. 빨리 도망치자."
엠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야, 잠깐만. 기다려."
순간 천문석이 엠마의 손을 잡았다.
"왜? 빨리 캠프까지 달려야지···?"
엠마가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숲에서 튀어나오는 랩터 무리를 살피고 있었다.
눈코입 전신에서 체액을 줄줄 흘리며,
주위는 상관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달리는 랩터들!
오늘 난장판에서 몇 번이나 본 미친 랩터들이 달리는 방향은.
동쪽이었다!
순간 천문석의 머리에 한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천문석은 바로 땅을 박차고 뛰어나가며 외쳤다.
"엠마! 나한테 계획이 있다! 내 뒤로 바짝 붙어라!"
타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랩터 무리를 향해 달리는 천문석!
그러나 문득 느껴지는 허전함에 뒤를 보니,
엠마가 움직이지 않고 미심쩍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야, 빨리 와! 시간 없어!”
“...”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해!"
천문석이 다급히 외쳤으나,
엠마는 여전히 미심쩍게 보며 외쳤다.
"너 계획이 뭔데? 우선 계획부터 말해봐!"
지금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왼팔을 뻗었다.
휘이이잉-
차르르륵-
"어엇!"
엠마가 깜짝 놀라 도망치려 몸을 돌리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간 강철 구렁이 채찍이 엠마의 몸을 감쌌다.
"야, 이게 뭐 하는 거야!? 으아악-"
천문석은 잽싸게 강철 구렁이 채찍을 수축시켜 꽁꽁 묶인 엠마를 어깨에 짊어지고 달렸다.
"내 계획 이번에는 진짜 좋다니까!"
"야, 놔줘! 계획 필요 없어! 나는 그냥 동쪽으로 달릴게!"
"어허! 동료를 위험에 처하게 할수는 없지!"
“필요 없다니까!!”
천문석은 발버둥 치는 엠마를 어깨에 짊어진 채.
두두두둑-
무리 지어 달리는 랩터 무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으아아아악-
경악한 엠마가 찢어지게 비명을 지르는 순간.
두두두두둑-
끼이이이익-
무리 지어 달리는 랩터들도 일제히 울음소리를 냈다.
"히이익- 야, 내려줘! 놔줘! 시발! 시발! 개 시발!"
엠마가 몸부림을 치며 다급히 욕설을 쏟아냈지만,
몸을 둘둘 감은 강철 구렁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엠마는 깨달았다.
주위에 가득한 랩터 무리!
그 안에서 천문석이 달리는데도 랩터 무리는 천문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얘네들 완전히 맛이 갔어."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주먹을 들어 휘둘렀다.
퍽-
바로 옆을 달리는 랩터의 머리를 때리는 천문석의 주먹!
엠마는 움찔했으나,
머리를 맞은 랩터는 아무런 반응 없이 체액을 줄줄 흘리며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야, 이제 상황 알겠지? 우리 안전하다. 너 1.5 류세연쯤 되네. 이제 내려 줄 테니까. 스스로 뛰어라."
후두둑-
강철 구렁이가 힘을 잃고 풀려나고 엠마는 스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동쪽으로 맹목적으로 달리는 랩터 무리 속,
천문석과 엠마가 끼어들어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랩터 무리에 끼어 같이 달리는 상황.
“...”
엠마는 감탄스러운 눈으로 천문석을 왔다.
랩터 무리로 달려가기에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주위 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도주로를 만들어 내는 솜씨가 기가 막혔다!
일부 몬스터가 맹목적으로 달리는 건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달리는 몬스터 무리에 들어가서 같이 도망친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어떤 미친놈이 백여 마리가 훌쩍 넘는 랩터 무리와 같이 달릴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새끼 눈표범을 방패에 묶어 끌고.
강철 구렁이를 채찍처럼 사용하고.
돌진하는 비늘 코뿔소에 올라타 달리고.
비늘 코뿔소를 멈추겠다고 일부러 나무에 들이박는!
그런 미친놈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눈앞의 천문석은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진정한 도주의 달인이었다!
그래서 엠마는 외쳤다.
"시발! 내가 넌 인정한다! 완전 제대로 미친놈이야! 하하하- 우리 이대로! 무사히 캠프까지 갈 수 있겠다! 하하하-"
"..."
그러나 천문석은 대답 없이 눈을 피했다.
'어···?'
생각과 다른 반응에 엠마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소름을 느꼈다.
이 새끼가 이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사건·사고가 터졌다!
"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뭔 문제 생겼지 빨리 말해!!"
엠마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천문석이 대답했다.
"아주···.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
뭐가 문제인지 듣기 전인데도 엠마는 현기증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