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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04화 (205/1,336)

#204

헌터 캠프가 있는 강을 향해 고블린 평야를 달린 지 30분이 지났을 때.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눈표범이 왜 안 나타나지? 이상하지 않냐? 엠마?"

"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것들 안 보여!?"

버럭 소리 지른 엠마의 손이 사방을 어지럽게 가리켰다.

“몬스터가 왜 이리 많아!?"

"..."

엠마의 외침에,

천문석은 애써 외면하던 현실을 돌아봤다.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득실득실한 몬스터들!

엠마의 말대로 어느새 보이지 않는 눈표범은 이제 문제도 아니었다!

쿵, 쿵, 쿵-

대지를 흔들며 달리는 비늘 코뿔소.

크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다급히 달려가는 오크 부족.

끼에에엑-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독침을 뿜어내는 고블린.

여기까지면 눈표범에게 놀라서 도망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후드드득-

멀리서 우박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고블린 독침이 오크 무리에 쏟아지는 게 보였다.

30여 마리도 안 되는 고블린 무리가 100여 마리의 오크 부족을 선제공격한 것.

쥐가 호랑이를 문 상황이었다!

크아아앙-

분노한 오크 부족이 고블린 무리를 향해 돌진해 뒤엉키는 순간.

쿵, 쿵, 쿵, 쿵-

온순한 초식 마수, 비늘 코뿔소가 고블린과 오크를 통째로 짓밟고 달려간다!

쿠르르릉, 쿵-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달리는 초 희귀 마수 천둥 기린!

쿠릉, 쿠르릉, 쾅-

천둥소리가 터질 때마다.

천둥 기린의 뇌전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짓밟힌 고블린과 오크를 단숨에 지져버렸다.

크아아앙-

끼에에엑-

매캐한 탄 냄새가 퍼지고 아직 살아있는 고블린과 오크들이 미친듯이 비명을 지를 때.

우우우우우-

늑대 무리가 미친듯이 달려와 광기 어린 하울링을 하면서 아직 살아있는 몬스터를 먹어치웠다!

마수도 아닌 그냥 늑대가 몬스터를 먹다니!

마수, 몬스터, 야생 동물 할 것 없이 하나같이 광기에 휩싸여 있다!

'원래 사냥터에선 이런 게 흔한 광경인 건가?'

아직 초짜 헌터 천문석이 의문을 품을 때.

"미쳤어! 모두가 미쳤어! 시발! 이 사냥터는 지옥이야!"

작은 숲으로 뛰어들어가는 엠마의 광기 어린 비명이 들려왔다.

‘아, 이게 비정상이 맞구나!’

천문석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

두드드드득-

바로 옆을 스쳐 달려가는 마수와 몬스터들.

랩터와 오크, 고블린이 한데 뒤엉켜 하나의 무리인 것처럼 달리고 있었다.

끼이잌아에엑-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이 마수와 몬스터 무리는 눈코입 그리고 전신의 구멍에서 체액을 질질 흘리며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기겁을 했지만, 강을 향해 달리는 1시간 동안.

눈표범은 어느새 사라지고 이런 완전히 정신이 나간 마수와 몬스터들이 수두룩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제 뒤를 쫓던 눈표범 무리는 작은 문제였다.

어느새 고블린 평야는 마수와 몬스터가 미쳐 날뛰는 난장판이 되었으니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천문석은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하며 엠마를 따라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이때 엠마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엠마? 야, 너 어디야!?"

천문석은 재빨리 엠마를 찾아 뛰었고,

곧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는 엠마를 찾을 수 있었다.

엠마는 다리를 휘감은 새하얀 구렁이를 향해 연신 검을 내리찍고 있었다.

그러나 검이 닿는 순간.

깡, 깡, 깡-

비늘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고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하얀 구렁이는 조금의 충격도 없는지 엠마의 다리를 지나 몸통을 칭칭 감아 올라오고 있었다!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의뢰서에 있던 마수, 강철 구렁이!

비늘 강도가 엄청나 각성 헌터용 마력 검도 박히지 않는다는 희귀 마수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뛰어들어가며 외쳤다.

"엠마! 입 벌려!"

"뭐?"

엠마가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의 경력을 실린 강화 해머가 떨어졌다!

후웅, 텅-

강철 구렁이의 전신을 훑는 충격파!

강철 구렁이가 뻣뻣하게 굳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경력을 끊었다.

그러나 강철 구렁이를 관통한 경력의 여파가 엠마의 다리를 타고 몸으로 전해졌다.

커어억-

엠마의 입에서 쏟아지는 체액.

천문석은 재빨리 체액을 피하고, 엠마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그러자 기절한 강철 구렁이가 밧줄 무더기처럼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쿨럭- 고마···. 고맙다!"

"됐고. 바로 달려라!"

그러나 엠마는 다리를 절뚝이며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다리 부러진 거야?"

"아니, 잠시 마비가 왔어!"

엠마는 주먹으로 다리를 연신 내려쳤다.

퍽, 퍼벅, 퍽-

이 순간 들려오는 진동 소리.

쿵, 쿵, 쿵-

비늘 코뿔소가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천문석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강철 구렁이!

천문석은 기절한 강철 구렁이를 집어 들었다.

"그건 왜!?"

"쓸데가 있어."

천문석은 강철 구렁이 꼬리 부위를 손에 잡고 몸통을 팔에 둘둘 감았다.

몸길이 3미터가량의 새하얀 강철 구렁이가 천문석의 왼손에 둘둘 감겼다.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의뢰 정보!

희귀 마수 강철 구렁이.

이세계의 희귀 금속을 먹고 체내에서 융합해, 상상 이상의 경도와 신축성을 가지고 닿는 순간 엄청난 힘으로 상대를 조인다!

훙훙훙훙-

천문석은 손에 잡은 꼬리 부위로 내력을 흘려보내며 구렁이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휙 하늘로 던졌다.

촤르르르륵-

순간 10미터가 넘게 쭉 뻗어 나가는 강철 구렁이!

강철 구렁이가 높게 솟은 나뭇가지에 걸쳐져 조이는 순간.

천문석은 꼬리 부위로 흘려보내던 내력을 변화시켰다.

휘이이잉-

엄청난 속도로 수축하는 강철 구렁이!

이 순간 천문석 엠마의 허리벨트를 낚아챘고 두 사람은 허공으로 쑥 끌려 올라갔다.

엠마는 반색해서 외쳤다.

"나무 위로 피하려고?!"

"아니 여기 나무 몇 그루 안 돼서 시야가 탁 트였어! 오히려 위험하다!"

"그럼 왜 여기로···"

엠마가 의문을 품는 순간,

목표로 하던 게 다리 아래로 지나갔다.

천문석은 왼손에 잡은 꼬리에 스냅을 줬다.

나뭇가지를 조이던 강철 구렁이가 힘을 잃고,

공중에 매달린 천문석과 엠마는 뚝 땅으로 떨어졌다.

캬아아악-

쿵, 쿵, 쿵, 쿵-

엠마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몸에서 느껴지는 진동!

천문석과 엠마 두 사람은 달리는 비늘 코뿔소 등 위에 올라와 있었다.

"이게···. 지금 무슨?"

엠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을 때,

천문석은 재빨리 밧줄을 꺼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엠마에게 던졌다.

"꽉 잡아라!"

"뭐!?"

엠마가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비늘 코뿔소 등을 한달음에 달려 머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목을 잡고 뛰었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위험해!"

엠마의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올 때,

천문석은 빙글 비늘 코뿔소 목을 타고 돌아 반대쪽에서 올라왔다.

천문석은 순식간에 밧줄로 단단한 매듭을 지어 엠마에게 던졌다.

"허리에 감아! 아차 하면 떨어진다!"

"너···. 이거 때문에···. 알았다!"

주저앉은 엠마가 정신없이 밧줄로 허리를 감는 동안.

천문석은 한숨 돌리고 주위를 살폈다.

순간 왼팔을 조이는 강한 힘!

꽈드드득-

잠시 방심한 순간 강철 구렁이가 팔을 으스러트리려 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잡은 꼬리에 내력을 거칠게 쑤셔 박았다.

순간 축 늘어지는 강철 구렁이.

천문석은 기절한 강철 구렁이를 다시 팔에 감고 주위를 살폈다.

맹목적으로 달리는 비늘 코뿔소 너머,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의 무리가 해일처럼 달리고 있다!

크아아아앙-

거대 늑대를 탄 수십의 오크 라이더!

끼이이이이익-

무리 지어 달리는 천마리에 달하는 랩터!

파직, 파직, 피지직-

뇌전을 쏟아내는 천둥 기린!

마치 산불을 피해 달리듯 맹목적으로 달리는 마수와 몬스터들!

뒤를 쫓던 눈표범은 이제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어느새 고블린 평야는 완전한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천문석은 문득 잡낭 안에 들어있는 작은 화살을 꺼냈다.

압착팩으로 압착 해둔 붉은 화살.

이 붉은 화살은 새끼 눈표범을 방패에 꽁꽁 묶을 때 새끼 눈표범의 다리 사이에서 꺼낸 화살이었다.

처음에는 이 화살로 인해 몬스터 스노우볼이 굴러서 이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난장판을 보니 의문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몬스터 스노우볼이 어떤 결과를 낼지 알 수 없다고 해도 이런 게 가능한 걸까?

아무리 산에서 스노우볼을 굴린다고 해도 산에 눈이 쌓여 있지 않다면 스노우볼이 커지지 않는다.

게다가 고블린 평야에서 스노우볼을 굴렸는데 고블린은 오히려 소수다.

랩터, 오크, 눈표범, 천둥 기린···.

고블린 평야에서 보이지 않던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천문석은 마수와 몬스터의 거대한 폭풍을 바라보다가 문득 동쪽을 봤다.

헌터 캠프가 있는 강까지 도착하려면 적어도 2시간은 이 마수와 몬스터의 무리를 뚫고 달려야 한다.

"가능할까?"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악! 시발! 이게 뭐야!!"

외침이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자 보이는 헌터들!

헌터 네 명이 뒤에 거대 늑대를 탄 오크 라이더들을 달고 숲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방향 바꾼다! 엠마!"

천문석은 비늘 코뿔소 머리로 뛰어가 내력이 실린 손으로 코뿔소 머리 방향을 살살살 밀었다.

쿵, 쿵, 쿵-

비늘 코뿔소는 전차처럼 자잘한 마수와 몬스터를 짓밟고 달려, 금세 헌터들을 쫓는 오크 라이더를 따라잡았다.

오크 라이더들이 깜짝 놀라 장창을 뽑아 들 때.

후드득-

후드득-

삼점사로 쏘아지는 엠마의 화살!

오크 라이더가 화살을 피하는 순간.

비늘 코뿔소의 거대한 육체가 오크 라이더가 탄 거대 늑대를 툭, 툭- 치고 달려나갔다.

깨에엥-

크아아악-

거대 늑대들이 단숨에 꼬꾸라지고 오크 라이더가 뒤엉켜 쓰러졌다.

우와아아아-

쫓기던 헌터들이 뒤를 쫓던 오크 라이더들이 단숨에 쓰러지자 환호를 질렀다.

그러나 곧 사색이 된 헌터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비늘 코뿔소!”

"시발! 이렇게 재수가 없다니!"

“비늘 코뿔소다. 짓밟힌다!”

"옆으로! 옆으로 뛰어!"

"야! 구해주려는 거야!"

비늘 코뿔소 머리에 앉은 천문석이 다급히 외쳤으나.

연이은 위기에 시야가 좁아진 헌터들은 비늘 코뿔소 뿔 뒤의 천문석과 등 위에 엎드린 엠마를 보지 못하고 사력을 다해 달렸다.

사실 봤다고 해도 이들에게 돌진하는 비늘 코뿔소 등 위로 올라올 능력은 없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헌터들을 따라 달리며 강철 구렁이 채찍을 던졌다.

휘이이잉-

차르르륵-

"으아아악! 살려줘!"

...

헌터들이 한명 한명 강철 구렁이 채찍에 잡혀 비늘 코뿔소 위로 끌려왔다.

"으악, 으아악-"

헌터들은 비늘 코뿔소 등 위로 올라와서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엠마! 걔들 떨어지지 않게 해라!"

"알았어!"

곧 세 헌터가 끌려 올라왔고.

천문석은 마지막 남은 헌터에게 강철 구렁이 채찍을 던졌다.

휘이이잉-

차르르륵-

깡, 깡-

그러나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방패가 채찍을 쳐낸다.

그리고 땅을 박차고 지그재그,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헌터!

"야! 구해주려는 거야! 속도 줄여!"

천문석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헌터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헌터는 사력을 다해서 맹목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헌터가 달리는 방향에는 랩터 무리가 있었다!

"야, 속도 줄여! 앞에 랩터! 랩터 무리 있잖아!!?

으아악-

그러나 헌터는 괴성을 지르며 미친듯이 랩터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비늘 코뿔소가 너무나 두려워 랩터 무리로 무작정 달려가고 있다.

이 녀석 완전히 패닉 상태다!

‘어떻게 하지!?’

“...!”

순간 천문석의 머리에 번개같이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각성, 비각성 헌터를 가리지 않고,

처음 헌터 교육을 받는 순간부터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주입하는 ‘외침’이 있다.

이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무엇을 하고 있던지 바로 반응하도록 끝없이 반복 교육하는 외침!

천문석은 그 ‘외침’을 외쳤다.

"사선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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